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마초연의-51화 (51/306)

51화. 미오성의 유폐자

장안성, 대사마의 치소.

“대사마께 보고 올립니다. 장평관이 함락되었습니다.”

“으응, 그래.”

전령의 보고를 듣고 대사마 이각은 한숨을 픽 내쉬었다. 무녀들의 화장 방식으로 고양이처럼 길게 뽑은 눈매가 힘없이 아래로 처졌다.

그와 마주 앉아 있는 여윈 체격의 중년 남자는 상서 가후였다.

“놀라지 않으시는군요.”

“그래. 가 상서가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했잖아?”

가후는 이각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이로써 마등이 이끄는 마가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장안으로 향하는 관문 장평관을 너무나도 쉽게 함락했고, 이제는 장안으로부터의 원군을 장평관에서 막을 수 있으니까요.”

“아이, 재수 없어. 얼마나 좋아 죽고 있을까? 가 상서, 나는 참 마수성이가 그렇게 밉더라?”

이각은 탁상에 놓인 거울을 보며 그렇게 투덜거렸다.

이 시대의 거울은 보통 구리로 만든 동경이었지만, 이각이 쓰는 거울은 유리로 만들어서 얼굴을 그대로 비춰볼 수 있었다. 유리는 서역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이니 이 거울은 비단 수천 필을 줘야 구할 수 있는 사치품일 것이다.

“재수가 없으려니까 화장도 잘 안 먹네? 에잉…….”

이각은 툴툴거리면서도 화장붓을 들어 눈매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저 유리 거울 하나를 사지 않았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구할 수 있었을까.’

가후는 잠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대사마의 치소에는 방마다 전신거울이 깔려 있었다. 탁상거울 하나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다.

가후는 거울과 기근에 대한 생각을 빠르게 지우고 말했다.

“역시 처음 예상이 맞았습니다. 마등의 진짜 목표는 장안이 아니라 미오성입니다.”

“응, 그러면 이제 미오성은 장평관과 마등의 둔영 사이에 고립된 셈인 거지?”

“그렇지요. 우리의 원군을 장평관에서 막으면서 미오성을 탈취할 생각이 틀림없습니다.”

이각은 거울을 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눈꼬리가 다시 앙칼진 고양이처럼 돌아온 것을 확인하자 기분이 좋아졌다.

“호호호호, 가 상서는 정말 똑똑해. 미리 이럴 줄 알고 미오성에 ‘그자’를 데려다 놓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상당히 곤란했겠지요. ‘그자’는, 여포는 만나 보셨습니까?”

여포, 자는 봉선.

지금 천하제일이라고 불리는 무장이다. 싸움터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하다고 비장(飛將)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재물과 여색만을 탐하여 원래의 주인이었던 병주자사 정원을 배신하고, 이후의 주인이자 의부였던 상국 동탁을 또다시 배신한 자다.

여포는 동탁 사후 이각, 곽사와 사이가 틀어져서 결별하고 원소에게 의탁하러 가는 길이었으나 원소에게 가는 여포를 이각이 다시 붙잡았다.

가후가 계책을 냈기 때문이다. 마초를 견제하기 위해 여포를 다시 불러들이라는 계책이었다.

“으응, 봉선이는 여전하더라구. 오자마자 동탁의 손녀부터 범하러 올라가지 뭐야? 하여튼 왜들 그런다니? 봉선이는 아내도 있고, 그 누구더라? 동탁의 시비.”

“초선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그 초선이라는 계집애도 첩으로 들여서 매일 끼고 살잖아? 그런데도 동탁의 손녀가 그렇게 탐이 날까? 쯧쯧… 그렇지 않니?”

이각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서 자신의 시중을 드는 동녀를 돌아봤다. 열서너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소녀였다. 가후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볼 때마다 토악질이 나는군.’

이각은 동녀들을 총애해서 항상 옆에 끼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렇게 뽑힌 동녀들은 수시로 죽어 나가고 다른 동녀가 그 자리를 채웠다.

이각은 사실, 동탁의 손녀 동백에게도 탐심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동백은 동녀 같은 얼굴을 했지만, 나이가 스물이 넘어 있었다. 동백의 자태가 불과 몇 달 만에 갑자기 성숙해지자 이각 자신이 이내 흥미를 잃고 미오성에 유폐시킨 바 있다.

가후는 문득 몇 달 전에 봤던 동녀를 떠올렸다. 동녀가 포도를 먹고 싶어 하는 눈치기에 가후 자신 몫의 포도를 양보했었다.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변심한 이각의 손에 죽었으리라.

