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은 만능 빌런 73화 - 리디북스
아인은 천대, 아니 차별받는다.
어떤 식으로든 인간과는 다른 외형 때문에?
인간과는 다른 생활 방식 때문에?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인계 초능력 인자에 ‘인종’의 혐오감을 유발하는 페로몬이 유전자 단위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혐오감 페로몬이라고 부르는 페로몬은 아인과 오래 지내며 익숙해진다면 극복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이유도 없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인상이 찡그려지고 괜히 화가 나는 등 견디기 힘든 부정적인 감정이 솟구쳐 오른다.
때문에 자신의 아이가 아인계 능력을 각성하여 아인이 되면 부모가 부정적인 감정을 참다못해 버리게 되고, 가장 친한 친구가 아인이 되면 철저하게 외면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지성체가 아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아인 또한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며 감정을 느낀다.
본래부터 인간이었고, 아인으로 변했다 해도 영혼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에 당연한 이야기다.
“커, 컥!!”
“네놈들이 인간이냐?”
“고, 고작 아인... 끄으윽...!”
“닥쳐! 아인이라 해도 네놈들의 행동은 도를 넘었어!”
그렇기에 진우가 분노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이야기였다.
진우는 한 연구원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인체실험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금지되어 있는 금기다! 그런데 가디언이라는 놈들이 이딴 짓을 하고 그냥 넘어갈 것 같나!”
“크, 크으윽... 비, 빌런 새끼... 가...”
나름 높은 위치에 있는 자인지 다른 연구원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려달라 빌고 있음에도 진우를 비웃으며 숨을 헐떡이는 남자의 모습에 진우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네, 네놈이 이딴... 컥... 짓을 하고도 그냥 넘어... 갈 것 같아...!?”
“...”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한 연구원의 모습에 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슬쩍 주변을 살폈다.
“...기차 소리?”
“크흐흐...”
그리고 터널의 저 안쪽에서 들려오는 기차 소리에 진우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렇군. 지원군이 올 걸 기다리고 있는 건가.”
“크, 크큭...”
비열하게 웃음을 짓는 연구원의 모습에 진우는 터널에 왼손을 뻗었다.
[폭발]+[폭발]+[충격파]+[경화]
“흐읍!”
콰아아아아앙!!
진우의 손바닥에서 시작된 강렬한 폭발이 터널의 윗부분을 후려쳤다.
“크, 흐흐흐... 소용없... 다!”
하지만 터널은 조금도 붕괴되지 않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다.
“하아, 초강화 콘크리트를 여기에도...”
지하 연구실에도 사용된 초강화 콘크리트, 일단 굳으면 합금 티타늄과 맞먹는 강도를 자랑하는 마법의 콘크리트였다.
“대체 돈을 얼마나 쓴 건지...”
물론 그만큼 비싼 물건이기도 했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콰직!
“끄아아악!!”
“아악!! 다리가!!”
“으아악!”
진우는 염동력을 사용해 자신의 손에 잡혀있는 자뿐만이 아니라,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든 연구원들의 양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목을 잡고 있던 연구원을 대충 바닥에 던지고 터널을 향해 걸어갔다.
“이 정도 두께면 아무래도 여섯 개로는 안 되겠지?”
지하를 오가는 중요한 터널인 만큼 초강화 콘크리트의 두께가 심상치 않았기에 진우는 한숨을 쉬었다.
“일곱...도 애매할 것 같고. 강화제를 안 먹고 여덟 개는 좀 빡세지만...”
그리고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으고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부수는 것보다는 녹이는 쪽으로...”
[화염]+[화염]+[증폭]+[증폭]+[열제어]+[열응축]
진우의 양손 사이에 작은 화염구가 생겨나 커지고 작아지기를 반복한다.
[열 차단]
커지고 작아지기를 반복하며 강렬한 열기를 뿜어냈지만, 진우는 땀을 조금 흘릴 뿐이었다.
“뜨, 뜨거워!”
“아악!! 아파! 아파아아!!”
“살려! 제발 살려줘!!”
진우의 뒤쪽의 연구원들은 피부가 조금씩 타들어갈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쿠우우우우우-!
터널의 너머로 점점 가까워지는 기차 소리가 들려왔다.
[방출]
그리고, 진우가 제어할 수 있는 한계치의 열기를 보유하게 된 화염구. 아니, 소태양(小太陽)이 진우의 손을 벗어나.
