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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57화 (57/109)

가장은 만능 빌런 57화 - 리디북스

당연하지만 지금 최유나와 천무진 그리고 진우는 얼굴을 바꿔놓은 상태다.

크게 바꾼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진우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왜 나를 미스터 서라고 부르는 거지?)”

“(음? 왜 그렇게 부르느냐 묻는 거라면 그야 자네의 이름이라 그런 것 아니겠나.)”

“(...날 알고 있나?)”

“(오오? 자네 나를 모르나!?)”

갑자기 눈을 번쩍거리며 한 발 앞으로 나오는 찰리 로버트의 모습에 최유나와 천무진이 슬쩍 진우의 앞을 막아섰다.

“(기억에 누락이 생긴 건가? 어느 기억이지? 나를 아예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건가?)”

“...”

하지만 찰리 로버트는 그런 두 사람을 무시하며 진우만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의 연구가 성공한 것인가? 아니 그렇다면 왜 굳이 나에 대한 기억을 지운 것이지? 어떻게 지운 거지? 오오오, 아주 흥미로워! 대답 좀 해주게 미스터 서!)”

“(...그?)”

찰리 로버트가 말하는 내용이 걸린 진우가 반쯤은 습관적으로 해석안을 사용하고 최유나와 천무진을 물리며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연구라니 그게 무슨 소리...)”

“(오오오! 해석안!!)”

하지만, 진우의 황금빛 눈을 본 찰리는 진우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진우의 손을 덥썩 잡고는 뭔가 노인답지 않게 파닥파닥거리며 소리치듯 말했다.

“(하하하하! 자자! 어서 들어가지! 서로 할 말도 많은 것 같은데 여기 서서 얘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자자! 얼른 안으로!)”

“...”

그러고는 훌쩍 걸음을 옮겨 연구소의 문을 활짝 열고는 빨리 오라는 듯이 손짓을 해댔다.

“와. 연금술사... 와...”

미국의 최중요 인물인 연금술사의 진중한 모습을 상상했던 최유나는 환상이 깨졌는지 입을 벌리고 있었고.

“...거 괴팍한 노인네구만.”

천무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진우를 바라봤다.

“보스, 진짜 저 노인이 지인이를 치료할 수 있는 건가?”

“후우... 아마도. 일단 따라가지.”

“미치겠구만.”

입구를 지키는 가드들에게 무기 검사는 하지 않아도 되니 그냥 들여보내라는 말을 한 찰리가 활짝 웃으며 세 사람을 안내했다.

“(여기는 금속 연구 공방이네. 속성 계열 초능력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금속을 연구 중이지.)”

“(...거미줄이 쳐 있는데.)”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는 곳이거든. 허허허, 한 일 년쯤 방치해뒀더니 많이 더럽구만.)”

각종 금속들이 쌓여 있는 연구실을 지나.

“(여기는 각종 약물을 연구하는 곳이네. 마력 도핑 물약이라고 아나? 그게 바로 내가 만든 거지!)”

“(약물 연구는 개인 연구가 금지되지 않았...)”

“(어이쿠! 여기도 먼지가 많구만! 허허허! 빨리 가도록 하지!)”

플라스크와 유리로 만들어진 연구 장비가 있는 곳을 지나서.

“(자자, 어서 들어오게. 여기가 손님용 룸이라네.)”

“...”

드디어 찰리 로버트의 손님용 객실에 도착했다.

“(...여기 창고 아니야?)”

최유나의 말처럼 손님용 객실에는 각종 상자와 도구들, 뭐가 적혀 있는지 알 수 없는 서류들이 널려 있어 창고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허허허, 창고라니. 엄연한 객실이네. 뭐... 근 몇 년간은 손님이 없어 창고처럼 쓰긴 했지만.)”

“(그럼 창고 맞잖아...)”

“(허허허.)”

찰리는 소파 위에 널려 있는 종이들과 도구들을 치우고 자리에 앉으며 세 사람에게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에 세 사람은 한숨을 쉬며 적당히 소파 위에 널린 물건들을 치우고는 자리에 앉았다.

“(자, 그럼 뭐부터 말해야 할까. 오! 그래. 그 해석안! 다시 한번 보여줄 수...)”

“(그 전에.)”

“(음?)”

진우는 찰리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

“(혹시 내가 연락했을 때부터 내가 서진우라는 걸 알고 있었나?)”

