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장은 만능 빌런-81화 (81/109)

가장은 만능 빌런 81화 - 리디북스

“아니 자리를 비울 거면 말을 해주셔야죠. 그 추운 곳에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사샤노프의 차는 적당한 곳에 보관시켜놓고, 송조운이 끌고온 밴에 모두가 탑승하여 청색 마탑으로 향하는 길.

송조운은 추위에 빨개진 코를 씰룩거리며 투덜거렸다.

“아하하, 미안하다니까요? 아니면 저희 나름의 장례식을 뭐라고 하시는 건가요?”

“아니! 사샤노프 님! 그걸 그렇게 탈룰라를...”

“탈룰라? 뭔가요 그게?”

“아니 그러니까...”

얻은 건 없이 식은땀만 흘리게 됐지만 말이다.

“야옹아...!”

“캬아아아!”

“힝...”

뒷좌석에서 최유나의 무릎에 앉은 루비를 만져보기 위해 윤이진이 손을 내밀다 냥냥펀치에 후려맞았다.

“내가 뱀이라 그런가...?”

“그렇게 치면 나는 용인데?”

“너도 만지지는 못하잖아!”

“적어도 맞지는 않았는데?”

“이익!”

류천혁의 말대로 루비는 유독 윤이진에게만 신경질적으로 굴고 있었다.

“뭘 그런 걸로. 직접 물어보면 되는걸.”

“네?”

“고양이한테 직접 물어보라고요?”

그에 피식 웃은 최유나가 루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루비야 왜 이진이만 때리는 거야?”

“냐냐, 냐냥!”

-비린내 나!

“헉!? 말했다!?”

“비, 비린내!?”

류천혁은 루비가 말을 했다는 것에 놀라고, 윤이진은 비린내라는 말에 경악하며 자신의 손을 코에 가져다 댔다.

“아, 안 나는데!”

진짜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아니라 뱀 특유의 체취가 신경 쓰인다는 말이었으나 루비는 거기까지는 설명해 주지 않고 그냥 고개를 홱 하고 돌려버렸다.

“마, 말도 안 돼... 내가 냄새가 난다고...?”

“푸하하핫!”

“웃지 마 도마뱀 새끼야!”

“도, 도마뱀!? ...뭐 그래 비린내 안 나는 내가 참아줘야지.”

“샤아아악!!”

“흐헥!?!”

눈과 혀, 입을 변형시키며 화를 내는 윤이진의 모습에 류천혁이 식겁하며 고개를 뒤로 빼다 차 창문에 뒤통수를 박았다.

“운전 중입니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송조운은 백미러로 사과하는 류천혁과 윤이진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백미러 끝에 보이는 코까지 골면서 곯아떨어져 있는 강대호를 발견했다.

“그나저나 강대호 저 친구는 참 잘 자네요.”

“아, 대호 형이 원래 잠이 좀 많습니다.”

“오빠의 [그리핀]은 체력을 많이 사용해서 그렇대요.”

윤이진의 부연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송조운이 슬슬 멀찍이 보이는 청색 마탑의 끝자락을 바라봤다.

“그래도 슬슬 깨우세요.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넵!”

류천혁이 몸을 돌려 강대호를 깨울 그때.

“어?”

윤이진이 류천혁 때문에 변화시켰던 뱀의 혀를 날름거리며 창문에 붙어 주변을 살폈다.

“왜 그러시죠?”

“...누군가가 따라와요.”

“...확실합니까?”

“네.”

확신을 가지고 진지하게 말하는 윤이진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송조운이 운전대를 돌렸다.

“계획을 2번으로 변경. 루비랑 세 사람은 근처에 내려서 추적자를 처리해주세요. 저랑 사샤노프 님, 그리고 유나 씨는 이대로 청색으로 향합니다.”

“냐앙.”

““넵!!””

“으엉?”

막 잠에서 깨어 어리둥절하게 있던 강대호의 뒷덜미를 잡은 류천혁이 밴의 문을 옆으로 밀어 열고는 바로 뛰어내렸다.

“으억!? 뭐, 뭔데!?!?”

“설명은 나중이야 대머리 아저씨!”

“드디어 활약하는구나! 얏호!”

뛰어내린 세 사람을 보던 송조운이 뒤따라가려는 루비에게 말했다.

“루비, 세 사람을 잘 부탁한다.”

“냐냥!”

-알았어!

그리고 루비가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고 최유나가 문을 닫았다.

“루비랑 세 사람만으로 괜찮은 걸까?”

“아마 괜찮을 겁니다.”

“응. 조운 씨 말이 맞아 유나야. 보리스 그 자식이 누굴 감시로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환상종의 아인은...”

