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습격(3)
“와씨 놀래라!!”
“뭐야 너는!!!”
두 개의 뿔이 달린 검은 악마의 가면.
“소문의 데빌인가...”
하늘에서 내리꽂히듯 등장한 악마의 모습에 막 후퇴를 하려하던 세 사람이 침을 삼키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데빌! 네가 이곳에는 왜 왔지?”
“...”
자신들을 바라보는 데빌에게 지은이를 손에 들고 있는 남자가 소리쳤다.
하지만. 데빌은 대답도 하지 않으며 그저 셋을 바라보고 있을 뿐.
‘지은아...’
아니, 하나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들오들...
‘곧... 구해줄게.’
살기도, 투기도, 그 어떠한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으며 그저 바라보는 데빌의 모습에 세 사람은 데빌이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판단했다.
“아하! 너도 위의 제안을 받아서 움직인 거냐?”
“...위?”
“그래. 이 근방에서 한 시간 난동을 피우는 것만으로 인당 일억을 준비해 준다는 제안 말이다.”
“...일억이라...”
데빌은 사내의 말에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물었다.
“네놈들도 같은 제안에 움직이는 거냐?”
“하! 우리를 저런 찌끄레기들과 비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즉, 너희가 그 아이를 납치하는 것은 그 ‘제안’이라는 것과는 연관이 없다는 거군.”
“...그렇..지...”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뭔가가 짖눌러 오는 감각에 리더는 말 끝을 흐렸다.
애초에 왜 순순히 대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 진우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지은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눈 앞의 세 사람을 치우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지은이 앞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좀...’
‘그렇다고 폭력도 좀...’
‘최면...은 핀포인트로 걸 자신이 없는데... 암시로는 놓으라 말해도 듣지 않을테고...’
지은이가 오들오들 떨면서도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되도록 잔인하지 않고 폭력적이지 않은 방법을 취하고 싶었다.
“아, 아무튼 데빌. 제안을 받아 움직이는 거라면 여기가 아니라 저쪽이다.”
“...”
“마침 저쪽은 아직 끝나지도 않은 것 같고. 한동안 가디언은 안 움직여. 마음대로 날뛰어도 좋을거다.”
“...후우...어쩔 수 없지.”
“...뭐?”
고개를 기울이고 황금의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데빌의 모습에 리더가 마른 침을 삼켰다.
“지... 아이야.”
“뭐?”
“너한테 한 말이 아니다. 잠깐 조용히 하고 있어라.”
[염동력]
“으읍!”
무형의 힘이 리더와 다른 두 사람의 입에 쑤셔박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아이야.”
“...네...”
변조되어 상당히 듣기 싫은 목소리지만. 어딘지 모르게 따스하고 다정한 말투에 몸을 떨고 있던 지은이가 대답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으렴.”
(자, 눈을 감고, 귀를 막아.)
“그리고 크게 숫자를 세거라.”
(귀를 막는 걸로는 부족하니까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크게 숫자를 세는거야.)
“100을 세고 다시 눈을 뜨면.”
(딱 100을 센 다름에 다시 눈을 뜨면.)
“무서운 건 전부 없어질거다.”
(무서운 건 전부 없어질거야.)
“내 말을”
(아빠 말)
“믿어라.”
(믿지?)
언젠가 악몽을 꾸고 깨어나 울음을 터뜨렸을 때. 아빠가 알려준 무서운 것이 사라지는 방법.
왜 그것이 저 무서운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일까.
왜 같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까.
어느새 두려움에 떨리던 몸이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응...! 후우웁. 하나아아~! 두우우울~!”
눈을 꼭 감고, 귀를 막고. 크게 숫자를 세다 보면 무서운 건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으니 말이다.
***
“장하다...”
‘내 딸...’
그 사이.
“커헙! 이게 무슨 짓이냐 데빌!!”
마력을 움직여 자신들의 입을 막고 있던 [염동력]을 깨부순 세 사람이 진우를 향해 전투 자세를 취했다.
“일곱의 쥐. 나머지 넷은 저쪽인가.”
“허, 우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시비를 건거냐!”
뒤쪽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청부업자. ‘일곱의 쥐’.
돈이 되는 일이라면 그 무엇이든 하는 그야말로 쥐새끼 같은 자들.
“너희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을 건드렸다.”
“뭐?”
진우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정도의 대규모적인 일을 고작 너희만으로 계획하진 않았다는 걸 안다.”
