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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54화 (54/109)

가장은 만능 빌런 54화 - 리디북스

“크윽!”

마튼은 도석환의 목에 검을 박아 넣으려는 것을 멈추고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염의 레이저를 피해 물러났다.

“Fuxx!”

자신을 지나친 레이저는 꽤나 굵은 나무를 관통했고, 손가락 두 개만 한 구멍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본 마튼이 이를 악물었다.

‘저 빌어먹을 고양이가 나타난 이후 제대로 싸울 수가 없군!’

위령대의 부하 8명과 싸우고 있음에도 도석환을 비롯한 8인의 보스들이 위험할 때마다 화염구를 날리거나 방금처럼 레이저를 쏘는 등 도움을 주고 있었다.

“캬오오옹!”

여덟의 위령대 대원이 바람을 날리든 물 폭탄을 던지든 전부 받아내며 다시 화염의 육체를 재생시키는 루비의 모습은 그야말로 [화신(火神)].

“스으으... 캬오!!”

콰아아아아!!!

입에서 거대한 화염을 내뿜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염왕(炎王)].

“끄아악!!”

“크윽!!”

화염의 육체 안에 있는 자그마한 고양이가 본체라는 것을 모르는 위령대에게 루비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Fuxx...”

“어어!? 어디 가냐 이 새끼야!!”

결국 마튼은 도석환을 버려두고 [가속]을 사용해 빠르게 다가가 루비의 옆구리를 베었다.

“캬오오오!!”

“역시 재생하나...”

하지만, 역시 화염으로 이루어진 육체만을 갈랐을 뿐. 루비의 본체에는 아무런 타격도 없었기에 재생은 빠르게 이루어졌고.

“캬아아오옹!!”

“크윽!”

마튼은 거칠게 휘둘러지는 루비의 꼬리를 피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Fuxxing monster...”

개릴라전을 위주로 활동하는 위령대의 특성상 모든 능력이 대인전에 특화되어 있다.

강력한 한 방보다는 천천히 갉아먹어 확실히 목숨을 끊어내는 류의 초능력.

때문에 루비와는 상성이 좋지 않았다. 하물며 루비는 지금 홀로 전장에 있는 것도 아닌 상황.

“날 버리고 가면 발병 난다 이 새끼야!!”

콰아아앙!!!

마튼의 뒤를 쫓아 달려온 도석환의 도끼가 굉음을 터뜨리며 땅을 부쉈다.

“허억, 허억. 아이고 죽겠다.”

“형님 아직도 그러고 있슈?”

“엉? 어!? 뭐야! 니들 언제 끝났냐!?”

흙먼지가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잠시 숨을 고르던 도석환의 뒤에 동맹의 보스 7인이 다가왔다.

그들의 뒤쪽에는 루비의 도움을 받아 쓰러뜨린 위령대의 대원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거 그 괭이가”

“캬오오옹!!”

“...괭이님이 도와줘서 어찌어찌 쓰러뜨리긴 했소.”

이글거리는 염왕묘의 눈빛에 슬쩍 말을 바꾼 남자가 잘려나간 자신의 왼팔을 가리켰다.

“뭐 쉽진 않아서 한쪽 팔은 내줬지만.”

“아이고, 재생 능력자가 뭔. 어차피 도마뱀처럼 다시 나지 않소!”

“뭐? 그럼 아픈 건!? 아픈 건 아픈 거야 인마!”

“아니 형님! 내 나이가 벌서 마흔이오! 꿀밤은 좀 그렇지 않소!”

낄낄거리며 모여든 동맹의 보스들, 아니. 친한 동생들의 격 없는 대화에 도석환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사이. 도석환이 일으킨 흙먼지가 가라앉고. 위령대의 나머지 9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자, 이제 아홉 남았다. 조금만 더 힘내자.”

그에 도석환이 이제는 잘 올라가지도 않는 오른팔을 들어 올리며 어깨에 도끼를 걸쳤다.

“캬오옹...”

“루비...?”

그때 루비가 전투를 준비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발견한 도석환이 자신도 모르게 루비를 따라 하늘을 바라봤고.

“허... 드디어 온 건가.”

하늘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도끼를 내렸다.

* * *

“와우. 산이 빡빡이가 됐네?”

“위령대 놈들이 상당히 날뛰었나 보군.”