“(그야 물론이네. 애초에 그 보안 메일은 자네에게만 알려준 거거든. 말하자면 자네 전용이지.)”

“(...그렇군.)”

진우가 천무진의 딸 천지인을 치료하기 위해 템페스트와 송조운이 만든 정보 조직, 정부의 힘도 약간이나마 빌려 SOE를 추적해 봤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을 때.

문뜩 생각난 하나의 메일 주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메일 주소를 자신이 왜 기억하고 있는지, 어떻게 받은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연금술사, 찰리 로버트에게 연락할 수 있는 메일 주소라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연락했었다.

‘그리고 답장으로 이곳의 주소가 도착했었고...’

그런데 그것이 자신에게만 준 전용 메일 주소일 줄은 전혀 몰랐던 진우는 작게 한숨을 쉬며 얼굴을 바꾸고 있던 능력을 해제했다.

“(오? 얼굴을 바꾸고 있었나?)”

“(그것도 몰랐으면서 나를 어떻게 알아본... 아니, 됐다.)”

“(허허허, 세상 복잡하게 살면 힘만 들지! 단순하게 살자고 단순하게!)”

껄껄 웃어대며 진우의 어깨를 두드린 찰리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진우를 바라봤다.

“(그래서? 자네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뭔가?)”

“...”

뭔가 끌려가는 기분이었지만, 진우는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 들었다.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지 의뢰를 하러 왔다.)”

“(호오, 독이라?)”

진우가 건넨 작은 병, 그 안에 담긴 붉은 피를 가만히 바라보던 찰리가 갑자기 병을 열고는 새끼손가락을 넣어 피를 찍어냈다.

“(음. [만물 분석].)”

새끼손가락에 묻은 피를 바라보던 찰리는 자신의 능력, [만물 분석]을 사용했다.

“(음. 음... 호오?)”

그리고 잠시 후, 흥미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고개를 든 찰리가 빠른 속도로 말했다.

“(초능력을 응축해 만든 독인가? 뇌의 활동을 죽이는 독이군! 참으로 흥미로워! 뭣보다 능력 폭주의 원리를 응용해 만든 점이 참신하군! 까딱하면 독이 아니라 육체가 마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폭탄처럼 뻥! 하고 터질 수도 있는 걸 균형을 잘 잡았어! 끌끌, 이거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괜찮은 친구구만! 하지만 조금 아쉬워! 능력 폭주의 원리를 응용할 거였다면 이렇게 혈액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력을 타고 움직이게 했으면...)”

“...”

신나게 중얼거리는 찰리의 모습에 진우는 슬쩍 인상을 찌푸렸다.

“(해독할 수 있나?)”

“(마력 배열을 홀수로... 엉? 아, 해독을 물어봤었지? 허허)”

진우의 말에 정신을 차린 찰리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할 수 있네.)”

찰리의 대답에 지금까지 조용하게 앉아 있던 천무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 캔 메이크 안티 포이즌!?”

비록 영어는 못하기에 대략적으로 알아들은 것에 불과하지만. 대화의 핵심은 잡았다고 볼 수 있었다.

“(으음? 그냥 한국어로 말하게 오히려 알아듣기 힘든...)”

“영감! 플리즈 메이크 안티 포이즌! 플리즈!!”

“(한국어로 하라고! 한국어 알아듣네!)”

옛사람 특유의 발음과 울먹거리는 발음이 합쳐져 굉장히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고개를 숙이며 소리치는 천무진을 보고 낮게 한숨을 쉰 진우가 천무진을 진정시키며 찰리에게 말했다.

“(이 남자의 딸이 그 독에 중독됐다. 그 딸의 것이지. 제발 해독약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군.)”

“(허허, 그런 거였구만.)”

찰리는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천무진과 눈을 마주치며 슬쩍 웃었다.

“(만들어주지 못할 건 없지.)”

“보스! 지금 영감님이 뭐라고 한 거지!?”

“(단 조건이 있네.)”

“...조건에 따라 해독제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는군.”

“조건!? 무엇이든지 말만 하시오. 영감님!”

천무진의 필사적인 모습을 바라보던 찰리가 고개를 돌려 진우를 바라봤다.

“(저자가 들어줄 조건은 아니고. 자네가 들어줘야 하는 조건이네.)”

“(내가?)”

찰리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진우는 찰리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그의 연구가 성공한 것인가? 아니 그렇다면 왜 굳이 나에 대한 기억을 지운 것이지? 어떻게 지운 거지? 오오오, 아주 흥미로워!)

