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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36화 (36/109)

36화-습격(2)

“뭐야 저건.”

한 건물의 옥상. 빌런이 날뛰는 것을 감상하며 이은선을 납치할 틈을 보고 있던 남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은근히 목표를 지키고 있는 것 같은데...”

골치 아파졌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 남자가 다시 거대한 화염의 괴물을 바라봤다.

“호랑이...아니 고양이...?”

크기가 커서 호랑이 같기도 하지만, 생긴게 고양이 같기도 하다.

“뭐 어쨌든. 구현 계열일 가능성이 높군.”

강화 계열이었다면 굳이 짐승 흉내를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니 당연히 구현 계열일 것이라 생각한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현 계열은 마력 밀집도가 떨어지는 편이지. 강하기는 하지만...”

콰아아앙!

화염의 괴물이 휘두른 앞발에 빌런 하나가 날아가는 것을 보며 남자가 입꼬리를 올렸다.

“우리 상대는 아니야. 그렇지?”

““예!””

그런 남자의 뒤에 시립해 있던 자들이 간결하게 대답하고.

“그럼 간다. 목표는 다 알지?”

“당연하죠!”

“대장은 저희를 뭘로 보고.”

“낄낄. 그럼 가자!”

““Yes Sir!””

남자의 명령과 함께 여섯의 괴한이 일제히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물론. 남자 또한 함께.

***

[화신]은 강력한 초능력이다.

화염에 강력한 물리력을 부여하는 초능력.

그 화력이 크면 클수록 물리력은 강해지고, 일정 이상의 화력을 넘어서면.

퍼어엉!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음에도 소닉붐을 연상케하는 충격파를 발산하기도 한다.

“크르르르...”

루비는 주춤주춤 물러나는 빌런 무리를 바라보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이상해. 이쯤되면 도망치는게 맞을 텐데?’

이은선을 지켜야 하기에 도망치면 쫓을 생각은 없는 루비였다.

하지만, 빌런의 무리는 슬쩍슬쩍 뒤로 물러나기만 할 뿐 완전히 도망칠 생각은 없어보였다.

‘지은이 쪽은... 아직은 문제없네.’

염왕묘 상태의 루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른쪽 눈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신]은 강화계와 구현계가 섞여있는 희귀한 능력.

루비는 [화신]의 구현계를 응용하여 한 쪽 눈을 지은이 쪽에 보내놓은 상태였기에 지은이가 있는 어린이집 쪽에는 아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빨리 정리하고 주인한테 보고를...’

그리고 그때.

‘어?’

대피하고 있는 어린이집 사람들의 앞을 막는 몇몇의 괴한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도...?’

동시에 루비의 앞에도 네 명의 괴한이 나타났다.

“호랑이보다 조금 큰가. 별거 아니군. 그냥 불타는 호랑이라 생각하면 되겠어.”

고양이의 본능일까, 눈앞에 나타난 괴한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느낀 루비가 천천히 자세를 숙였다.

“온다. 제이랑 모리스가 맡는다. 롤랑은 목표를 확보해라.”

““Yes Sir!””

‘목표...?’

괴한 하나가 슬금슬금 돌아 자신의 뒤에 있는 이은선의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 루비의 눈에 당황이 서렸다.

또한, 다른 한 쪽의 눈으로 보이는 상황도 그리 좋지 않았다.

“다,당신들 누구야!”

“경찰..가디언은 어디있는거야!”

어린이집의 선생들이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아이들의 앞을 막았지만.

퍼억!

“꺄악!”

당연하게도 괴한을 막을 수는 없었고, 괴한들은 아무런 말도 없이 서지은의 앞에 섰다.

“아,아저씨들은 누,누구에요...”

“...”

겁에 질린 지은이가 주춤주춤 물러나며 말하는 내용에도 괴한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지은이를 향해 손을 내밀어 옷을 잡고 들어올렸다.

“2팀 목표 확보. 바로 24번 룸으로...”

“으으으으...”

그것을 본 루비의 눈에서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감히 주인의 아이를!!’

화르르륵!

그리고, 루비의 [화신]이 그런 루비의 분노에 반응해 주었다.

“저게 무슨...”

허공에서 갑작스레 나타난 불꽃의 덩어리.

괴한이 바로 후퇴해야 하는 것을 잊고 바라볼 정도로 아름다운 불꽃은 점차 형태를 바꿔.

“...고양이?”

작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신기한 감각...’

[화신]은 강화계와 구현계가 섞여있는 희귀한 능력.

이론상 두 개의 계열이 섞여있는 [화신]은 이렇게 분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두 개의 육신을 조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에, 또다른 [화신]의 보유자, 염제 또한 가능은 하지만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 바로 화염 분신이었다.

하지만 루비는 [지능 상승]으로 분신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고.

[염화]를 통해 만들어낸 분신에 약간의 의지를 심어놓을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서약]을 통해 주인의 명을 행하고 있는 지금 모든 능력이 강화된 덕분에 [화신]의 분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 뭔가 했더니 고작 고양이라니. 불로 만들어낸 고양이라도 고양이는 고양이지.”

세명의 괴한 중 한명이 허공에 만들어진 루비의 분신을 향해 다가갔다.

“이딴 건 그냥 한방이면...!”

그리고 분신을 향해 마력이 담긴 주먹을 날렸지만.

맞기 직전 분신은 옆으로 살짝 움직였고, 덕분에 괴한의 주먹은 빗나갔다.

“푸하하! 한방이면? 빗나갔는데?”

“이익!”

얼굴이 붉어진 괴한이 다시 분신을 향해 계속해서 주먹을 날려봤지만.

휙!휙!휙! 하는 소리만이 날뿐 분신에게 주먹이 닿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럴 때 쯤.

‘아! 주인 마누라!’