“으흐흑, 아악!”

그때, 귀청을 찢는 듯한 여인의 울음소리가 가후의 귀를 때렸다. 비명은 치소의 건너편 방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비명을 듣자 이각은 인상을 홱 찌푸렸다.

“얘 곽사야! 좀 조용히 하지 못하니!”

이각이 빽 소리쳤지만, 여인의 비명 소리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고통에 차서 흐느끼는 듯한 비명으로 변했을 때쯤 비명이 끊기고 건너편 방의 문이 벌컥 열렸다.

“여포가 왔다고?”

그릇이 깨지는 듯한 목소리를 하며 건너편 방에서 나온 것은 8척 5촌(약 195cm)이 넘는 거한이었다. 방금 전까지 무슨 짓을 했는지 한 손으로 바지춤을 올리고 있었다. 가후는 거한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이고 소매를 모아 길게 읍을 했다.

“가후가 표기장군을 뵙습니다.”

표기장군 곽사.

일찍이 서량에서 이각과 함께 최강의 무장으로 명성을 날린 자였다. 동탁 사후, 정권을 장악해서 이각 말고는 비교할 사람이 없는 한나라의 두 번째 권력자였다.

‘그리고 무장으로서는 어쩌면 이각 이상일지도 모른다고 하지.’

가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곽사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눈썹이 없고 두터운 눈두덩. 거대한 턱과 굵은 목. 지렁이가 기어가듯이 얼굴 여기저기를 파고들고 있는 칼자국.

그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것은 코가 베어져서 없다는 것이었다.

“내 코를 이렇게 만든 놈이 돌아왔군.”

곽사가 씹어 뱉듯이 말하자 이각이 두 손바닥을 앞으로 내보이며 화들짝 놀랐다.

“얘, 나쁜 생각 하면 안 돼! 봉선이는 아직 할 일이 있단 말이야!“

“알고 있다, 치연(이각의 자).”

곽사는 코를 싸매고 낮게 으르렁댔다. 여포와 싸우다 코를 잃은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서 있지도 않은 코끝이 시려 왔기 때문이다.

“여포가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는 기다리겠다. 여포가 마등의 아들놈을 쳐 죽이면, 그때는 내 손으로 여포의 코를 베어 내겠어.”

“정말이야? 봉선이가 얼굴은 또 잘생겼는데, 괜히 아깝네.”

이각은 검지 손가락을 볼에 대고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평상시라면 가후는 이각의 그런 모습을 보고 구토가 올라왔을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로 구토하기에는 훨씬 더 토악질 나는 일이 건너편 방에서 벌어진 다음이었다.

‘목숨이나 부지했는지 모르겠군.’

건너편 방에서 곽사에게 욕을 당한 여인은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곽사는 자신과 관계하는 여인에게 꼭 앵속(罌粟, 아편)을 투여하는 몹쓸 버릇이 있었다. 아마 범하던 여인이 약 기운에서 깨어나자 다시 한번 앵속을 먹인 모양이었다. 이각이 그 모습을 보고 새된 소리로 말했다.

“얘 곽사야. 너 또 약 먹이고 했니? 계집들을 저렇게 계속 망가뜨리면 어쩌려고 그래?”

“언제 어떤 계집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내 목을 노릴지 모른다. 약을 먹여서 얌전하게 만드는 게 낫지. 그보다 다른 계집은 없나?”

곽사는 여인의 미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각은 곽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 얘도 참, 요즘 장안에 젊은 처녀가 씨가 말랐다구. 그러니까 앞으로는 소중하게 아껴 주도록 해.”

“젊은 처녀가 왜 없나? 치연 너는 동녀가 아니면 관심이 없지 않나?”

곽사가 반문하자 이각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봉선이가 미오성으로 끌고 간 처녀만 이천 명이야. 걔도 참 웃기는 애지 않니? 그 많은 처녀들을 어떻게 품으려고?”

“이천 명? 치연, 그걸 허락했나?”

“그럼 어떡해? 봉선이가 그런 애인걸.”

온갖 악행은 다 저질러 온 곽사도 여포의 담대한 행동 앞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빌어먹을, 그러면 여포란 놈을 잡아 죽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계집 구경을 하기 힘들겠군.”

“하지만 안 돼? 여포가 마등과 그 아들놈을 때려잡기 전까지는.”

“알고 있다. 일단 출진 준비는 해 두겠다.”

“응? 무슨 출진?”