화아아아악!!!
터널을 집어삼켰다.
* * *
끼이이이이익!!!
잘 가다가 갑자기 급정지하는 기차에 내부에 타고 있던 G.K요원들이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이유를 알기 위해 완전히 멈춘 기차 밖으로 나온 요원들의 눈에 믿기지 않는 장면이 보이고 있었다.
“벽...?”
“이게 무슨...”
벽. 있어서는 안 될 위치에 벽이 있었다.
“초강화 콘크리트?”
비정상적으로 세워진. 아니 내려온 벽을 살피던 1급 요원 하나가 중얼거리는 말에 다른 요원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게?”
“어, 이 벽 전체가 초강화 콘트리트다.”
“...터널 입구가 녹아내려서 이곳이 막혔다는 건가?”
“그렇겠지.”
“미친...”
일반적인 콘크리트는 300도 부근에서 녹는다.
하지만 초강화 콘크리트는 만들면서부터 마법적인 처리와 생산계 능력자의 초능력를 부여한다. 그리고 완전히 굳힌 이후에도 여러 가지 처리를 한다.
때문에 부수는 것이라면 몰라도 염제(炎帝)라도 오지 않는 이상 녹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열기도 느껴지지 않아. 이미 녹고 굳은 지 한참이 지났다는 거다.”
“후우... 템페스트 놈들이 시간을 끈 이유가 있었군.”
열기도 없이 완전히 굳은 이유는 반대편에서 진우가 냉기 계열 능력을 사용했기 때문이었지만, 요원들이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뚫을 수는 있겠나?”
“...상당히 두껍게 녹인 것 같으니 적어도 우리는 불가능하겠지. 지사장님 수준이 아니면 힘들다.”
“미치겠군.”
연구원들과 실험체, 그리고 각종 연구자료가 적에게 넘어갈 상황에 1급 요원들 전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일단 지상팀한테 연락해라. 유일한 탈출구가 막혔으니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다.”
“알았다.”
지상팀은 1급 요원은 거의 없고 2급 요원이 중심이었기에 걱정은 됐지만 별다른 수가 없었다.
“이곳을 다시 뚫을 수도 있으니 절반은 이곳에서 대기. 나머지는 빠르게 우회한다. 움직여!”
지휘관 격인 1급 요원이 지시하자 모든 요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후우우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진우가 크게 숨을 내쉬며 마력을 가라앉혔다.
“굳히는 게 생각보다 마력이 많이 들어갔어.”
끼이이이익...!
그때, 막혀버린 터널 뒤쪽에서 무언가가 마찰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착했나.”
G.K의 지원군이 탄 기차가 도착했다는 소리였기에 진우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억지로 참으며 바닥을 기고있는 연구원들에게 다가갔다.
“아악! 아파!!”
“헉! 헉! 헉!”
진우가 사용한 [소태양]의 열기에 피부가 타들어간 연구원들이 고통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인체실험을 자행한 놈들이 고작 그런 상처에 비명을 지르다니.”
그것을 본 진우는 연민은커녕 혐오감을 표하며 그대로 그들을 지나쳤다.
“마음 같아서는 머릿속에 든걸 전부 끄집어 내고 싶지만, 시간이 없으니...”
그리고 그들이 챙겨놓은 연구 자료의 앞으로 가 그것을 전부 불태워버렸다.
“아, 안 돼!!”
그걸 본 연구 책임자, 고광민이 고통도 잊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무슨 짓?”
종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시디. 연구기록이 담긴 모든 것이 불타는 것을 보며 비명을 지르는 고광민을 보며 진우가 인상을 썼다.
“그건 인류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감히! 감히 빌런 따위가 그것을!!”
“인류를 위한?”
진우가 뚜벅뚜벅 걸어가 고광민의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켁! 켁!”
“저 사람들은 인류가 아닌가?”
진우는 유리관 속에 둥둥 떠 있는 아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 저놈들은 그저 동물일 뿐이야! 신께서 과학 발전을 위해 주신 도구일 뿐이라고!”
“...”
“인체 실험? 나는 그저 동물 실험을 했을 뿐이다!”
“...미쳤군.”
“흐흐흐! 미친 건 네놈이지! 고작 동물을 구하기 위해 이런 짓을...”
“그리고 역겹다.”
“뭐?”
“더 이상 말을 섞기도 싫을 정도로 역겨워.”
화르르륵!!
