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은 만능 빌런 65화 - 리디북스
천무진은 멍을 때리는 G.K 요원들을 뒤로하고 곧장 진우가 있는 장소를 향해 달려나갔다.
‘무시무시한 마력이다. 이걸 왜 눈치 못 챘지?’
가까이 가면 갈수록 느껴지는 막대한 마력의 폭풍.
이미 회색의 기둥은 완전히 사그라들어 보이지 않으니 이 마력은 고작 잔재일 뿐일 것이다.
‘크윽! 피부가 저릿저릿하군.’
그럼에도 피부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마력은 천무진으로 하여금 진우가 위험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천무진이 진우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보스!”
그곳에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신명하와 가면이 반쯤 깨져 얼굴의 절반이 드러나 있는 진우가 있었다.
“보스?”
겉보기로는 멀쩡해 보였기에 순간 안심한 천무진이었지만, 자신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는 진우의 모습에 천무진이 진우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
그제야 천무진을 돌아본 진우가 흐릿한 눈으로 입술을 달싹거렸지만.
“뭐라고?”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질 않아 알아들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보스?”
“...으음...?”
그리고 다시 한번 천무진이 진우를 부르자 진우의 눈동자에 빛이 돌아오며 멍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천무진?”
“괜찮나? 방금 뭐라고 하려 한 것 같은데?”
“...끄응...”
천무진의 물음에 진우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털었다.
“내가 정신을 잃었던 건가?”
“음? 아니, 방금 뭐라고 말하려고...”
“내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이마를 짚은 진우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쯤.
“저기 있다!”
“잡아!”
“이런!”
천무진의 뒤를 따라온 요원들이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보스 도망칠 기운은 남았나?”
“어? 어어. 아마도. 아. 가면이...”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던 진우는 가면이 깨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면을 수리하기 위해 그림자를 움직이고자 했지만.
“쿨럭!”
“보스!?”
갑작스럽게 피를 토하며 허리를 굽혔다.
“멀쩡해 보였는데 내상이 심했던 건가!?”
“아, 아니 이건... 우욱!”
“신명하라는 놈이 그렇게 강했나!?”
“그러니까 이건... 우에엑!”
진우 전용의 강화제, 아직 이름도 없는 그 약의 부작용이었다.
실제로 내상이 심각하거나 능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완전히 결합된 초능력 인자가 다시 불안정한 상태로 돌아가며 그 반동으로 극심한 구토감과 함께 각혈을 하는 정도였지만.
“데빌은 부상이 심해 보인다! 1조 2조는 천무진을! 나머지는 데빌을 생포!”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심각한 내상을 입어 피를 토하는 것으로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멀쩡하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진우였으나.
“우에엑!”
“이런 젠장! 보스!!”
극심한 구토감과 목을 넘어오는 죽은 혈액 때문에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허허, 아 맞다맞다. 약을 복용하고 지속시간이 지나면 작~고 가벼운 부작용이 있을 텐데. 뭐 말 그대로 작은 부작용이니 걱정하지 말게. 허허허)
“우웨에엑!”
‘구토 때문에 말도 못 하는데 뭐가 작고 가벼운 부작용이냐!’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찰리의 목소리에 진우의 이마에 힘줄이 올라왔다.
“미치겠군! 보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볼 테니 공간이동이라도... 아 내상! 이런 젠장!”
천천히 포위망을 좁혀오는 수십의 요원들을 보며 천무진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쿨럭! 우우욱!”
그리고 전투 직전인 상황에서 진우는 계속 각혈과 헛구역질을 반복하며 주변을 살폈다.
‘1급 요원이 없어...?’
G.K 전투요원은 그 강함에 따라 4급부터 1급으로 나눠진다.
각 급마다 숫자가 각인되어 있는 배지를 착용하고 있기에 알아보기 쉬운데, 지금 두 사람을 포위하고 있는 요원들 중에는 1급 요원이 보이질 않고 있었다.
‘2급 이하로 힘을 빼고 확실히 제압하겠다는 건가?’
슬슬 구토감은 덜해지고 있었기에 진우는 슬쩍 허리를 펴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마침 잘됐어 여기서 전력을 줄여 놓으면 되겠군.’
하지만, 아직 부작용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지 마력 운용이 매끄럽지 못했다.
“쿨럭.”
그리고 마력을 운용할 때마다 죽은 피가 입과 코를 통해 나오기도 했고 말이다.
