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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42화 (42/109)

42화-망설임(2)

(대단하군. 아인, 그리고 부랑자까지...어떻게 이토록 빠르게 그들을?)

(그리 빠른 결과는 아닙니다. 어떻게 시기가 맞아서 빨라보인거지.)

(음?)

(4년...아니 5년? 그 정도를 투자했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아아, 그렇군 자네가 정보 총괄에 오를 때까지 기다렸던 건가?)

(딱히 그런건 아닙니다만...그렇게 보일 수는 있겠군요.)

(하하하. 지금 자네는 3일 만에 완벽한 정보망을 구축한 아주 대단한 사람이 이라는 평이라네. 뭐 적당히 오해는 하도록 두게. 그게 자네에게도 도움이 될거야.)

(그러도록 하죠. ■■■ 박사님. 아 그런데 저번에 말씀하신 연구는...)

(아아, 연구는 꽤나 순조롭다네. 이제 몇가지 샘플만 얻으면...)

***

“...허억!!”

곤히 잠들어 있던 진우가 격한 숨소리와 함께 눈을 떴다.

“...꿈...”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린 진우가 문득 자신의 흉부를 압박하고 있는 무게감에 누워있는 채로 고개를 내렸다.

“으응...”

“지은이?”

자신의 옷깃을 꼭 붙잡고 그대로 안겨 자고 있는 지은이가 압박감의 정체였다.

“어? 킁킁... 김치찌개 냄새?”

그리고 아주 아주 미약하지만 확실히 풍겨오는 김치찌개의 맛있는 냄새.

“...”

순간 과거로 돌아온 건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리운 온기와 향기에 진우의 입가가 느슨해졌다.

진우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지은이를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끙차.”

“으으응...”

“하하...하긴. 몇 개월 만에 무거워질리는 없나. 오히려 가벼워 진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진우의 힘이 강해졌다고 해야겠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은 진우였다.

“방향은...”

안겨들려서도 곤히 자고 있는 지은이를 조금 더 편안하게 안으며 진우가 방에서 나왔다.

“저쪽은... 주방인가. 당연한 얘기군.”

긴 복도. 당연하지만 이클립스의 지하 기지였다.

“쯧, 조금 작게 만들어 달라고 할 걸 그랬네.”

지은이가 깰 수도 있었기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는 있지만, 한시라도 빨리 주방에 도착하고 싶었기에 갑자기 이 커다란 본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진우였다.

“...후우...”

시간이 조금 지나고, 주방 앞에 도착한 진우가 자신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고.

삑.

주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으어버?!”

“우우부웁!?”

“...?”

김치찌개가 가득 담긴 냄비를 각자 하나씩 두고 미친 듯이 퍼먹고 있는 최유나와 천무진. 그리고 한쪽에서 뭔가가 섞인 사료를 조용히 먹고 있는 루비를 발견했다.

“뭐하는...”

“꿀꺽! 보스! 일어났구아! 아흐히하!”

“...”

입에 든 것을 삼키고 말을 하는 도중에 다시 음식을 쳐넣어 발음이 뭉개지는 최유나의 모습에 진우의 말문이 막혔다.

천무진이라면 다르겠지. 라는 생각에 그를 바라봤지만.

“우걱! 우걱! 호로록! 푸하! 우걱!”

천무진쪽은 아예 말하는 쪽을 포기하고 먹는 걸 선택했다.

“누가 보면 내가 굶겼는 줄 알겠군.”

“흐에다흐바어으으!”

“...뭐라는지 전혀 모르겠다만.”

그때. 주방의 안쪽에서 이은선이 날으듯 튀어나왔다.

“오빠!”

“은선아!”

진우의 품에 안겨있는 지은이 때문에 안겨들지는 못했지만 이은선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진우를 바라봤다.

“몸은 좀 어때?”

“난 괜찮아. 너는?”

“나는 애초에 다친 곳이 없는걸. 그보다, 진짜로 괜찮은 것 맞지? 오빠가 정신을 잃고 벌써 일주일이 넘었어.”

“일주일?”

기껏해야 하루 이틀일 것이라 생각했었지만, 진우는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한 시간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할 일이 많았을텐데...”