진우가 잡고 있는 멱살을 시작해 머리를 제외한 고광민의 전신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불에 타 죽는 자의 사인은 첫째로는 질식, 둘째로는 고통에 의한 쇼크.
[고통 감소]
“끄아아아악!!! 꺼!! 꺼줘!!! 으아아악!!”
때문에 진우는 고광민의 머리는 불태우지 않고, 쇼크하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고통만을 남겨뒀다.
“끄아아아악!!!”
진우가 손을 놨기에 이리저리 바닥을 뒹굴며 어떻게든 몸에 붙은 화염을 끄려고 하는 고광민이었지만 초능력에 의한 화염을 고작 바닥을 뒹구는 것으로 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 살려!! 아니!! 죽여!! 그냥 죽여!!!”
“네놈이 동물이라 부르는 저 가여운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했을 거다.”
손끝과 발끝이 검게 타 부스러지고, 피부를 태운 화염은 근육을, 근육에서 지방으로, 내장으로 화염이 번진다.
“.......!!!”
이제는 비명조차 나오지 않을 정도의 고통에 고광민은 핏줄이 터진 눈으로 우연하게 아인들이 들어있는 유리관을 바라봤다.
“!?!?”
그리고, 아인들이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뻐끔, 뻐끔!
살려달라고, 아니, 죽여달라고 입을 뻐끔거리는 고광민의 모습에.
“!!!”
세 명의 아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눈웃음을 지었다.
화르르륵!!
불에 타오르며 끔찍하게 죽어가는 고광민이 너무나도 보기 좋다는 듯이 말이다.
* * *
“...”
“...”
“...”
머리만 제외하고 목 아래가 전부 타버린 상태로 죽어버린 고광민을 본 연구원들은 온몸을 벌벌 떨며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움직일 수 있나?”
진우의 목소리에 순간 놀란 연구원들이 슬쩍 고개를 들고는 자신들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도리도리.
“흠.”
유리관 안에서 고개만 젓는 세 명의 아인들. 정신을 차리고 목 위쪽은 움직일 수 있지만 그 아래는 무리인 모양이었다.
“허어억!”
진우는 적당히 아무 연구원을 염동력으로 끌어와 멱살을 잡았다.
“사, 사, 살려주세요!!”
멱살을 잡히고 그대로 타죽은 고광민이 떠올랐는지 연구원은 사색이 되어 살려달라 빌었다.
“그건 내가 결정할 게 아니다. 아무튼, 이 유리관 그냥 열어도 되는 건가?”
“아, 안 됩니다!”
“이유는?”
“그냥 열면 저 실ㅎ...아인들이 죽어서 그렇습니다!”
실험체라고 말하려다 말을 바꾼 것을 진우도 눈치챘지만, 일단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연구원을 유리관 쪽으로 밀었다.
“그럼 어떻게 열어야 하지?”
“그, 그건...”
연구원이 말하기를 망설이자.
화르르륵!
진우는 멱살을 잡은 반대 손에 화염을 띄웠다.
“히익! 저, 저는 모릅니다! 저! 저기 부책임자가 압니다!!”
“저, 저 빌어먹을 놈이!”
연구원이 가리킨 방향에 쥐 죽은 듯이 엎드려 있던 한 남자가 기겁하는 것이 보였다.
후우웅!
“커억!”
“내가 무슨 말을 할지는 알겠지?”
염동력으로 남자를 끌어온 진우가 묻자 부책임자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여, 열겠습니다!”
그사이, 진우가 놔준 일반 연구원은 진우와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바닥을 기어가고, 그것을 슬쩍 본 부책임자가 이를 악물며 유리관에 달린 컨트롤 기판을 가리켰다.
“저, 저기로...”
“...”
그에 진우가 염동력을 사용해 부책임자를 휙 하고 컨트롤 기판 앞에 고정시켰다.
“크윽...”
본래라면 절대로 열면 안 되는 유리관이나, 고광민처럼 끔찍하게 죽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부책임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기판을 조작했다.
푸쉬이이익!
그리고 유리관 안에 있던 액체가 바닥에 흘러나오며 아인들이 유리관 바닥에 천천히 내려왔다.
“끝인가?”
“아, 안전장치는 전부 해제했습니다. 이, 이제 개폐 장치만 열면...”
“열어라.”
“네, 넵!”
덜컥!
부책임자의 대답과 함께 유리관의 개폐기가 작동하고, 이내 유리관이 완전히 개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