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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85화 (85/109)

가장은 만능 빌런 85화 - 리디북스

마력의 계통은 생각보다 많다.

다만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을 말하라 한다면 누구나 4대 마탑이 사용하는 네 가지 계통의 마력을 말할 것이다.

적색의 화염계.

청색의 빙결계.

백색의 치유계.

흑색의 제어계.

시간이 지나면 세리나 블로섬, 즉 회색의 공간계 마력 또한 대표 계통으로 거론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이 네 가지가 마법사를 대표하는 네 가지 계통의 마력이다.

“끄으으윽!”

당연하게도 [화신]을 가진 루비의 마력은 화염계 마력이고, 그것으로 빙결계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꺄아아악!!”

“유나야! 그냥 포기해! 다른 방법을 찾아...”

“시... 간이! 없잖... 아!!”

자신을 걱정하는 사샤노프의 목소리에도 최유나는 계속해서 루비의 마력을 제어하기 위해 노력했다.

“젠... 자아앙!! 화염계 마법도 배워 놓을걸...!”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마력 코어가 부서지는 듯한 고통에 최유나가 욕설을 내뱉었다.

“아!”

그때, 뭔가가 생각난 최유나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사샤노프를 불렀다.

“사샤!! 파이어볼 술식...! 알지!?”

“어? 어어! 알고는 있지!”

“알려줘! 당장!”

콰아앙!!!

사샤노프에게 파이어볼의 술식을 배우는 사이, 보리스에게 엉겨 붙어 있던 윤이진이 발에 차여 피를 토하며 날아가 기절하고.

“크롸아아아아-!!!”

그것을 본 류천혁이 용의 입을 크게 벌리며 보리스의 목을 물어뜯고자 했지만,

카드드득!

방출, 아니 폭주하는 마력에 의해 한계를 아득하게 넘어 강화된 보리스의 육체를 뚫지 못하고 철을 긁는 듯한 소리만 났다.

“흐아압!!”

카가가각!

강대호, 맹금류의 날카로운 발톱도, 사자의 발톱도, 보리스의 피부조차 찢지 못했다.

콰직!

“악!!”

“크륵!!”

오히려 공격을 시도해 손에 힘이 빠져버려 보리스의 어마어마한 악력에 류천혁과 강대호의 손이 부러졌다.

“이딴 고통으로 우리를 넘어설 수 있겠냐!!”

하지만, 강대호와 류천혁은 오히려 투지를 더욱 불태우며 눈을 빛냈다.

“씨X! 우리는 지옥에서 십 년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크롸아아아!!”

몸속을 갉아먹는 듯한 약물, 뇌를 헤집는 약물, 약물, 약물.

그런 지옥 속에서 느꼈던 고통에 비하면 고작 손이 부러지는 고통은 고통도 아니었다.

“(크아아아!! 죽어어어!!!)”

빠아악!!!

강대호는 이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듯한 보리스의 얼굴을 부러진 손으로 후려쳤다.

“못 알아듣는다고 새끼야!!”

쾅!! 쾅!! 콰아앙!!

류천혁과 함께 어떻게든 보리스를 막아내고 있긴 했지만.

‘씨... 솔직히 이제 좀 빡센데...’

이미 부러진 상태로 움직인 손은 이미 타격을 줄 수 없게 되었고, 충격이 누적된 다리 또한 부러질 것 같았다.

‘유나 님... 제발 부탁합니다...!’

강대호는 아까부터 등 뒤에서 느껴지는 최유나의 마력과 또 다른 마력에 희망을 걸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다들 비켜어어!!!”

다행히 그리 늦지는 않게 찾아왔다.

* * *

불과 얼음.

누가 봐도 서로 반대되는 속성.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아...!’

빙결계 마력을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력 코어가 난생처음으로 화염계 마력을 받아들이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것 같은 기분이다.

‘그냥... 그냥은 못 하겠어...’

때문에 루비의 마력으로 화염계 마법을 사용하고자 한 것은 포기한다.

하급 마법인 파이어볼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신의 마력 코어가, 심장이 먼저 터질 것 같다.

‘어떻게든 중화해야...’

콰앙! 콰앙!!

지금도 최유나의 귓가에는 보리스가 날뛰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코어의 외부를 내 마력으로 코팅하듯이...’

최유나는 진우가 붙여준 아인들의 힘을 믿고 집중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코팅 위로 스며들게...’

