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은 만능 빌런 104화 - 리디북스
<크으윽!! 네놈!!!>
처음으로 고통 어린 신음을 토해낸 로어스가 마력 동결 같은 ‘기술’이 아닌 그저 마력의 덩어리 자체를 발사했다.
“컥!”
콰아앙!
그에 미처 대비하지 못했던 진우가 휩쓸리며 뒤로 날아가 벽에 충돌하고.
“쿨럭!”
마력에 의한 충격과 충돌에 의한 충격으로 기침을 토해낸 진우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옆으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앙-!!!
“젠장, 마력 동결만 쓰던 건 페이크였나.”
방금보다 더욱 압축되고 강렬한 마력에 심처의 벽이 움푹 짓눌리는 것을 보고는 다시 다리를 움직였다.
<크아아아악!!!>
콰앙!! 콰아아앙!!!
수십 분 전부터 계속해서 6개의 신체 강화계 능력을 유지하고 움직이는 진우도 솔직히 한계에 가까웠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콰지직!!
무슨 스티로폼처럼 부서지는 심처의 바닥과 벽을 보면 마력 덩어리의 위력이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초가속]”
그리고 마력의 덩어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빨라지고 강해지고 있었기에 진우는 한 번 더 [초가속]을 중첩해 사용했고.
찌릿!
“크윽!”
로어스의 마력 동결에 스쳐 안 그래도 이곳저곳이 막혀 있는 마력 회로가 과부화되기 시작하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오래 끌면 위험하겠어.’
문제는 고통스러워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공격은 먹히지 않는 로어스의 그림지 육신이었다.
‘유효한 공격은 내 마력을 흡수시키는 것. 하지만...’
마력 동결을 사용할 때와는 달리 로어스의 마력은 거의 소모되고 있지 않았다.
‘착탄과 동시에 흩어지는 마력을 거의 실시간으로 흡수하고 있어. 끼어들 틈이 없다.’
콰과과과광!!!
심처의 벽을 부수며 흩어지는 마력이 실시간으로 로어스의 그림자 육신으로 흡수되는 것을 보며 진우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상한 점은...’
콰가각-!!
자신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마력의 덩어리를 피해내며 진우가 [해석안]으로 로어스를 바라봤다.
‘마력이 거의 가득 차 있음에도 [해석안]이 먹히고 있는 것. 그리고.’
쿠구구구궁-!!!
“하아압!!!”
콰과과광!!!
양쪽에서 짓쳐들어와 피할 공간이 없자 진우는 대지계 능력을 사용해 바닥을 끌어올려 한쪽을 막고, 덕분에 생겨난 틈으로 몸을 날렸다.
<쥐새끼 같은 놈!! 크으윽!! 죽어!! 세상을 위해 죽어버려라!!!>
‘저렇게 마력을 남발하면서도 흡수된 내 마력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마치 로어스의 마력 사이에 굳건히 자리 잡은 고작 한 줌의 마력은 요동치는 마력 속에서도 꿈쩍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흡수되었다고는 하나 결국의 내 마력. 가능하면 좋겠는데...!’
푸화아아악!
진우는 다시 한번 연막을 사용해 순간적으로 몸을 숨겼다.
‘움직여라!’
그리고 로어스의 몸속에 자리 잡은 자신의 마력에 정신을 집중했다.
<또!! 또 숨는 것이냐!!!>
콰과과과광!!!
사방으로 마력 덩어리를 날려 연막을 지우는 로어스의 모습에도 초조해하지 않고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했다.
‘움직여!! 움직여라...!!!’
그리고.
덜컥!
<......>
로어스가 움직임을 멈추고.
“날뛰어라!!!”
<크아아아아악-!!!>
이내 듣는 이가 괴로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 *
덜컥!
붉은색의 강화제를 먹고 미친 듯이 날뛰며 홀로 천무진과 템페스트 전원을 밀어붙이던 이렐라인이 갑작스레 움직임을 멈췄다.
“헉! 헉! 헉! 저 미친년 드디어 지쳤나?”
“그래서, 헥, 신중하게 가려고, 헥, 했는데!”
“이렇게, 헉, 될 줄 알았나.”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움직임을 멈춘 이렐라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도석환이 말했다.
