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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61화 (61/109)

가장은 만능 빌런 61화 - 리디북스

진우가 미국에서 돌아오고 이틀. 진우는 자는 시간, 지은이, 이은선과 노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천지인의 능력 제어 훈련에만 매달렸다.

“흐아아...”

“진도가 빠르군. 역시 천무진의 딸이다.”

“헤헤.”

덕분에 천지인은 이제 어느 정도 종이 생명체의 제어가 가능해졌다.

“다들 집합!”

부르르! 부스럭! 샤샥!

천지인의 말에 종이가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종이 생명체가 천지인의 침대 앞에 도열했다.

“이렇게 보니 많긴 하군.”

“헤헤, 신기해서 계속 만들다 보니... 지은이도 좋아하고요.”

지금도 지은이의 곁에 붙어있는 종이 생명체는 제외하고 집합한 거니 본래는 이것보다 더 많다는 소리였다.

“그나저나 조종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도 자율 행동이 가능한 건 확실히 대단하군.”

“네. 말해주신 [종이 조종]이랑 [무생물 조종]? 그것들이랑 제 능력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그래. 그것들은 이렇게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하니까.”

조종 계열 능력은 프로그래밍에 맞춰 미리 설정한 대로 움직이게 할 수는 있지만, 천지인의 능력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진우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다시 입을 열었다.

“네 능력은 굳이 따지자면 조종 계열이 아니라 창조에 가깝군.”

“헤에... 에?! 창조요!?”

창조.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힘.

자신의 능력을 그런 창조에 빗대어 말하는 진우의 말에 천지인이 기겁을 하며 진우를 쳐다봤다.

“물론 가까울 뿐이지 진짜 창조라는 것은 아니다. 진짜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유사 의식을 부여하는 정도니까.”

천지인의 능력은 자신의 의식을 복제하여 스스로의 마력과 섞어 유사 의식을 만들고, 직접 만든 종이 인형에 부여하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종이 인형이 아니면 의미도 없고.”

한 가지 아까운 것은 색종이, A4 용지와 같은 사무용지, 심지어 골판지 등, 종이의 분류로 들어가는 것은 뭐든지 인형으로 만들 수 있지만, 나무, 얇은 철, 심지어는 천과 솜 같은 걸로는 능력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철판으로 만들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저어는 종이면 충분한데요...”

진우는 천지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며 말했다.

“아무튼 오늘 훈련은 부여된 유사 의식을 회수하는 거다.”

“엑? 왜 굳이요!?”

“원래 각성 초반에는 다양하게 능력을 활용해 보는 게 좋다.”

“아버지는 빡! 하고 훅! 하면 강해진다고 했는데요.”

“...천무진이 왜 직접 훈련을 안 시키는지 알 만하군.”

딸바보인 천무진이 왜 직접 천지인을 훈련시키지 않나 했더니 스스로가 가르치는 것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빨리 시작해라.”

“넵!”

* * *

심야의 바(Bar).

꿀꺽! 꿀꺽! 탁!

그곳에서 신명하가 독한 술을 물처럼 마시고는 거칠게 잔을 내려놨다.

“푸흐... 씨X...”

그리고는 옆에 있는 술병을 집어 다시 잔에 술을 따랐다.

예전, 자신이 사놓고 방치해 뒀던 바였기에 그런 신명하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새끼만 아니었으면... 내가 최고였다고...”

과거, 신명하는 서진우보다 먼저 가디언 코리아에 입사한 선배였다.

나름대로 머리가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사내 정치를 잘했기에 정보부 2급 요원이었고, 서진우는 급 외의 일반 정보요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1년, 2년, 3년이 지나. 신명하가 1급 요원이 되고.

“씨X... 그딴 무능력자 새끼가 뭐라고...”

서진우는 G.K 정보부 부총괄이 되었다.

당시 부실했던 정보 라인의 재구축, 새로운 정보 라인의 확보. 조각난 정보의 수집과 그것을 정리하여 완성된 정보로 만드는 능력을 인정받아, 당시 G.K 지사장이었던 유창연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꿀꺽, 꿀꺽. 후우우...”

그리고 당시의 정보부 총괄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용히 은퇴하고, 서진우는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하다는 듯이 정보부 총괄 자리에 올랐다.

