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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52화 (52/109)

가장은 만능 빌런 52화 - 리디북스

하루 전.

템페스트 간부들과 동맹의 간부들이 모여 마지막 회의 겸, 정비를 하는 도중 도민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뭐가 말이냐.”

도석환의 물음에 도민준이 자신의 앞에 있는 서류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데빌이 세운 이 작전 말입니다. 다른 건 둘째 치고 민경이가 지원을 갈 때까지는 아버지와 동맹의 간부분들께서 위령대를 상대해야 합니다. 그것도 한 명도 죽이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위령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A~A+급.

그 부대장인 마튼 권의 경우에는 온전한 S급이다.

더욱이 위령대원의 초능력은 극비 사항이기에 변수가 너무 많은 상황.

도민준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

하지만 도석환은 그런 도민준의 걱정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작전대로 된다고 해도 여기 있는 자들 중에서 몇 명 정도는 죽을 수도 있겠지. 나라고 해서 다를 건 없고.”

“그럼...!”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거냐.”

“!?”

“자유라 하는 인간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 이미 죽음을 각오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그렇지.”

회의실에 모인 모든 동맹의 간부들과 템페스트의 간부들이 도석환의 말에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 하지만! 만약! 만약에 작전이 재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면!”

“민준아.”

나지막하게 자신을 부르는 도석환의 모습에 도민준이 순간 입을 다물고 눈을 질끈 감았다.

“네가 그 누구보다 동료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

“하지만 아들아. 너는 계속해서 이리 살고 싶으냐?”

“...”

“가디언이라는 폭군을 피해 사회의 그림자에 숨어 벌레처럼 살아가는 지금이 좋은 것이냐!?”

“아... 닙니다.”

미래의 악을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모든 이들의 초능력 등록을 강제한다.

더 나아가 초능력자로 판명이 난다면 거취의 선택권을 박탈당하고 가디언의 개가 되어 살아야 한다.

“요리사가 되고 싶은 자가 싸움을 강요받는다. 작가가 되고 싶은 자 또한 싸움을 강요받는다! 배우, 가수, 과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각자의 꿈을 짓밟으며 사람을 죽이는 무기가 되라 강제한다!”

현대의 초능력자에게 직업의 선택권이란 없다.

가디언의 요원이 되던가. 빌런이 되어 도망자가 되던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고작 이 두 가지의 길만이 존재한다.

초능력자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고작 수십 년. 무려 수십 년.

현대판 노예 병사 제도가 생겨나고, 힘을 집중시키는 것으로 사회는 안정을 찾았으나. 초능력자들은 안정을 빼앗겼다.

“정의! 대의! 그딴 것은 개나 주라지!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그렇기에 빌런이 되었다! 그러니 아들아.”

“예. 아버지...”

도석환의 굳은 의지를 봤기에 도민준은 더 이상 설득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걱정하는 것은 이해하나, 겁을 먹진 말거라.”

“...”

“우리는 템페스트. 자유를 일으킬 폭풍이 되고 사그라들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것만을 머릿속에 남겨두거라.”

“...예. 아버지.”

* * *

까아앙!

성인 남성의 키보다 커다란 도끼와 한 자루의 검이 충돌하고 도끼가 튕겨나가는 기현상이 펼쳐졌다.

“크윽!”

“강한 힘으로 휘두른다고 해서 무조건 강한 것은 아니지.”

“대화는! 불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쾅! 쾅! 쾅! 쾅!

도석환은 튕겨나간 도끼를 힘으로 붙잡고 연속해서 마튼의 검을 내려찍었다.

“대화? 아니 이건 대화가 아니다.”

까아아아앙!!!

도석환의 도끼질을 흘려낸 마튼이 회전하며 도끼의 옆면을 후려쳤다.

“크으윽!”

“이건 단순한 훈수다. 도석환.”

마튼과 도석환은 같은 S급이다.

하지만 템페스트의 부흥을 위하여 전투를 피했던 도석환과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온 마튼은 그 경험부터가 큰 차이를 보였고, 그 차이는 도석환을 이토록 무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내상을 입어 입가에 피를 흘리는 도석환에게서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핀 마튼이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지만, 그것 또한 시간문제.”

마튼과 마찬가지로 살육에 익숙한 위령대의 대원들은 시종일관 템페스트 동맹의 간부들을 밀어 붙이고 있었다.