그럼에도 G.K의 전력을 줄여놓기 위해 전투를 감행하려고 하는 진우였지만.
“보스, 무리하지 마라.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
“아니, 그리 심한 건 아닌... 쿨럭. 젠장.”
“보스...”
뭔가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울컥 올라오는 죽은 피 때문에 작게 욕을 뱉었다.
그리고 천무진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더욱 표정을 굳히며 전의를 끌어올렸다.
“쳐라!”
그리고 그와 동시에 G.K 요원들이 달려들었고.
“광휘신공(光輝身功) [폭광류(暴光流)]!”
콰과과광!!
[광휘]가 가득 담긴 천무진의 주먹에서 막대한 빛이 터져나오며 엄청난 열기를 뿜어냈다.
“열차단!”
““예!””
하지만, G.K 요원들은 다르다는 것일까. 각 조마다 포함되어 있는 빙결계, 물 계열의 능력자들이 일제히 능력을 사용해 [광휘]의 열기를 차단했다.
“어딜! [광선(光線)]!”
그것을 본 천무진이 이번에는 빛 자체에 마력을 담아 수십 가닥의 레이저를 쏘아냈다.
“산개!”
그에 요원들은 산개하여 회피했지만.
“끄아악!”
“으악!!”
일부의 요원들은 광선을 맞고 육체 어딘가에 구멍이 뚫려 쓰러졌다.
“근접계는 뒤로 돌아라! 천무진은 철저히 원거리로 상대한다!”
““예!””
원거리에서 공격당해 쓰러진 요원들이 있음에도 이런 명령을 내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썩을! 좀 붙어서 싸우자 이놈들아!!”
천무진도 원거리 공격은 할 수 있지만 마력 소모가 근접전의 배 이상을 사용하고.
“데빌의 뒤를 노린다! 움직여!”
지금은 진우를 지켜야 하기에 움직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쿨럭... 끄응...”
그리고 천무진의 뒤에 서있던 진우는 그런 상황을 잠시 지켜보며 입에서 흘러나오는 죽은 피를 닦아냈다.
“[악마의 그림자].”
그리고 그림자를 늘려 요원들을 공격했다.
“산개! 그림자와 닿지 마라!!”
진우의 능력 또한 많이 알려졌는지 요원들은 진우의 그림자를 피해 바로바로 회피했다.
“상대는 내상이 심하다! 그리 빠르지 않아!”
“끄응...”
내상을 입은 것은 아니나 마력 운용이 매끄럽지 못해 평소보다 속도가 덜 나오는 것은 사실이고.
“큭! 모, 몸이!”
“마력을 터뜨려! 그림자를 떨쳐내라!”
일부 피하지 못한 요원들도 완전히 구속되지 않고 빠져나오는 상황에 진우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천무진. 그냥 가서... 쿨럭!”
“내가 어찌 보스를 버리고 도망치나!”
“아니, 그게 아니... 쿨럭!”
그냥 적극적으로 싸워 수를 줄이라고 하려고 했지만, 입만 열면 터져나오는 죽은 피에 진우는 그냥 입을 다물고 요원들을 공격해나갔다.
“어어!? 보스!? 무리하지 말라니까!?”
“그냥 좀 싸... 쿨럭!”
“막아!”
진우의 공격에 시간만 끌면 알아서 자멸하리라 생각한 것인지 요원들은 방어를 중점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보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면 최대한 방어만 하게! 내가 길을 열어보겠네!”
그것을 본 천무진은 마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G.K 요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
그런 천무진의 뒤에서 진우가 자신의 이마를 집었다.
“그래도 차라리 잘된... 쿨럭.”
그리고 홀로 남은 진우를 향해 근접계열 요원들이 달려들었다.
“흩어졌다! 공격!”
“이놈이고. 쿨럭. 저놈이고...”
그리고 진우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요원들을 향해 다시 그림자를 뻗으려 할 때.
“응?”
쾅! 쾅! 쾅! 쾅!
진우를 둘러싸듯 하늘에서 커다란 얼음 송곳이 떨어져 내려 바닥에 박히고.
“보스! 구하러 왔어!”
“최유나?”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최유나가 빠르게 내려와 착지했다.
“너 그 상처는... 쿨럭!
“지금 내 상처가 중요해!? 세상에! 피 토하는 것 좀 봐!”
