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가족(2)
“끄으윽!”
붉은 안색에 고통스러운 얼굴.
누가 봐도 이은선은 목을 졸리는 상태로 보였다.
“비겁한!”
그에 특수 대응팀의 2 팀장, 맹강모가 이를 악물며 진우를 바라봤다.
“데빌! 비겁하게 인질을 잡지 마라!”
“하. 이렇게 대인원으로 몰려온 건 정의로운건가.”
그에 데빌, 진우는 헛웃음을 지으며 이은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은선과 그 바로 옆의 지은이가 둥실 떠올라 진우를 향해 천천히 날아왔다.
“끄으으윽!”
“엄마아아!! 으아아앙!!”
여전히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는 이은선과 울음을 터뜨린 지은이를 보며 맹강모는 분노를 터뜨렸다.
“이이익!! 어린아이까지!! 비겁한 빌런놈!!!”
“지은이 어머님! 지은아!!”
“꺄아악! 어떡해. 어떡해!”
어린이집 근처에 숨어있던 사람들 또한 이은선과 지은이가 잡혀가는 것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그 사이. 이은선과 지은이를 품에 안은 진우가 고개를 돌려 특수 대응팀과 테러 진압대를 바라봤다.
“이 여자와 아이를 살리고 싶다면 길을 열어라!”
그야말로 악당. 빌런이 말할 법한 대사에 진우는 살짝 뒤통수가 가려워 지는 기분이었다.
한편. 천무진과 최유나는 슬쩍 모여 속닥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아재. 보스가 진짜로 목을 조르고 있는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아마 연기...일텐데...’
‘연기? 저게?’
“끄으으으!!”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
‘아이 쪽을 봐라.’
‘지은이?’
최유나는 천무진의 말에 슬쩍 시선을 옮겨 지은이를 바라봤다.
“...”
진우의 품에 안긴 순간 울음을 멈췄지만.
툭툭.
“아. 으아아아앙!! 엄마아아!!”
말 그대로 숨 막히는 연기를 하고 있는 이은선이 툭툭 건드리자 다시 울음을 터뜨리는 지은이를 말이다.
‘와씨. 배우 집안인가?’
‘평범...하진 않군. 음.’
가까이 있던 두 사람에게만 보이는 각도였기에 특수 대응팀과 테러 진압대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다행이었다.
‘저 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지만.’
‘뭐, 저건 어쩔 수 없겠지.’
지은이는 열심히 울며 왼손으로 아무도 모르게 진우의 앞섬을 꼭 쥐고 있었다.
***
“맹 팀장. 어쩔 텐가.”
“크으으...”
테러 진압대의 대장, 노범찬이 맹강모의 옆으로 와 귓속말을 했다.
“인질이 있는 이상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음...하지만 저 데빌이라는 자. 여기서 잡지 못하면 앞으로 기회는 없을지도 모르네.”
“끄으응...”
정의(正義).
오로지 그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자들이 모인 곳이 바로 가디언 코리아의 특수 대응팀.
‘하지만 너무 물러. 악을 처단하는 것에 희생은 필요 불가결.’
테러 진압대의 대장, 노범찬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인질을 붙잡고 있는 데빌을 바라봤다.
‘하물며 ‘고작’ 두 명의 민간인. 오히려 다른 인질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지 않은가.’
노범찬은 수염에서 손을 때 뒷짐을 지며 자신의 부관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그 내용은.
(저격)
단 한 단어.
노범찬의 부관은 무표정한 얼굴 그대로 슬쩍 뒤로 돌아 무전을 쳤다.
‘목표. 이클립스. 좌표 37.490760, 126.944372’
‘확인. 위력 범위 요청.’
‘90.’
‘라져.’
테러 진압대의 ‘저격’이란 인질을 피해 빌런 단 한 명만을 깔끔하게 저격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다시한번 말한다! 데빌! 인질을 해방하고 자수해라!”
“거절하지. 길을 열어라.”
대상이 감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궤도에서 떨어지는 고열의 광선으로 대상을 지워버리는 일격.
그것이 테러 진압대의 ‘저격’이었다.
‘발포. 3, 2, 1.’
“데빌! 인질을 해방...!”
포위망을 해제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소리치던 맹강모의 피부에 압도적인 열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착탄. 2, 1.’
“무,무슨!?”
콰아아아아아!!!
이클립스의 머리 위로 섬광이 내려 꽂혔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정의에 희생은 언제나 따르는 것. 이게 최선이라 판단했네.”
“죄없는 인질을 함께 날려버리는게 정의입니까!?”
“빌런을 제거하는 것이 정의지.”
“이익...!”
주변에 폭발은 일어나지 않고 정확히 노린 곳만 소멸시켜버리는 테러 진압대의 저격.
