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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92화 (92/109)

가장은 만능 빌런 92화 - 리디북스

“잘한다~ 잘한다~ 우리 팀~”

유자혁을 상대로 대등, 그 이상의 활약을 보이는 정인태를 보며 이렐라인이 몸을 흔들며 그를 응원했다.

“그래도 조금 더 힘내줬으면 하는데~”

유자혁이 그를 상대하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인지 어느새 모여든 정부의 진압대, 경찰, 등등은 싸움에 끼어들지 않고 일반인의 대피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그것을 보며 이렐라인이 볼을 부풀렸다.

“쳇, 끼어들면 차라리 편했을 텐데.”

정인태의 능력, [염동력]은 강력한 1인을 상대할 때보다 약한 다수를 상대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되기에 아쉬울 따름이었다.

물론 저들도 그걸 알고 있기에 끼어들지 않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응?”

그때, 이렐라인의 눈에 요상한 것이 보였다.

“종이... 인형?”

일반인을 대피시키는 정부의 인원, 그리고 무력대원, 그 사이에 어느새인가 나타나 있는 종이인형 수십 개.

“쟤들은... 아니니까, 정부 쪽... 이려나?”

어떻게 봐도 위험할 것 하나 없는 종이인형들이었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잠시.

“오! 그렇지! 원투! 원투!”

다시 정인태와 유자혁의 전투로 시선을 돌린 이렐라인이.

콰아아-

“응?”

덥썩!

“억?!”

압도적인 속도로 날아온 누군가의 손에 얼굴이 붙잡혔고.

“넌 뭐...”

“흐읍!”

퍼어어엉-!!!

“꺄아아악!!!”

그대로 얼굴이 폭발하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 * *

“잘못 짚지는 않았군.”

입에서 연기를 뿜으며 추락하는 여자, 그리고 자신의 손목에 그어진 작은 자상을 보며 진우가 중얼거렸다.

“설마 그 찰나에 손목을 그으려 하다니.”

공기 마찰을 피하기 위해 둘러놓은 [바람벽]이 아니었다면 확실히 동맥이 베였을 터였다.

“반사적으로 [폭발]을 써버렸지만...”

그 또한 마력의 반발을 느꼈으니 치명상은 되지 않았으리라 판단했다.

“[중압]”

쿠궁!

혹시나 다시 떠올라 도주할 수도 있었기에 진우는 추락하는 여자에게 능력을 사용하고 추락하는 그녀를 따라 하강했다.

후우웅! 콰아앙!!!

그리고, 이내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없이 완전히 추락하여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낙하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천무진이 추락한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생각보다는 쉬웠...”

파아아아앙!!!

천무진이 양팔을 교차하여 얼굴을 막고 뒤로 밀려났다.

“크윽!”

[광휘]를 두른 천무진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위력에 역시 단순한 감시 역은 아니라서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진우였다.

“내! 내 얼굴!!”

콰아아앙!!!

여자가 처박혔던 땅이 터져나가며 비명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아아아!!!”

콰과과과과-!!!

그리고 그런 그녀를 중심으로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휘몰아치며 땅이 갈라지고 공기가 찢겨나갔다.

“바람계 능력인가.”

점차 칼날처럼 변해가는 폭풍을 지켜보던 진우가 천무진의 옆에 착지했다.

“보스. 대체 뭘 떨군 건가.”

“아마 SOE의 간부 정도?”

“이게 그냥 간부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인가...?”

바람 칼날의 폭풍. 그 안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마력.

못해도 가디언 지부의 지사장급. 까딱하면 대륙 지부의 총대장급, 즉, 유자혁과 조금 부족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마력에 천무진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뭐, 그래 봤자,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뒤져어어어-!!!”

투콰아아아앙-!!!

진우와 천무진의 사이를 스쳐 지나간 거대한 바람의 탄환이 도로의 오르막길을 통째로 터뜨려 지워버렸다.

“...”

“...”

빠르고 절단력은 좋지만 타격력은 약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바람계 능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위력.

“폭풍은 가까이 못 오게 하는 것뿐이고 저게 진짜 공격인 것 같은데...”

바람이 뭉쳐져 눈에 보일 정도의 밀도를 유지하는 수십 개의 탄환이 대기하는 모습에 천무진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감히. 감히. 감히.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

“으억!?”

