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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64화 (64/109)

가장은 만능 빌런 64화 - 리디북스

“정신을 잃었나.”

치료계 능력을 사용해 어느 정도 응급처치 정도는 했기에 이광진에게서 손을 떼고 몸을 일으킨 진우가 머리를 털며 천천히 일어나는 신명하를 바라봤다.

“저쪽은 기절시킬 생각으로 쳤는데, 터프하군.”

자신에게 차인 뺨이 살짝 붉어진 것과 먼지가 묻은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대미지도 입지 않은 듯한 신명하의 모습에 진우가 낮게 혀를 찼다.

“크아아!! 씨X!!”

“뭔가 마음에 안 들면 욕부터 하는 건 여전하군.”

사방으로 [충격파]를 난사하며 괴성을 지르는 신명하를 보며 진우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데빌! 또! 또 네놈이냐!!!”

자신을 차 날린 자가 진우라는 것을 확인한 신명하가 [충격파]를 이용해 순식간에 날아왔다.

“그래 나도 만나서 반갑네.”

자신의 주먹에 [충격파]를 가득 담아 휘두르는 신명하의 앞에 진우가 [공기벽]과 [초진동]을 사용했고.

꾸우웅... 푸화아악!!

“끄아아악!!”

신명하의 [충격파]는 더 강한 진동의 벽에 막혀 역으로 스스로의 주먹을 터뜨렸다.

“끄으윽!! 이, 이게 무슨...?!”

“내가 두 달 동안 미국에서 놀기만 한 건 아니거든.”

오히려 찰리와 함께 능력의 조합을 연구한 시간이 더 길다.

“그리고 이제 가디언 총본부도 꽤나 바빠질 예정이라.”

“무슨...”

“굳이 숨길 필요도 없어졌고.”

“숨겨...?”

그동안 진우는 의도적으로 그림자에 관련된 능력만을 사용해 왔다.

어둠 계열 능력의 특성상 능력 종류의 구분이 힘들고 범용성이 높은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되도록 가디언 총본부의 관심을 끌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굳이 능력을 숨길 필요가 사라졌다.

“후우우... [대지 조작]-[흙창]”

콰드드득! 푸욱!

“끄아아악!”

가디언 총본부는 미국 52구역에서 일반인에게 초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을 발명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수류 조작]-[물폭탄]”

퍼어엉!!

“커어억!”

52구역은 그런 가디언 총본부를 견제할 테니, 그 둘의 대립은 필연.

“[전기 조작]-[방전]”

파지지직!

“끄아아아악!!!”

미국과 가디언 총본부가 대립을 시작하면 ‘다소’ 능력이 많은 ‘일개’ 빌런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는 없을 것이다.

“헉, 헉, 헉, 대체 능력을 며, 몇 개나...”

“글쎄. 아무리 나라고 해도 관리기관에 등록된 모든 능력을 외우고 있는 건 아니라서 말이다. [공기 포탄].”

콰아아앙!!

“끄으윽!!”

스스로의 [충격파]에 피부가 다 찢겨 나간 오른팔로 [공기 포탄]을 막아내는 신명하를 본 진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육체계열 능력도 있었나? 내가 알기로는 [미약한 진동]과 [공기 전달] 두 개가 끝이었는데.”

“괴, 괴물...”

벌써 다섯 개. 원래 데빌이 사용하던 그림자 계열의 복합 능력을 생각하면 못해도 8개.

즉, 자신의 눈앞에 있는 데빌이 최소 옥터플(8, Octuple) 능력자였다는 것을 깨달은 신명하가 두려움에 질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괴물? 괴물이라...”

주저앉아 벌벌 떨기 시작하는 신명하를 똑바로 노려보던 진우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괴물! 오, 오지 마!! 사, 살려 줘!”

“악마에 괴물. 안 좋은 건 다 갖다 붙이는군.”

악마는 악마 가면을 쓴 진우의 잘못이었지만 말이다.

“나도 착하게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희들이 나를 악마나 괴물이라 부르는 건 솔직히 짜증 난다.”

푸화아아악!!

진우를 중심으로 반경 수십 미터에 달하는 검은 연막이 피어올랐다.

“으, 으아아아!! 오지 말라고!!!”

쾅! 쾅! 콰아앙!!!

사방이 검은 연기로 뒤덮이고, 오로지 황금빛으로 빛나는 섬뜩한 눈동자만이 보이자 신명하는 그를 향해 연속적으로 [충격파]를 날려댔지만.

