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우리의 목표는 미오성이다
“대의니, 명분이니 다 좋은 말이지. 그러나 모두 알겠지만, 우리가 이각을 쳐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비장군 마초의 치소에는 방덕, 서황, 마휴가 모여 앉아서 마초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이감이 기대 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식량. 이 기근에서 우리가 식량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곡창지대 익주에서 빌려 오는 것이다. 중앙 정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싶어 하는 익주목 유언을 이용해서 익주군과 공동작전을 펼치고, 그 대가로 익주에서 군량 원조를 받는 것이지.”
마초는 회귀한 후, 지금의 기근을 미리 예측하고 여러 가지 수단을 강구해 놓았다. 한중에 가짜 어음을 주면서 곡식을 사 오고, 양봉군이 점유하고 있는 군량고를 탈취하고, 인근 농촌의 농작물을 가뭄에 강한 수수와 기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그렇게 긁어모은 군량이 5만 석에 내년 수수 수확철에 추가로 2만 석 정도가 들어올 예정이었는데, 익주목 유언과의 동맹이 성사되며 받은 군량 원조가 한 번에 10만 석이었다.
“이미 가뭄이 든 관중 지방에서 방법을 찾아도 한계가 있다. 곡창지대인 익주에서 빌려 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
방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굳이 유언군과 공동작전을 하는 것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군.”
“맞아. 하지만 유언도 익주의 정병을 직접 보내기는 곤란할 테니 남만의 이민족으로 이루어진 부대를 보냈지.”
말을 듣던 서황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비장군, 하지만 익주목 유언의 아들들이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공동작전을 하면 아들들의 목숨이 위험할 텐데요. 우리가 입단속을 하더라도 결국 익주목이 배후에 있다는 소문이 새어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 성공에 눈이 멀어 가족들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거병을 하는 얼간이가 꼭 있게 마련이지.”
마초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인데, 익주목 유언이 동맹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비밀리에 의뢰한 게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세 아들의 구출.”
마초는 눈을 빛냈다.
“익주목 유언의 아들은 전부 셋. 지방 군벌인 유언을 견제하기 위한 일종의 인질로 장안에 머무르고 있다. 장남 유범은 장안에서 중랑장 벼슬을 지내고 있다. 둘째 유탄은 이각에게 대항하다가 모처에 유폐된 상태다. 막내 유장은 괴리현에 있는 자택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고 하더군.”
“괴리현은 농현과 장안 사이에 있으니 우리가 작전을 개시하면 유장 공자는 쉽게 확보할 수 있겠군요. 유범 중랑장과 유탄 공자는 어찌합니까?”
“유범은 이미 우리와 비밀리에 내응해서 장안성의 정보를 전해 주고 있다. 나와는 어릴 때부터 안면이 있으니 내가 따로 가서 구출할 것이다.”
곰곰이 듣고 있던 마휴가 물었다.
“형님, 그러면 둘째 유탄 공자는요? 모처라면 어디에 유폐되어 있다는 것입니까?”
“그게 문제였는데, 얼마 전에 알아냈지.”
마초는 그렇게 말하고는 이감을 돌아보았다. 이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미오성입니다.”
“미오성? 동탁이 지은 별궁 말이오?”
“예. 미오성은 별궁이면서 요새이기도 합니다. 미오성의 최상층에는 동탁 시절부터 다수의 인사들이 죽음을 가장하여 유폐되어 있다고 합니다. 유탄 공자의 경우는 성정이 거칠어 이각과 반목했는데, 이각이 죽이려 했으나 익주목의 아들이라 유폐로 대신한 것 같습니다.”
이감의 말을 들은 마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감이 이끄는 시랑군의 능력이 대단해. 그만한 정보를 입수해 오다니.”
마휴는 여전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흠… 그렇다면 미오성을 습격해야 하는데, 괜찮을까요? 미오성 자체의 방비도 단단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목표인 장안성을 공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미오성까지 공략하기는…….”
“휴. 장안성을 당장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예? 형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각과 싸우려면 장안성을 공략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러려고 유범 중랑장을 비롯한 내응자들을 만들어 놓은 것 아닌가요?”