“윽!”

콰과과광! 콰아앙! 퍼어어엉!!

진우와 천무진에게 쏟아지는 수십 개의 바람의 탄환, 하나하나에 이상할 정도의 마력이 담겨있는 필살의 공격에 두 사람은 막기보다는 회피를 선택했다.

“으억! 이거! 한 방이라도 맞으면! 중상! 보스 위험하네!”

퍼어어엉!!

어찌어찌 같은 바람계 능력으로 바람의 탄환을 흘려낸 진우가 천무진에게 소리쳤다.

“큭! 예상보다 너무 강해! 제압은 포기한다!”

“그거 반가운 소리군!”

생각보다 너무 강한 여자의 무력에 진우는 제압하여 정보를 빼내는 것을 포기했다.

“[광휘신공(光輝身功)]!”

그리고 그런 진우의 말에 천무진이 회피를 멈추고 여자를 향해 빛이 가득 담긴 주먹을 내질렀다.

“[폭광류(暴光流)]!!”

콰아아아아-!!!

압도적인 열기를 동반한 빛의 향연이 바람의 탄환을 증발시키며 나아갔다.

“[광휘]?! 그렇구나!! 네놈들이 이클립스!!”

콰아아아앙-!!!

그리고 여자, 이렐라인의 폭풍의 벽과 충돌하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통했나?”

전신에 [광휘]를 끌어올린 천무진이 폭발에 삼켜진 이렐라인 쪽을 바라봤다.

“네놈이 성기사, 천무진이면...”

“역시 쉽게 갈 리가 없나!”

“네놈이 데빌이구나!!”

푸확!

폭발의 연기를 뚫고 튀어나온 이렐라인이 진우를 향해 달려들며 손을 뻗었다.

“크윽!”

“데비이일!! 감히 네놈이 내 얼굴을!!!”

이렐라인의 얼굴은 살짝 검게 그을렸을 뿐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렐라인은 마치 자신의 얼굴에 심각한 상처가 생긴 것처럼 분노하고 있었다.

“그분을 위한 내 얼굴을!!!”

“그분?”

퍼버버벙!!

이렐라인과 진우의 손이 교차할 때마다 작은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보스! 숙이게!!”

후우우웅-!!!

진우가 약간씩 밀리는 듯한 모습에 천무진이 달려들어 [광휘]를 두른 다리를 크게 휘둘렀다.

“이익!!”

그냥 보기에도 무식할 정도의 위력이 담긴 발차기에 이렐라인이 진우를 공격하던 것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그분이라...”

진우는 물러난 이렐라인을 해석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 SOE는 다국적 동맹 같은 느낌이라 보스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너, SOE의 잔당이 아닌 건가?”

“하. 알려달라고 무릎 꿇고 빌어도 알려줄까 말까인 판에 다짜고짜 공격해 놓고 그걸 알려 달라는 건 너무 양심 없는 거 아니야?”

“뭐, 그도 그렇군.”

물러나서 자신의 얼굴을 박박 비벼 그을림을 닦아낸 이렐라인이 침착함을 되찾고 천무진과 그 뒤의 진우를 노려봤다.

“하지만... 실패한 SOE와 우리를 비교하는 것은 짜증 나니 일단 이름 정도는 알려주지.”

커흠. 하며 헛기침을 한 이렐라인이 마치 신실한 신도처럼 손을 모으며 말했다.

“우리는 초능력자를, 일반인을, 이 끔찍한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구원하기 위한 교단.”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진우의 해석안은 이렐라인은 진실만을 얘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뭔가 이질적인 느낌에 진우는 뭐라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는 세상에 내려오신 구원자를 모시는 자들. 우리는 ‘구원교’입니다. 어린 양이시여. 저는 구원교, 제1 주교. 이렐라인.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진우가 아무런 말이 없어도 천무진은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개소리도 그 정도면 예술이군. 아주 예술적인 개소리야.”

천무진이 표정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

“구원이고 나발이고 네놈들이 하는 짓은 테러, 살인, 비도덕적인 실험을 포함한 악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흐음~.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 구원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으니. 구원을 받으신다면 전부 이해할 수...”

