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몰아치는 태풍(2)
청와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자신의 일을 하는 나라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건물.
당연하게도 그런 곳이다 보니 경비는 삼엄하기 그지없다.
“13시 20분. 동쪽 이상없음.”
“13시 20분. 서쪽 이상없음.”
“13시 20...”
“13시 ...”
동서남북, 사방에 깔려있는 인력을 통한 경비.
“4번 카메라, 미약한 노이즈 발생. 확인바람.”
“7번 센서에 반응. 각 감시 영상에 이상 없음. 벌레 종류로 추정.”
마찬가지로 사방에 깔려 있는 영상, 열화상, 적외선 등의 감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한 감시.
거기에 더해 마법을 이용한 결계까지.
그야말로 물샐틈 하나 없는 완벽한 경비 체제.
인 것처럼 보였다.
지금 진우와 최유나 그리고 천무진. 세 사람이 있는 위치는 청와대의 바로 위의 상공.
둥그런 돔의 형태인 청와대의 마법 결계는 전방위 어디에도 약점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결계.
때문에 최유나 정도의 실력이 있어도 작은 구멍 하나 뚫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 세 사람은 진우의 [공간 투명화]를 사용하고 공중에서 결계에 구멍을 뚫는 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웬만해서는 전투를 벌이면 안된다.”
“선생님~ 귀에서 피나요~”
“...”
결계에 구멍을 뚫고 있는 최유나의 말에 진우가 슬쩍 입을 닫았다.
“보스. 아까 눈에 보일만큼 구멍이 커졌다고 했잖나.”
“음? 그래.”
“내가 보기에는 별로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뭘 보고 그렇게 판단했는지 알려줄 수 있겠나?”
“음.”
천무진의 말에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먼저 청와대의 경비 인력은 크게 세 개로 나눠진다.”
“세 개?”
“그래. 하나는 무력 경비. 침입자가 발생하면 격퇴하는 자들.”
“당연히 있어야 하는 자들이군.”
“하나는 통신 경비. 무전 같은 전파적인 통신이 아니라 능력을 통해 상황을 알리고 무력 경비를 부르는 역할인 자들.”
진우는 업드리듯 결계에 납작 붙어 땀을 뻘뻘 흘리며 구멍을 뚫고 있는 최유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
“마지막으로 감지 계열 경비. 내가 구멍이 났다는 건 이쪽을 말한거다.”
“아...”
“대규모 빌런 토벌. 말은 좋지만 꼭꼭 숨어있는 빌런 조직을 찾아 토벌한다는 건 감지 계열 능력자가 상당히 많이 필요해 진다는 말이지.”
“그래서 구멍이 커졌다는 말을 한거군.”
“그래. 덕분에 여기서 30분 가까이 있었는데도 안걸렸잖나.”
가디언 코리아에 전투원이 부족하진 않다.
때문에 G.K에서 정부에 토벌을 위한 무력대의 지원을 요청해도 정부에서 거절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감지 계열은 다르다.
애초부터 전투 능력에 비해 감지, 탐지 계열은 그 수가 적고 이런 대규모 작전에서 일인분을 하는 자는 더더욱 적다.
당연히 G.K에서는 정부에 감지 계열 능력자의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 분명했고, 이미 전투원의 지원을 거절한 정부로서 이것까지는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했다!!”
둘의 대화가 끝나고 마침 타이밍 좋게 최유나의 작업이 끝났다.
“구멍은 10분 정도 유지 될거야. 물론 이미 한번 뚫었으니까 언제든지 1분만 있으면 다시 열 수 있고.”
“수고했다. 하지만...”
진우는 최유나의 어깨들 두드리고는 말을 이었다.
“다시 결계 꼭대기에 올 일은 없으니 그건 의미없는 일이군.”
“어? 왜? 대통령 아재랑 말이 끝나면 다시 나와야 하잖아?”
“아니. 그때는...”
최유나의 의문에 진우가 피식 웃으며 사람 하나가 딱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난 결계 내부로 들어갔다.
“정문으로 걸어서 나갈거다.”
“엥?”
“먼저 가지.”
“아! 잠...! 보스!”
“나도 먼저 간다.”