발 아래로 보이는 민머리가 되어 버린 남한산 정상의 풍경.

진우와 최유나는 천천히 정상을 향해 내려가며 쓰러져 있는 자들을 살폈다.

“루비가 제대로 했나 보군. 다행히 죽은 자들은 없어.”

“그러게~ 보스가 루비를 굴린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네.”

루비의 [화신]을 갈고닦기 위해 진우가 얼마나 루비를 굴렸는지 알고 있었기에 새삼스레 루비가 불쌍하게 느껴지는 최유나였다.

투둑.

작은 발소리와 함께 남한산 정상에 발을 디딘 두 사람을 향해 루비와 위령대 아홉, 도석환을 포함한 보스들 여덟의 시선이 모였다.

“하아... 줄줄이 아주 미치겠군.”

그리고 한숨을 쉬며 짜증을 드러낸 마튼이 진우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넌 또 뭐냐 검둥이.”

“풋! 검둥...”

“...”

마튼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최유나를 무시하며 진우가 마튼을 향해 걸어나갔다.

“어어?! 데빌! 위험하다!”

“데빌...?”

순간 당황한 도석환이 진우를 불러 세우기 위해 소리쳤지만, 진우는 가볍게 무시하며 계속해서 마튼을 향해 걸어나갔다.

“한국계 미국인. 마튼 권.”

“그렇군. 네가 데빌이구나. G.K의 비서실장과 지사장에게 듣긴...”

“위령대 8명의 부대장 중 하나.”

“...”

위령대의 부대장이 8명이라는 것은 총본부의 간부들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없는 사실.

마튼의 눈에 순간 당황과 함께 의문이 깃들었다.

“넌 뭐냐...”

“그리고 비어 있는 위령대의 대장 자리를 노리는...”

쐐에에엑!!

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튼의 검이 진우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고.

카아아앙!!!

금속끼리 충돌하는 소리와 함께 마튼의 검이 튕겨나갔다.

“4명의 후보 중 하나.”

“[아이언 스킨]?”

진우 옷이 살짝 잘려나가며 드러난 피부는 사람의 것이 아닌 금속 재질의 무언가였다.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군. 너 우리 쪽 사람이냐.”

마튼은 으르렁거리는 말투로 진우를 향해 물었고, 진우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니라고...? 그럼 우리 쪽에 사람을... 아니, 그럴 리가 없는... 하지만...”

위령대의 대장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 그 자리를 노리는 4명의 후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중 하나가 자신이라는 것은 총본부에서도 극소수만이 알고 있는 극비 사항.

단순히 사람을 심어놓는다고 해서 알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아니었다.

“후우...”

이내 길게 한숨을 뱉으며 스스로를 진정시킨 마튼이 진우를 노려봤다.

“그래서. 지금 그딴 걸 뱉는 이유가 뭐냐.”

“흠...”

진우는 마튼의 반응에 몰래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었다.

“너는 이 나라의 경찰과 군인을 죽였지.”

“...”

“그 때문에 조금 전, 이 나라의 대통령이 G.K에 위령대의 구속을 요구했다.”

“...하! 그게 어쨌다는 거냐. 고작 이 작은 나라의 대통령이 총본부의 특수 대대 부대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그리고, 그 전에 너의 모든 발언이 인터넷을 통해 전국에 방송됐지.”

“...뭐?”

멍하니 의문을 터뜨리는 마튼을 보며 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배터리가 다해 산속에 떨어졌던 드론의 일부가 떠올라 두 사람을 향해 다가왔다.

“전투의 시작부터. 네가 경찰과 군인을 사살을 인정한 발언. 일반인에 대한 발언 등등.”

“무, 무슨...”

카메라가 달린 드론의 모습에 마튼의 눈이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감사를 표하지.”

“이, 이!! Fuxxing Kor...!”

서걱!

욕설을 퍼부으며 휘두른 마튼의 검이 진우의 목을 갈랐다.

하지만 목이 베인 진우의 환상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한 걸음 뒤에 있는 진우가 비웃듯이 말했다.

“스스로를 냉정하고 똑똑하다 생각하는 머저리는 다루기 쉽지. 다른 세 명이었으면 이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을 거다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지.”

“으아아아!!! 다 죽여!! 죽여! ‘명령이다’!!”

