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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40화 (40/109)

40화-가족(3)

“보스 진심으로 빡친 것 같은데?”

“음...좀 위험해 보인다.”

“동감.”

우득, 우득, 뼛소리가 나는 그림자의 인형이 진우의 의지를 따라 윤무길과 생존한 특수 대응팀, 테러 진압대를 공격하는 것을 보며 최유나와 천무진이 식은 땀을 흘렸다.

“마력을 억지로 끌어모으고 있어.”

“무공이든 마법이든 코어만 만들지 못했을 뿐이지 마력을 끌어오는 것까지는 곧잘 했으니까.”

“문제는 이미 한계를 넘었다는 거겠지?”

“한참 전에 넘었겠지.”

양 눈, 코, 양 귀. 다섯의 구멍에서 쉬지 않고 피가 흐르고 있는 터라 가면으로 가려지지 않을 만큼 진우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슬슬 막아야 하는데...”

“음...”

“개입할까?”

“그러는게 좋겠군.”

그렇게 두 사람이 진우를 구하고, 말리기 위해 움직이려던 찰나.

“으음...”

최유나에게 안겨있던 이은선이 정신을 차렸다.

***

“으아아아!! 마력을 방출해! 어떻게든 그림자를 떨쳐내라!”

“끄아아아!!!”

“젠장!! 빌어먹을!!”

검은 병사가 자신의 부하, 혹은 테러 진압대의 인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진심으로 공격하지 못하고 있는 윤무길.

대응팀과 진압대 또한 마찬가지, 자신의 동료들을 함부로 공격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서걱!

“크윽!”

퍼억!

“아악!”

때문에 전장의 상황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을 뿐이었다.

딱 한명.

“이익!! 저리 꺼져라!!”

콰앙!!

테러 진압대의 대장, 노범천만은 달랐다.

“뭣들 하는 거냐! 차라리 때려 눕혀! 그게 동료들을 편하게 하는 것라는 걸 모르는 거냐!!”

노범천은 이렇게 말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자들을 자신의 무기, 방패로 후려쳤다.

하지만.

“끄어어...대장...”

“아파..아파...”

“이,이게 무슨...”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꺾었음에도 기괴한 움직임으로 다시 일어나는 검은 병사들의 모습에 결국 노범천 또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한편, 윤무길은.

“흐아아압!!!”

검은 병사의 머리를 잡고 자신의 마력을 주입. 그대로 신체 밖으로 방출.

퍼어엉!

덕분에 검은 병사의 전신에 휘감겨있던 진우의 그림자가 터져나갔고 해방된 테러 진압대의 대원이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헉! 헉! 헉! 맹 팀장!!”

“으랴아압!!”

[대지 조작]

쿠구구궁!

숨을 헐떡거리는 윤무길의 앞에 거대한 벽이 올라왔다.

덕분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윤무길이 어떻게든 마력을 회복하기 위해 호흡을 이어갔다.

‘빌어먹게도 끔찍한 능력이다. 다행히 각자의 초능력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육체적 성능 자체는 그대로. 그것만으로도 무시할 수가 없어. 역시 데빌을 쳐야한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각을 정리하던 윤무길이 벽 넘어에서 검은 병사가 기어 올라오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맹 팀장.”

“허억, 허억. 네.”

“대원들을 묶어놓을 수 있겠나?”

“허억, 허억... 후우... 잠깐이라면 가능합니다.”

“얼마나?”

“전력이라면 20초 정도...”

“...짧군.”

원거리 능력이 없다는 것에 잠시 한탄하던 윤무길이 마력을 끌어올리며 말했다.

“부탁하지.”

“네.”

크게 숨을 가다듬은 맹강모가 무릎을 굽혀 바닥에 손을 댔다.

“[대지 조작]-[박(縛)]!”

쿠르르릉!!

맹강모가 능력을 사용하자 그의 손을 중심으로 한차례 꿀렁 거린 아스팔트가 검은 병사들의 발목을 잡았다.

“지금입니다!”

“으아아아!!!”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윤무길이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대원들의 뒤.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는자.’

높이 떠오른 윤무길 검은 병사들의 뒤편, 가만히 서 있는 진우가 보였고.

[초인]-[도약]

퍼어엉!!

윤무길이 공기를 밟고 미사일처럼 쏘아졌다.

‘[공중 도약]은 마력 소모가 심해. 여러번은 못쓴다.’

