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은 만능 빌런 63화 - 리디북스
(이곳은 서울 가디언 코리아 본사의 앞입니다.)
(약 30분 전, 갑자기 인근에 나타난 괴한은 주변 가리는 것 없이 모든 것을 파괴하며 폭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삑.
(대성 길드가 제압을 시도했지만 빌런에게 당하고 말았...)
삑.
(G.K 요원들이 빌런의 제압을 시도합니다. 이번에야말로... 아아! 미, 밀립니다! 요원들이...!)
삑.
(저희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 인근에서 폭동을 벌이는 빌런의 정체는 가디언 코리아 정보부 소속의 ‘전’ 총괄, 신명하라고 합니다.)
(서진우 전 정보총괄이 사망한 이후 정보부 총괄 자리에 오른 이로...)
진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태블릿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바라봤다.
“정부 쪽에서 신명하의 정보를 흘렸군.”
아니면 일개 방송국이 ‘전’ 총괄이라 할지라도 신명하의 정보를 입수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저놈은 왜...”
콰과과광!!
(으하하!! 다 죽어!! 죽어버려!!)
영상 속 신명하는 그야말로 광인(狂人).
원래부터 다혈질이긴 했지만 왜 저런 짓을 하고 있는지 그것도 왜 굳이 G.K 본사의 근처에서 저러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선택받은 자다! 너희 같은 무능력자와는 다르단 말이다!!)
“...이건 조금 위험하겠군.”
현재 한국은 초능력자의 사회 활동을 위해 천천히 그 토대를 쌓고 있다.
이전의 사건 이후 정부와 템페스트 동맹이 힘을 합쳐 초능력자와 일반인 사이의 반감을 없애기 위해 힘을 쓰는 중이다.
“신명하를 제압하지 않는 건 저 언행 때문인가...”
30분.
G.K의 앞마당인 서울에서, 그것도 본사의 바로 앞에서 무려 30분이 지났다.
그런데도 정예는커녕 보내는 것은 고작 중견 길드에 3급 요원 몇 명정도.
이건 그냥 제압할 마음이 없다고 봐야 했다.
“잘못하면 일반인의 반감이 극에 달하겠군... 하아. 어쩔 수 없지.”
어쩌면 가디언 코리아의 음모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진우는 최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웬일이야 보스가 전화를 다 주고? 아니 그보다 언제 온 거야?
“미안하군. 들어와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겨서 연락을 못 했다.”
-흐음~. 뭐 그래. 아무튼 지금 전화한 건 신명하인지 씹명하인지 그놈 때문에?
“알고 있었나?”
-그럼. 지금 템페스트 쪽에서도 그거 때문에 난리인데.
뉴스에도 나올 정도이니 템페스트가 알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말이 빠르겠군. 도석환에게 신명하 제압을 부탁...”
-아앗! 반할배! 뭐 하는 거야!?
-그놈에 반할배 소리는... 아무튼 잠시 빌리마.
“...”
-데빌.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좀 힘들겠네.
“도석환인가. 왜지?”
최유나에게서 전화를 뺏었는지 뒤쪽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두 사람 전부 가볍게 무시했다.
-정부 쪽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지금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일세.
“왜지?”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정부와 우리 동맹은 전국으로 퍼져 초능력자와 일반인 사이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네.
“알고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전력은 보존하고 있을 텐데?”
-그게 딱히 그렇지도 않네.
“...뭐?”
가디언을 견제하기 위한 전력은 보존하고 있을 줄 알았던 진우였기에 꽤나 놀란 모습이었다.
-방어를 위한 전력은 보존하고 있지. 하지만, G.K의 암부가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네.
“...누구를.”
-대통령일세.
“...미치겠군.”
간단히 말하자면 신명하를 제압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그냥 이번 기회를 노리고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G.K의 암부가 대통령의 암살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였다.
아마 템페스트나 정부의 전력이 조금이라도 빠지면 바로 암살을 시도할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움직일 수가 없는 상황이네.
“...어쩔 수 없군.”
결국 진우는 도석환의 말에 수긍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랑 천무진이 가겠다.”
-괜찮겠나? 저번 일로 G.K가 자네를 노리고 있을 거네.
“위험하긴 하겠지.”
신명하가 날뛰고 있는 곳은 G.K 본사의 바로 앞. 의도적인 함정이든 아니든 진우에게는 위험한 장소였다.