당연하게도 데빌이 품에 안고 있던 인질 또한 저격에 휘말렸을 것이 분명했다.
“이건 명백한 월권입니다!”
“월권? 대체 어디가 말이지?”
“멋대로 이런 짓을 벌이고 월권이 아니라는 말을!”
“오 이런. 특수 대응팀이 언제부터 우리 테러 진압대의 위에 있었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쯤은...!”
“그런 뜻이 아니라면 그 입을 다물어라 애송이.”
“크윽...!”
노범천은 군 각성자 중에서는 흔치 않은 60대, 군 경력 약 40년의 그야말로 백전노장.
맹강모가 가디언 코리아 특수 대응팀의 2 팀장이라 해도 애송이라 부르기에 충분한 자였다.
“네놈들 가디언에게는 ‘협력’하고 있는거지 ‘굴복’한게 아니다.”
늙은 범과 같은 눈동자로 맹강모를 바라보며 말하는 노범천의 모습은 그야말로 호랑이 그 자체였다.
“후우...하하, 이거 분위기만 무거워졌군. 자 그럼 슬슬 저격도 끝났겠다. 저 구덩이는 또 언제 메운담? 하하하.”
노범천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억지로 깨트리며 슬슬 약해지는 광선을 바라보고는.
“뭣!?”
경악했다.
푸쉬이이...
둥글게 녹아내린 대지의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구덩이에서 메케한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런 구덩이의 위 허공에 떠 있는 새하얗고 투명한 불꽃.
그것을 불꽃이라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타오르는 모양새. 은은하게 느껴지는 불꽃 특유의 열기는 저것이 ‘불꽃’이라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저,저게 무슨...?”
화르르륵!
이윽고 투명한 불꽃은 스스로를 불사르는 것처럼 타오르며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캬오오옹!!!”
한 마리의 이글거리는 거대한 고양이를 말이다.
“고양이!?”
“보고에 있었던 그 불꽃의 호랑, 아니 고양이인가!”
새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이는 불꽃의 고양이는 이내 그 크기를 점차 줄여갔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져있던 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인질은 신경도 쓰지 않고 배제하는 건가.”
저격의 충격으로 기절한 이은선과 지은이를 최유나와 천무진에게 넘기며 나지막하게 말하는 진우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국가의 녹을 받는 테러 진압대라는 것들이...”
진우의 전신에서 검은 그림자가 뿜어져 나왔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정의를 추구하는 가디언이라는 것들이...”
그림자는 그 크기를 점점 늘려가다 어느 순간 멈추고 압축되기 시작했다.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망설이지조차 않고 희생만을 강요해?”
이내 진우의 전신이 스스로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고.
“역시 너희는 전원...”
‘데빌’이라는 코드네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도려내야겠다.”
악마가 나타났다.
***
“빌어먹을! 썩을!”
가디언 코리아, 특수 대응팀 대장. 윤무길은 빠른 속도로 건물을 박차며 나아갔다.
“빌어먹을 정보부!! 신명하 그 개자식이!”
본래 윤무길은 이번 빌런 난동에 특수 대응팀을 파견할 생각이 없었다.
소규모 조직의 잔챙이들이 단체로 가디언의 본부가 있는 서울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부자연스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굉장히 찝찝한 자신의 감.
하지만, 상부에서 자신을 부른다는 소리에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신명하는 정보 총괄의 권한으로 특수 대응팀의 2팀을 소집해버렸다.
“본래 그 권한은 서진우 총괄에게 준 권한이란 말이다! 조만간 권한을 회수하려 했는데! 빌어먹을!!”
방금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특수 대응팀과 함께 파견된 국군의 테러 진압대에서 예의 ‘저격’을 사용했다고 했다.
고작 잔챙이에게 사용할만한 수단이 아닌 만큼 이번 일에는 뭔가가 더 있을 터.
더욱 나빠지는 자신의 감에 윤무길은 더욱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크아아악!”
“막아! 저쪽이다!”
“몸이! 내 몸이!!!”
“사,살려줘! 악마! 악마가!!”
작은 지옥을 보았다.
“이건...!”
공황에 빠진 테러 진압대, 그리고 특수 대응팀의 사이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검은 형체.
어떤 것은 날카로운 칼날의 형태로, 어떤 것은 거대한 가시의 형태로. 어떤 것은 갈고리와 같은 형태로.
베고, 지르고, 찢는. 검은 형체가 쉼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
명확한 형태를 이루고 있으나 그것은 분명한 그림자였다.
빛에 의해 생겨나고 사라지는, 그림자는 이 작은 지옥에서 그 한계를 깨부순 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저건!”
