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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마초연의-25화 (25/306)

25화. 마초 대 조운

‘세상에, 마초 대 조운이라니. 설마 이런 승부를 보게 될 줄이야!’

나관중은 침을 꼴깍 삼키면서 조운과 마초를 주시했다.

그는 무공을 전혀 모르는 몸이었으나 지금 두 사람의 격돌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의종 100명, 마가군 50명도 숙연해져서 두 사람만을 주시했다. 방덕과 서황도 진지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결에 집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딱히 자세를 취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손을 늘어뜨린 채 마주 서 있었다.

잠시 동안의 대치 후, 먼저 움직인 것은 조운이었다.

퍽!

조운은 급격하게 몸의 중심을 낮췄다. 그 과정에서 얻어진 힘을 팔에 실어 장으로 마초를 쳐들어갔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이 끊어지는 것처럼 몸의 중심이 뚝 떨어졌다. 그 중심을 받아내며 조운의 발이 마룻바닥을 찼다. 격렬한 파열음이 났다.

마초는 앞으로 뻗은 한 손으로 조운의 장을 받아냈다. 짓쳐 들어오는 팔에 옆에서 살짝 힘을 가하는 것으로 장의 궤도를 바꾸고 충격력을 죽이며 몸통을 보호했다.

조운의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근접한 상태에서 다시 한번 무게중심을 낮추며 얻어진 힘을 앞으로 쏟아냈다. 이번에는 팔꿈치였다.

콰직!

처음보다 더 강한 힘으로 공격이 가해졌다. 조운의 발구름도 더 격렬해져 마룻바닥이 부서져 나갔다.

마초는 그대로 조운의 힘을 이용해서 힘의 방향을 따라 빙그르르 돌았다. 등과 어깨로 조운의 몸통을 치며 힘을 가했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나면 이렇게 중심을 흔드는 것만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으나, 지금처럼 실력이 비등할 경우, 다리나 허리를 잡아서 중심을 직접 무너트리지 않으면 몸 받음만으로는 상대의 중심을 제어할 수 없다. 그러나 공격을 피하기에는 충분했다.

조운과 마초의 공방이 몇 차례 지나가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창술의 신법이군.”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서황이 중얼거렸다. 나관중은 이때다 싶어 서황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조자룡이 쓰는 권법이 창술의 신법입니까?”

“그렇소, 마궁수 선생. 장창을 다루려면 몸의 중심이 하나가 되어 움직여야 하오. 몸의 중심을 낮추면서 얻어진 힘을 일격으로 앞으로 내쏘는 구조가 장창술과 흡사하오.”

“하지만 창술에서는 저런 강맹한 발 구름을 안 쓰지 않습니까?”

“발 구름이 본질이 아니오. 몸의 무게중심을 위에서 아래로 급격하게 이동시키다 보니 발을 구르는 것처럼 보일 뿐이오.”

나관중은 설명을 들어도 알 듯 모를 듯했다.

“그렇다면 비장군의 권법은 무엇입니까? 비장군도 창을 쓰시지만, 창술의 신법과는 매우 달라 보이는데요.”

“비장군은 도법의 신법을 사용하고 있소. 서로 큰 칼을 맞댄 상태에서 상대의 중심을 읽어서 적은 힘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일종의 금나술이오.”

즉, 두 사람의 신법은 전부 각자가 능한 무기술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서황의 해설을 들으며 두 사람의 팽팽한 대결을 지켜보던 나관중의 머리에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잠깐, 서 사마는 조자룡의 권법이 장창술에 기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장창은 땅에 발을 딛고 쓰는 것이 아닌가? 조자룡의 특기는 마상창술일 텐데?’

몇 번의 수를 주고 받았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몸이 다시 얽혔으나 서로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한 채 떨어졌다.

‘그렇다면, 마상창술의 신법에 기반한 다른 수도 있지 않을까?’

나관중의 생각에 거기에 미침과 동시에 조운의 어깨가 기묘하게 움직였다.

퍽!

조운의 공격거리 밖에 있다고 생각한 마초의 관자놀이에 주먹이 적중했다. 마초가 크게 휘청거렸다.

조운은 내친김에 팔을 크게 휘두르며 마초를 난타하기 시작했다.

낮췄던 몸의 중심을 단숨에 띄우면서 그 탄력으로 팔을 크게 휘두르는 공격이었다. 팔꿈치에 힘을 빼서 마치 채찍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였다. 조운은 마초의 머리를 노리고 계속 주먹을 뻗었다. 중간에 거리가 어긋나도 팔은 계속 크게 회전시키며 어깨의 위치를 조정해서 조준을 맞췄다. 난타는 여덟 번이나 계속되고서야 그쳤다.

“걸려들었구나!”