이각이 되묻자 곽사는 코가 있었던 자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장평관 근처에서 대기하다 기회를 봐서 장평관을 되찾겠다. 여포가 마등의 아들놈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싸움이 끝나면 여포를 때려죽일 것이다.”

듣고 있던 가후가 말을 받았다.

“표기장군, 그러시면 출진에 필요한 물자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만약 여포가 진다면 그때는 마등의 아들 마초를 잡아 주시면 됩니다.”

“여포가 져? 마등의 아들에게?”

곽사는 가후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가후, 네놈은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확률은 크지 않겠습니다만 병가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하여튼 글 읽는 놈들은 이해하지 못하는군.”

곽사는 가후에게 바싹 다가가 얼굴을 붙였다. 거대한 얼굴에 비해 작은 눈, 그 눈에 비해서도 유독 작은 눈동자가 뒤룩거렸다.

“그 확률은 오늘 밤 네놈이 벼락을 맞을 확률과 비슷하다. 그러니 출진 준비나 제대로 해라.”

곽사는 그 말을 남기고 대사마의 치소를 나섰다. 이각은 뭐가 그리 좋은지 하늘이 떠나가라 웃었다.

“호호호, 하여튼 곽사는 참 기특하다니까. 저렇게 일이 생기면 먼저 나서서 성실하게 일해. 일할 때는 일하고, 놀 때는 놀고, 얼마나 예쁘니?”

가후는 깔깔거리는 이각을 붙잡고 몇 가지 간단한 안건에 대해 결재를 받은 후 대사마의 치소를 나왔다. 곽사의 숨결이 닿은 뺨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근질근질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밤 벼락을 맞을 확률이라.”

가후는 짧게 혼잣말을 토했다.

“저런 자들이 권력을 쥐도록 도왔으니 벼락을 맞는다 한들 이상할 것도 없지.”

동탁이 죽은 후, 이각과 곽사를 위해 계책을 내서 정권을 장악하게 한 것은 가후 자신이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탁 사후 정권을 잡은 사도 왕윤은 타협을 모르는 자였다. 그런 자가 보기에 동탁의 총애를 받았던 가후는 언제든 역적질을 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인물로 보였을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각과 곽사를 끌어들여 왕윤을 먼저 쳤다.’

그렇게 자신은 살았다. 대신 한나라가 죽어가고 있었다. 이각과 곽사의 폭정으로 한 제국 400년 최대의 도시 장안은 하루가 다르게 황폐해지고 있었다.

이제 온 천하가 자신을 죄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구를 섬기든 권력과 명성에는 관심을 끊고 죽은 듯이 지내야 할 것이다.

“만약 벼락을 맞을 확률이 현실이 된다면…….”

마초, 그 청년이 천하제일인 여포를 꺾는다면. 그런 희박한 가능성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때는 나도 속죄할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대사마 이각의 최측근, 상서 가후는 퇴청하는 중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혹시 누가 듣지 않을까 해서 주변을 돌아봤으나 사람은 없고 백성들의 고혈을 짜서 사들인 유리 거울만 덩그러니 걸려 있었다.

가후는 잠시 거울 속의 지치고 여윈 남자를 바라보다 이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

미오성, 전각 최상층.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이곳에는 수많은 인사들이 유폐되어 있었다. 동탁 시절에는 동탁이, 동탁의 사후에는 이각이 유폐시킨 자들이었다.

그중 한 방에서 거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흐흐흐.”

남자는 호상(胡床, 유목민의 접이식 의자)을 펴 놓고 방의 중앙에 앉아 있었다. 몸통에는 굵은 쇠사슬이 엮여 있었는데, 쇠사슬의 끝은 뒤쪽 벽에 채워져 있어서 방의 중앙까지밖에 나올 수 없도록 구속된 상태였다. 얼굴에 패인 깊은 주름과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면 나이가 지긋해 보였지만 쇠사슬에 묶인 몸은 나이를 무색케 하는 근육질이었다.

“과연 천하의 요물이로구나. 동탁과 여포가 동시에 탐내서 서로 죽고 죽일 만큼.”

늙은 남자는 자신의 옆에 앉은 여인의 머리를 한 번 쓸었다. 무릎을 꿇고 남자의 다리에 기대 있는 여인은 방금 전 정사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앞을 바라봤다. 그의 정면, 출입문 쪽에는 8척(약 184cm)이 넘는 장한이 또 하나의 호상을 펴 놓고 앉아 있었다. 나이는 30대 중반쯤 되었을까?

“이년에게 푹 빠져서 똥오줌을 못 가리는 줄 알았더니 그새 변덕이 생겼나. 네놈이 계집을 빌려주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겠지.”

