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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79화 (79/109)

가장은 만능 빌런 79화 - 리디북스

“금관 호텔에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빌런이 한 여성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기자 경력 2년, 아니 이제 3년 차의 은가람.

‘내가 왜 대전으로 온다고 했을까...?’

서울에서의 난장판이 약간의 트라우마가 되어 비교적 평화로운 대전 지방 방송국에 스스로 자원하여 내려왔다.

‘아... 울고 싶다.’

덕분에 평화로웠던 일상도 잠시, 고작 몇 주 만에 또 사건이 터져 은가람은 또 헬기를 타고 난장판이 된 금관 호텔의 상황을 중계 중이었다.

“아! 지금 빌런을 막고 있는 여성분의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은가람은 자신의 폰에 온 문자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 여성분은 이번 초능력자 사회 융화 프로젝트의 대상자로 금관 호텔에 입사한 신서하 씨입니다.”

문자에는 나이와 초능력을 비롯한 몇 가지 개인 정보가 담겨있었지만, 은가람은 굳이 거기까지는 필요 없을 거라 판단했다.

“어... 그리고 빌런의 정보 또한...”

그리고 문자를 내리니 정체불명의 빌런에 관한 정보 또한 적혀있었다.

“이름 불명, 코드네임 요한, 얼마 전 사건이 일어난 감옥섬에 투옥되어 있던... 1급 빌런!?”

은가람은 잠시 생방송 중이라는 것을 잊고 놀라 경악했다.

‘아니 감옥섬에서 탈옥한 죄수들은 이클립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제압했다고 하지 않았나?! 1급 빌런들은 전부 사살했다면서!?’

그도 그럴 것이 요한이라는 빌런은 G.K가 감옥섬 사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살했다 알려진 빌런이었기 때문이다.

“아! 죄, 죄송합니다. 흠흠.”

일단 놀라는 것도 잠시, 방송은 계속 이어져야 했기에 은가람은 스스로를 가라앉히며 다시 헬기의 아래, 금관 호텔 앞 신서하와 요한을 바라봤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로는 빌런이 왜 금관 호텔에 테러를 저지른 것인지는 알 수 없습... 아!”

그때, 요한이 허공에 내지른 주먹에 신서하가 뭔가에 맞아 빠르게 뒤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시, 신서하 씨가 빌런 요한의 공격에...”

굉음을 내며 금관 호텔 벽에 처박힌 신서하를 보며 은가람이 말끝을 흐렸다.

“...지금으로서는 제압대의 투입이 시급해 보입니다. 부디 신서하 씨가 무사하기를...”

그리고 그때.

“엑?”

헬기를 바라보며 손을 내민 요한을 발견하고 강렬한 데자뷔가 느껴져 은가람이 멍청한 소리를 내버렸다.

“지, 지금 빌런이 이쪽을 향해 손을... 으엑?!”

그리고 역시나 뭔가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느낌에 은가람이 마이크를 기도하듯 양손으로 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나아아!?’

후우우웅!!

“으어어어억!?!?”

카메라맨은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라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은가람은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 비명은 지르지 않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상한 깨달음을 얻은 은가람이었다.

* * *

‘어디서 본 사람인 것 같은데...?’

요한, 아니. 요한으로 외형을 바꾼 진우가 헬기에서 끌어온 기자를 보며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하실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

묘하게 침착한 은가람의 말에 진우와 카메라맨이 순간 당황할 정도였다.

콰아앙!

그리고 진우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금관 호텔 벽에 처박혔던 신서하가 온몸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다시 걸어나왔다.

“...”

그에 진우는 은가람과 카메라맨을 조금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며 다시 전투를 준비했다.

‘어차피 음성이 들릴 정도의 거리만 유지하면 되는 거니...’

딱히 할 말이 있어서 끌고 온 것은 아니었다. 카메라를 통해 들려줘야 하는 대화가 있었기에 끌고 온 것이지.

“지금 뭐 하는 거죠? 저를 무시하는 것도...”

“신서하. 너는 왜 무능력자와 섞여 살고자 하지?”

“뭐라고요?”

