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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70화 (70/109)

가장은 만능 빌런 70화 - 리디북스

“으음...”

진우는 최유나를 바라보다 미간을 주물렀다.

“갑자기 러시아라니...”

지금 한국의 상황은 좋게 말하면 변혁.

나쁘게 말하면 혼란이었다.

“안 그래도 G.C랑 G.J 때문에 머리가 아픈데...”

혼란을 틈타 가디언 차이나와 재팬은 어떻게든 한국 내부로 침투하려 애쓰는 중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템페스트와 한국 정부가 협력하여 힘쓰고 있는 초능력자 사회 융화 계획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G.K도 몰릴 대로 몰려서 G.C와 G.J의 공작을 막을 생각도 없어 보이고... 하아,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에 청색 마탑이라니...”

“...”

최유나도 이 건에 대해 딱히 할 말이 없는 듯 그저 진우를 뚫어져라 쳐다볼 뿐이었다.

“일단 몇 가지 생각나는 방안이 있긴 하다.”

“진짜!? 역시 보스! 뭔데?”

그런 최유나의 시선을 못 이긴 진우가 한숨을 쉬며 말을 꺼내자 최유나는 벌떡 일어나 진우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질문했다.

“좀 떨어져라.”

“응!”

“하아... 아무튼 네가 말한 대로라면 보리스는 원로원, 그리고 청색 마탑에 소속된 대다수 마법사의 지지를 기반으로 움직였다는 게 된다.”

“응. 극빙에 남은 기억에서 본 대로라면.”

“보리스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그 기반을 부숴야 한다는 말이다.”

“응.”

평소와는 다르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최유나의 모습이 어색하게 느껴진 진우가 괜히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일단 당장 생각나는 건 두 가지가 있다.”

“응.”

“첫 번째로 원로원이나 청색 마법사들도 네가 감옥섬을 탈출했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너를 찾지 않는 이유는 네가 범죄자, 즉 빌런이기 때문일 거다.”

정부는 템페스트의 협력을 받아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자들을 대상으로 빌런 기록을 삭제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 행위를 숨기고 빌붙으려는 자들 또한 있었으나 빌런은 빌런이 잘 아는 법.

도석환과 그의 의형제들의 활약으로 그런 자들은 대부분 걸러졌다고 한다.

다만, 최유나의 경우에는 가디언 코리아와 가디언 러시아.

천무진의 경우에는 가디언 코리아와 가디언 재팬이 주도하여 빌런으로 명명한 것이라 정부 단독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이클립스의 멤버 전원은 아직 빌런의 신분이었다.

“그래서 네가 당당히 청색 마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해야 할 건 일단 빌런의 신분을 벗어내는 거겠지. 다만...”

“응. 정인태 때문에 그건 힘들겠네.”

“그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인태의 비리를 전부 폭로하여 그를 끌어내리는 것.

다만 정인태는 G.K의 지사장이고 자신의 목숨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두 번째는 보리스를 지지하지 않는 소수의 인원을 공략하는 거다.”

“예를 들면?”

“음... 이바노프. 그 사람은 수십 년 동안 청색 마탑의 주인으로 있으면서 뒷말이 나오지 않은 사람이다. 단순히 강하기 때문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그러기는 힘들지.”

“응.”

“때문에 그를 밀어내고 강제로 자리를 찬탈한 보리스에 대해 불만을 가진 자들이 분명히 있을 거다. 그들을 공략하는 거지.”

“...”

“예상 가는 사람이라도 있나?”

“...응. 한 명.”

진우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 최유나가 말을 이었다.

“스타챠 사샤노프.”

“사샤노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만?”

“응. 아마 그럴 거야.”

최유나는 손을 들어 작은 얼음 동상을 만들며 말을 이었다.

“사샤는 마법 술식 연구자니까. 외부 활동은 잘 안 해. 그리고 필요하면 가명을 쓰거든.”

“술식 연구자라... 가명은 뭐지?”

“루이샤.”

“루이샤... 루이... 루이샤!?”

진우는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놀라며 최유나가 만든 얼음 동상을 바라봤다.

“루이샤 발라루스!?”

“발라루스? 어... 그건 처음 들어보는데?”