“송조운씨? 그 분이 오빠는 푹 쉬게 두라고 했어. 나머지는 알아서 정리하고 준비하겠다고. 끝나면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그때까지는 쉬어.”

“송조운이...”

그의 능력이라면 적어도 문제가 될만한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진우가 잠깐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때까지는...”

꼬르르르륵.

말을 하는 도중에 울리는 우렁찬 소리에 진우가 말끝을 흐리고 멋쩍게 미소를 지었다.

“아! 배 많이 고프겠다.”

“하하, 조금 그러네.”

일주일이나 누워있었기에 당연히 뱃속은 텅텅 비어있을터. 진우는 일단 저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김치찌개를 먹기로 했다.

“아, 근데 지은이가 아직 안 일어나서 먹기 조금 힘들겠...”

“지은아. 아빠 밥 먹는데. 얼른 내려와.”

“네~!”

“응?”

이은선의 말에 지은이가 언제 잤냐는 듯이 눈을 번쩍 뜨고는 히히 웃으며 진우의 품에 얼굴을 한번 비비고는 내려왔다.

“나도 밥 먹을래!”

“네네~ 조금만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해줄게. 오빠도.”

“어, 응.”

“네에~”

이제야 지은이가 지금까지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진우가 괜히 조심스럽게 걸어왔다는 생각해 허탈하게 웃음을 지었다.

“우리 지은이, 언제부터 이렇게 연기를 잘했을까?”

“처음부터!”

“그래? 아빠가 몰랐었네. 배우를 시켜야 할 걸 그랬나보다.”

“히히. 배우는 싫어.”

“응?”

“아빠랑 엄마랑 같이 못 있잖아. 그러니까 안 할래.”

“아이고 예쁜 우리딸.”

“그러니까. 아빠도 이제 어디 가면 안돼.”

“...”

“알았지?”

지은이의 밝은 미소 속에 걱정이 가득 담긴 눈망울을 발견한 진우는 그저 조용히 자신의 딸을 안으며 말했다.

“그래. 아빠가 잘못 생각했네. 처음부터 떨어지지 말 걸 그랬다...”

“응.”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진우를 마주 안은 지은이가 아빠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최유나와 천무진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보스 저런 표정 지은거 본 적 있어?’

‘없다만. 이해는 간다. 생이별한 가족을 만난 거잖나.’

‘아니 먼발치에서 보긴 했었다며.’

‘그거랑 이거랑 같냐?’

‘다를 건 또 뭐야. 난 가족이 없어서 그런거 모른다고.’

‘...밥이나 마저 먹어라.’

‘뭔데 진짜.’

은근히 진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최유나였기에 진우가 저렇게 풀어지고 행복해 보이는 표정을 지은게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

콰앙!

윤무길이 신명하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붙였다.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이해는 하는거냐!”

“이거 놓으시죠.”

“대체 그딴 정보는 어디서...아니 정보가 문제가 아니지.”

윤무길은 사나운 표정으로 신명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왜 억지로 인원을 빼갔지?”

“...놔.”

“대답해!”

“놓으라고 씨X!!”

퍼어엉!

신명하가 자신의 능력 [팽창]을 사용하여 윤무길을 튕겨냈다.

“하. 능력까지 써?”

“씨X. 그러게 곱게 놓을 것이지.”

윤무길은 자신의 손에 작게 난 상처를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들어 신명하를 노려봤다.

“GK제약을 지키고 있던 특수 대응 2팀이 자리를 비워서 제약 공장이 습격을 받았고. 테러 진압대의 관할에 있던 GK은행 의정부 지점은 바닥까지 탈탈 털렸어.”

“...”

작게 욕설을 하며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신명하의 모습에 오히려 열불이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 이번 일로 생긴 손해가 얼마나 큰지 알기나 하는거냐?”

“씨X! 그게 뭐! 데빌 그 새끼만 잡았으면 이렇게 손해만 남을 일은 아니었잖아!”

“뭐?”

“데빌은 특급 빌런이잖아! 아니. 데빌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최유나와 천무진도 전부 특급 빌런이었다고! 그 새끼들을 전부 잡았으면 이번 손해는 손해도 아니었을 거라고!! 오히려 공적이 더 컸겠지!!!”

“지금 무슨 소리를...”