“민준이 저 녀석 살아는 있는지 모르겠네.”
“도민준 저놈 몸 하나는 겁나 튼튼하니까 괜찮을 거예요.”
구석에 처박혀 눈을 뒤집고 기절한 도민준을 보며 말한 도민경이 가장 앞에 있는 천무진을 향해 말했다.
“무진 님은 괜찮으세요?”
“후우우... 괜찮네. 아직 움직일 만해.”
전신의 찢어진 상처에서 알 수 있듯이 템페스트를 향한 공격을 대부분 홀로 막아낸 천무진이었기에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저자가 왜 움직임을 멈췄...”
그때, 뚝 하고 정지했던 이렐라인이 갑자기 고개를 휙 하고 돌려 심처의 방향을 바라봤다.
“안 돼... 안 돼...!”
“갑자기 무슨?”
그리고 “안 돼.”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천천히 심처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런! 보스에게 가려는 건가!?”
그에 천무진이 거의 비어버린 마력을 억지로 움직여 이렐라인의 앞을 막아섰다.
“이거 역할이 반대가 되어 버렸군!”
“비켜어어!!!”
길을 막는 천무진을 향해 주먹만 하게 압축된 폭풍을 던지는 이렐라인의 모습에 도석환과 도민경 또한 삐걱거리는 몸을 움직여 그녀의 뒤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콰과과광-!!!
“못 간다 이년아!!!”
“막을 때는 좋았지!? 못 가!!”
천무진이 폭풍의 구슬을 막을 것을 믿고 달려든 도석환과 도민경이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고.
“꺼져어어어-!!!”
푸화아아아악-!!!
동시에 이렐라인의 전신에서 터져나오는 거센 바람에 튕겨 도석환은 천장에, 도민경은 바닥에 충돌하며 나뒹굴었다.
“아, 아아아아!!!”
그리고 그 직후, 이렐라인이 다시 심처의 방향을 바라보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구원자!! 구원자이시여!!!”
“그 반응을 보니 보스가 이기고 있는 모양이군!!!”
그리고 폭풍의 구슬이 터져나가 먼지 구덩이가 되었던 장소에서 천무진이 튀어나오며 이렐라인을 향해 빛이 서린 손날을 휘둘렀고.
서걱! 하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이렐라인의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가야 해...! 구원자이시여!! 제발...제발...!!!”
“허...”
하지만, 이렐라인은 잘려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오른팔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군.”
천무진은 이번에는 확실하게 목을 자르기 위해 다시 손날에 빛을 두르고 달려들었지만.
콰가가각-!!!
“무슨!?”
자신의 복부를 노리고 생겨난 강철의 가시들에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비틀어야만 했다.
“크으윽!!”
그럼에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 옆구리가 깊게 찢겨나가며 천무진이 바닥을 뒹굴었다.
“크흐흐흐...”
“아메 유이치!!!”
천무진의 눈에 이렐라인의 공격에 휘말려 다 죽어가고 있었기에 신경을 끄고 있었던 아메 유이치가 보였다.
그가 주변을 뒹굴고 있는 템페스트의 무기들을 변형시켜 천무진을 막은 것이었다.
“네... 마음... 대로... 는... 안 되... 지...”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풀썩 고개를 바닥에 처박은 아메 유이치가 숨을 거두고.
파아아앙-!!!
“이런!”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에 급히 고개를 돌린 천무진의 눈에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멀어지고 있는 이렐라인이 보였다.
“따라가야!”
그에 그녀를 막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천무진이었지만.
“크윽!!”
털썩.
이렐라인을 상대하며 전신에 누적된 상처에, 옆구리가 찢겨나간 것이 결정타가 되었는지 다시 무릎을 꿇은 천무진이었다.
“젠장...”
마력도, 육체도 명령을 무시하고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 작게 욕설을 토해낸 천무진이 결국 바닥에 몸을 뉘였다.
* * *
<크아아아악-!!!>
푸화아악!!
비명과 함께 그림자 육신이 그나마 사람 같았던 형태를 버리고 이리저리 기괴한 움직임을 보였다.
콰과과광!!!