“그렇겠지, 루이샤 발라루스는 4년쯤 전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술식 연구자니까. 최근에는 활동하지 않고 있기도 하고. 설마 루이샤 발라루스가 청색 마탑 소속이었을 줄이야.”

얼굴, 나이, 국적, 심지어는 성별조차 알려진 것이 없는 수수께끼의 술식 연구자 루이샤 발라루스.

물론 최유나가 말한 사샤노프라는 사람과는 다른 사람일 가능성도 있지만, 같은 술식 연구자에 가명도 루이샤라는 동명.

그냥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사샤노프라는 사람은 이바노프를 지지하는 건가?”

“응. 아마도 그럴 거야. 사샤는 보리스를 싫어... 아니, 혐오하거든.”

“흐음...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군.”

최유나의 말에 진우는 미소를 지었다.

“루이샤 발라루스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 그런 사람이 보리스를 적대한다면...”

“아. 근데 사샤는 아마 나를 지지하지도 않을 거야.”

“...응?”

최유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완성된 얼음 동상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사샤는 할아버지를 사랑했거든.”

“...? 꽤나 나이가 있는 모양이군?”

“사샤? 아니. 올해로... 서른다섯일걸?”

“...?? 이바노프가 90이 넘지 않았던가?”

“응.”

“60세 이상의 연상을?”

“겉보기로는 60대였으니까.”

“???”

겉보기로만 따져도 두 배 정도는 차이가 나기에 진우는 얼굴 가득 의문을 표했다.

“사샤는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고 했어.”

“...이게 그런 문제인가...?”

“아무튼, 그래서 사샤는 할아버지를 죽게 만든 나를... 아마 싫어할 거야.”

“음...”

“사샤는... 아마 나를 원망할 거야...”

최유나의 얼굴 가득 담긴 죄책감을 본 진우가 최유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바노프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건 네가 아니라 보리스다.”

“...”

“세리나는 이바노프가 이미 죽음의 문턱에 발을 디디고 있었다고 했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보리스가 뭔가 손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

“...응.”

마력 코어에 있는 모든 마력을 끌어내어 비운다고 마법사가 죽진 않는다.

이바노프의 경우 100세에 가까운 나이도 문제였을 테고, 독이든 내상이든 뭔가 이상이 있었으니 사망했을 거라 추측하는 진우였다. 세리나 또한 그렇게 추측했고 말이다.

“이바노프는 너에게 극빙을 흡수시키면 자신이 죽을 걸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망설이지 않고 너에게 극빙을 흡수시켰지.”

“...”

자신을 실각시킨 보리스에 대한 복수일 수도, 보리스의 손에서 최유나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진우는 극빙이 있든 없든 언젠가 뻗쳐올 보리스의 마수에서 최유나를 지키기 위한 이바노프의 최선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괜한 죄책감을 가지지 마라. 그의 선택이고, 네 스승의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해라.”

“...응.”

그리 큰 위로는 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잡을 수는 있었는지 최유나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럼 다시 얘기를 돌려서. 루이샤 발라루스에게 연락할 수단은 있는 거냐?”

“음... 사샤의 연구실이 바뀌지 않았으면 연락할 수는 있을 거야.”

“러시아?”

“응. 러시아.”

진우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잠시 고민하고는 입을 열었다.

“네가 러시아까지 찾아가는 건 좀 위험하겠지.”

“아마도. 보리스는 극빙의 마력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나도 지금 자리를 비울 수는 없으니... 송조운을 보내야겠군.”

“응. 편지를 보내면 될 것 같아. 사샤라면 바로 나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거야.”

“지금쯤이면 송조운도 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있을 거다. 바로 연락해보지.”

“응. 고마워 보스.”

그 시각.

“으어어어.”

초능력자 사회 융화 작업에 아인들과 부랑자들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기 위해 전력을 다하던 송조운이 왠지 모를 오한에 몸을 떨었다.

“음? 조운 님 왜 그러십니까?”

“어? 아... 아니 갑자기 오한이 드네.”

“하긴, 최근에 무리하시긴 했죠.”

“흐으. 그래도 이제 이것만 처리하면 쉴 수 있을 거야. 힘내야지.”

“넵!”