“아니 이건...”
“메딕! 메딕! 아! 안 데려왔지!?”
“그러니까...”
“무리해서 말하지 않아도 돼!”
“...쿨럭.”
최유나에게 뭔가를 말하기도 전에 최유나가 품속에서 구체의 뭔가를 꺼내 들었다.
“세리나한테 장거리 공간이동 장치 뜯어왔어! 이걸로 탈출하자!”
“아니... 쿨럭! 그냥 싸워... 쿨럭!”
“아재!! 돌아와!! 이러다 보스 죽겠어!!”
죽은 피라도 그 양이 상당했기에 진우의 안색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유나!? 마침 잘 왔군! 보스를 데리고...!”
“같이 갈 수 있으니까 빨리 오기나 해!”
“으음!? 아, 알았네!”
천무진이 돌아옴과 동시에 최유나는 바닥에 박아놓은 거대한 얼음 송곳을 기화시켜 수증기의 연막을 만들어냈다.
“그럼 간다!”
“아니...!”
파아아앗!!
그리고 찰나의 섬광과 함께 세 사람이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고, G.K 요원들이 닭 쫓던 개처럼 멍하니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 *
회색 마탑, 한국 지부 최상층.
우우웅! 파아아앗!!
각종 장치들이 원형을 그리고 있는 최상층의 방에 밝은 빛과 함께 진우와 최유나 그리고 천무진이 나타났다.
“우욱!”
“으아아. 눈이 돈다아.”
“으으음...”
천무진은 자신의 입을 막고 구역질을 참고 있었고, 최유나는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있었다.
“하아아...”
그리고 진우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깊게 한숨을 쉬었다.
“아앗! 보스! 잠깐만 기다려! 세리나한테 의사를 데려오라고...”
“됐다. 쿨럭쿨럭. 내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이제 죽은 피는 대부분 빠져나간 건지 기침은 하지만 각혈은 하지 않는 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
“피를 그렇게 토했는데 내상이 아니라고!?”
“보스.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일단 치료부터 하자. 응?”
“하아, 콜록콜록. G.K 전력을 줄여놓으려고 했는데...”
제대로 말을 못 한 게 한이었다.
“아무튼, 여긴?”
“응? 아 회색 마탑이야. 좌표가 여기로 고정되어 있어서.”
“그러고 보니 장거리 공간이동 장치라고 했지, 처음 들어보는데?”
공간계 능력은 그 희귀성 덕분에 어디를 가나 우대받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약간 계륵의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 이유는 장거리 공간이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발한 지 3년? 그 정도밖에 안 됐다고 했어. 더럽게 비싸기도 하고 제약이 많아서 아직 상용화 안 된 물건이라 그랬고.”
“그런가.”
자리에서 일어난 진우가 빈혈로 인해 살짝 비틀거리자 천무진이 진우를 부축했다.
그때, 진우가 최유나가 들고 있던 구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원래 그런 색이었나? 검은색이 됐는데?”
“어? 그러게? 파란색이었는데?”
“...”
그리고, 마침 최상층의 문이 거칠게 벌컥 열리며 세리나가 들어왔다.
쿵쿵쿵!
화가 많이 난 세리나의 모습에 최유나가 움찔했다.
“진짜 써버렸네...?”
성큼성큼 다가온 세리나가 최유나의 손에서 검게 변한 구체를 뺏어 들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2인용인데... 세 명이 동시에...”
“어... 그랬나?”
“3인용을 준다니까 듣지도 않고...”
“헤헤헤, 급해서 그랬지~”
“완전히 고장 났네...?”
“아, 역시?”
휙.
“...”
갑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세리나의 강렬한 시선에 진우는 슬쩍 눈을 돌렸다.
“이거 얼마짜리인지는 알아요?”
“...비싸다고는 들었다.”
“원가만 따져서 10억.”
“...”
“제 마법이랑 초능력으로 만든 코어가 1년에 하나 만들까 말까.”
“그...”
“이건 2인용이라 코어도 두 개. 근데 보시다시피.”
푸쉬이익.
때마침 검게 변한 장거리 공간이동 장치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완전히 맛이 갔네요?”
“...”
진우가 슬쩍 최유나를 바라봤지만.
“휘이~ 휘휘~”
최유나는 고개를 돌리고 되지도 않는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갚겠다.”
결국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는 진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