“그렇지. 그러나 장안은 거대한 성이다. 문관 몇이 안에서 내응한다고 해서 고작 1만 정병으로 공략할 수 있는 성이 아니다. 게다가 장안은 천자가 머무르고 있는 황도다. 공략이 길어지면 역적으로 몰려서 민심을 잃기 딱 좋아.”
장안성은 지금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단단한 성이다. 마초는 지난 생에서 장안 인근에 여러 번 출병했지만 끝내 장안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장안성을 공략하려면 한 가지,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거성을 공략할 수 있는 압도적인 병사 수가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 마가군은 이 문제를 끝내 해결할 수 없었지. 지금도 마찬가지고.’
마휴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그렇다면 아버지와 형님의 진짜 목표는…….”
“미오성이다. 장안성을 공략하는 것은 속임수다. 장안을 지키기 위해 적들이 총동원돼서 대규모 회전이 일어났을 때.”
마초는 손을 들어 탁상에 놓인 지도의 한 점을 탁 쳤다.
“미오성을 점거한다.”
“미오성을…….”
좌중의 장수들은 그제서야 마등과 마초가 수립한 진짜 전략을 이해하게 되었다. 서황이 먼저 물었다.
“비장군, 그렇다면 장안 공략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미오성을 점거한 후, 포기하는 것입니까?”
“아니, 장안 공략은 결국 우리의 최종 목표다. 단 장기전으로 간다. 미오성을 점거하면 장기전으로 장안을 함락시킬 수 있어.”
“그 말씀은…….”
“그래.”
마초가 씩 웃었다.
“미오성에 우리가 본 적도 없는 규모의 양식이 비축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약 100만 석 이상.”
100만 석이라는 말을 듣자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너무나도 큰 숫자였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에 형님께서 융통해 오신 곡식이 한중에서 1만, 양봉군에서 4만, 총 5만 석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기근을 넘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만약 100만 석을 손에 넣게 된다면…….”
“그리고 맹기의 말처럼 앞으로 2년간 기근이 계속되게 된다면…….”
“미오성에 비축된 양식을 쓸 수 없는 이각군은 안에서부터 무너지고, 우리가 관서 최대의 세력이 되겠군요.”
마초는 좌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래. 지난 생에서 아버지와 나는 장안 공략에 실패했었다. 장안성이 엄청나게 크고 단단하다는 것, 그리고 장안에는 천자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공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세운 전략이다.”
일행 모두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전략을 실행해서 식량 100만 석을 얻는다면 장기전으로 이각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이각군 또한 서량의 강병이다. 이들과 회전에서 대등하게 싸워야 한다. 또한 미오성의 수비대장은 원래 이몽이라는 자로 평범한 장수였는데, 최근에 신원 미상의 다른 장수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이 자의 역량이 어느 정도일지도 아직 모른다.”
“뭐 그렇다고 미오성에 여포라도 와 있겠습니까? 누구인지는 몰라도 형님의 기량이라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겁니다.”
마휴가 시원스럽게 대답하자 마초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치소 한켠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훗, 후후후후… 과연 큰형님은 서량 최고의 사나이. 이 마대의 상관으로 부족함은 없군요.”
“…너 거기 있었냐?”
마초는 한숨을 푹 쉬고는 치소 한켠에서 몸을 일으킨 까치머리 소년을 돌아보았다. 열다섯 살 된 사촌 아우 마대였다.
“큰형님에게라면 맡기겠습니다, 이 마대가 15년간 벼려 온 정의의 칼날을.”
“저것도 병이다, 병이야. 15세 병이야.”
마초는 허세에 차 있는 마대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어린 소년에게 나타나는 ‘15세 병’이라고 진단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생의 기억에 따르면 마대는 40대까지 이런 정신세계를 버리지 못했다.
‘저러니까 제갈량이 큰일을 안 맡겼지.’
마초는 그렇게 생각하고 마대를 불러서 말했다.
“휴는 어쨌든 기도위 직책으로 참전하는 거지만, 대 너는 어디까지나 내 휘하의 병졸이다. 네가 하도 떼를 써서 따라다니게 해 준 거니까 그냥 내 옆에만 붙어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마.”
