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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초연의-82화 (82/306)

82화. 구름은 용을 따르고(雲從龍) (1)

천자를 태운 채 나아가던 어가는 이내 선비족들에게 따라 잡혔다.

선비족들은 크게 원을 그려서 어가를 둘러싸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저마다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화살을 한 대씩 날리는데 화살이 가는 곳마다 호위가 하나씩 쓰러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마초가 얼굴을 찌푸렸다.

“보통 놈들이 아니군.”

초원의 유목민들은 걸음마를 하면서 말을 타고, 말문이 트이면서 활을 잡는다. 천자의 호위들은 하나하나가 뛰어난 무사들이었지만 어려서부터 단련된 선비족 기병들의 화살은 당해낼 수 없었다.

“발칙한 놈들, 폐하의 어전에서 활을 쏜다는 말인가!”

호위무사 상홍이 몸을 떨며 소리쳤다. 선비족들 가운데 한인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천자를 상하게 하지 않고 호위들만 쏴 죽일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대로라면 전멸을 피하지 못한다.’

결심이 섰다. 마초는 어가의 곁으로 다가가서 안에 앉아 있는 유협에게 말을 걸었다.

“폐하,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신과 함께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

유협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짐이 이 자리를 피한다면 호위들은 어찌한다는 말인가?”

“폐하께서 계셔도 위험한 건 똑같습니다. 이렇게 하시지요.”

마초는 유협에게 용포를 벗고 군졸의 복장으로 갈아입게 했다. 변장한 유협을 절영에 태우고 자신은 천자의 명마에 올라탔다. 단 2기로 적진을 돌파할 셈이었다.

“짐이 말을 탈 줄은 안다만, 마초 그대를 쫓아갈 수준은 되지 않는다. 나가는 쪽이 더 위험하지 않겠는가?”

“신의 말 절영은 영특해서 알아서 잘 달립니다. 폐하께서는 그저 절영 위에 올라타 계십시오. 신이 죽기로 싸워 길을 열겠습니다.”

마초는 그렇게 말하고 장도를 집어넣고 창을 들었다. 말 위에서는 아무래도 긴 창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척.

그리고 몸을 날려 백금색의 털을 가진 천자의 명마에 올라탔다.

신이 가진 명마를 다 팔아서 장안 백성들을 구휼하던 소년 천자 유협. 그가 구휼을 위해 가진 말들을 다 팔고 마지막으로 남겨둔 한 필의 명마다. 필요한 만큼 빠르게 달려 줄 것이다.

“이름이 조황비전이라고 했던가. 잘 부탁한다.”

뒤이어 군졸의 복장을 한 유협이 절영에 올라탔다. 마초는 유협의 매무새를 고쳐 주고 상홍에게 다가갔다.

“상홍, 뒤를 맡기겠네.”

“이쪽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 공자. 폐하께서 계속 어가에 계신 것처럼 싸우겠습니다. 공자께서는 폐하를 모시고 몸을 피하십시오. 적들은 공자가 전령인 줄 알 테니 주력은 여전히 어가 쪽에 있을 것입니다.”

“…살아서 다시 보세.”

마초는 상홍과 손을 맞잡아 인사를 나누고 말머리를 돌렸다. 한 장 떨어져서 유협을 태운 절영이 뒤따랐다.

선비족의 주력은 여전히 어가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십여 기가 어가에서 빠져나온 마초와 유협을 가로막기 위해 대열에서 떨어져 나왔다.

“아직 사자 투구를 쓰지 못하는 게 아쉽군.”

단순한 전령인 것처럼 보여야 하니 사자 투구는 쓰지 않는 게 좋았다. 마초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자신들을 가로막으러 오는 이십여 기를 응시했다.

“폐하, 절영이 알아서 달릴 것입니다. 꽉 잡고 계십시오.”

마초는 그 말을 남기고 유협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조황비전에 채찍질을 했다.

‘서역에서 천금을 주고 사 왔다는 천하의 명마. 하지만 천자의 어마(御馬)로 황궁 근처만을 돌며 생을 보낼 운명이었겠지.’

마초는 조황비전을 몰아 눈앞에 보이는 선비족들을 향해 달렸다.

다닥!