“특히 너는 더더욱 그렇고.”

꿍! 꾸우웅!

그리 큰 소리조차 내지 못하며 진우가 사용한 초진동의 공기벽에 막혀 사라졌다.

“히, 히이익!!”

어느새 신명하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진우가 그의 눈을 노려봤다.

“신명하, 일단은 물어보도록 하지. 왜 나를 노렸지?”

“무, 무슨 소리야! 나, 나는 네놈... 아, 아니 다, 당신이 이곳에 나타날 줄은 생각도...”

“아, 이런. 최근에 밖에만 나오면 계속 쓰고 있어서 까먹고 있었군.”

“뭐?”

진우는 천천히 손을 올려 가면을 벗었다.

“다시 한번 물을까?”

“서... 진우...?”

진우의 얼굴을 본 신명하가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렸다.

“어, 어떻게...!? 너는 죽었을 텐데!?”

“뭐, 한 번 죽긴 했지.”

손, 아니 온몸을 떨며 경악하던 신명하는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 리가... 선택... 나는...”

“후우... 쉽게 대답이나 하면 좋을 것을.”

당연히 그것을 기다려 줄 생각은 없던 진우는 그냥 끝을 내고자 가장 익숙한 [악마의 그림자]를 사용해 그림자로 만들어진 날카로운 칼날을 만들어냈다.

“잘 가라.”

후우웅!!

그리고 그림자의 칼날은 마치 단두대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신명하의 목덜미에 쇄도하고.

떠어엉!!

마치 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갔다.

“흡!?”

그리고 갑자기 느껴지는 섬뜩한 마력에 진우는 땅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선택!!! 구원!!! 아아아!!! 구원받아야 해!!!”

“이건!?”

콰과과과과!!

진우가 만들어낸 검은 연막이 신명하가 뿜어내는 [충격파] 그리고 마력에 의해 밀려나며 검은 연막으로 만들어진 반구형의 돔이 생겨났다.

“내가 너 같은 무능력자 새끼보다 못할 리가 없어!!!”

“나는 선택받은 사람이다!! 무능력자와는 달라!!!”

“버러지 같은 네놈과는!!”

“널려있는 쓰레기와는 다르단 말이다아아!!!”

퍼버버벙!! 콰아앙!! 콰가가가각!!!

진우뿐만이 아니라 사방으로 [충격파]를 날려대는 터라 검은 연막의 돔에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런.”

그에 진우는 빠르게 가면을 다시 쓰고, 초진동의 공기벽을 연막의 안쪽에 둘렀다.

‘연막에 [소리 차단]을 사용해 놓길 잘했군.’

신명하가 고래고래 진우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터라 까딱하면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게 되는 꼴이 될뻔했기에 미리 [소리 차단]을 연막에 중첩시켜 사용해 두길 잘했다 생각하는 진우였다.

“그나저나...”

“으아아아!! 죽어!! 죽으란 말이다!! 서진우!!!”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마력을 내뿜으며 쉬지 않고 [충격파]를 사용하는 신명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위력도 조금... 아니 꽤 올라갔고...”

꽝!! 꽈아아앙!!

초진동의 공기벽에 막혀 쉽게 흩어지던 것과는 다르게 지금 신명하의 충격파는 공기벽을 부술 듯이 두드리고 있었다.

“나는!! 구원받을 것이다!! 아니!! 이미 구원받았다!!”

“구원...”

하지만, 고작 마력이 조금 섬뜩해졌다고 압도적으로 강해진 것은 아니었기에 진우는 수많은 [충격파]를 하나하나 막아내며 신명하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뭔가 했더니 SOE와 접촉한 건가.”

현대에 와서 구원이란 말을 쉽게 뱉는 자들은 세이비어 오브 엔드. SOE의 잔당들뿐이었기에 쉽게 유추가 가능했다.

“으아아아!! 오지 마!! 꺼져!!! 죽어!!”

쾅!! 콰아앙!

불, 물, 바람, 전기, 돌, 연기 등등 갖가지 능력이 발휘되며 신명하의 [충격파]를 상쇄했다.

“가디언 코리아의 간부라는 놈이 SOE에게 넘어가 테러를 저지르다니.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군.”

“크하하하!! 난 최강이다! 선택받은 자다!!”

“아니, 넘어간 게 아니라 이용당하고 있는 건가.”