윤무길의 능력, [초인]에서 파생한 기술. 도약은 공기를 밟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극한의 육체 강화를 선사하지만, 그 대가로 막대한 마력을 소모한다.

‘그러니 단 일격으로 끝낸다!’

데빌은 능력을 사용하면서부터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

때문에 잘만하면 일격에 데빌을 쓰러뜨리거나, 최소한 능력을 거둘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흐아아아!!!”

[초인]-[도약]에서 이어지는 파괴력 하나만 따지자면 윤무길 최고의 기술.

“[거인의 주먹]!!!”

바닥까지 박박 끌어모은 마력이 가득 담긴 주먹이 진우를 향해 쏘아졌다.

***

“...”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전신이 찢어지는 것 같다. 당장이라도 정신을 놓고 편해지고 싶다.

“쿨럭...”

억지로 공기중의 마력을 몸으로 받아들여 축적하지도 않고 바로 사용하는 자살과도 같은 행위에 이미 반쯤은 몸이 망가진 상황.

입, 눈, 코, 귀. 칠공에서 쉬지 않고 피가 흘러나오는 상황이지만.

‘썩은 정의를...가족을 위협하는...정의를...도려내 없애겠다...!’

자신의 가족을 희생시키려는 자들의 정의에 분노한 진우는 끔찍한 고통, 편해지고 싶은 유혹을 인내하며 계속해서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진우의 귀에.

“[거인의 주먹]!!!”

윤무길의 목소리가 들리고.

후우우웅!!!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거대한 마력의 주먹이 보였다.

‘느리다...’

극한까지 활성화된 진우의 머리는 그 모든 상황을 느리게 인식하고 있었지만.

‘피할 수 없다.’

보이는 것과 회피하는 것은 별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지금의 진우는 그것을 피할 힘이 없었다.

‘막아야...’

저 공격을 받으면 그냥 부상을 입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을 직감한 진우가 자신의 몸을 휘감은 그림자를 움직여 주먹의 앞을 막아봤지만.

후우우웅!

군단을 유지하는 것에 대부분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터라 제대로 된 방어가 되지 못했다.

‘군단의 회수는...늦겠군.’

그에 진우는 군단에 사용하고 있는 그림자를 회수하려 해봤지만 그것도 주먹이 닿는 것이 먼저인 상황.

‘여기까지인가...’

그에 진우는 데미지를 각오하고 죽지만 않도록 뇌와 심장과 같은 주요 장기에 그림자를 집중했다.

콰아아아아!!!

그렇게 대기를 찢으며 다가온 윤무길의 주먹이 진우에게 닿기 직전.

“캬오오오옹-!!!”

‘루비?’

저격을 막아낸 데미지를 회복하느라 숨어있었던 루비가 진우의 앞을 막아섰다. 그뿐만 아니라.

“어딜!!!”

최유나가.

“흐아아압!!”

천무진이 루비와 함께 진우의 앞을 막아서고.

쩌어어어엉-!!!

루비의 [화신].

최유나의 [빙백의 숨결].

천무진의 [광휘].

그리고 윤무길의 [거인의 주먹]이 충돌하여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커허헉!”

셋의 방어에 윤무길이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져나갔다.

‘방어...아니 오히려 윤무길이 데미지를 입었다. 기회...’

그에 진우는 다시 군단을 움직여 공격을 이어나가려 했고.

툭.

“...어?”

그런 진우의 등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오빠...”

“은선아...?”

진우의 등에 기댄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아내 이은선.

이은선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지은이를 품에 안고 진우의 등에 머리를 대고 있었다.

“쿨럭! 여긴 위험해. 빨리 피해...”

“이제 그만해...”

“...뭐?”

쩌저정!!

진우와 이은선, 그리고 지은이를 가리기 위함일까.

세 사람을 중심으로 울퉁불퉁하여 내부를 볼 수 없는 얼음의 돔이 세워졌다.

“오빠. 이제 그만해.”

“은선아. 너도 봤잖아. 저 녀석들은 너랑 지은이를 죽이려고 했다고!”

정확하게 말해서 저격은 이은선과 지은이를 노리고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진우에게 있어서는 거기서 거기인 것이었다.

“오빠...지금 오빠 모습을 봐.”

그때 진우가 분노하며 소리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이은선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내...모습?”

“나... 오빠가 없어졌을 때 얼마나 무섭고 아팠는지 알아?”

“은선아...?”

진우는 눈물을 흘리는 아내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올곧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내의 눈에 당황했다.

“근데... 지금이 더 무섭다?”