조황비전은 통상적인 말발굽 소리와는 조금 다른 박자로 땅을 박찼다. 보폭이 커서 보통의 말이 땅을 세 번 찰 때 두 번밖에 차지 않았다.

슈우우우욱.

“으음?”

조황비전을 탄 마초는 눈앞에 있는 선비족의 앞으로 빨려 들어가듯이 전진했다. 마치 공간이 사라지는 듯,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속도였다. 당황하는 선비족 기병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 순간, 마초는 창을 들어 올렸다.

콱!

슬쩍 들어 올린 창은 그대로 선비족 기병의 몸을 꿰뚫었다. 조황비전의 질주가 하도 빨라서 창은 마초의 생각보다 석 자나 깊게 박혔다. 상대의 몸을 관통한 창이 뽑히지 않자 마초는 아예 등 뒤로 튀어나온 창촉 부분을 잡고 뒤로 관통시켜서 뽑았다.

“이 말은 뭐 이렇게 빨라?”

숱한 준마를 타 온 마초조차 처음 경험하는 빠른 말이었다. 근육질인 절영에 비하면 몸이 가늘어서 군마로서 긴 전쟁을 치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 정면으로 내닫는 속도만은 천하의 그 어떤 말도 쫓아갈 수 없는 수준이었다.

분명한 단점도 있었다. 절영처럼 영리한 말은 아니었다. 돌격으로 순식간에 적병 하나를 꿰뚫은 조황비전은 어찌할 줄 모른 채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경험이 없어서 제대로 움직일 줄 모르니 숙련된 기수가 아니라면 전쟁터에서는 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수를 제대로 만났군.”

마초의 눈이 빛나고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초는 조황비전의 배를 박차서 그대로 선비족들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 선비족들은 저마다 만도를 뽑아 들고 마초를 대적하려 했다.

다다닥!

조황비전은 선비족들이 마초를 둘러싸기도 전에 육박해 들어갔다. 마초는 그대로 선비족들 사이를 질주했다. 말의 속도가 하도 빠르니 창을 강하게 찌를 필요도 없었다. 마초는 팔에 힘을 빼고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눈앞에 보이는 선비족 기병의 몸에 창끝이 아주 살짝 닿았다.

콰드득!

아주 살짝 닿은 창촉은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선비족 기병의 몸을 부쉈다. 조황비전의 속도가 더해졌으니 창촉은 가는 곳마다 그대로 적들의 갑옷을 꿰뚫고 치명상을 입혔다.

“절영, 따라와라!”

마초와 조황비전이 뚫은 길로 천자 유협을 태운 절영이 달렸다. 절영은 마초의 마음을 아는 듯 유협을 태운 채 갈지자로 달리며 선비족들의 공격을 피했다. 유협에게는 몇 번이나 간담이 서늘해지는 장면들이 있었으나 절영은 개의치 않고 내달렸다.

마초와 유협을 잡기 위해 대열에서 떨어져 나온 이십여 기가 순식간에 전멸했다. 마초는 유협을 돌아보며 말했다.

“폐하, 이대로 하내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가다 보면 황보 태위의 원군이 도착할 것입니다.”

“알았네.”

황보숭은 천자의 수행원들을 하내로 옮겨 놓고, 다시 천자와 합류하기 위해 왔던 길을 되짚어 하동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황건적의 난을 토벌한 후한 최후의 명장, 황보숭이 합류한다면 장수가 보낸 선비족 별동대 정도는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저놈들에게 잡히지 않을 수 있느냐지.’

조황비전에 탄 마초와 절영에 탄 유협은 하내 방향으로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잠시 후, 문제가 생겼다.

“너희들은 누구시길래 그렇게 급하게 길을 가시나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선비족 장수가 이끄는 한 무리의 군사들이 마초와 유협을 막아섰다. 선비족 장수가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걸자 마초가 대꾸했다.

“지나가는 군졸이다. 그러는 네놈은 뭐냐?”

“핫하하! 이분이 바로 선비족의 호거아랍니다. 지금은 장수 장군의 명을 받아 천자 주변의 역적들을 토벌하는 중이지요. 그러는 네놈은 지나가는 군졸치고 말을 너무 잘 타는군요? 게다가 이 전쟁터에 있는 건 죄다 천자의 호위들일 텐데, 저 뒤에 있는 꼬마는 열서너 살밖에 안 돼 보이네요. 설마 저 나이에 천자의 호위가 된 건 아니겠지요?”

