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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72화 (72/109)

가장은 만능 빌런 72화 - 리디북스

“쯧, 무슨 실험을 하길래 이 정도로 숨겨져 있는 건지...”

강원도,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G.K 신약 연구소를 보며 할 만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투시]+[천리안]을 사용하고 있는 진우에게는 내부의 숨겨진 공간들이 보이고 있었다.

“미로가 따로 없군.”

대체 돈을 얼마나 쏟아부었는지 겉으로 보이는 연구소 건물보다 지하의 미로 같은 공간이 5배 이상은 커다랬다.

특수 처리된 장소가 많아 자세하게는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나.”

진우는 아공간 팔찌를 사용해 작은 벌레들, 정확하게는 종이 벌레들을 꺼냈다.

천지인의 능력을 훈련시키고 연구하며 한 가지 알아낸 것이 있다.

“[식신(式神)]”

진우가 보유한 [식신]이라는 능력을 사용하면 천지인의 능력으로 인해 탄생한 종이 인형들을 진우가 조종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비록 마력 강화는 불가능했지만 말이다.

스스스슥.

허공에서 떨어지며 사방으로 흩어지려던 종이 벌레들이 일제히 날개를 펴 허공에 멈춰서 진우를 바라봤다.

“가라.”

스스스스스스슥!

진우의 명령을 받은 수백 마리의 종이 벌레들이 일제히 흩어지며 G.K 신약 연구소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후우...”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용도의 종이 벌레들이었지만, 그 수가 많다 보니 마력 소모에 상당한 부담이 걸렸다.

“으으음...”

수백의 시선에서 보내오는 정보량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고 말이다.

“이건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겠군.”

[투명화] 상태로 허공에 주저앉은 진우가 눈을 감고 집중하기를 한참.

“찾았다.”

상당히 심층부까지 침투한 종이 벌레의 시야에서 인체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공간을 발견한 진우가 눈을 떴다.

“조용히... 침투는 무린가.”

천무진은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최유나는 청색 마탑을 치기 위해 준비 중이라 홀로 온 진우가 자신의 뺨을 긁적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지.”

그리고 악마의 가면이 점점 빠르게 하강하는 진우의 얼굴을 덮었다.

* * *

“오늘따라 무슨 벌레가 이렇게 많아?”

G.K 신약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이명호가 벌레를 향해 살충제를 뿌리며 투덜거렸다.

샤샤샥!

하지만, 벌레는 살충제를 정면에서 맞았음에도 그대로 다리를 놀려 순식간에 자리를 옮겼다.

“아니 뭔 죽지도 않네!?”

결국 귀찮음을 무릅쓰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명호가 적당히 서류를 뭉쳐 벌레를 향해 직접 휘둘렀다.

탁! 탁!

“죽어! 죽어!”

하지만, 벌레는 그런 이명호를 놀리듯 샤샥거리며 서류 뭉치를 피해냈고, 그런 벌레의 모습에 이명호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에이 씨파!”

콰직!

열이 받아 한층 빠르게 휘두른 서류 뭉치에 결국 벌레는 그대로 뭉개졌다.

“이게 인간님의 힘이다 이거야!”

고작 벌레를 상대로 할만한 소리는 아니었지만, 이명호는 의기양양하게 외치고는 벌레의 체액이 묻었을 서류를 폐기하기 위해 가장 아래쪽의 서류 한 장을 따로 꺼냈지만.

“...? 이게 뭐야?”

서류에는 아무것도, 아니. 작은 종이 쪼가리만 붙어있을 뿐 벌레의 체액은 없었다.

“종이 벌레? 설마 식신? 아니 마력 경보는 없었는데??”

신약 연구소에는 마력을 가진 모든 존재를 감지하는 센서가 달려있다. 벌레를 조종하는 초능력도 있기에 개미보다 작은 것도 감지하는 센서였고, 사전에 인가받지 않은 마력반응이 걸린다면 바로 경보음이 울리게 되어있다.

“연구원 중에 누군가가 장난을 친 건가?”

하지만, 천지인의 능력에 의해 탄생하는 종이 인형은 만들어질 때만 마력이 소모될 뿐, 움직이는 것은 자연의 마력을 이용해 움직인다.