결국 폭발한 마튼의 명령에 위령대 대원 8명이 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어딜! [빙백의 숨결]!”

쩌저저적!!

그때, 조금 뒤쪽에서 위령대만을 바라보고 있던 최유나가 빠르게 나오며 마법을 사용하여 위령대의 발을 얼렸다.

“...”

화르르륵!

그에 위령대의 마법사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동료들의 얼어버린 발을 향해 [파이어 볼]을 발사했고.

콰과광!!

얼음과 함께 동료의 발 부근이 폭발했다.

“와씨! 미친 거 아니야!?”

그을리고 피부가 터져 슬쩍 슬쩍 뼈가 보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달려드는 위령대의 모습에 최유나가 혀를 내두르며 당황했다.

“루비.”

“카오오옹!!”

그리고, 진우의 부름과 함께 튀어나온 루비가 화염의 꼬리를 늘려 순식간에 8인의 위령대를 속박했다.

치이이이...!

열기를 줄이기는 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불꽃의 열기가 천천히 위령대 대원들의 몸을 태웠지만.

“...”

“...”

위령대의 대원들은 고통 어린 신음은커녕 속박을 풀 기위해 발버둥 칠 뿐이었다.

“대, 대체 이게 무...”

“루비는 힘이 없어서 시간을 끌던 게 아니다.”

“...뭐?”

당황한 마튼을 향해 진우가 무감정하게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가 G.K를 끌어내리기 위한 연극이었다면. 이제는 우리 이클립스의 힘을 보여줄 때라서 말이지.”

“이클립스...?”

그때, 멀리서 헬기의 소리가 들려오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진우의 황금색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무력시위다.”

* * *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방금 전까지 사활을 건 전투가 벌어지던 장소가 순식간에 정리되었습니다!”

처음으로 헬기를 탔다는 것에 당황하기도 잠시.

2년 차 기자, 은가람이 민둥산이 되어 버린 남한산 정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현재 남한산 정상에 서 있는 자들은 모두 열한 명하고... 한 마리? 입니다! 다른 빌런들과 특수 부대원은 전부 제압되거나 의식 불명인 상태! 아무래도 저희가 따라온 검은 남성과 여성이 남한산 정상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

남한산 아래에서 일어나는 전투가 길어지자, 은가람이 소속되어 있는 방송국 위험할 수도 있으니 파견된 기자들을 전부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다.

“아! 지금 검은 남성이 뭔가 능력을 사용해 특수 부대의 리더로 보이는 자를 공격...!”

하지만, 갑자기 청와대에서 방송국에 연락을 하여 군용 헬기를 빌려줄 테니 방송 송출을 계속하라는 통보를 해왔고.

“아아! 결국 모든 특수 부대원들이 제압당해 쓰러졌습니다. 남한산 정상의 전투는 가디언의 패배로 보입니다...”

그에 파견된 기자들 중 가장 짬이 낮은 은가람이 선배들에게 떠밀려 헬기를 타게 되었다.

“하, 하지만 시민 여러분.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아직 남한산을 포위하고 있는 토벌대가 남아 있으니...?”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떻게든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말을 짜내고 있는 은가람의 눈에.

“어? 어어??”

헬기를 향해 손을 뻗어 이리로 오라는 듯이 손짓하는 검은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지, 지금 저희를 발견한 빌런이 마치 이쪽으로 오라는 듯이 손짓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이걸 어떠어어어?!”

기자의 본능으로 그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리던 도중, 자신의 몸이 둥실 떠오르는 느낌에 은가람이 비명을 질렀다.

“엄마아아!!”

“으어어억!”

자신뿐만이 아니라 카메라맨까지 허공에 떠올랐다는 것을 깨달은 은가람이었지만, 뭘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기에 은가람은 양손으로 마이크를 꼭 쥐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으이이이익!!”

“으어어억!!”

그리고 그렇게 잠깐의 부유감과 추락감이 느껴지고.

“으으으...”

멈춘 듯한 기분에 실눈을 뜬 은가람의 눈앞에는.

“목청 좋네~?”

“히익!”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자신을 반기는 모습이 왼쪽 이마에 뿔이 난 악마와.

“Kds 기자 맞나?”

“히엑!?”

두 개의 뿔이 달린 악마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운동도 안 하고요오! 맛없을 거예요오!!”

“...?”

“아하하핳! 얘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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