그리고 사방으로 퍼져 닿는 모든 것을 분쇄하는 그림자 육신에 진우가 진땀을 흘리며 그것을 피해 몸을 움직였다.
‘방어고 뭐고 통하지 않는다. 그냥 전부 피해야...’
그리고 그때, 한 줄기 바람이 느껴졌다.
“아아아...!! 구원자이시여!!!”
“이렐라인!?”
천무진이 상대하고 있을 이렐라인이 심처에 모습을 드러내자 진우는 반사적으로 이렐라인을 향해 번개의 창을 만들어 쏘아냈지만.
콰지직...
불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그림자 육신에 막혀 버렸다.
“어찌 이리 고통스러워하신단 말입니까...”
<크아아아아아-!!!>
후웅! 콰직!! 콰가가각! 콰직!!
그리고 이렐라인이 날뛰는 그림자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내며 구원자, 로어스 라일리를 향해 다가갔다.
그 과정에서 이렐라인의 머리카락이 지우개로 지우듯이 소멸해 단발이 되고, 왼쪽 어깨가 그림자에 닿아 소멸해 왼팔이 통째로 땅에 떨어져 피가 뿜어지고, 난리가 났지만.
“구원자이시여...”
이렐라인은 고통 따위는 잊었다는 듯이 그저 로어스를 향해 걸을 뿐이었다.
‘뭔가 감이 안 좋은데...’
그것을 본 진우가 이렐라인을 막아보려 했으나, 공격은 그림자에 막히고, 다가가자니 멀쩡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했고.
“부디... 부디 이 비틀린 세상을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로어스의 앞. 사방에서 날뛰는 그림자의 중심까지 걸어 들어간 이렐라인이 그렇게 외치며 스스로 그림자의 중심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리고 그 직후.
<......>
로어스의 비명이 멈추고.
스스스스...
주변 모든 것을 소멸시킬 듯 날뛰던 그림자가 움직임을 멈췄다.
* * *
“...알 만하군. 저 여자가 또 하나의 그릇이었나?”
그림자의 형태를 고집하고 있었던 로어스 라일리였기에 또 다른 그릇은 자신처럼 당장 손에 넣을 수 없는 인물이거나, 최소한 이곳에는 없을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인형이라 불렀을 때부터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설마 자신의 그릇이 될 사람을 전투에 내보내거나 위험에 처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후우우...”
일단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기에 진우는 바닥을 보이고 있는 마력을 박박 긁어모아 지금의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공격을 감행했다.
“[대광(大光) 승천(昇天)]!!”
화아아악-!!!
진우의 양손에서 나타난 찬란한 불빛이 어둑어둑하던 심처를 밝히며 움직임을 멈춘 그림자를 비추고.
“하아아압-!!!”
그림자를 지워가며 나아갔다.
‘통한다!!’
이대로 하면 중심까지 한 번에 지워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진우는 빛에 더욱 마력을 공급했고.
번쩍-!!! 콰아아아앙-!!!
이내 그림자의 중심과 맞닿은 빛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크으윽!”
진우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방어계 능력을 사용해 버텼고.
“...젠장.”
이내 멀쩡하게 남아 있는 그림자의 중심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우우... 이제는 마력도 없는데.”
방어계 능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마지막 남은 마력을 모조리 사용한 진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토해냈다.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진우가 아공간을 열어 강화제, 예의 보라색 알약을 꺼내고, 고민 없이 입에 넣고 삼켰다.
“후우우우...”
그리고, 천천히 결합하는 [만능] 속의 초능력 인자들이, 스스로 공기 중의 마력을 끌어 흡수하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림자가 멈춘 건 그릇이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겠지. 그릇에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미지수지만... 더 강해져서 나올 게 분명하다.’
그때까지 확실하게 저 그림자의 중심부를 없애지 않으면 곤란했다.
‘[대광 승천]은 천무진의 기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빛 계열 6중첩 기술. 그걸 아무런 상처 없이 버텼으니 저걸 완전히 없애기에는 강화제만으로는 부족할 거라는 기분이 든다.’
진우는 전신 곳곳에 마력을 돌리며 의식을 자신의 머리에 자리 잡은 ‘코어’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