“으어어엉!! 나는 능력자란 말이다!! 다 꺼져!! 무능력자는 너희들이다!! 나는 잘못 없어...!”

웃다, 울다, 분노하다, 우울해지는.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듯한 행동.

스으으으...!

그리고 신명하의 마력은 본래의 푸른색을 잃고 마치 주인의 몸에서 피를 뽑아내어 사용하는 것처럼 점점 붉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마력이 붉어질수록 능력이 강해지는군. 방어도 강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신명하의 [충격파]는 점점 더 위력을 더해갔고, 그 숫자 또한 많아지고 있었다.

간간이 공격을 날려봐도 붉은빛을 띠는 마력에 의해 별 소득 없이 막힐 뿐이었다.

“어디까지 강해지나 궁금하긴 하지만...”

진우는 신명하의 정면에 서서 미쳐버린 신명하를 바라봤다.

“슬슬 천무진이 힘들어할 것 같거든.”

가디언 코리아의 요원을 홀로 막고 있을 천무진을 생각해서, 그리고 어차피 정신을 놓아버린 신명하에게 더 얻을 것도 없기에, 진우는 그냥 빠르게 끝내기로 했다.

“그냥 뚫기는 어렵겠고... 역시 먹어야겠지...”

진우는 품속에서 작은 약통을 꺼내 뭔가를 입에 털어넣었다.

“영광으로 생각해라. 새롭게 조합을 짜고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능력이니.”

그리고 진우의 전신에 아름다운 푸른색의 마력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어둠 조작], [빛 조작]”

본래라면 진우는 어둠 계열 능력과 빛 계열 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찰리가 만든 진우 전용의 강화제를 복용한 지금, 딱 10분간 진우의 몸에 있는 수백, 수천 가지의 초능력 인자가 완전히 융합되어 그 제약이 사라진다.

“[융합]. [압축]”

오른손의 찬란한 빛과, 왼손의 음울한 어둠이 하나가 되어 하나의 구체가 되기 시작했다.

“후우...”

손가락 한 마디만 한 검고 흰 구슬에서 느껴지는 반발력에 진우가 한숨을 내쉬며 정신을 집중했다.

“죽어어어어!!!”

콰아아앙!! 쾅!!

그로 인해 빈틈이 생겨 신명하의 충격파가 진우의 방어를 뚫고 들어와 진우에게 대미지를 주기 시작했다.

“후우우우...”

“제-발! 죽어어어어어!!!”

하지만.

“[흑광]”

화아아아악!!!

진우의 양손 사이에서 뿜어져 나온 빛과 어둠이 신명하의 붉은 마력을 원래부터 없었다는 것처럼 지워버렸다.

“끄아아악!!”

마치 생살을 저미는 듯한 고통에 신명하가 비명을 지르기도 잠시, 눈동자와 흰자가 완전히 붉게 변한 신명하가 기괴한 눈으로 진우를 노려봤다.

“감히! 무능력자 주제에에에!!!”

“후우, 일격에 끝내려고 했는데 아직 익숙하지가 않군.”

“아아아악!!! 제발!! 제발 죽어줘어어어!! 선택받은 사람인 나를 위해 제바아아알!!!”

신명하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진우가 흑광 구슬에 마력을 담으며 말했다.

“열등감도 그 정도면 병이다. 다음 생에는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해보길 바란다.”

“서진우우우!!!”

“잘 가라. [흑광(黑光)]”

화아아아악!!

방금 전보다 훨씬 강한 어둠과 빛이 섞인 회색의 무언가가 그대로 세상을 뒤덮었다.

* * *

“헉, 헉, 헉.”

천무진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G.K 요원들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저긴 개미굴이라도 되는 건가? 왜 이렇게 많아?”

고작 10분 정도 길을 막고 시간을 끄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서른이 넘는 요원을 쓰러뜨린 천무진이다.

그럼에도 지금 천무진의 눈앞에는 백에 가까운 요원들이 남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벅저벅.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자신에게 다가오는 요원들과.

우우웅!

조금 떨어져 원거리 공격을 준비하는 요원들의 모습에 천무진은 깊게 심호흡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은혜 갚기 참 힘들구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음?”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던 요원들이 일제히 살짝 고개를 올리고 멍하니 자신의 뒤를 바라보는 것을 발견한 천무진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저게 뭐...!?”

그런 천무진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런 소리 없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회색의 기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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