“(아까 말한 연구... 를 말하는 건가?)”

“(허허허, 그렇네. 그의 연구는 나로서도 굉장히 흥미로운 것이거든.)”

“(그가 대체 누구지?)”

가라앉은 눈빛으로 질문하는 진우의 모습에 찰리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가 알려줄 수 없는 부분이네. 그가 기억을 지운 것은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야.)”

“(기억...)”

진우는 찰리의 말에 가끔씩 꾸는 꿈이 떠올랐다.

어느 실험실, 혹은 연구실에서 박사라고 하는 자와 대화를 나누는 자신의 모습.

그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걸리는 것이 많은 이상한 꿈.

“박사?”

“(오? 그것까지는 기억이 나나 보군.)”

진우가 중얼거린 말에 찰리는 흥미가 가득한 눈빛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꿈... 에서 나오긴 한다. 내가 그자를 무슨 박사라고 부르긴 하지만... 이름이나 얼굴 같은 중요한 정보는 노이즈가 껴서 알아들을 수가 없는 그런 꿈이지.)”

“(흠. 무의식에 잠겨 있는 기억을 꿈으로 보는 건가...? 아무래도 완벽하게 기억을 지운 것은 아닌 모양이군. 봉인에 가깝겠어.)”

중요한 정보에 노이즈가 끼는 것은 조금 더 봉인이 강하다고 보면 되겠지. 라고 덧붙인 찰리가 진우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내 조건은 내가 자네의 몸을 검사해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거네. 어떤가? 자네도 궁금한 게 많을 테니 손해는 아니지 않나.)”

“...”

진우는 뭐라 대답하기 전에 슬쩍 천무진을 바라봤다.

“...”

천무진 또한 뭔가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 표정만은 간절하기 짝이 없었다.

“하아...”

그에 진우는 천무진에게 찰리가 요구한 조건을 설명해 줬다.

“그건...”

설명을 전부 들은 천무진은 진우를 팔아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는지 뭐라 말하는 것을 잠시 망설였다.

그런 천무진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은 진우가 말했다.

“조건은 받아들일 생각이다.”

“보스...”

“하지만 그게 천지인을 치료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진우는 ‘박사’라는 자의 연구가 자신이 되살아난 이유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했다.

죽었다 살아나며 생겨난 [만능]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으니 찰리의 조건을 거절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그리고 천무진에게 부채의식을 심을 수 있으니 더더욱 나쁜 일은 아니지.’

천무진은 이미 진우에게 상당한 은혜를 느끼고 있었으니 이참에 더 커다란 부채의식을 심는 것도 나쁠 것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천무진과 진우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찰리가 진우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잘 생각했네! 자자, 그럼 바로 연구실로...)”

“(아니. 해독제가 먼저다.)”

“(으응? 하, 하지만...)”

“(나에 대한 연구를 끝내고 해독제를 만들 수 없다고 하면 큰일이지. 선금은 받아야겠다.)”

“(나는 연금술사 찰리 로버트네! 내가 만들지 못하는 약물은...!)”

“(뭐라 말해도 해독제가 먼저다. 혹시 모르니 다량으로 준비해 줬으면 좋겠군.)”

당장이라도 진우의 몸을 연구하고 싶어 하던 찰리는 진우의 말에 장난감을 빼앗긴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거참, 계산 확실한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군. 아니 지금이 더 한가?)”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당신과 만난 적이 있었나?)”

“(그야 당연히 있지. 아니었으면 그 메일 주소는 누가 알려 줬겠나?)”

“(흠...)”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약물 연구실 쪽으로 향하는 찰리를 보며 잠시 고민하던 진우가 고민은 나중에 하도록 하며 다시 찰리에게 물었다.

“(해독제는 얼마나 걸리지?)”

“(삼 일 정도면 만들 수 있을 거네. 오래 걸려도 일주일은 안 넘을 테니 걱정 말게.)”

객실을 나서며 대답하는 찰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진우가 천무진을 바라봤다.

“최대 일주일이면 해독제가 완성된다고 하는군.”

“오오!! 정말!! 정말로 고맙네 보스!! 뭐든지! 뭐든지 시켜만 주게! 이 은혜는 내가 어떻게든 갚겠네!!”

천무진이 진우의 손을 잡고 결국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

그런 천무진의 뒤통수를 보며 진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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