“...”

“내가 아는 오빠는 어떻게든 가디언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었어. 권력에 짓눌리고, 힘이 없어 고통스러워 할때도 항상 냉철하게, 올곧게 나아가던 사람이었어.”

정의를 추구하며 세상의 평화를 위해 만들어진 가디언.

그 힘이 강대해지고 권력이 늘어남에 따라 부패하여 예전의 모습을 잃어가는 가디언을 어떻게든 붙잡아 돌려놓기 위해 가디언에 들어갔던 서진우.

“그런데 지금은 어때?”

“...”

“지금은 어떻냐고!!”

울부짖는 이은선의 말에 진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나 오빠가 더 이상 내가 아는 오빠가 아닐 것 같아서 무서워. 오빠가 죽었다고 했을 때 보다 더 무섭다고!”

“은..선아...”

자신도 모르게 울고있는 이은선에게 손을 내밀려 하던 진우는.

“아...”

자신의 피로 인해 붉게 물든, 검은 그림자로 일렁거리는 스스로의 손을 발견하고는 손을 멈췄다.

덥썩!

하지만, 그런 진우의 손을 이은선이 덥썩 잡으며 그의 눈을 바라봤다.

“인명피해를 무서워하면서 어떻게든 사전에 위험을 없애려고 하던 사람이 오빠잖아. 그래서 정보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기에 매달리던 사람이 오빠잖아...”

“...”

따스한 온기, 언제나 자신을 이끌어주던 올곧고 따스한 눈.

“그러니까...이제 그만하자. 지은이가 무서워할거야.”

“아...”

그 따스한 시선에 빛을 잃어가던 진우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리고 아내의 품에 곤히 안겨있는 자신의 딸을 바라봤다.

“아아...”

이런 거리에서 바라보는 것이 얼마만일까.

“아아아...”

자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지은아...”

자신은 지금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게 무엇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스으으으...

진우의 전신에서 그림자가 사라지고.

“은선아... 지은아...”

피범벅이 된 진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얼굴을 보여주네?”

그런 진우의 얼굴을 매만지며 피를 닦아주고 작게 미소를 지은 이은선이 진우를 끌어당겨 그의 품에 몸을 기댔다.

“살아있어줘서 고마워 오빠.”

“크흐흑...”

진우의 눈물에 얼굴의 피가 씻겨가기 시작했다.

***

“보스에게는 못 가!”

“젠장! 데빌 다음에는 극지의 마녀와 성기사인가!!”

“누가 마녀야!!!”

움직임을 멈추고 그림자가 사라져 해방된 대원들에 기뻐하기도 잠시.

쩌저적!!

사방에 냉기와 얼음을 흩뿌리며 접근을 거부하는 극지의 마녀 최유나.

콰아아!!

압도적인 빛과 열기를 뿜어내며 접근을 거부하는 성기사 천무진이 윤무길과 생존한 특수 대응팀, 테러 진압대의 앞을 막았다.

“젠장! 어떻게 해서든 이 자리에서 데빌을 죽여야한다!”

테러 진압대의 대장, 노범천이 소리치는 말에 테러 진압대가 최유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 내가 만만해!? 아재도 있는데 왜 나한테만 오는데!”

각종 빙결 마법을 사용하며 그들의 접근을 막으며 최유나가 소리쳤다.

“부상자는 안 챙겨!?”

“어느때고 빌런 퇴치가 우선이다! 부상자는 그 이후의 일이지!”

“아이고! 대단한 정의의 사도, 아니 정의의 할배 납셨네!”

진우의 그림자에 속박되어 조종되던 자들은 사실 대부분이 생존해 있는 상황이었다.

죽어서도 조종할 수는 있지만 살아 있는 자들보다 약해지고 생존 본능으로 인한 마력 방출이 사라지기에 일부러 미약한 치류 능력을 사용. 조종하는 자들을 더 길게 ‘이용’하기 위한 그리 좋지 않은 이유지만.

이유는 어찌됐든 일단은 살아있다.

“[아이스 해머]!”

“[실드 배쉬]!”

쿠우우웅!!

최유나를 잡기 위해 맹렬히 공격하는 노범천의 머릿속에 부상자의 구조는 없는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할배치고는 좀 하네!”

“애송이에게 당하고는 못사는 성격이라!”

콰아아앙!

그렇게 두 사람이 한참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스으으으으...

최유나가 진우와 그 가족을 위해 만들어낸 얼음 장벽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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