콰아아아앙!!!

-크롸아아아!!!

“그냥 강하니까.”

* * *

콰아아앙!!

“끄아아악!!!”

“(뭐냐!! 대체 뭐냔 말이다!!)”

아름답게 휘어져 위로 뻗어있는 두 개의 뿔, 파충류 특유의 섬뜩함이 느껴지는 용안(龍眼), 전신이 견고한 용린(龍鱗)으로 뒤덮인 용인(龍人)의 모습에 G.R의 특수 요원 고스트 2호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11호와 24호가 당했습니다.)”

“(젠장...)”

목표인 사샤노프가 탄 차량에서 뛰어내린 세 명.

자신들이 들켰으리라고는 생각지 않고 세 사람을 지나쳐 사샤노프를 계속 추적, 감시할 생각이었지만, 세 사람은 너무나도 쉽게 자신들의 은신을 간파하고 공격해왔다.

덕분에 전투 시작 직후 11호가 당하고, 반사적으로 공격했던 24호의 목이 용인에게 잘려나가며 순식간에 두 명이 당했다.

“(2호, 어쩌실 겁니까?)”

자신들이 맡은 임무는 단순한 감시.

그렇기에 은신에 특화된 고스트 중에서도 특히 더 뛰어난 자들만을 데려왔다.

덕분에 전투력이 부족한 것이 고스트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후퇴...)”

그에 2호가 후퇴를 명하려 했지만.

“어딜!”

“새끼들 눈 돌리는 소리가 여까지 나네.”

어느새 다른 두 명이 퇴로를 막아서고 있었다.

“(한국어... 젠장 함정이었나!?)”

“뭐라는 거야? 오빠는 알아?”

“당연히 나도 모르지! 알면 이상한 거 아냐?”

“아, 근가?”

한 명은 평범한 여성, 한 명도 평범한 대머리 사내.

용인처럼 비늘이 덮인 것도 발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저쪽을 공략한다! 공격!)”

그에 2호는 용인이 움직이기 전에 퇴로를 만들기 위해 윤이진을 향해 달려들었고.

“어머? 나 만만해 보였나?”

후우우웅-!!!

“(무슨!?)”

퍼어억!!!

거대한 꼬리에 맞아 원래 있었던 자리로 튕겨졌다.

“(커억! 비, 빌어먹을...)”

부들거리며 고개를 든 2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샤아아...”

뱀의 혀를 낼름거리며 하반신을 뱀의 그것으로 바꾼 여성의 모습이었다.

“(저년도... 쿨럭! 괴물... 이었나...)”

단 한 방에 갈비뼈가 부러지고 내장까지 상했는지 2호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8호와 21호는...)”

그리고 힘겹게 고개를 돌려 강대호 쪽을 바라본 2호는 맹금류의 발톱에 꿰여 죽은 8호와 그의 손에 목이 잡혀 들려있는 21호를 볼 수 있었다.

“(쿨럭! 쿨럭...!)”

“약하잖아! 이 정도면 활약을 했다고 말할 수도 없어!”

“그러게요. 그분에게 인정받으려면 뭔가 큰 활약이 필요한데...”

“크르르! 크르륵!”

“아니 그 모습으로 말해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만.”

“크륵!? 아아, 아 미안, 완전 용인화는 거의 처음 해봐서.”

G.R의 고스트 3명을 죽이고, 2명을 중태로 만든 자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여유로운 말투. 가벼운 운동조차 되지 않았다는 모습에 2호가 허탈한 한숨을 토해냈다.

“(괴... 물... 놈들...)”

“살려놔도 어차피 말을 모르니까 정보를 빼낼 수도 없겠네.”

“하아, 이거 활약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뭐 청색 마탑? 거기에 가면 뭐라도 할 게 더 있겠지. 일단 다 처리하고 가자.”

“네 아빠~”

“아빠!? 윤이진! 너 나랑 나이 얼마 차이 안 나거든!?”

“겉보기로는 아빠잖아.”

“뭐 인마?”

“대머리고.”

“뭐 인마아아!?”

우드득!

“아, 손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뭐 어때 어차피 죽일 거였고.”

“그런가?”

후우웅!!

가볍게 대화를 나누면서도 처리하는 것은 잊지 않았는지 자신의 머리를 향해 뱀의 꼬리가 휘둘러지는 것을 느낀 2호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냐앙...”

-생각보다 후배가 너무 강하다...

“엥? 루비야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 그것보다 내 머리에서 내려와 주지 않을래?”

-싫어 미끌미끌하고 따끈따끈해서 좋아.

“푸훗!”

“힝...”