“훗, 마궁수로서의 첫 출진, 받아들이겠습니다. 큰형님이 데리고 있는 마궁수 선생도 마궁수의 신분으로 상산에서 큰 공을 세웠으니까요.”
“아니 너는 마궁수도 아니고 그냥 병졸이라니까? 마궁수가 우스워 보이냐? 아무것도 하지 마!”
마초가 그렇게 마대를 단속했을 때, 비장군의 치소 안으로 헐레벌떡 한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마궁수 나관중이었다.
“비장군, 비장군!”
“관중인가? 무슨 일이기에 그렇게 급해?”
“큰일났습니다. 월길 두령이 아단부의 원군을 이끌고 왔는데…….”
“음, 월길이 도착할 때가 됐지. 근데 그게 왜?”
“익주목이 보낸 남만족 부대하고 시비가 붙어서 지금 패싸움을 벌이려고 하고 있어요!”
“남만족 부대? 나에게 배속시키려던 그 부대 말인가?”
“맞습니다. 비장군께서 좀 해결해 주셔야겠습니다.”
“병장기로 싸우고 있던가?”
“아니오, 일단은 권장으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으흠…….”
나관중의 호들갑스럽게 말했지만, 마초는 맨주먹으로 싸운다는 말을 듣자 태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래, 전우끼리는 맨손으로 싸워야지. 근본이 있는 놈들이군. 강족과 남만족이 싸운다니 좋은 구경이잖아? 다들 구경하러 가자고.”
“예? 어서 말리지 않으세요?”
“말린다고 말을 듣나? 그냥 싸우게 내버려 둬. 그러다 힘이 빠지면 말을 좀 듣겠지.”
이민족끼리의 기싸움에 익숙한 마초였다. 별일 아니라는 듯 일행과 함께 패싸움을 구경하러 나갔다.
패싸움의 전황은 남만족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헉, 헉, 저놈은 괴물인가?”
“몸집이 너무 커서 주먹이 듣지를 않잖아?”
남만족에는 키가 1장에 가깝도록 엄청나게 큰 사내가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주먹은 철퇴나 다름없었다. 무릎을 살짝 들면 상대의 안면에 무릎 차기가 적중돼서 코가 깨져 나갔다.
강족들은 걸음마를 뗄 무렵부터 말을 타고 활을 쏘니 하나하나가 전부 용감한 전사들이었다. 그러나 땅에 발을 딛고서 주먹싸움을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아무리 용맹한 전사라고 해도 남만족의 거인 하나에게 체격과 완력에서 압도당하니 방법이 없었다.
“오호… 키가 거의 1장에 가깝네. 한 9척 5촌(218cm)쯤 되겠는걸. 저런 큰 놈은 처음 보는데. 실력도 꽤 괜찮고.”
마초가 거인의 싸움을 보면서 감탄하자 월길이 다급하게 외쳤다.
“맹기 공자, 도와줘요! 저놈이 우리 전사들을 다 때려잡겠어요!”
“야, 내가 어떻게 도와줘? 너희들이나 저 녀석들이나 다 내 휘하라고. 승부가 날 때까지 말리지는 않을 테니까 알아서 잘해봐.”
“에잇, 이런…….”
월길은 마초의 지원을 포기하고 거인의 품 안으로 달려들었다. 강족 씨름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월길이었으니 거인의 허리춤을 붙들고 바닥에 눕히려 했다.
그러나 거인의 몸은 요지부동이었다. 거인은 귀찮은 듯 월길을 떼어내려 했다.
“걸려들었구나!”
월길은 기세 좋게 외치며 몸을 띄워서 머리를 아래로 하고 거인의 거대한 팔뚝에 매달렸다. 그대로 팔을 얽어서 조를 셈이었다.
“하하하, 강족 씨름을 우습게 보면 안 되지. 이제 항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어깨가 빠질 거다!”
그러나 거인은 월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끙 하고 힘을 한 번 쓰더니 월길이 매달려 있는 팔을 그대로 한 팔의 힘만으로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어, 이건 좀…….”
거인은 그대로 월길을 매단 팔을 바닥에 내려쳤다.
쾅!