신서하가 쓸데없는 말을 하기 전에 진우가 먼저 화제를 바꿨다.

“우리는 힘을 가진 선택받은 자들이다!”

“지금 무슨...”

“일반인과의 공존!? 하! 웃기지도 않는군! 우리는 싸우고! 싸우고! 싸워 쟁취해야 하는 종족이다! 힘을 가지고 있는 지배 계층이란 말이다!”

“...”

차별 주의자들이나 할 법한 역겨운 말에 신서하가 표정을 구겼다.

“그딴 쓸데없는 이유로 저를...?”

“쓸데없는...? 하! 쓸데없는 짓은 정부가 하는 이 촌극이다! 사회 융화? 웃기지도 않는 짓! 봐라! 온몸에서 불을 뿜어대는 네가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나!?”

“...”

진우의 외침에 신서하가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그에 진우가 아무 말 없이 초조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초능력자 사화 융화 프로젝트에 선정된 100인의 초능력자들은 모두 일반적인 사회에 녹아들어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자들.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평범한 일상으로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자들.

그중에서도 신서하는 거친 빌런의 사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가장 강하고 적당히 강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도석환이 준 정보로는 나름대로 생각도 깊고 적당한 욕심도 있기에 이번 일에 가장 적합한 인재였다.

그렇기에 진우는 그녀가 자신의 말에 반박하며 의지를 보여주기를 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슬슬 가만히 있기도 뭐할 때쯤 신서하가 눈을 떴다.

“틀린 말은 아니에요.”

“...그럼...!”

“하지만, 맞는 말도 아니죠.”

화르르륵!

신서하의 양손에서 더욱 강한 불꽃이 타올랐다.

“적어도 당신이 이 난리를 치기 전에 저는 말 그대로 꿈과 같은 나날이었어요. 언제 습격이 일어나 싸우러 가야 하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꿈 같은 평범한 나날이었죠.”

신서하는 자신의 손에 타오르고 있는 거센 불꽃을 보며 말을 이었다.

“이런 힘, 원해서 가진 적 없어요. 적어도 저는 평범하게 직업을 가지고, 꿈을 이루는, 그런 삶을 좋아해요.”

고개를 든 신서하가 진우를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소리쳤다.

“초능력자가 당신 같은 정신 나간 미친놈만 있는 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고요!”

“개소리하지 마라!!”

슬슬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진우가 정곡을 찔려 분노했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며 신서하에게 달려들었다.

“힘! 그것만이 초능력자의 존재 의의다!!”

“당신 같은 미친놈이 있으니까 우리가 평범하게 못 사는 거야!! 빌어먹을 빌런 자식아!!”

신서하도 진우의 말에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존대도 버리고 달려드는 진우에게 불타오르는 주먹을 날렸다.

“흐아압!”

“하아아!”

퍼어어어엉-!!!

진우의 주먹과 신서하의 주먹이 맞부딪치며 커다란 굉음과 함께 화염이 넘실거리는 폭풍이 치솟았다.

‘또!?’

그리고 이 현상에 비해 자신의 주먹에 그다지 충격이 없음을 느낀 신서하가 분노한 얼굴로 진우를 바라봤다.

“어?”

‘웃고 있어?’

역시 자신을 가지고 노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그때.

“어?”

진우의 손이 부드럽게 신서하의 손목을 붙잡아 살짝 위로 들어 올렸다.

“이게... 앗!?”

화르르르륵-!!!

그리고 신서하로서는 다룰 수 없는 어마어마한 화염이 그녀의 주먹에 깃들고.

“지금 뭐...!?”

후우웅! 콰아아아아-!!!

아차 하는 순간 그녀의 주먹이 깃든 어마어마한 화염이 신서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출되며 진우를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아악!!!”

그리고 비명을 지른 진우가 마치 만화처럼 날아가 저 멀리 하늘 너머로 사라졌다.

“...에?”

금관 호텔 앞에 홀로 남은 신서하는 정권을 지르는 자세 그대로 굳어 멍한 얼굴로 진우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볼 뿐이었다.

“시, 신서하 씨가 어마어마한 공격으로 1급 빌런 요한을 퇴치하였습니다! 대단! 대단합니다!”