“뭔 헛소리를 하는거냐!”
“그러니, 너희에게 얻을 정보는 없다.”
“이런 씨X!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
“자,잠깐!”
루비의 분신을 날려버린 바람 계열의 각성자가 분을 못이겨 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지만 진우는 미동도 없이 그저 말을 이어갔고.
덜컥!
“...이,이게 뭔...”
달려들던 사내가 뭔가에 고정된 것처럼 달리던 자세 그대로 정지했다.
“그림자! 그림자 능력이다!”
“이,이런 씨...”
“성일아! 연결된 그림자를 잘라!”
“예!”
그림자가 연결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챈 리더가 곧바로 소리쳤고, 성일이라 불린 남자가 자신의 검을 꺼내들어 그림자를 잘라내기 위해 마력이 실린 검을 휘둘렀지만.
“화풀이 정도는 해야겠거든.”
우두두둑!
“끄아아악!”
푸욱!!
“커억!”
“성일아!!!”
전신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정상적으로 허리를 돌리며 찔러오는 바람 계열 각성자의 손날에 성일이라는 남자의 가슴이 꿰뚫렸다.
“끄아아악!”
“쿨럭!”
마력이 담기지 않은 손날이 사람의 가슴뼈를 부수고 꿰뚫었기에 손 또한 박살이 나 바람 계열의 각성자 또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고. 성일은 피를 토하며 움찔거릴 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최대한 고통을 주고 싶다만.”
차갑게 빛나는 황금의 눈.
리더는 어느새 떨려오는 몸에 자신이 겁을 먹었다는 것을 깨달앗다.
“쿨럭! 커어억...”
피를 토하다 헛숨을 들이키고 숨이 멎어버린 다섯째 성일.
“끄아아악!! 뼈가..! 내 손이!!”
“시간이 100초 밖에 없어서 말이다.”
우드드득!!
“끄어억...”
저절로 움직이는 머리에 목이 그대로 돌아가 버린 셋째 전호.
“어,어어... 어떻게 고작 그림자로...”
그림자 계열의 능력은 상대의 움직임을 속박하여 ‘잠시’ 막거나 늦추는 정도의 능력이 보통이다.
물리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단순히 이렇게 그림자가 연결된다고 해서 육체를 조종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데빌의 몸 주변에서 넘실거리는 검은 그림자는 그야말로 악마의 힘. 그 자체였다.
“고작이라. 틀린 말은 아니지.”
그때.
“어? 왜.왜...”
리더의 몸이 저절로 움직여 손에 들고 있던 지은이를 상냥하게 내려놓았다.
리더의 오른손에는 어느새 검은 그림자가 휘감겨 있었다.
“어,언제...!”
“땅 속으로 한 가닥 보내놨다. 그 정도도 떠올리지 못하는 건가.”
“이...이딴 것쯤은...”
“일단 거기서 멀어져라. 쓰레기.”
우드드득!
“으아악!!”
지은이를 내려 놓은 것과는 다르게 리더를 지은이에게 멀어지게 하는 것에 배려는 없었고, 리더의 다리 뼈가 부서지며 강제로 걸음을 옮겼다.
“...”
진우는 잠시 시선을 옮겨 지은이를 바라봤다.
‘다행히 눈을 뜨지는 않았군.’
지은이는 자신의 몸이 내려놓아 지는 감각을 느꼈을 터였지만 눈을 뜨지는 않고 있었다.
‘일단 저것들은 치워야겠군.’
진우는 목이 돌아가고 가슴이 꿰뚫린 시체 두구를 바라보고는 발을 굴렀고.
드드득!
진우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 땅이 그 입을 벌려 두 구의 시체를 그대로 집어 삼켰다.
“크흐흐흑...!”
“후우...”
그리고 다리뼈가 산산히 부서진 고통에 눈물을 흘리는 리더를 움직여 아직 열려있는 땅의 속으로 직접 걸어들어가게 만들었다.
“아아악!! 제발! 사,살려줘!!”
산체로 매장해버리려는 진우의 생각을 깨달은 리더가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 외쳤지만, 진우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살인을 포함한 중범죄 약 오십 건, 경범죄 약 마흔다섯 건. 거의 백에 달하는 죄목. 내가 아는 것만 이 정도지.”
“너,넌 뭐야. 대체 넌 뭐냔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희는 내 딸과 아내를 건드렸어. 살려줄 이유가 없다.”
“뭐? 딸?”