윤무길은 이내 그러한 그림자의 중심에 서있는 한 악마를 발견했다.
“데빌!”
진정한 악마라도 된 듯이 평소의 가면이 아닌, 전신이 검게 물들어있는 데빌에게서 막대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데빌 때문에 소집한 거였나!”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특급 빌런. 데빌.
그 힘은 정확하게는 판명된 바 없으나 감옥섬에서 극지의 마녀, 최유나와 성기사, 천무진을 탈옥시키고 유유히 사라진 것, 그리고 가디언 코리아의 직속 은행, GK은행에서 0번 금고를 털어 사라진 것으로 S급 이상의 능력을 보유했다 추측하는 특급 빌런.
“데빌이 이곳에 있다는 건, 최유나와 천무진도...”
윤무길은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찾았다...?”
지옥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각자 여성과 아이를 안고있는 최유나와 천무진을 발견한 윤무길은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인질... 아니 그런 느낌은 아닌데...”
잠시 고민에 빠졌던 윤무길의 귀에 부하의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아아악!!!”
“헉! 이럴 때가 아니지!”
그리고 윤무길은 곧바로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려 데빌을 향해 쏘아졌다.
“그만 둬라!!!”
***
“그만 둬라!!!”
콰아아앙!!!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진동에 진우가 자신의 그림자를 쳐낸 자를 바라봤다.
“윤무길.”
“데비이이일!!!”
멀리서 볼 때보다 더욱 처참한 상황에 윤무길이 고성을 지르며 진우에게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그에 진우는 그림자를 움직여 윤무길의 앞을 막았지만. 단 한 번의 주먹질로 인해 그림자가 찢겨 나가며 길이 열렸고.
“이런.”
“하아아압!”
콰아아앙!
두 번째의 주먹질에 진우가 날아갔다.
진우는 몸에 감겨있는 그림자를 땅에 박아 착지하며 그대로 땅 속으로 그림자를 뻗어 윤무길의 다리를 잡았지만.
“흐으으읍!!”
퍼어엉!
윤무길의 마력 방출에 의해 발을 묶은 그림자가 터져나갔다.
“역시! 전에 봤을때도 생각했지만! 네놈 무공이나 마법을 익히지 않았구나!”
“퉷.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진우는 입에 고인 피를 뱉어내며 말했다.
“능력 조합 자체는 굉장하지만. 마력 밀집이 조잡하다. 무공이나 마법을 배우지 않은 자의 특징이지.”
“...”
“고작 그 정도의 힘으로 내 부하들을...!”
“말이 많군.”
딱!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진우가 손가락을 튕겼고.
우드드득-!!
주변에 쓰러져있던 자들이 인형처럼 부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끄아아악!!!”
“뼈...! 뼈가!!”
“으아악! 사,살려...!”
격통에 비명을 지르며 말이다.
“이,이건.”
“윤무길. 애초에 이 능력은 직접 전투용이 아니다.”
진우의 발밑으로 실처럼 뻗어진 수많은 그림자의 가닥에 윤무길이 이를 악물며 진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만 둬...!”
하지만,
우드득! 우드득!
“으아아악!!”
“대장! 아아악!!”
그런 윤무길의 앞을 그의 부하와 테러 진압대의 인원이 막아섰다.
“본래 너희 특수 대응팀과는 적대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딴 소리를 믿을 수 있겠나!”
“너희는 재활용도 불가능할 정도로 썩진 않았다 생각했으니까.”
자신에게 달려드는 부하들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피하기만 하는 윤무길을 보며 진우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착각이었지.”
“대체 무슨 소리냐!!”
스윽.
진우는 손을 들어 최유나와 천무진에게 정신을 잃고 안겨있는 둘을 가리켰다.
“서진우의 아내와 딸이다.”
“뭐!?”
“그리고 네 부하들이 망설임도 없이 희생시키려던 자들이지.”
“대체 그게 무슨...?”
평소라면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했을 진우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저 둘이 무슨 죄가 있지?”
이은선과 지은이가 평화를 잃었다는 점.
“왜 너희는 그렇게 희생을 쉽게 말하지?”
그로인해 자신의 가족이 죽을 뻔 했다는 점.
“죄 없는 자들을 희생시키는 것이 너희의 정의인가?”
그 모든 것들이 진우의 판단을 흐리고 있었다.
진우는 고갈되어 가는 정신력에 눈, 코, 입, 귀에서 피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딴 썩어빠진 정의는 차라리 전부 없어지는 것이 낫다!!!”
<서진우 오리지널, [악마의 그림자] 파생.>
쿠구구구궁!!!
진우의 그림자와 연결되어 있는 자들의 전신이 그림자에 먹혀 검게 물들고.
<악의 군단>
악마의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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