비록 그 모습은 적을 방패로 사용하고 일부러 팔, 다리를 잘라 방해물이 되게 하는 등의 잔인한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군.”

“뭐?”

주변을 살펴보던 마튼이 다시 시선을 돌려 도석환을 바라봤다.

“한국의 벌레 무리 중 가장 커다란 벌레 무리 템페스트. 나도 얘기는 들어봤지.”

“하, 그거 영광이군.”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를 대충 닦아낸 도석환이 잔뜩 금이 간 도끼를 다시 들어 올리며 일어났다.

“벌레답게 숨는 것에는 일류라고 들었다.”

“...후우...”

“그런데 왜 벌레 주제에 정면에서 나타난 거지?”

도끼를 들어 올리고 숨을 고르는 자신을 신경도 쓰지 않으며 말하는 마튼의 모습에 도석환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뭐가 웃기지?”

“아니, 그렇잖나.”

도석환은 전신에 마력을 집중시켜 [근력 증대]를 극한까지 사용하며 말했다.

“벌레, 벌레 지랄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리고 [혈류 가속]까지 사용한 도석환의 전신 모세혈관이 터져 눈이 붉어지고 피부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대화는 불필요하다느니 훈수라더니 하던 새끼가 계속 말이 많아지잖아.”

“...”

도석환의 거친 말에 눈썹이 움찔거린 마튼이 그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도석환이 땅을 박차며 쏘아지듯 마튼을 향해 돌진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에 마튼이 살짝 놀라며 자신의 능력 [가속]을 사용하여 도석환의 돌진을 피했다.

마튼을 지나쳐 땅을 긁으며 급정지한 도석환이 다시 돌진하며 소리쳤다.

“왜 우리가 정면에 나섰는지 물었나!!”

“큭!”

콰아아앙!

힘이 잔뜩 실린 돌진이었기에 이리 쉽게 방향전환을 할 줄은 몰랐던 마튼이 작게 신음하며 도석환의 도끼를 막았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운다!”

콰앙! 쾅! 쾅!

마튼은 빠르게 휘둘러지는 도끼질을 전부 막아내거나 피해냈지만, 도석환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도끼를 휘둘렀다.

“단순한 개로 사는 너희는 모르겠지!”

촤악!

점차 익숙해지는지 도끼질을 피하며 슬쩍슬쩍 반격하는 마튼의 검격에 도석환의 몸에 상처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한 남자의 꿈은 요리사였다!”

쾅!!! 서걱!

“한 여자의 꿈은 꽃집을 차리는 것이었고!”

콰아아앙! 촤아악!

“한 아이의 꿈은 파일럿이 되는 것이었지!”

콰아아앙!!!

도석환이 휘두른 도끼가 땅을 부수며 처박혔다.

휘이익! 서걱!

그리고 무감정하게 휘두른 마튼의 검이 도석환의 왼팔을 갈랐다.

“크으윽...”

마력이 잔뜩 담긴 근육 덕에 완전히 베이지는 않았지만 힘줄이 베여 덜렁거리는 팔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보였다.

도석환은 오른손만으로 도끼를 휘둘러 마튼을 물러나게 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너희는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우리 또한 꿈이 있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걸!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왼손을 타고 흐르는 피가 도석환의 발밑 흙을 붉게 물들였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유를 위해 싸운다. 단지 그뿐이다. 사냥개.”

“...큭”

숨을 헐떡거리며 말을 마친 도석환을 보며 마튼이 처음으로 표정을 바꿨다.

그리고. 드디어 마튼이 감정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거냐.”

“...뭐?”

“이해해주기를 바라나?”

“...”

카메라와 마이크를 의식하여 죽이지 않고 환상에 걸린 아군을 제압하며 받은 스트레스.

그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번번이 류중현을 놓쳤던 스트레스.

“너희는 정의에 반하는 벌레일 뿐이다. 인간이 아니야.”

수 시간 동안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드디어 터져나왔다.

“벌레가 꿈이 있어서 뭐 하지? 벌레는 그저 밟혀 죽으면 그만이다! 너희 빌런은 가디언이라는 정의에 밟혀 죽으면 되는 그저 벌레에 불과하단 말이다!”