“그래도 융화 작업을 계속 이어가려면 지금 저놈은 처리해야 한다.”
-그건... 이해한다만.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에도 신명하는 계속해서 선택받은 자, 무능력자, 버러지, 등등 차별적인 말을 하며 계속해서 날뛰고 있었다.
이걸 그냥 내버려 둔다면 일반인과 초능력자의 사이는 더욱 악화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신명하는 어차피 내가 죽일 생각이었다. 제압을 부탁한 것도 그래서였지.”
자신의 아내를 노리고 음욕을 그리고 악의를 보였던 신명하를 그냥 둘 만큼 진우는 선인이 아니었다.
“마침 시험해볼 것도 있으니. 나쁠 건 없겠지.”
-뭐 좋겠지. 일단 우리도 최대한 G.K를 견제해 보겠네.
“부탁하지.”
전화를 끊은 진우는 주머니에 자신의 방에 작은 금고에 넣어놨던 보라색 알약을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결국 그걸 먹어야겠군.”
자신의 피와 체액을 이용해 만든 거라 찝찝하긴 했지만, 세기의 연금술사가 만든 약인 만큼 효과는 탁월했기에 진우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 *
콰과과광!
멀쩡하던 건물이 뼈대를 드러내며 무너지기 직전까지 부서지고.
“꺄아아악!!”
“사, 살려줘!!”
“가디언!! 가디언 새끼들은 뭐 하는 거야!!”
돌, 철, 유리 등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가, 가지 마...”
“누, 누가 제발...”
하지만, 일부의 사람들은 도망도 치지 못하고 주저앉아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크하하하!! 버러지들! 너희는 전부 버러지들이다!!”
신명하의 능력, [충격파].
[미약한 진동], [공기 전달]. 두 가지 능력을 합쳐 만든 더블 능력으로 물리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다, 다리가 안 움직여.”
“제발, 누가 살려주세요!!”
특정 진동파를 이용해 근육이 굳어지거나 풀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에 눈먼 파동에 맞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주저앉아 벌벌 떨기만 하고 있는 것이고 말이다.
“봐라! 내가 바로 선택받은 자다!! 너희 같은 버러지와는 차원이 다른 선택받은 사람이란 말이다!!”
신명하의 목적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었기에 신명하에게 덤빈 길드원이나 요원을 제외한 일반인들은 다쳤을 뿐이지 죽은 자는 없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헉, 헉.”
그때, 쓰러져 있던 대성 길드의 A급 능력자, 이광진이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헉. 그만둬라 빌런...!”
“빌... 런?”
그리고, 이광진의 목소리에 반응한 신명하가 사방에 [충격파]를 날리던 것을 멈추고 그를 돌아봤다.
“내가 빌런이라고?”
못 들을 것을 들었다는 듯한 반응.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에 오히려 이광진이 살짝 당황할 정도였다.
“주변을 봐라! 이딴 짓을 벌이면서 빌런이 아니면 뭐라는 거냐!”
하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 이광진이 분노하며 소리쳤고.
“하! ...하하하!?”
그것을 들은 신명하가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내가 빌런이라고!?”
콰아아앙!!
신명하가 크게 소리치며 방출한 [충격파]가 이광진의 바로 옆 도로를 박살 냈다.
“아니!! 아니지!! 나는 대(大)가디언의 정보 총괄이다!! 이런 내가 빌런일 리가 없지!! 크하하하!!”
“...”
핏빛으로 물든 눈에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르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표정.
“미친놈...”
누가 봐도 지금의 신명하는 미쳐있었다.
“미쳤...? 크크큭. 크하하하! 아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맑은 정신이다!”
“!?”
퍼어엉!
자신의 뒤쪽으로 충격파를 날려 그 반동으로 빠르게 쏘아지는 신명하의 모습에 이광진이 서둘러 방어를 시도했지만.
퍼어억!!
“컥!!”
신명하의 주먹이 그대로 이광진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꺼어어어...”
“쓰레기 놈. 나는 급이 다르단 말이다! 감히 쓰레기 주제에 내가 미쳤다고?”
“끄으으...”
가디언 코리아에 입사한 자들이 길드에 들어간 자들을 비웃는 말.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얌전히 들어가 있어라!”
“젠... 자아앙...!”
초능력을 각성하고 가디언 코리아에 떨어진 이후, 선택권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길드.