“웃지 마! 부러워하지도 마!”

강대호의 머리 위에 늘어진 루비가 슬쩍 고개를 들어 청색 마탑을 바라봤다.

그런 루비의 시선을 따라 청색 마탑을 바라본 류천혁이 입을 열었다.

“어디 보자... 계획 2번이라고 했으니까... 우리는 두 시간 뒤에 쳐들어가면 되는 건가?”

“쳐들어가는 게 아니라 잠입이다 멍청아.”

“네 아빠.”

“아빠라고 하지 말라고!”

고스트 5명을 가볍게 처리한 세 아인과 루비는 지금 어느 건물 옥상에 올라 청색 마탑을 살피고 있었다.

“냐아아앙”

-굳이 한 시간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 연락이 올 거야. 연락이 없으면 두 시간 뒤고.

“아,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말하는 게 [염화]라는 능력 때문이라고 했지?”

“애초에 고양이가 말하는 게 초능력이 아니면 말이 안 되긴 하지.”

“역시 데빌님의 고양이!”

“냐...”

수년 동안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인체 실험을 당한 세 사람이라 그런가 정말 쉬지 않고 입을 놀리는 세 사람에게 질릴 것 같은 루비였다.

“냐아아...”

-빨리 집에 가고 싶다...

그리고 루비와 세 아인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쯤.

뚜벅뚜벅.

빙정을 극빙으로 속여 자신이 정당한 청색의 마탑주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보리스와 사샤노프, 그리고 사샤노프의 보조라는 것으로 되어있는 송조운이 청색의 대강연실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 *

약 10분 전.

스으으으...

“(헤에? 생각보다 완성도가 높네요?)”

탁한 푸른색이 감돌던 빙정이 탁한 색은 거의 사라지고 찬란한 푸른색을 띠는 것을 보며 사샤노프가 감탄했다.

“(흥. 당연한 얘기를.)”

사샤노프가 알려준 빙정의 술식을 사용해 자신의 마력으로 완성에 가깝게 만든 보리스가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술식이...)”

“(미안하지만 술식이 잘못됐을 리는 없어요. 그건 당신이 더 잘 알 텐데요?)”

보리스 정도 되는 고위 마법사라면 마법 술식의 해석에도 꽤나 뛰어난 능력을 가지게 된다.

때문에 사샤노프는 자신이 알려준 술식을 믿지 않고 이미 이리저리 살펴봤을 보리스에게 술식이 완벽한 건 이미 살펴봤을 네가 더 잘 알지 않느냐, 라고 말한 것이었다.

“(...쯧.)”

그리고 그건 사샤노프의 말대로였기에 보리스는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빅토르, 강연실의 준비는요?)”

“(이미 준비는 끝났고, 지금은 마법사분들께서 하나둘씩 입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거 다행이네요.)”

사샤노프는 빅토르(송조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보리스를 바라봤다.

“(그럼 이제 증명의 때가 왔어요.)”

“(...)”

“(부디 이바노프 님의 청색 마탑을 분열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사샤노프의 말에 크게 표정을 일그러뜨린 보리스가 사샤노프의 손에 들린 빙정을 빼앗아 들며 말했다.

“(이제는 ‘내’ 청색 마탑이다.)”

그리고 보리스는 걸음을 옮겨 대강연실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한국어로 중얼거린 사샤노프 또한 그런 보리스의 뒤를 따라 대강연실로 향했다.

그리고 대기실에 홀로 남은 빅토로, 송조운이 머리를 긁적이며 루비가 연결해 놓은 [염화]를 통해 루비에게 말을 걸었다.

-루비, 그쪽은 끝났어?

-냥? 아 그러고 보니까 이미 끝났다고 말을 안 했네? 기다리다가 목 빠지겠어.

-그래? 상대가 약했나?

-뭐... 그것도 있는데 후배 후보들이 너무 강했어.

-역시 환상종... 뭐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지. 일단 대기하고 있어. 증명이 시작되면 잠입하기도 쉬울 거야.

-알았어. 시작하면 다시 연락해.

-오케이.

송조운이 [염화]를 끊고 먼저 간 두 사람을 따라 걸음을 옮겨 대기실을 나섰다.

웅성웅성.

그리고, 대강연실에 도착해 이미 강단에 서서 당당하게 빙정을 들고 있는 보리스를 바라봤다.

“(모두 보아라! 나는 드디어 극빙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다!)”

“하, 거짓말도 저 정도로 당당하게 할 수 있으면 창피하지도 않겠네.”

보리스의 말에 중얼거린 송조운이 슬쩍 시선을 돌려 대강연실 한쪽 구석에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진짜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