진우의 입에서 나온 딸이라는 말에 눈을 크게 뜬 리더가 시선을 돌려 눈을 꼭 감고, 귀를 막고 큰 소리로 숫자를 세고 있는 작은 소녀를 바라봤다.
“서,설마 넌...!”
“너희에게 의뢰를 준 자 또한 금방 그쪽으로 갈거다.”
“서,서진우 정보 총괄...!?”
“잘가라.”
“아,안...!”
드드득!!
벌려진 땅이 스스로 그 입을 닫으며 절규하는 목소리를 묻어버렸다.
“후우... 그럼 저쪽은...”
쩌어어어엉!!!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먼 장소를 바라보자. 거대한 얼음 기둥이 세워지는 것이 보였다.
“끝났나보군.”
그것을 끝으로 폭음, 비명, 그 무엇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침묵이 찾아왔다.
“흠...”
진우는 고개를 돌려 이제 70을 세고 있는 지은이를 살짝 살펴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주변 곳곳에 숨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일반인들을 바라봤다.
‘어린이집의 사람들이 대부분인가...’
진우 또한 익히 알고 있는 사람들.
지은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선생들과 아이들이었다.
‘몹쓸 걸 보여줘버렸군...’
지은이와는 다르게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줘 버렸기에 일부는 구토를 하고 기절을 하는 등의 모습이었다.
‘암시는...웬만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아.’
지은이의 친구들과 신세를 지고 있는 선생님들이었기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는 암시, 최면 계열의 능력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후우...”
그리고 그때.
“보스~!”
“우리는 끝났다. 보스.”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최유나와 달려오는 천무진이 보였다.
“은선..이는?”
“무사!...어...무사?”
“어딘가 다쳤나!?”
“아,아니 그런게 아니라...”
이은선의 구조를 위해 움직였던 최유나가 말끝을 흐리니 진우가 초조해 하며 소리쳤다.
“그럼!?”
“어...무사 그 이상?”
“...뭐?”
“아,아니 역시 보스의 아내라고나 할까...뭔가 큰일이 있었는데도 엄청났다고 해야할까...”
“...?”
영문모를 최유나의 말에 진우가 의문을 표하기도 잠시.
갑자기 루비에게 [염화]가 날라들었다.
-주인!
-루비?
루비는 [지능 상승]의 능력으로 인해 웬만한 사람만큼의 지능은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거기서 빨리 빠져나오는게 좋을 것 같아.
-뭐?
그렇기에 루비는 주인에게 있어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대체 무슨 일...!
“지은아!!”
“억!?”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은 진우에게 있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루,루비! 대체 이게...!
-미,미안.
오빠라는 단어에 삐걱거리며 고개가 돌아간 진우에게 보이는 것은, 열기를 극한까지 억제하고 있는 화염의 고양이, 염왕묘 루비와 루비의 등에 타고 있는 자신의 아내, 이은선이었다.
***
시간을 조금 돌려 약 5분 전.
“꺄하하하! 일곱의 쥐? 진짜 그냥 쥐새끼잖아!”
“크으윽!! 빌어먹을 마녀가!!”
루비가 수세에 몰려 고전하고 있을 때 나타난 극지의 마녀, 최유나.
그녀는 다짜고짜 루비를 공격하는 일곱의 쥐 멤버 넷에게 공격을 날렸고 그것은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파쇄]!”
쩌어엉!!
셋은 그대로 얼음 동상이 되어 즉사하고, 그나마 일곱의 쥐의 대장이 자신의 능력 [파쇄]를 사용하여 저항하고 있었다.
“헤에~ 마력을 흩어지게 하는 능력인가?”
얼음 송곳, 빙결의 숨결 등등. 자신의 마법이 분쇄되는 것을 느낀 최유나가 심장의 서클을 돌리며 말하자, 일곱의 쥐 대장이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마법, 초능력, 그 두 가지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효과를 가진 능력이지.”
“흐음~? 절대적~?”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 위에 마력을 뭉쳐 이리저리 움직이던 최유나가 그대로 마력의 덩어리를 일곱의 쥐 대장에게 날렸다.
“큭! [파쇄]!”
펑!
그리고 일곱의 쥐 대장이 사용한 초능력에 의해 그대로 마력의 덩어리는 분쇄되었지만.
“대충 알겠네~”
“큭...”
완전히 분쇄 되지 않고 작게 남은 마력 덩어리가 남자의 어깨를 후려치는 것을 본 최유나가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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