늙은 남자가 장한에게 말했다. 장한은 호상에 앉아 팔짱을 낀 채로 늙은 남자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낯짝은 좋아 보이는군, 서영.”

늙은 남자, 서영은 장한을 향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었다.

“인사는 얼어 죽을. 용건을 말해라, 여포.”

여포는 서영을 응시하며 대답했다.

“병이 들어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지?”

“크흐흐, 아직 일이 년은 거뜬하지. 이 늙은이를 써먹을 셈이냐?”

“그래. 너에게 병주병을 주마. 뒈지기 전에 싸움 한 번 해라.”

서영은 여포의 말을 듣자 누런 이를 드러내고 웃는 표정 그대로 대답했다.

“하여튼 네놈도 어지간하군. 어떻게 된 놈이 싸움을 귀찮아할 수가 있는지.”

“싸움이 그렇게 좋으면 네놈이 나 대신 실컷 해. 나는 새 계집을 들여서 바쁘다.”

여포가 새로 들인 첩에 대해 얘기하자 서영의 옆에 앉아 있던 여인은 낯빛이 변했다. 여인의 온몸이 긴장하는 게 느껴지자 서영은 헛웃음을 지었다.

“크흐흐, 사내한테나 계집한테나 일관되게 의리 없는 놈이군. 싫다면 어쩔 테냐?”

“싫다면…….”

딱.

여포가 팔짱을 풀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서영의 무릎에 기대 있던 여인이 튕겨나듯 일어나서 여포의 옆으로 와서 시립했다.

“계집은 내가 데려가지. 계집도 안고 그토록 좋아하는 싸움도 할 테냐? 아니면 이 미오성에서 죽을 날만 기다릴 테냐. 선택은 네 몫이다, 서영.”

“크하하, 이런 애비 없는 새끼. 할 테니 계집이나 이쪽으로 보내라.”

“예상대로군. 그 나이를 처먹고도 왕성한 점은 존경한다.”

딱.

여포가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여인은 다시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서영의 다리에 기댔다. 누가 봐도 절세미인이라 할 만큼 단정한 이목구비와 뜨거운 욕정으로 달아오른 표정이 묘한 대조를 이뤘다.

“크흐흐, 이름이 초선이라 하였느냐?”

서영은 방금 전 정사를 끝냈지만, 다시 한번 마음이 동한 듯 여인의 몸 이곳저곳을 탐하기 시작했다. 무심하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여포는 서영에게 작전에 대해 설명했다.

“상대는 마가군, 총 지휘관은 마등. 총 병력은 정병 일만오천, 이번 미오성 공략에 나선 병력은 약 오천. 놈들이 장평관을 점거해서 미오성은 고립된 상태다.”

서영은 손으로는 초선을 더듬으면서도 귀는 열어 놓고 있었다. 마등이라는 이름을 듣자 인상을 찡그렸다.

“마등? 고작 그깟 놈을 상대하는데 이 서영이 나서야 하나?”

“그의 군사들은 빠르고 강하다. 그리고 스무 살 정도 된 마등의 장남 마초라는 놈이 있는데 장재가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마등도 모자라서 약관의 아들놈이라. 늙으니까 이런 수모를 다 당하는군.”

“서영, 네놈에게 쉬운 싸움은 아니다. 정신 차리고 임해라.”

“말해봐라, 여포. 마등과 마초를 내가 박살낸 놈과 비교하면 어떤지. 그놈들이 조조보다 강하다고 할 수 있느냐?”

“하여튼 늙은이는 옛날 얘기를 좋아하는군. 조조를 이겼으니 우쭐하는 건 알겠지만, 그놈이 이끈 부대는 중원의 약골들이다. 이번 상대는 서량병이라는 걸 알아둬라.”

여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영을 향해 등을 돌리고 말했다.

“출진은 사흘 뒤. 병력은 병주병 삼천. 목표물은 마초가 이끄는 미오성 공략부대 오천이다. 내일 부장이 와서 편제와 적 정보에 대해 설명할 테니 정확히 듣고 준비해라. 나 대신 나가는 거니까 제대로 해라.”

“크흐흐흐, 알겠다. 다시 한번 전장을 휩쓸 수 있겠군.”

여포는 등을 돌려 방 밖으로 나가다 문득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돌려 여인에게 말했다.

“잘했으니 상을 주마. 늙은이와 한 번 더 하고 돌아와라, 초선.”

초선은 여포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눈동자가 욕정으로 반짝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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