그 이후의 활약에 대해서 간단히 말하자면, 무능력자 임에도 가끔씩 차기 G.K 지사장에 올라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부총괄... 씨X. 부총괄... 킥킥킥...”

그런 서진우가 신명하를 부총괄 자리에 올린 이유는 딱 한 가지.

“씨X!!!”

쨍그랑!!

정보부에 만성적으로 부족한 무력을 가진 나름대로 머리는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새끼보다 못한 게 뭔데!!!”

그것을 신명하는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경계한 서진우가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부총괄 자리에 올렸다 생각하며 열등감을 불태웠지만 말이다.

“으아아아!!!”

신명하는 주변에 널려있는 술병을 던지고, 밀치며 난동을 피웠다.

“씨X!! 그 새끼를 치우는 데 동의한 사람이 누군데!! 뭐? 씨X 그 새끼가 살아있으면 달랐을 거라고? 그 새끼가 총괄이었으면 달랐을 거라고?! 지랄하지 말라고!! 아아악!!!”

정인태 지사장, 5인의 이사, 그리고 유차빈 비서실장. 모두가 서진우를 치우는 데 반대하지 않고 동의한 사람들이다.

무능력자가 뛰어난 성과를 쌓아 올리는 것을 경계한 사람들이다.

그런 자들이 이제 와서 자신과 서진우를 비교하며 자신을 내쳤다는 것에 신명하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하하, 꽤나 쌓인 게 많은 모양입니다?”

“...넌 뭐야.”

그때, 바의 입구에서 누군가가 반쯤 문을 열고 머리만 내밀고는 신명하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별 미친.”

“하하하.”

신명하의 거친 말투에도 생글생글 웃던 사내가 다시 말을 꺼냈다.

“당신을 이렇게 만든 자들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습니다?”

“꺼져.”

“저희가 당신에게 힘을 보태면 복수는 쉽습니다?”

“꺼지라고!”

무조건 ‘다.’에 의문으로 끝나는 거슬리는 말투에 신명하는 문을 향해 술병을 던지며 소리쳤다.

쨍그랑!!

술병은 정확하게 사내의 머리에 맞고 요란하게 깨졌다.

“그러지 말고 한번 대화를 나눠보지 않겠습니다?”

사내는 이마에서 피가 흐름에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입을 다물지 않았다.

“이 씨X...!”

꽤나 기괴한 사내였지만, 이미 취기가 올라왔고 애초부터 열받아 있던 신명하는 욕설을 내뱉으며 벌떡 일어나 능력까지 사용하려 했지만.

“어이쿠, 그건 좀 곤란합니다?”

“어...?”

어느새 바에 완전히 들어온 사내가 그런 신명하의 어깨를 누르고 다시 자리에 앉혔다.

“언제...!?”

머리만 빼꼼 내밀고 있는 것을 똑똑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언제 완전히 들어왔는지, 언제 다가왔는지, 언제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렸는지 전혀 보지 못했다.

“당신은 마력을 숨기지 못하잖습니다? 여기는 G.K의 영역이라 당신이 능력을 사용하는 건 곤란합니다?”

“...”

그렇게 말한 사내가 어깨에서 손을 떼고 자신의 옆자리에 앉았음에도 신명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이지 못했다.

“어이쿠. 깜빡했습니다?”

가볍게 말한 사내가 신명하를 툭 건드리자 그제야 딱딱하게 굳었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너, 넌 뭐냐.”

정인태 지사장의 [염동력], 유차빈의 [척/인력 제어]도 상대의 움직임을 강제로 제어할 수는 있지만, 아예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강제할 수는 없다.

“네? 하하! 아까 제대로 안 들으셨습니다? 저는 당신에게 ‘구원’을 주러 온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어떤 능력인지는 몰라도 이 사내의 능력이 위험하다는 것 정도는 술에 취한 신명하라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구원?”

“네! 구원입니다?”

신명하는 어느새 새로운 술병을 꺼내 두 개의 새로운 잔에 따르고 있는 사내를 경계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아까 복수 어쩌고 했었지. 그게 구원인가?”

“하하하! 구원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복수를 원하는 자에게는 복수를! 명예를 바라는 자에게는 명예를! 재물을 바라는 자에게는 재물을 주면! 그게 구원 아니겠습니다?”