“네놈들이 내 아내와 아들을 중독시킨 악행에 무슨 구원이 있다는 것이냐!!!”

콰아아아-!!!

더 이상은 참을 수 없었는지 천무진이 주먹을 내질러 광선을 발사했다.

“엇차.”

콰아아앙-!!!

그것을 가볍게 상체를 비틀어 피해낸 이렐라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내? 아들? 아아~! 밑에 놈들이 마음대로 가져온 실험 보고서가 그거였나?”

“밑에... 놈들?”

“히히, 너희가 말하는 SOE의 잔당이지. 실패자들.”

얼굴에 그을림을 지우면서 딱히 상처가 없다는 것을 안 이렐라인이 다시 평소의 텐션으로 돌아왔다.

“실패자...”

“구원을 위해 일했다는 것은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들은 오로지 초능력자를 위한 구원밖에 위하지 않았거든. 덕분에 실패했고, 당연히 실패자인 거지.”

방금 전까지 어마어마한 마력과 살기를 뿌려대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명랑한 모습에 천무진은 오히려 긴장했다.

“아무튼 도움이 되기에 남겨두긴 했지만~ 그렇네. 그놈들이 어디서 실험체를 구해서 해방환의 데이터를 가져왔나 했더니, 옛날의 원수의 가족에게 실험한 거였구나.”

“으드득.”

“어머. 그렇게 화내지 마~ 나도 지금 알았단 말이야.”

하지만, 긴장하던 것도 잠시, 뻔뻔하게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듯이 말하는 이렐라인의 말에 천무진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됐든 네년이 SOE와 같은 패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구원교고 뭐고 너희는 그냥 테러리스트일 뿐이야!!”

“라고 빌런이 말합니다~ 천무진 씨~? 나도 빌런이라는 자각은 있거든? 같은 빌런끼리 이러지 말자구~”

“닥쳐라!!!”

“꺄아~ 화났다~”

콰과광!!! 지이이잉-! 퍼어어엉!!!

머리끝까지 분노한 천무진이 [광휘신공]을 극한으로 운용하며 마치 빛의 화신처럼 변해 이렐라인에게 달려들어 공격했다.

“꺄하하하! 빨라!! 아저씨치고는 빠른데~?”

“으아아아-!!!”

“데빌~? 네 부하 아저씨가 날뛰는데 괜찮은 거야~?”

“[광휘신공-열파천광(熱波千光)]!!!”

이미 이 인근은 일반인들이 전부 대피했기에 어느 정도 난동을 부려도 상관없는 곳이기에 천무진이 주변을 조금 부숴도 상관은 없었기에 진우는 천무진을 말리지 않고 있었다.

‘뭐지 이 어색한 느낌은?’

천무진을 따라 이렐라인을 공격해 제압, 혹은 제거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진우는 계속해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해석안에 잡히는 건 딱히 없다. 뭐지? 뭐가 이상한 거지?’

그냥 무시해도 될 법한 미약한 느낌이지만, 진우는 본능이라 해야 할지, 육감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 보내오는 경고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구원교, SOE, 그분, 마력, 초능력, ...초능력? 해석안에 잡히는 게 없어?’

그리고 빠르게 생각을 이어가던 진우가 번뜩 고개를 들어 이렐라인을 바라봤다.

‘해석안은 초능력의 본질을 본다. 강화계열이라면 어떤 식의 강화인지, 원소계라면 무슨 원소계인지 어떤 식으로 원소를 움직이는지까지 보여.’

근육 자체를 강화하는 능력과 근력이라는 개념을 강화하는 능력처럼 그냥 봐서는 구분할 수 없는 초능력을 해석안은 보는 순간 그 본질을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저 이렐라인이라는 여자의 능력은 보이지 않아, 오히려...’

그냥 바람을 사용하기에 바람계열 초능력으로 생각한 것이지 해석안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일반인...?”

푸화아아아악!!!

“꺄하하하!! 조금 더 재밌게 해줘!”

“으아아아!!! 진지하게 싸워라 제발!!!”

“그럼 지금 저 여자가 쓰는 능력은...?”

확실하게, 그것도 강대한 초능력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해석안은 이렐라인을 일반인이라고 알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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