진우 또한 단순히 그것에 링크를 연결한 것일 뿐, 따로 마력을 공급하지는 않았기에 종이 인형들은 그저 돌이나 벽과 같은 단순한 사물로 취급되어 센서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에이씨, 어떤 놈이 이런 장난을 친 거야?”

그것을 모르는 이명호는 종이 벌레를 연구원 중의 누군가의 장난으로 여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콰아아아앙!!!

“으어억!”

에에에에에에엥!!

그렇기에 자신의 위 천장이 무너지며 경보음이 울리고,

“음? 이런, 벌레가 없어서 누가 있는 줄 몰랐군.”

“뭐... 뭔데...”

무너진 천장에 깔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쪽의 연구원들은 아래쪽은 모른다고 했지. 잠깐 자고 있어라.”

“누, 누구...?”

파지지직!!

“으갸갸갸갹!!!”

그리고 짜릿한 감각과 함께 이명호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

* * *

“1층까지는 그냥 콘크리트인가. 한 번에 뚫어야겠군.”

툭툭 하며 바닥을 체크한 진우가 오른 다리에 [폭발]+[충격]+[경화]+[근력 강화]의 복합 능력을 사용하고는 그대로 다리를 내려찍었다.

“흐읍!”

콰아아아아앙!!!

그리고, 오로지 아래 방향으로 터진 어마어마한 폭발력에 의해 진우가 있는 7층부터 1층까지 한 방에 길이 뚫렸다.

“위다!”

“달려! 빌런을 막아라!”

“제압! 아니! 죽여!!”

시끄럽게 울리는 경보음 사이에 경비원을 추정되는 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건 없겠지.”

그 목소리를 들은 진우가 다시 한번 다리에 능력을 사용하고는.

후우웅!

뚫어놓은 구멍으로 뛰어내렸다.

“내려온다!! 막아!”

“방어계!”

그러자 아직 아래에 남아있던 경비원들이 시끄러워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흐으읍!!”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버, 버텨... 아아악!!”

진우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1층 바닥을 내려찍었다.

하지만.

“쯧.”

1층의 바닥은 뭘로 만들어진 건지 금이 갔을 뿐, 뚫리지 않았다.

“넷으로는 안 뚫리는 건가.”

폭발과 함께 날아간 경비원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뚫어내는 것이 좋았기에 진우는 지체 없이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여섯이다.”

쿠구구궁!!

단순히 다리를 들어 올리는 행위만으로도 공기가 떨려오는 어마어마한 기운.

정신을 차리고 진우에게 달려들려고 준비하던 경비원들이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릴 정도였다.

[폭발]+[폭발]+[충격]+[경화]+[근력 강화]+[증폭]

“흐읍!!”

꾸-웅!

폭발음조차 먹먹하게 들리는 정도의 충격.

콰과과과광!!!

7층으로 이루어진 연구소 건물의 모든 창문이 터져나가고, 벽에 금이 가며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울렸다.

털썩, 털썩.

그리고 근처에 있던 경비원들이 압도적인 충격에 그대로 기절하여 쓰러졌다.

“더럽게 튼튼하군.”

진우는 찌릿한 감각이 느껴지는 오른 다리를 풀어주며 자신이 밟아 생긴 구멍을 바라봤다.

“고작 이게 끝이라니.”

직경 3미터의 구멍이 고작이라 할만큼 작은 것은 아니었으나, 작은 지진을 일으킬 정도의 충격이었음을 생각하면 그리 크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끝까지 뚫는 건 힘들겠군. 내가 먼저 탈진하겠어.”

가만히 구멍 안쪽을 들여다보던 진우는 일단 내려가기로 마음먹고 구멍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 * *

“극비 자료는 전부 소각해! 컴퓨터도 전부 포맷...! 아니, 물이라도 끼얹어!”

거대한 진동이 울리고 침입자가 들어온 지 벌써 30분째. 비인륜적인 실험을 주로 하는 G.K 신약 연구소의 지하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2동! 아직도 미적거리는 중이냐! 빨리 챙길 거 챙겨서 꺼져!”

“죄, 죄송합니다!”

“3동 놈들은 다 빠져나갔다고 했고... 문제는 1동인가.”

지하 연구소의 책임자, 고광민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cctv를 바라봤다.

투두두두!

(초, 총이 안 통합니다!)

(육탄공세를 해서라도 막아! 막으라고!!)

(으아아악!)