“...”

순식간에 제압당했다는 충격에 어느 정도 술이 깬 신명하가 이제야 사내의 말투가 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굳이 그걸 묻지는 않았다.

대신, 구원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사내의 말에 인상을 구기며 물었다.

“네놈, 설마 SOE의 사람이냐?”

구원을 쉽게 논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정신병자들이 모인 곳은 전 세계에 단 하나. 종말의 구원자.

그것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은 신명하였다.

“네? 아하하하,”

신명하의 질문을 들은 사내는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전에는 그런 이름이었습니다? 뭐 전 개편 이후에 들어와서 그때의 저희는 잘 모릅니다?”

“개편...?”

“그렇습니다? SOE는 가디언에 한 번 뭉개졌습니다? 그래서 내부에서도 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조직 자체가 개편됐다는 말인가?”

“노노노노! 그건 아닙니다?”

사내는 술이 가득 담긴 글라스를 신명하의 앞으로 밀며 말을 이었다.

“살아남은 간부들이 전부 뒈진 겁니다!? 진정한 구원자님의 손에 말입니다!?”

“진정한 구원자?”

“간부들이 전부 뒈지고, 안 그래도 아슬아슬하던 SOE는 자연스럽게 완전히 부서졌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구원자님은 그렇게 도태된 SOE의 생존자들을 전부 받아주신 겁니다!?”

“...”

“그렇게 지금의 저희가 탄생했습니다!?”

“...”

어린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가는 사내를 바라보던 신명하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사내의 모습이 기괴한 것도 있었지만.

‘왜 굳이 이런 걸 일일이 설명하지?’

‘내가 저쪽에 붙을 것을 확신하고 있는 건가?’

‘내가 가디언 쪽에 정보를 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건가?’

‘아니, 내가 알려도 상관없는 건가?’

숨길 생각도 하지 않고 술술 말하고 있는 자신감에 소름이 돋은 것이다.

“호로록. 음~ 좋은 술입니다? 맥주보다는 못합니다?”

“...”

신명하는 마시라는 듯이 손짓하는 사내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술잔을 입에 댔다.

“후우... 그래서. 전 SOE가 왜 내 복수를 돕는다는 거지?”

“예? 이거이거 명하 씨는 말을 제대로 안 듣는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피식 웃은 사내는 글라스에 담긴 68도짜리 술을 원샷하고는 신명하를 바라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복수를 바라는 자에게는 복수를. 그게 저희의 구원입니다.”

“...”

말투가 처음으로 의문형을 끝나지 않고 끝났다.

“저희는 그저 당신을 구원해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순식간에 내려앉은 분위기에 신명하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만약 거절한다면...”

“그리고 진정한 구원은 대상이 원하지 않더라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당신이 거절하고 받아들이고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

그야말로 폭론에 정신 나간 제안. 아니, 제안조차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신명하는 사내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당신은 그저 시원하게 복수를 이루면 되는 겁니다. 그게 당신의 ‘구원’이 될 겁니다.”

핏빛으로 빛나는 사내의 눈에 압도되어 포식자를 눈앞에 둔 토끼처럼, 그저 몸을 떨 뿐이었다.

“많이 답답하셨겠습니다.”

“당신은 뛰어난 사람인데 말입니다.”

“그 누구도 당신을 뛰어넘을 수 없습니다.”

“당신은 선택받은 능력자입니다.”

사내는 품속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냈다.

그리고 그 케이스 안에 들어있던 작은 주사기와 약병을 꺼내 약병 속 내용물을 주사기에 담았다.

“...”

신명하는 그것을 보며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고자, 반항하고자 했지만, 그의 육체는 명령을 듣지 않고 그저 석상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니 당신은 ‘구원’받을 필요가, 권리가 있습니다.”

사내는 주사기를 들어 신명하의 목, 동맥에 꽂고는 내용물을 밀어넣었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주사기 바늘과 정체불명의 차가운 액체의 섬뜩한 느낌에 신명하가 어떻게든 반항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그의 몸은 근육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저희의 이름을 알려드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구원을 주는 자.”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섬뜩하게 빛나는 핏빛 눈동자만이 번뜩이고 있었다.

“‘구원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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