“자룡 형님의 연환격에 걸려들었으니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의종 단원들 사이에서 의기양양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켜보던 방덕과 서황의 얼굴이 굳어졌다.

“방 교위, 저자의 권법을 어떻게 보셨소?”

“병장기는 얼마나 다루는지 모르겠으나, 권법으로 보자면 절세의 고수가 틀림없소.”

“내 생각도 같소. 하북에 저런 고수가 있을 줄이야…….”

“이번 승부는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소.”

마초는 비틀비틀거리며 신형을 수습했다. 여덟 번이나 되는 연격을 최대한 피하고 막아서 다 맞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서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창술만큼은 아니지만, 권법도 쓸만하군.”

“계속할 텐가?”

조운이 마초에게 물었다. 그는 가능하면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하하,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야? 하북에서는 얼굴을 먼저 때리면 싸움이 끝나나?”

마초는 개의치 않고 웃으면서 받아넘겼다. 그러나 그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권법으로 제압하고 싶었지만, 역시 그건 어렵군. 뭔가 방법이 없을까?’

자신이 가진 힘을 모두 쏟아부으면 조운과는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운과 전력으로 싸운다면 어느 한 쪽이 죽거나 크게 다칠 우려가 있었다.

‘서황과는 회귀 전에 목숨을 걸고 겨뤄 본 경험이 있어서 미리 전술을 짤 수 있었지. 하지만 이 녀석과는 성도에서 병장기를 들고 대련을 몇 번 했을 뿐이다.’

그러니 권법으로 싸우는 지금과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조운은 계속해서 마초를 밀어붙였다. 근거리에서는 강력한 발 구름과 함께 팔꿈치와 장타가 날아오고, 거리가 멀어지면 팔을 채찍처럼 크게 휘두르는 주먹 공격이 마초를 압박해 왔다.

마초도 권각술로 맞섰지만, 조운의 공격이 더 빠르고 강했다.

퍽!

조운의 팔꿈치가 마초의 관자놀이에 걸렸다. 마초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타격전에서는 도저히 이득을 보기 힘들었다.

‘이렇게 선 채로 계속 싸우면 내가 불리하다. 전장을 바꿔야겠다.’

마초는 강족들 틈바구니에서 배운 씨름 기술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흡!”

마초는 조운의 주먹이 나오는 순간에 맞춰서 조운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허리와 다리를 잡아서 중심을 흐트러뜨리고 땅바닥에 누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곧 넘어갈 듯 휘청거리던 조운은 순간적으로 양발을 뒤로 빼면서 마초의 공격을 방어했다.

마초는 허리가 안 되면 다리를 잡아서 조운을 넘어뜨리려 했지만, 상대의 방어가 견고했다. 무엇보다 완력에서 조운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쉽게 넘어뜨리기 어려웠다.

조운은 침착하게 마초의 공격 몇 차례를 막아냈다.

“솔각인가? 어지간히 잘하는군.”

“그냥 강족들 씨름판에서 배운 기술이지. 서량에서도 적수가 없었다고.”

대꾸는 기세 좋게 했지만, 회심의 공격이 막히자 마초의 초조함은 더해 갔다.

“제길, 젊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군. 힘이 부족해.”

마초는 이제 갓 스무 살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까지는 젊은 육체가 가진 놀라운 회복력 때문에 마냥 즐거웠지만 강한 상대와 맨손으로 겨루다 보니 힘과 체중이 부족한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상대의 몸 중심을 제대로 틀어쥐었는데 완력의 열세 때문에 눕히지 못한 것이다.

힘과 체중은 앞으로 이삼 년이면 크게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마초에게는 지금 당장 승리가 필요했다. 상대인 조운은 20대 초반에 불과하지만, 몸이 빨리 완성되었는지 벌써부터 고강한 완력을 갖추고 있었다.

‘주먹도 통하지 않는다. 씨름도 통하지 않는다. 답은 도박수를 쓰는 것뿐이군.’

마초는 결국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조운과 병장기로 겨룬다면 호각일 것이다. 말 위에서라면 이길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맨손으로 겨룰 때는 힘과 체격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자신보다 힘이 센 조운을 당해내기 어려우니, 결국 모르면 당하는 기습적인 수에 의지하는 것밖에 없었다.

‘완력 차이가 있으니 기습적인 수를 쓰더라도 먹힐 확률보다는 먹히지 않을 확률이 더 높겠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마초는 빠르게 보법을 밟으며 발로 조운의 다리를 차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한껏 체중을 실어서 차려다가는 빈틈을 줘서 상대의 강력한 팔꿈치나 장타 공격에 당할 수 있다. 큰 타격을 주지 못하더라도 빠르게 차서 견제를 통해 조운을 귀찮게 하면 족하다.