그리고 그런 마튼의 모습에 속으로 미소를 지은 도석환이 그의 말을 받았다.

“우리 또한 인간이다! 일반인과 같이 꿈을 꾸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는 인간이란 말이다!”

“큭큭큭. 크하하! 일반인이면 자유가 있다고 누가 그러지?”

“뭐?”

“이 세계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자는 가디언의 존재들뿐이다! 일반인은 그저 가축과도 같은 존재! 너희 벌레들보다는 조금 낫다 해도 결국 자유란 없는 놈들이란 말이다! 크하하하! 네놈들은 결국 이 세계의 구조를 아무것도 모르는 벌레일 뿐이야!”

“...”

한번 폭주하기 시작한 정신적 피로는 마튼에게서 해도 괜찮은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의 경계를 부숴버렸다.

“자유? 크하하하! 내가 사냥개라고? 맞지! 맞는 말이지! 크하하! 나는 내가 원해서 사냥개가 됐으니! 봐라!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도! 나는 정의를 위해 노력하는 영웅이다!”

그리고 그런 마튼의 말은.

-미친...

-저게 가디언 특수 대대라고...?

-이거 맞냐?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도석환의 품속에 있는 마이크와, [소리 차단], [투명화]를 건 드론의 카메라에 의해 수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보이고, 들리고 있었다.

* * *

“당장 저 방송을 꺼!!”

“해, 해커가 개입하고 있습니다. 당장 사이트를 내리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령부가 털렸다는 말에 방금 전까지 길길이 날뛰던 정인태가 이번에는 한 인터넷 방송을 보며 입에 거품까지 물고 있었다.

“미친! 인터넷망을 전부 끊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꺼버리라고!!”

“이, 인터넷망은 정부에서 관할하는...”

“이 씨X!!! 당장 우석훈한테 연락해서 끊어버리라고 해!”

“네, 넵! 지금 연락하겠습니다!”

다급하게 전화를 들어 대통령 비서실에 연락하는 부하를 보며 정인태가 거칠게 자리에 앉았다.

“씨X 이게 무슨 일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던 정인태가 문뜩 떠오르는 생각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신명하. 이 개새X 어딨어.”

“네?”

“신명하 개새X 어딨냐고!!”

“힉! 그, 아, 아마 징계를 받아 자숙 중...”

“이런 씨X! 단 한 번도 도움이 안 되는 새끼!!”

“히, 히익!”

식겁한 부하를 무시한 정인태가 머리를 감싸고 생각에 빠졌다.

‘씨X. 우리가 정보 조작 할 때랑 비슷하잖아...! 이건 신명하 그 새끼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가끔 가디언의 인물이 사고를 쳤을 때 빌런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과 거의 흡사한 지금의 상황.

빌런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때는 대역을 썼지만, 이번 일은 진짜 위령대, 그것도 위령대의 부대장이라는 놈이 지껄이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함정이지?’

‘철저하게 위령대를 끌어들였어. 마튼 권의 성격까지 계산한 함정인가?’

‘위령대와 다른 중대가 접촉하지 못하도록 유도한 건가?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아니, 애초에 위령대가 철저하게 별도 행동을 한다는 건 어떻게 안거지? 그건 내가 명령한 건데?’

‘고작 빌런 새끼들이 이런 판을 짰다고?’

마치 잘 짜인 그물에 걸린 생선이 된 것 같은 더러운 기분에 정인태가 이를 악물었다.

“지, 지사장님...”

그때, 대통령 비서실에 연락하던 부하가 말을 더듬으며 그를 불렀다.

“말해.”

“지, 지금은 대통령께서 급한 회의 중이라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뭐?”

“그, 그리고 위, 위령대라는 놈들이 경찰과 육군으로 이루어진 중대를 학살했다는 건 해, 해명해야 할 거라고...”

“하, 하하하... 우석훈 이 새끼가 미쳤나...”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온 정인태가 부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대통령이랑 직접 얘기할 테니 다시 연결해.”

“네, 넵!”

가디언 지사장 전용의 핫라인을 이용해 대통력에게 직접 전화를 건 부하가 정인태에게 전화를 쥐여줬다.

그리고 잠시 후.

(허허허. 한창 바쁘신 분이 뭐 하러 전화까지 주셨소?)

“우석훈...!”

대한민국의 현직 대통령, 우석훈이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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