“으악!”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월길은 비명을 지르며 팔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월길이 고통에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마초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조자룡한테도 덤비려고 했던 월길인데 아주 꼴이 우습게 됐구만.”
거인이 그렇게 월길을 쓰러뜨리고 강족 전사들을 돌아보니 용맹한 강족 전사들도 주춤거릴 뿐 거인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남만족 거인은 강족들을 쏘아본 후, 남만족 진영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남만족 귀족의 복장을 한 소년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끝, 났다.”
거인은 원래 말을 좀 더듬는 듯했다. 거인에게 인사를 받은 소년은 턱을 한껏 치켜들고 오만한 자세로 대답했다.
“잘했다, 우르토쿠아. 약해 빠진 강족 놈들에게 우리 남중의 기상을 잘 보여줬다.”
“다 싸웠냐?”
싸움이 마무리되자 마초가 끼어들었다.
“강족 친구들, 그리고 남만족 친구들. 싸움질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내가 바로 여러분들을 통솔할 정서장군부 비장군 마초다.”
강족 전사들 중에는 월길을 따라 상산 원정에 나서서 마초를 아는 자들이 상당수 있었으나 남만족들은 처음이었다.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마초에게 꽂혔다.
“중원 사람들은 군사들끼리 싸움질을 하면 길길이 날뛴다고 하지만 여기는 서량이다. 출진 전에 힘을 겨루는 것은 말리지 않는다. 단, 이제 싸움이 끝났으니 화해의 술을 들면서 출진을 준비해라. 너희들의 적은 서로가 아니라 장안에 있는 역적 이각이다. 오늘 이후로 아군끼리 싸움을 벌이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갈등을 무조건 막으면 더 큰 갈등의 씨앗이 된다. 마초는 서량에서 흔히 쓰는 방식대로 출진 전에는 싸움을 하도록 내버려 둔 후, 술과 고기를 풀어서 사기를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또 싸우면 곤란하니 이번에 단속해 둬야지. 가뭄이라 싸움 끝나고 먹을 술도 모자라고.’
그러나 남만족들을 통솔하는 듯한 소년은 마초의 의중을 헤아려 주지 않았다.
“흥, 약해 빠진 강족들과 아군이 되라는 건가.”
소년이 다 들릴 만한 목소리 크기로 혼잣말을 하자 마초는 소년을 돌아보며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소년의 앞으로 다가갔다.
“뭐지?”
소년은 여전히 턱을 들고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오만한 태도로 마초에게 물었다.
퍽!
마초는 대답 없이 소년의 배를 발로 내질렀다. 소년은 1장이나 튕겨 나가서 땅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여기서 군령을 내릴 테니 따라라. 총지휘관인 나의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하며, 나에 대한 모욕은 군율로 다스린다. 아직 군문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를 테니 이번 건은 이렇게 넘어간다. 앞으로는 유의하도록.”
남만족 병사들은 우르토쿠아라는 거인을 앞세워서 패싸움에서 압승했다. 그리고 그들을 통솔하는 건 저 남만족 귀족으로 보이는 소년인 듯했다. 소년이 마초에게 함부로 대하는 걸 내버려 두면 남만족 전체가 기고만장해져서 제대로 통솔이 되지 않을 우려가 있었다. 그러니 마초는 미리 저 소년을 제압해서 기를 꺾어 두고자 했다.
그런데 소년이 발길질을 당하자 남만족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뭐야, 이놈들?”
마초의 근처에 있는 남만족 병사들이 저마다 으르렁거리면서 병장기에 손을 가져갔다.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앞으로 뛰어나갈 준비를 하는 자들도 있었다.
‘아무래도 저 소년은 보통 꼬맹이가 아닌가 보군. 저 나이에 벌써 저들의 우두머리가 된 건가?’
그렇다면 여기서 기를 꺾어 두는 편이 나았다.
강족 전사들과의 패싸움을 정리한 9척 5촌의 거인 우르토쿠아가 바닥에 쓰러진 소년을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우르토쿠아는 흰자위를 희번득거리며 마초를 쏘아보았다.
“맹획, 저자, 내가, 죽이겠다.”
맹획이라고 불린 소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말했다.
“죽이면 안 돼, 우르토쿠아.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