“...???”

그리고 그런 신서하의 모습을 카메라가 그대로 담고 있었다.

* * *

푸스스...

이클립스 본부로 돌아온 진우가 여기저기 그을린 옷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좀 과했나?”

“저는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진우에게 천무진의 아들 천예성이 다가와 젖은 수건을 건네며 말했다.

“진압대는?”

“중소 규모의 빌런 조직과 붙여놨습니다. 대통령이 말해 놓은 것도 있어서 그쪽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진 않는 모양이더군요.”

우석훈 대통령이 사전에 위험한 빌런 조직을 토벌해야 한다고 진압대에 말을 해놨고, 천예성을 비롯한 첩보팀의 공작으로 인해 적당한 범죄 빌런 조직을 움직여 놨기에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천예성은 첩보 활동에 관해 나름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지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활약하는 중이었다.

진우는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물었다.

“천무진은?”

“아버지는 첩보 2팀과 함께 아인 마을로 가 계십니다.”

초능력자 사회 융화가 적당히 자리를 잡으면 그다음은 아인들의 차례.

아인들은 보다 노골적인 차별을 받아왔고, 심지어는 초능력자들에게까지 차별을 받아온 자들이기에 사전에 미리 설득해야 할 과제가 많았기에 천무진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진우 님.”

“음?”

그때, 잠시 머뭇거리던 천예성이 진우를 불렀다.

“죄송하지만 한 가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뭐지?”

“진우 님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천예성이 보기에 G.K는 거의 몰락한 상태에 가까웠다.

G.K 소속의 일반 요원들은 정부와 템페스트의 사회 융화 프로젝트를 보며 가디언을 나오고 싶어 하는 것이 눈에 띌 정도고 일반인들이 G.K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예전과는 다르게 의심이 가득한 상태.

겉보기로는 진우의 목적은 이미 달성한 것이지만 진우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때문에 천예성은 진우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목표라...”

진우는 진지하게 물어보는 천예성의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들 내 목표가 G.K의 몰락,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더군.”

“...아닙니까?”

“정확히 말하면 G.K의 몰락은 과정에 불과해.”

“과정... 고작 과정입니까?”

한때 정부보다 강력한 권력을, 힘을 손에 쥐고 있던 집단을 몰락시키는 것이 고작 과정이라는 말에 천예성이 살짝 놀라며 되물었다.

“내 목표는 처음부터 가족의 안위. 그것 하나뿐이었다.”

“...”

“내 아내 은선이와 딸 지은이가 평온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세상. 그것을 위해 가디언은 필요가 없다 판단했을 뿐이야. 복수도 아니고 커다란 대의가 있는 것도 아니지.”

“그... 렇군요.”

“그래. 고작 그것뿐인 이유다. 실망했나?”

눈앞의 남자는 오로지 가족을 위해 대통령을 포섭하고, 뒷세계를 손에 넣고 초능력자와 일반인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있다.

즉, 한국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아뇨. 전혀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가 세계 전체로 뻗어나가는 것은 시간문제.

실제로 러시아의 청색 마탑에도 최유나가 파견되어 공작이 진행 중이고 미국에도 손을 뻗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가.”

“네.”

이유가 무엇이든 진우의 덕분에 아버지인 천무진과 누나인 천지인, 그리고 자신 또한 구원받은 것은 사실이기에 실망할 이유도 없었다.

“아빠아아아~!”

“어이쿠! 우리 지은이! 잘 놀고 있었어?”

“응!”

무엇보다 완벽한 대의가 있는 보스보다는 저렇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보스가 마음에 들기도 했다.

“오빠! 아니 왜 이렇게 숯검뎅이가 됐데?! 다친 데는 없어?”

“하하하! 전혀! 아무 데도 안 다쳤어.”

“어디 봐봐.”

“어?! 여기서?!”

천예성은 지은이와 이은선에게 붙잡혀 활짝 웃고 있는 진우를 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는 뭐 하고 계시려나? 누나는 오늘도 종이접기 중인가? 한번 가볼까?’

괜히 자신도 가족을 보고 싶어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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