“미친... 대체 초능력을 몇 개를 사용하는 거야!?”

화면에 나오는 악마의 가면을 쓴 남자, 최근 가장 유명한 빌런 데빌.

그가 지하 연구소의 모든 경비원들을 때려잡으며 계속해서 내려오고 있었다.

화면에 잡힌 데빌이 사용하는 능력들만 나열해도 벌써 열 개가 넘어가는 상황에 고광민으로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일단 본사에는 알려놨으니까 어떻게든 저 괴물을 심부까지 못 들어오도록...”

그때, 자신을 막는 경비원을 정리한 데빌이 고개를 휙 돌려 cctv를 바라봤다.

“힉!?”

화면 너머로 느껴지는 섬뜩한 황금빛 안광에 고광민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몸을 움츠렸다.

(...)

그렇게 잠시 cctv를 바라보던 데빌은 이내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겨 화면의 사각으로 사라졌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고광진은 데빌이 향하는 루트에 있는 차단벽을 작동시키며 제발 본사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벌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 이럴 때가 아니지.”

생각은 생각이고. 침입자가 들어온 이상 자신 또한 챙길 것이 많았기에 고광진은 자리를 떴다.

때문에.

샤샤샤샥!

어디선가 나타난 수십 마리의 종이 벌레가 고광진이 누른 버튼을 다시 한번 눌러 차단벽을 올리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 * *

천천히 올라가는 차단벽의 모습을 보던 진우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본래 종이인 만큼 틈이 있으면 구겨져서라도 들어가는 게 쓸만해.”

정신력을 꽤 많이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면 굉장히 쓸만하다는 것이 진우의 평가였다.

“저기다!”

그때, 통로 저편에서 들려오는 경비원들의 발소리에 진우가 슬쩍 인상을 구겼다.

“개미굴도 아니고, 대체 몇 명이나 있는 건지...”

지하 1층부터 지하 8층까지 내려오며 상대한 경비원만 벌써 백이 넘었다.

전부 B급 이하의 각성자였지만, 이 정도로 많으면 아무래도 피로감이 쌓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30분... 템페스트에서 시간을 끌어주기야 하겠지만...”

애초에 이곳의 정보를 템페스트 쪽에서 준거라 G.K 본사 쪽은 템페스트가 막고 있겠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터.

“조금 더 서둘러야겠군.”

결국 진우는 한숨을 쉬며 달려오는 경비원들을 향해 온갖 능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화르륵!!

“화염계 능력이다! 수류계 능력자...!”

화염 능력을 상대하기 위해 수류계 능력자가 앞으로 나서면.

파지지직!

“아아악!!”

“저, 전기!?”

전격계 능력으로.

“대, 대지 계열 능력자!”

대지 계열 능력자가 앞으로 나오면.

푸화아아악!

“끄아아악!”

“마, 말도 안 돼! [수압 절단]!?”

수류계 능력으로.

“괴, 괴물!”

“괴물이다!!”

능력을 숨기지 않기로 한 진우의 앞에서 초능력의 상성관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비켜! 내가 앞장선다! 전부 뒤따라와라!”

그에,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초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증폭되는 마력만으로 싸우는 무인들이 앞으로 나서봤지만.

“[악마의 그림자]”

“모, 몸이!”

그런 자들은 진우의 그림자에 붙잡혀 한낱 인형으로 전락해버릴 뿐이었다.

“B급 이하는 간에 기별도 안 오는군.”

“으아악!!”

“사, 살려줘!!”

“뼈!! 내 뼈가!!”

이내, 모든 경비원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진우는 그저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 진우가 지하 연구소에 들어오고 50분째가 될 때.

“벌써 여기까지!?”

“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주, 죽고 싶지 않아! 살려줘!”

“경비! 경비원!!”

아직 탈출하지 못하고 뭔가를 기다리고 있던 연구원들을 발견했다.

“어쩐지 연구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전부 최하층에 모여있었나.”

한쪽에 레일과 터널이 있는 것을 보아 탈출로로 보였다.

“...”

그리고 그런 연구원들이 챙겨가려 했던 ‘물건’들을 발견한 진우가 크게 인상을 찡그렸다.

뽀글...

3개의 원통형 유리관.

뽀글...

내부의 액체,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정신을 잃고 있는 3명의 아인.

“미친놈들...”

인체실험의 피해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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