잠시 뒤, 일을 마무리하고 잠시 눈을 붙일 시간이 생겼다는 것에 기뻐하던 송조운이 자신에게는 쉴 시간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비명을 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 * *

4일 뒤.

“슈바... 더, 더럽게 춥네...”

송조운은 과장 조금 보태서 밀면 굴러갈 것 같은 옷차림으로 덜덜 떨며 서리가 낀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여기 어디일 텐데... 훌쩍.”

“냐앙.”

“저, 루비 씨? 더 따뜻하게는 안 돼?”

“냐아앙?”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은은하게 불타오르고 있는 루비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도 겉에 불을 붙여줘?

“...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내 덕분에 덜 추운 거야. 알아두라고.

“니미...”

루비의 시선을 피하며 투덜거린 송조운이 다시 주변을 살폈다.

“훌쩍.”

안 그래도 추운 러시아의 극지방, 건물도 사람도 없어 왠지 모르게 더 춥게 느껴지는 설산에서 울고 싶은 경험은 바라지 않았다.

루비 덕분에 얼어 죽지는 않겠지만, 추운 건 추운 거였다.

“아, 저긴가? 훌쩍.”

그때, 주변을 살피던 송조운의 눈에 온통 새하얀 설산과는 어울리지 않는 한 채의 주택이 보였다.

“냐앙.”

-마력은 안 느껴지는데?

“유나 씨랑 이바노프 마탑주를 제외하면 아무도 모르는 곳이라고 했으니까 마력 탐지를 피하기 위해 엣취! 마력은 숨겨놓은 거겠지.”

코를 훌쩍거리며 말한 송조운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눈을 헤치고 주택으로 향했다.

쿵쿵.

“계십... 아. (계십니까!)”

한국어로 말하려다 러시아어로 바꾼 송조운이 문을 두드리며 소리쳐봤지만.

....

“...? 아무도 없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거 없으면 골치 아픈데...”

최유나가 사샤노프는 웬만하면 연구실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기에 자리에 없는 것은 상정하지 않았던 송조운이었다.

쿵쿵쿵!

“(스타챠 사샤노프 씨! 계십니까!)”

재차 문을 두드리며 크게 소리쳐봤지만, 여전히 주택의 내부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거 곤란하네...”

화르르륵!

-그냥 문을 부수고 들어가볼까?

“아니, 협력을 요청하려고 온 건데 문을 부수면 안 되지!”

꼬리에 거대한 불꽃을 피워올리며 말하는 모습에 송조운이 기겁을 하며 루비를 말렸다.

“아 그러고 보니 가명을 쓴다고 했지?”

자신이 찾아온 사람이 그 유명한 루이샤 발라루스라는 것을 떠올린 송조운이 다시 문을 두드렸다.

“(루이샤 발라루스 님! 계십...!)”

콰드드득!!

“엉?”

그리고 그녀의 가명을 입에 담던 말하던 송조운의 뒤로 거대한 설인(雪人)이 솟아올랐다.

“으엉억으어거!?”

뭔가가 솟아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마자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눈의 손에 기겁한 송조운이 뒤로 물러나기도 전에 루비가 행동에 나섰다.

“냐아앙!”

-어딜!

진우에게 송조운의 신변을 안전하게 보호하라는 명령을 받은 루비였기에 그 명령을 행하는 지금 [서약]에 의해 루비는 크게 강화되어 있었고.

화르르륵!!

-미격(尾激)!

퍼어엉!

화염을 두른 루비의 꼬리가 천천히 다가오는 설인의 손을 후려쳤다.

-엥?

하지만,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도 설인의 손은 아주 간단하게 터져나갔고, 덕분에 힘이 많이 남은 루비의 꼬리는.

“으어어억!”

콰아아앙!!!

그대로 한 바퀴 회전하여 급하게 고개를 숙인 송조운의 머리를 스치고 사샤노프의 집을 후려쳤다.

“야아아!! 죽을 뻔했잖아!!”

“냐, 냐앙~”

“이제 와서 평범한 고양이인 척해도...! 어?”

루비에게 소리치던 송조운의 눈에 터져나간 현관문 안쪽의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한 여성이 보였다.

“...망한 거 같은데?”

“냐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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