“아재! 나도 같이 가!”
***
“후우...”
청와대 본관 2층 대통령 집무실.
“각하. 너무 많이 피우셨습니다.”
“아... 이거 미안하군.”
“아닙니다.”
현 대한민국의 대통령 우석훈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이게 말이야. 참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구만.”
우석훈이 재떨이에 담겨진 수십개의 담배 꽁초를 보며 말했다.
“각하...”
대통령 선거를 준비하며, 그리고 대통령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는 담배를 끊었던 우석훈이었다.
하지만, 국무를 보면 볼수록, 그리고 가디언 코리아와 엮이면 엮일수록 끊었던 담배는 늘어만 갔고. 지금에 와서는 하루에 몇갑씩이나 피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하, 그리 걱정하지 말게. 적어오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는 담배 때문에 죽지는 않겠지.”
자신을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비서실장의 얼굴을 보며 너털웃음을 지은 우석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토벌대는 어떻게 되고 있다던가?”
창문을 열고 그대로 밖을 바라보며 묻는 우석훈의 질문에 비서실장이 자신의 태블릿을 꺼내들며 말했다.
“목표로 했던 빌런 조직 중 절반 이상을 정리했으며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습니다. 다만. 방금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환상 광대, 류중현이 템페스트의 마크를 달고 나타났다고 합니다.”
“류중현...아. 그자인가.”
약 15년 전, 여름. 우스꽝스러운 광대 분장을 하고 대한민국 육군 특수 부대를 단신으로 습격해 엿 먹이고는 유유히 사라진 코드네임 환상 광대.
이후 부대에 남아있던 혈액, 머리카락 등을 검사해 류중현이라는 이름의 한국인이었다는 것까지는 알아냈으나 이후 활동을 멈춘 빌런이라는 것을 떠올린 우석환이 미간을 주물렀다.
“15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렇군. 살아있는 걸 넘어서 템페스트에 있었나.”
우석훈은 15년 전 당시 류중현이 엿 먹인 부대의 부대원의 아버지였다.
당시 막 당선된 국회의원이었던 터라 의욕이 넘치고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에 분노하였던 사람으로서 조사에 힘을 주기도 했었지만, 결국 류중현은 찾지 못했었다.
“하아...그래서? 그 다음은 어떻게 됐나.”
“네. 정인태 G.K 지사장의 요청으로 한국에 들어온 위령대가 바로 나섰으나 류중현은 도주. 위령대는 환상계 능력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아군과 빌런 조직을 정리하고 다시 류중현을 쫓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쪽의 피해는?”
“류중현의 환상에 빠진 건 토벌대 1중대라고 합니다만. 1중대에는 저희 쪽 인원은 없습니다.”
“그건 다행이군.”
정부에서 지원한 능력자는 감지 계열 능력자와 그들을 지키기 위한 일부 전투계 능력자.
안 그래도 인원이 부족한 정부로서는 그들을 잃을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우석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보고는 계속해서 올리라고 전해두게.”
“예. 한시간 단위로 계속해서...”
“너무 기네. 삼십분 마다 올리라고 해.”
“알겠습니다.”
살짝 허리를 숙인 비서실장이 집무실을 나가고, 집무실에 홀로 남은 우석훈이 한숨을 쉬며 다시 담배갑에 손을 댔다.
“...없군.”
하지만, 담배갑은 비어있었고 피식 웃은 우석훈이 쓰레기통에 답배갑을 버리며 자리에 앉았다.
“벌써 2년... 아니 이제 3년 차군.”
집무식 책상의 서랍을 열어 새 담배를 꺼내며 중얼거리는 우석훈은 어딘가 외로워 보였다.
“큭큭... 선거 조작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사람치고는 참 조용해...”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에 불을 켠 우석훈이 가만히 라이터의 불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후우우...”
“그건 G.K가 만들어낸 일일텐데?”
“컥! 콜록!콜록!”
담배를 한모금 빨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우석훈이 연기를 잘못 마시고는 계속해서 기침을 연발했다.
“헉헉! 누구냐?!”
급하게 뒤를 돌아본 우석훈의 눈에 보이는 것은 자신이 열어놓은 창문 창틀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검은 사람이었다.