루비의 뜨거운 화염계 마력을 살살 달래듯 천천히,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그때.

콰과과과!

‘이건!?’

갑자기 어디선가 막대한 빙결의 마력이 몰려왔다.

‘극빙!?’

마치 자신과 연결된 최유나의 몸 안에 화염의 마력이 들어온 것을 용납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노도처럼 밀려오는 빙결의 마력.

‘안 돼!’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현재 보리스는 빙결의 마력을 무효화하는 혼탁한 마력을 내뿜는 중이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루비의 화염의 마력을 이용해 그를 제압해야 하는데.

콰과과과!

‘크으윽!’

극빙에서 뿜어져 나오는 빙결의 마력이 그런 루비의 마력을 잡아먹고 있는 중이었다.

“냐앙!?”

루비 또한 자신의 마력이 잡아먹히고 있는 것을 느꼈는지 당황 어린 울음소리를 냈다.

‘제어... 제어해야...!’

그리고 그때.

‘아!’

최유나의 머릿속에 러시아로 오기 전, 진우가 넘긴 하나의 알약이 떠올랐다.

(만약,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이걸 먹어라. 아직 미완성이긴 하지만, 일시적으로...)

‘초능력을 부여해 줄 거다!’

초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자는, 마법이나 무공을 배우지 않아도 마력을 제어하고 사용할 수 있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마력 제어능력을 패시브로 가지게 되는 것이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지만.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최유나는 필사적으로 팔찌에 마력을 밀어넣어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의 검은 알약을 꺼내 들었다.

“유나야!?”

정체불명의 알약을 본 사샤노프가 놀라며 반사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냠!”

최유나가 곧장 자신의 입속으로 알약을 털어넣고 삼켜버렸다.

“지, 지금 무슨 약을 먹은...!?”

그리고.

스아아아악!

“어!?”

최유나의 몸에서 압도적인 냉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능력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초능력보다는 마력!’

최유나는 자신의 몸에서 냉기가 흘러나오든 말든 정신을 집중해 다시 극빙의 마력을 제어하고자 했고.

움찔!

초능력으로 더욱 강화된 최유나의 빙결계 마력 제어 능력으로 인해 루비의 마력을 잡아먹는 것을 멈췄다.

‘좋아! 이제 화염의 마력을 통제해서...?’

그리고, 서로 어우러지며 섞이기 시작했다.

“어어어!?”

최유나 자신도 모르게 육성으로 당황한 소리를 내버릴 정도로 이질적인 마력이 최유나의 심장, 마력 코어에 쌓이기 시작하고.

“...에잇! 모르겠다! 왠지 할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잠시 화염의 마력과 빙결의 마력이 혼합된 이상한 마력을 다시 분리하기 위해 노력해보던 최유나가 결국 포기하며 양손을 들어 올렸다.

“파이어볼!”

그리고 왼손에는 파이어볼을.

“아이스볼!”

오른손에는 아이스볼을 만들어냈다.

(오... 오오?)

(저게 가능한 거였나...?)

(그럴 리가 있나!?)

(화염계 마법을 어떻... 아니 그보다 어떻게 동시... 아니! 그냥 다 이해가 안 간다!)

그것을 본 마법사들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경악했다.

그리고.

“어, 어어어!?”

최유나의 양손에 생겨난 파이어볼과 아이스볼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

“이게 뭐...!?”

“뭔데 그건!?”

자신들의 상식 외의 일에 최유나와 사샤가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윤이진이 걷어차여 날아가고, 류천혁과 강대호의 손이 부러지는 것을 본 최유나가 자연스럽게 섞여가는 파이어볼과 아이스볼을 제어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스으으으...

그리고 타오르는 것 같기도. 얼어붙어 있는 것 같기도 한, 오묘한 마법이 완성되었다.

“다들 비켜어어!!”

“유나 님!?”

“크롸아!?”

최유나의 목소리에 강대호와 류천혁이 순식간에 보리스와 멀어졌다.

콰아아앙!!

“(크아아아아!!! 죽어어어어!!!)”

그리고 자신을 막는 자들이 사라졌다는 것에 웃음을 지은 보리스가 땅을 박차며 최유나에게 직선으로 날아왔고.

“너나 죽어!!!”

그 순간.

쩌어어어억-!! 화르르르륵-!!