“씨X! 병신같은 정의 덕후 새끼들을 믿는게 아니었지. 차라리 암부에 정보를 풀었어야 했는데!”

신명하는 윤무길을 거칠게 밀치며 소리쳤다.

“씨X, 심지어는 그년을 이클립스에 뺐겼잖아! 정의의 가디언이 빌런에게 시민을 빼앗긴다는게 말이 돼!!”

“그년? 설마 서진우씨의 아내를 말하는 거냐?”

“서진우씨? 씨이?! 그딴 무능력자한테 무슨! 그 새끼는 그렇게 버러지처럼 죽는게 딱인 놈이라고!!”

“신명하!!!”

자신도 모르게 [초인]까지 사용하며 신명하의 멱살을 잡으려는 윤무길의 모습에 신명하 또한 식겁하며 능력을 사용하려는 그때.

“그만하세요.”

우우웅! 펑!

기묘한 감각이 두 사람을 덮치고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복도의 벽과 벽으로 밀려났다.

“이건...”

“유차빈...실장...”

윤무길은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지만, 의도한 것인지 실수인지 신명하의 입가에서는 얇은 핏줄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윤무길 대장. 당신은 여기서 뭐하시는 거죠?”

“...”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있는 모양이네요. 배정 관할을 조금 늘리겠습니다. 안 그래도 수호대 쪽에서 앓는 소리가 나와서 고민하고 있던 참인데 다행이군요.”

특수 대응팀과 함께 가디언 코리아의 최정예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수호대의 이름에 윤무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수호대 놈들이 약한 소리를 뱉었다는 건 믿을 수가 없군요.”

“믿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수호대가 맡은 구역이 너무 크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유차빈의 모습에 한숨을 쉰 윤무길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특수 대응 1팀에 하나, 3팀에 하나 받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오늘 내로 처리해 놓도록 하죠. 그럼 가보세요.”

“...예.”

짧게 경례를 올린 윤무길이 몸을 돌리고는 작게 말했다.“

“...그놈의 처벌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믿겠습니다.”

이윽고 윤무길이 완전히 사라지고, 가디언 코리아 본사의 복도에는 신명하와 유차빈, 둘만이 남았다.

“...”

고민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차빈의 모습에 신명하가 입에 고인 피를 바닥에 뱉으며 말했다.

“퉤. 뭡니까.”

“당신을 어떻게 처벌해야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하. 처벌? 저는 그저 정보부의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정보부의 일?”

유차빈은 짧게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빌런이 도봉구에 나타날 것을 미리 캐치한 건 좋습니다. 하지만, 지역 경찰이 출동한다는 것을 막고 저희 쪽이 도착할 때까지 주변 통제만 시켰죠?”

“...”

“공적을 챙기려는 수작이었겠지만. 하아... 당신이 한 일은 월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

표정을 구기며 주먹을 꽉 쥐는 신명하의 모습에 유차빈이 또 한번 한숨을 뱉었다.

“하다못해 시민의 대피만이라도 시켰으면 나았을 거에요.”

“...시민?”

“지금 사건을 경험한 모든 자들의 입에서 가디언이 아니라 이클립스가 자신들을 지켰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그게 무슨!?”

“실제로 빌런을 정리한 건 이클립스 놈들이고. 당신 때문에 저희는 뒷북이나 쳤으니까요.”

“하지만 그놈들은!”

“빌런이죠. 알아요.”

유차빈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지시로 인해 가디언 코리아의 명예가 크게 실추했어요. 그리고 시민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인질까지 통째로 지워버리려고 한 건... 답이 없네요.”

“그건 테러 진압대 대장이!!”

“그 테러 진압대랑 우리를 묶은 건 당신이에요. 정보부 총괄이라는 사람이 그것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할 생각인가요?”

“큭...”

“하아...”

진심으로 자신에게는 부하 복이 없다고 생각한 유차빈이 문득 서진우의 이름을 떠올렸다.

“서진우. 그가 살아 있었으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역시 그때 반대를... 아니야. 그랬으면 내 위치가...”

유차빈의 중얼거림을 들은 신명하가 잇몸에 피가 나도록 이를 악물었다.

“아무튼 자리를 내놓을 각오는 하고 계세요. 지사장님도 가만히 계시진 않을 겁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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