“아,악마?!”
검은 정장에 검은 장갑, 검은 구두까지.
전체적으로 검기만한 것는 둘째치고, 그 자의 얼굴에 씌워져 있는 악마의 가면이 그를 악마라고 부르는 이유였다.
우석훈은 당황하면서도 당장 경비를 부르기 위해 비상벨을 울리려 했지만.
“가디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나?”
“...”
비상 버튼을 누르기 직전 들려오는 한마디에 우석훈은 손을 멈췄다.
“당신은 누구지?”
잠시 고민하던 우서훈이 비상 버튼에서 손을 때지 않으며 물었다.
“데빌.”
“...그렇군. 소문의 그 자인가.”
“무슨 소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마 맞을거다.”
황금빛 눈이 섬뜩하게 빛나는 악마의 얼굴도 두려웠지만, 우석훈은 자신의 눈 앞에 악마가 있음에도 경비가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욱 두려웠다.
“아무런 소리도 못들었는데...설마 다 죽인건가?”
“무서운 생각을 하는군. 설마 그러겠나.”
“학살을 취미삼아 납치에 테러를 일으키는 악인이라 들었으니 당연한 생각이지.”
“...소문 한번 이상하게 났군. 몰래 들어온거다. 아무도 안죽었으니 걱정하지 마라.”
몰래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가능한 것인가를 잠시 고민하던 우석훈이 이미 저 악마가 들어왔다는 것은 사실이니 고개를 저어 쓸데없는 고민을 털어냈다.
“그래서. 가디언의 그늘이라니 무슨 소리지?”
“정정당당하게 승리한 이후 자신도 모르게 생겨난 선거 조작.”
“...”
“만난 적도 없는 사람과의 불륜.”
“...”
“건드린 적도 없는 국고를 횡령.”
“...”
악마의 말이 이어짐에 따라 우석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익숙한 것들이지?”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어떻게라...”
가면 때문에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우석훈은 악마가 웃고 있다고 느껴졌다.
“지금 그게 중요한가? 난 분명히 물었는데.”
악마가 그렇게 말하며 들어올린 손가락 위로 거무튀튀한 방패의 문양이 만들어졌다.
“가디언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냐고 말이야.”
“...”
본래의 찬란한 은색 방패가 아닌 검게 물들어 타락한 것만 같이 느껴지는 가디언의 심볼.
그것을 바라보는 우석훈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물론. 할 수만 있다면 가디언과는 결별하고 싶군. 그놈들은 이제 치가 떨려서 말이야.”
우석훈은 비상 버튼에서 손을 때고 살짝 떨리는 손으로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었다.
“후우우... 하지만. 자네가 말한 그 빌어먹을 일들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도 알겠지.”
“대통령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악마의 말에 우석훈이 자신도 모르게 담배를 구기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내 존재가 이 나라에 해가 된다면 당연히 내려갈거다!”
그리고 소리치기 시작하는 우석훈의 모습에 악마의 황금빛 눈이 더욱 빛났다.
“하지만!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내려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지? 내가 지금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가면 이 자리에는 그놈들의 뒤나 빨아주는 쓰레기가 앉을 거다! 그러면 이 나라는 결국 그 빌어먹게! 잔뜩! 썩어버린 거대 조직의 손안에 들어가겠지!”
“...”
중국의 경우 이미 가디언 차이나, G.C의 손에 정부의 머리가 바뀐지 수차례였고.
일본의 경우에는 아예 가디언 재팬, G.J의 지사장이 일본 총리를 하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이 그나마 정부와 가디언이 구분되어있는 것은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약점이 잡혀 있음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절벽 위를 걷고 있는 우석훈 덕분이었다.
“그런데 뭐!? 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냐고? 하! 당연히 빌어먹게도 중요하다!”
“...”
황금빛 눈. 해석안을 통해 우석훈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확인한 악마, 진우가 가면 속에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이었군. 당신은.”
“뭐?”
“받아라.”
뜬금없는 진우의 말에 의문을 표하는 우석훈의 앞에 몇장의 종이가 나풀거렸다.
우석훈은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잡아 읽기 시작했고.
“이,이건?!”
얼마 읽지 않았음에도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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