최유나의 손에서 시작된 어마어마한 질량의 불타오르는 얼음이 대강연실의 절반을 잡아먹고 마탑의 벽까지 부수며 피어올랐다.

((......))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타오르는 얼음에 갇혀버린 보리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청색의 마법사들과 다섯의 원로. 최유나의 일행까지. 그 누구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이게... 뭘까...?”

최유나의 중얼거림에 네가 모르면 누가 아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 *

“스타. 그래 스타. 응. 스타...”

자신의 꿈은 분명 호텔리어. 그랬을 터였다.

“왜... 내가 스타일까...?”

세상에서 반짝이는 스타가 아니라 호텔리어 말이다.

적어도 호텔리어는 이렇게 엄청나게 사진이 찍히며 질문을 받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 신서하가 반쯤 죽은 눈으로 잔뜩 모여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찰칵!

“신서하 씨! 이번 사회 융화 프로젝트를 망치기 위해 빌런들이 움직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빌런인데... 아니, 이었는데요...’

찰칵! 찰칵!!

“우석훈 대통령은 프로젝트에 참여한 100인에 대한 보호 및 몸담고 있는 단체에 대한 보호를 약속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신서하 씨가 퇴치하였습니다! 그건 보호하겠다는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은...!”

‘다른 빌런 조직이 움직인 양동이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애초에 나한테 그런 걸 물어도...’

찰칵! 찰칵! 찰칵!!

“대현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모델에 관심...!”

“고작 대현이 어디서! 저희는 사성입니다!!”

“저희는 지엘입니다!! 광고에 관심 없으십니까아!!”

“화장품 광고는 어떠십니까아아!!”

‘없어!! 없다고!! 화장품은 또 왜!?’

자신에 대한 개인 정보, 특히 연락처, 주소, 인간관계 등등은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세탁되었고, 이후 정부와 템페스트에서 관리한다.

그렇기에 이들이 이렇게 금관 호텔의 앞에 직접 나와 시장통을 만들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처음에는 나름 신기하고 재미...’

그때, 시장통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중년의 남자가 보안요원들과 함께 다가갔다.

“신서하 씨는 출근 시간입니다! 그리고 손님들께 방해되니 제발 물러나 주세요!”

“당신 뭐야!!”

“매니저입니다!”

“매니저가 어딨어!! 연예인도 아니고!!”

“호텔 매니저!!”

“아...”

‘아니 재미있진 않았구나.’

신서하는 자신 때문에 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정리하려 노력하는 호텔 매니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니, 서하 씨가 죄송할 건 없죠. 하아. 그나저나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점점 많아지기만 하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금관 호텔은 대전광역시의 랜드마크.

그런 곳에 취직한 첫 초능력자가 이유야 어찌 됐든 습격해온 빌런, 그것도 1급 빌런을 퇴치했다?

기자들이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사성이랑 대현, 지엘? 거기서는 또 왜...”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마침 미인인 신서하의 외모, 은근히 두려움을 당하는 초능력자임에도 꿈을 가지고 결국은 금관 호텔에 취직했다는 스토리, 그에서 오는 인기.

이걸 기업들이 참을 수 있을 리도 없었다.

“일단 대충 정리는 됐으니까... 아 맞다.”

“네?”

호텔의 보안요원들에 의해 물러나는 기자들과 기업의 사람들을 보며 말하던 호텔 매니저가 신서하를 바라봤다.

“아침에 오너가 찾으시더라고요.”

“...네?”

“네? 아 목소리가 작았나? 오너가...”

“아! 아뇨! 들었습니다!”

“아 그래요? 아무튼 이따 점심시간 정도에 찾아가면 될 거예요.”

신서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혹시 왜 부르시는지...”

“그거야 저도 모르죠.”

“아, 네... 아무튼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미소를 지어주고 호텔로 들어가는 매니저를 보며 자신도 호텔로 돌아가기 위해 걸음을 옮기던 신서하의 귀에 앞서가는 호텔 매니저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 설마 해고...”

“히끅!?”

작게 말한 것이기에 그 이후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식겁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내용에 신서하가 걸음을 멈추고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 * *

“아니, 설마. 고객님들도 엄청 많아졌고, 호텔 이미지도 엄청 좋아졌으니 그냥 힘내라고 부르시는 거겠지.”

놀라 걸음을 멈춘 신서하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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