호거아는 발음과 호칭이 약간 어색하지만 또박또박한 한어로 말했다. 마초는 호거아라는 이름을 듣자 인상을 찌푸렸다.

‘호거아라면 장수가 조조와 싸울 때, 조조의 호위대장 전위를 꾀어내 죽음에 이르게 한 자가 아닌가? 장수의 최측근 심복이니 어지간히 실력을 갖췄을 것이다. 설마 선비족을 이끌고 어가를 습격한 놈이 호거아였다니.’

평상시라면 마초가 호거아에게 패할 리 없지만 지금은 변장한 천자를 이끌고 몰래 도망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나기에는 영 껄끄러운 상대였다. 게다가 이 호거아는 천자 유협의 정체를 알아본 듯했다.

마초는 한숨을 쉬고 대답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이에 비해 어려 보여서 그렇다. 저래 봬도 올해 열아홉 살 먹은 병사라네.”

“핫하하,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건가요? 게다가 저 군졸은 꼭 귀족들처럼 손이 새하얀데요?”

“요즘 애들은 문무 통합교육을 해서 군졸들도 책을 많이 읽거든. 그대가 이민족이라 장안의 사정을 잘 모르나 보군.”

마초는 되는 대로 주워섬기며 머릿속으로 빠져나갈 방법을 계속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선비족들은 이미 마초와 유협을 둘러싸고 널찍한 포위망을 만든 후였다.

호거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

“군졸이면서 책도 많이 읽었다니 대단한 소년이군요. 그러면 이 호거아가 저 영특한 소년을 잡아서 천자로 모셔야겠소.”

호거아는 그렇게 말하고 선비족 말로 군사들에게 뭐라고 영을 내렸다.

스르릉.

군사들은 활을 집어넣고 저마다 굵직한 만도를 뽑아 든 후, 천천히 마초와 유협에게 다가왔다. 천자를 다치게 하지 말고 사로잡으라는 말인 것 같았다.

“제길, 이제 방법이 없군. 폐하, 신의 뒤에 꼭 붙으십시오.”

마초는 창을 단단히 틀어쥐었다. 호거아가 이끌고 있는 선비족 기병들은 삼백이 넘을 것 같았다. 어가를 포위하고 있는 이들이 합류하면 오백이 훌쩍 넘을 것이다. 아무리 절정고수라도 혼자서 당해낼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핫하하, 용기는 가상하군요. 그러나 중과부적(衆寡不敵)입니다. 여기서 죽으십시오!”

호거아는 이제 사자성어까지 써 가며 마초를 비웃었다. 호거아가 수신호를 하자 선비족 기병들이 일제히 마초에게 달려들었다.

조황비전을 탄 마초는 빠른 속도를 살려서 포위망을 뚫으려 했다. 그러나 선비족들은 기마 전투 능력이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민족이다. 마초가 속도를 살리지 못하도록 촘촘히 둘러싸고 일제히 좁혀 들어오니 마초도 마땅히 치고 나아갈 방법이 없었다. 조황비전을 타고 있지만 달릴 수 없으니 명마의 위력도 반감되었다.

“그래, 덤벼라! 상대해 주마!”

마초는 좁은 공간에서 창을 들어, 닥치는 대로 찌르고 베었다. 순식간에 십여 명의 선비족들이 말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선비족들의 대열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선비족들은 큰 사냥감을 사냥하는 늑대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천천히 마초의 체력을 소진시키기 시작했다.

맨 먼저 목표물이 된 것은 마초의 창이었다. 마초가 무예의 달인인 것을 알아본 선비족들은 무리하게 병장기를 섞는 것을 피하고 만도와 도끼를 휘둘러 마초의 창대를 찍기 시작했다.

퍽! 퍽! 퍽!

십여 명의 적을 찔러 떨어뜨리는 동안 창대는 꾸준히 충격을 받아서 이내 힘을 주면 부러질 것처럼 너덜너덜해졌다.

“제기랄!”

마초는 엉망이 된 창을 들어서 힘껏 던졌다.

콰직!

창에 맞은 선비족 기병이 바닥을 구르는 동안 마초는 장도를 뽑아 들었다.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와 봐라.”