몇 번 공격을 가하자 조운은 마초의 공격 방향을 읽었다. 앞차기가 올라오는 순간에 맞춰 몸을 옆으로 틀자 마초의 발이 허공을 가르게 되었다.

‘걸렸구나.’

그것이 바로 마초의 노림수였다.

마초는 들었던 왼발을 바깥쪽으로 휘두르며 조운의 허리춤을 밀었다. 동시에 몸을 공중에 띄워서 오른발로 조운의 무릎 뒤쪽을 밀었다. 손은 어느새 바닥을 짚고 있었다.

“핫!”

마초는 기합을 넣으며 있는 힘껏 몸을 비틀었다. 두 다리가 조운의 하체를 감싸고 가위질을 하듯이 움직였다.

만약 상대가 이 기술을 버티면 다리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상대를 위해서라도 제대로 넣어야 한다. 마초는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었다. 조운은 마초의 몸이 비틀리는 속도 그대로 가위질을 당하듯이 바닥에 등부터 메쳐졌다.

퍽!

“큭!”

등짝과 마룻바닥이 부딪히면서 내는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조운의 몸이 바닥에 누웠다. 마초는 이 틈을 타서 조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조운의 대처는 생각보다 더 빨랐다. 충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빠른 동작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일어나는 조운을 마초가 덮쳤다. 두 사람은 맹수처럼 바닥을 구르며 힘을 썼다. 힘에서 앞서는 조운이 결국 마초를 떨쳐내고 일어났다고 생각한 순간, 바닥에 누운 마초가 오른손으로 조운의 오른 발목을 잡고 끌어당겼다.

조운이 한쪽 무릎을 꿇자 마초는 조운의 오른 다리를 부여잡았다.

끼이익.

마초는 마룻바닥에 댄 머리를 중심으로 몸을 회전시켰다. 머리가 마룻바닥에 쓸리며 상처가 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두 사람은 마치 서로 마주 보고 누운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마초가 양다리로 조운의 오른 다리를 틀어쥐고 양손으로 오른 다리를 감싸고 있는 것이었다.

마초가 전장에서 난전 중에 개발한 절기 슬쇄(膝鎖)였다.

“저… 저게 뭐지?”

“싸움이란 한쪽이 쓰러지면 끝나는 건데… 저자는 땅바닥을 구르면서 계속 싸우고 있지 않나?”

의종의 단원들은 난생처음 보는 기술에 어안이 벙벙했다.

마초에게 무릎을 잡힌 조운의 얼굴이 굳어졌다.

‘낭패로군. 당장 무릎에 통증은 없지만… 이대로 이 자가 내 무릎을 돌리면 힘줄이 끊어진다.’

마초 또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설마 거기서 다시 일어날 줄은 몰랐군. 슬쇄를 걸어서 간신히 승기는 잡았지만, 이기려면 자룡의 다리에 큰손상을 입혀야만 한다. 어쩐다?’

잠시 고민하던 마초는 이내 손을 놓았다.

동시에 뒤로 한 바퀴 구르면서 조운에게서 멀어진 후 일어났다.

“아깝지만 할 수 없지. 계속하자, 상산의 조자룡.”

이기려면 조운의 무릎을 비틀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조운의 다리 힘줄이 끊어진다. 어쩌면 상처가 낫더라도 다시는 예전의 무공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 슬쇄 말고 다른 기술을 걸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마초가 가진 권법과 씨름 기술은 대부분 조운에게 통하지 않았다. 슬쇄처럼 익숙하지 않아서 대처가 어려운 도박적인 수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한번 보여 준 도박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도박수 없이 맨몸으로 계속 싸우면 아마도 패할 것이다. 권법이라면 지금의 조운은 마초보다 강하다.

최선을 다해 싸워서 지더라도 조운의 체력을 빼놓고 나머지는 방덕과 서황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다.

마초는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조운은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 마초를 응시하던 그는 마초로부터 등을 돌렸다.

“뭐 하는 거냐? 갑자기 싸울 생각이 없어졌나?”

“이 싸움은 내가 졌다.”

“응?”

조운이 너무나도 쉽게 패배 선언을 하자 마초는 당황했다. 마초뿐만 아니라 의종의 단원들과 마가군의 병사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룡 형님, 그게 무슨 소립니까?”

여기저기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굳은 표정으로 승부를 지켜보던 하후란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

“자룡, 아까 저자에게 이길 기회가 있었나?”

“그래. 저자가 내 무릎을 비틀었으면 나는 지금쯤 걷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손속을 두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권법 승부는 내가 졌다.”

“그런가. 알았다.”

하후란은 더 이상 길게 묻지 않았다. 웅성거리는 의종의 단원들을 조용히 시킨 후 마초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로써 세 번의 승부가 모두 끝났군. 우리가 졌소, 마 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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