그럼에도 쓰레기 소리를 듣고, 자신이 몸담은 길드가, 아니. 모든 길드가 쓰레기통이라고 불리는 현실에 이광진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광진은 다시 일어났다.
“음?”
“씨X! 나는 내가 원해서 길드에 들어갔는 줄 알아!!”
얼마 전. 소문을 들었다.
“씨X! 내가 원해서 능력을 각성했는 줄 아냐고!!”
정부와 반정부 조직, 템페스트가 손을 잡았다는 소문.
어이가 없었다. 길드의 모기업들도 정부에 따지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소형, 중형, 대형을 따지지 않고 대부분의 길드가 정부에 반발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나도 씨X 꿈이 있었어!! 원해서 능력자가 된 게 아니라고!!”
어쩌면, 정말 어쩌면의 일이지만. 초능력자의 일반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해지도록 노력 중이라는 소문.
그 뜬구름을 잡는 듯한 소문 때문이었다.
“흐아아아!!”
이광진이 [수분 조작]을 사용하여 자신의 검에 물의 칼날을 씌워 휘둘렀다.
“흥.”
퍼어엉!
그리고, 신명하가 코를 치며 사용한 [충격파]에 가볍게 날아가버렸다.
“쓰레기통에 들어간 쓰레기가 다시 나오면 안 되는 법이지.”
“가디언에서 초능력자를 전부 감당하지 못하니까 길드를 만든 거잖아!!”
“그러니 쓰레기통이라 그러는 거다.”
퍼어엉!!
“크어억!!”
신명하가 이광진을 날려버리고는 말을 이었다.
“자격 미달의 쓰레기들이 사회에 나가봤자 빌런밖에 더 되겠나. 쓰레기를 담을 쓰레기통은 있어야지.”
“너 같은 미친놈들이 가디언에 있기 때문에 매년! 매월! 빌런이 늘어가는 거다. 미친놈아!!!”
이광진은 신명하의 눈을 향해 작은 물방울 탄을 날렸지만.
펑! 펑!
그 또한 보이지 않는 충격파에 가볍게 터져나가고.
뻐어어엉!!
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이광진의 복부가 움푹 들어가며 이광진이 피를 토했다.
“쿨럭! 쿨럭!”
“너 같은 쓰레기가 선택되어 구원받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우웨에엑...!”
장기가 완전히 망가졌는지 크게 피를 토한 이광진이 흐릿한 눈으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나는 쓰레기와는 다르다!! 나는 선택받은 능력자란 말이다!!”
“헉... 헉...”
“봐라! 이 힘을! 네놈 같은 쓰레기는 넘볼 수 없는 이 힘을 보란 말이다!!”
“...?”
점점 빛이 꺼져가는 눈으로 바닥에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이광진의 눈에 한 줄기 의문이 스쳐 지나가고.
“악... 마...?”
“크하하하! 그래! 마치 악마와도 같은 힘이지! 쓰레기는 평생을 노력해도...!”
“시끄럽다.”
“얻지 못할...! 뭐?”
빠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앙!!!
검은 구두에 얻어맞은 신명하가 그대로 쏘아져 한 건물에 처박혔다.
“쎄엑... 쎄엑...”
“...”
이제는 거의 앞이 보이지 않는 이광진의 눈에 이상할 정도로 두렷하게 보이는 한명의 악마.
“조금만 더 빨리 올 걸 그랬군.”
“누... 구...”
계속해서 올라오는 핏물에 제대로 된 발음이 되지 않음에도 악마는 이광진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에게 얼굴을 가져다 대며 대답했다.
“네가 말한 대로 악마다. 다만, 저런 썩어버린 벌레를 잡는 악마지.”
“끄르르륵...”
G.K에 관련된 자들을 사냥한다는 악마.
코드네임, 데빌. 이광진도 소문은 듣고 만나면 되도록 도망치라는 주의는 받았었다.
“굳이 말을 하려 하지 마라. 즉사하지 않은 게 다행인 정도의 부상이니.”
“...”
“살려주마. 대신 네가 나오는 영상을 사용...”
그런 데빌이 뭐라고 계속 말을 한 것 같았지만 머리가 울려 뒷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저... 미친놈... 잡아야 하는... 뭐... 됐나...’
빌런임에도 마치 든든한 동료가 온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이광진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