마초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장도를 들어 적들을 베어 넘겼다.

40년간의 수련과 30년간의 전장 경험이 깃든 21세의 몸이다. 마초는 위태롭게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코 상처를 입지 않았다. 선비족들의 만도는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고, 마초가 휘두르는 장도는 여지없이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마초가 가는 곳마다 말과 사람이 바닥을 굴렀다. 조황비전의 발굽 자국을 따라 시신이 쌓였다.

변수는 거기서 발생했다.

쿠당탕!

전장 경험이 부족한 조황비전이 바닥을 뒹구는 말에 발을 걸려 넘어졌다. 마초도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을 굴렀다.

“크윽!”

마초는 그대로 바닥을 굴러 일어났다. 작달막한 말을 탄 선비족 기병들이 어느새 육박해 들어왔다. 순식간에 장도를 휘둘러 하나, 둘, 셋을 벴다. 그때였다.

“우욱!”

머리가 핑 돌면서 구토가 올라왔다.

한가롭게 토할 시간도 없는 전장이다. 마초는 재빨리 토사물을 쏟아내고 얼굴을 닦았다. 그러나 머리는 이미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엄습해 있었다. 눈앞에 있는 상대의 모습이 두 개로 보였다.

“제길, 하필 이럴 때!”

코앞에서 여포가 쏜 화살에 머리를 맞아서 투구가 망가진 게 불과 두 달 전이다. 아직까지 뇌진탕의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 수시로 나타났다. 어지럼증은 하필 가장 안 좋은 상황에서 찾아왔다.

“우우욱!”

마초는 다시 한번 속을 게워냈다. 그런 그를 향해 호거아가 실실 웃으며 다가왔다.

“한인들은 천자를 용이라고 부른다지요? 천자의 옷은 용포, 천자의 얼굴은 용안.”

호거아는 철극을 꼬나쥐고 마초와 유협을 번갈아 돌아본 후, 픽 하고 비웃음을 보였다.

“그런데 어째 용이 영 시원치 않군요. 용은 구름을 몰고 다니며 비를 내린다는데, 천자가 있던 장안은 계속 가뭄이 들었다지요? 그렇게 볼품없는 용이니 이런 무사 하나만 데리고 도망을 다니다 결국 사로잡히는 신세가 되는 겁니다.”

유협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마초와 유협이 도망쳐 온 하동 방향, 호거아의 등 뒤에서 큰 함성과 비명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호거아는 등 뒤에서 울리는 소음을 들으며 킬킬거렸다.

“이제 우리 군사들이 합류하는 모양이군요. 가짜 어가를 두고 몸만 빠져나간다는 계책은 대담했습니다. 그러나 폐하, 인생이란 게 그렇게 쉽지 않아요. 이제 얌전히 우리를 따라 장수 장군께 가시지요.”

호거아는 웃고 있었다.

그런데 호거아의 등 뒤를 바라본 마초의 눈빛이 변했다.

“호거아. 용이 구름을 몰고 다닌다고 했나?”

“으응? 그야 당연한 거죠.”

“반대로 말하자면.”

마초는 씩 웃었다. 어지럼증으로 인해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은 형형하게 빛나는 채로 입꼬리만 한껏 올린 특유의 악당 웃음이었다.

“구름(雲)이 따르는 자가 곧 용(龍)이라는 거군.”

“무슨 헛소리입니까?”

호거아는 마초를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런데 자신의 뒤에서 나는 함성 소리가 더욱 커져서 이제 신경이 쓰였다.

“뭐야, 좀 조용히…….”

선비족 말로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본 호거아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눈을 부릅떴다.

“으아악!”

“크악!”

등 뒤에서 자신의 부하 삼백 기가 이리저리 쓸려나가고 있었다. 뭔가가 대열에 뛰어들어 선비족 기병들을 압도하며 몰아 붙이고 있는 것이다.

얼마 후, 엉망진창이 된 대열을 뚫고 그 뭔가의 정체가 드러났다. 온통 흰 옷을 입고 철창을 비껴 잡은 단 한 명의 사내였다.

두두두두.

단신으로 선비족 기병대를 헤쳐 놓은 사내는 백마를 몰아 호거아에게 달려 들어왔다. 멀리서도 미남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이목구비가 뚜렷한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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