괴한이 자신의 뒤로 돌아 이은선에게로 향했다는 것을 떠올린 루비가 급하게 뒤를 돌아봤다.

“어딜!”

하지만 다른 괴한들이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었고, 루비는 뒤를 보지도 못하고 달려드는 괴한을 상대해야 했다.

‘저쪽에 셋, 여기에 셋. 차라리 한번에 붙었으면 해볼만 했을 것 같은데!’

만만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다행히 루비가 상대하지 못 할 정도의 강자는 아니었다.

‘문제는 저 인간인데...’

모습을 드러내고 한번도 움직이지 않은 이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한 사내.

대장인 만큼 다른 괴한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한 느낌이 나는 남자였기에 루비는 그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악! 이거 놔!”

“언니!!”

괴한에게 손목이 잡혀 식당에서 끌려나오는 이은선과 괴한의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있는 옥윤아의 모습이 보였다.

‘이익!!’

콰아앙!

이에 분노한 루비가 계속해서 자신의 발을 잡고 늘어지는 괴한들을 앞발로 후려 갈겼으나.

“어이쿠.”

“파괴력 하나는 발군이군.”

괴한들이 빠르고 가볍게 뒤로 물러나 애꿎은 바닥만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덕분에 틈이 생겼고.

“엇!?”

“이런!”

퍼어엉!

뒷다리에 화력을 집중한 루비가 순식간에 이은선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괴한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피해!”

동료가 소리친 덕에 이은선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괴한은 루비의 육탄 돌격을 피할 수 있었으나 이은선은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쯧, 놓쳤나.”

“뭐 다시 확보하면 되겠지.”

“크르르르...”

여유롭기만한 괴한들의 모습에 루비가 신음했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분신을 통해 지은이를 데리고 사려지려는 자들을 막아서고 있고. 본체는 이은선을 지키고 있다.

다행히 분신 쪽에서 아직 제대로 된 전투는 벌어지지 않았기에 버틸만 했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

‘도움이 필요해...’

결국 루비는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

‘희한하군.’

괴한들. ‘일곱의 쥐’ 라고 불리는 작은 청부 조직의 대장은 부하들을 상대하는 루비를 바라봤다.

‘구현계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해. S급 이상이면 납득이 가는 파괴력이지만...’

전 정보 총괄의 아내라 해도 이미 죽은 자의 아내와 딸.

S급이나 되는 각성자가 고작 그런 이들을 지킬 이유가 없다.

‘그러면서도 어딘가 전투에는 익숙하지 않아 보인단 말이지... 능력을 각성한지 얼마 안된 것처럼...’

그때. 루비가 이은선의 방향으로 천천히 물러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그렇지. 슬슬 한계였던 건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린 일곱 쥐의 대장이 부하들에게 고개를 까딱거리자.

“원거리로 간다. 목표가 죽지 않을 만큼만 조절해라.”

“오케이.”

“오케이.”

루비를 둘러싸고 있던 세 명의 괴한이 루비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에어 밤]”

“[에어 밤]”

“[에어 밤]”

세 개의 마법이 루비의 몸을 강타했다.

쾅! 콰과광!

“꺄아악!”

이은선을 지키기 위해 피하지도 못했기에 순간 루비의 몸이 터져나가며 찢어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지만.

“크르르...”

지금 루비의 몸은 어디까지나 [화신]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내부의 루비 본체만 무사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음...마법 세 발을 맞고도 사라지지 않는건가.”

“최소 B급 이상. 파괴력만 보면 A급, 아니 S급에도 견줄만 한가.”

“뭐, 그래봤자 안 맞으면 그만이지만.”

일회용 아티펙트였는지 색이 바래버린 반지를 빼내 바닥에 버리고 다시 새로운 아티펙트를 꺼내 착용하는 괴한들을 보며 루비가 속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염화]를 사용해댔다.

-도움! 주인! 도움!!!

라고 정말 열심히 말이다.

***

후화아아아앙-!!!

구름을 찢듯이 날아 서울로 향하는 세 사람의 시야에 서울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다. 아까 말한대로 최유나는 은선이에게. 나는 지은이에게 간다. 천무진은 기타 잡것들을 정리해.”

“알았어.”

평상시라면 장난을 쳤을 최유나도 굉장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알았네.”

천무진은 자신이 지키지 못했던 가족을 떠올린 것인지 살기까지 흘리고 있었다.

“저긴가.”

그리고, 서울의 외각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에 진우의 눈에서도 살기가 터져나왔다.

“바로 흩어진다. 착지는 알아서 해라!”

“오케이!”

“알았... 착지?”

진우의 손짓과 함께 뭉쳐있던 세 사람이 한순간에 셋으로 나눠져 검은 연기가 나는 장소 곳곳으로 흩어지고.

“흐어어! 난 비행 능력이 없다! 보스으으!!”

천무진의 안타까운 외침이 하늘에 울려퍼졌다.

***

‘무서워... 엄마...’

후웅! 후웅!

“크아아!! 빌어먹을 고양이 새끼가!!”

허공에 떠있는 주황색 고양이를 주먹으로 치려는 아저씨가 무섭다.

“푸하하하! 춤을 춰도 그것보다는 잘 추겠다!”

그런 아저씨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는 아저씨도 무섭다.

“능력을 써라 머저리.”

무엇보다 자신의 옷을 잡고 내려주지 않고 있는 아저씨가 가장 무서웠다.

“시끄러! 내가 씨X 어떻게든 이 고양이 새끼를 쳐 죽이고 만다!”

“근데 아까보다 조금 흐릿해지지 않았냐?”

“엉?”

주먹을 휘두르던 남자가 동료의 말에 주황색 불꽃으로 이루어진 고양이를 자세히 바라봤다.

“...그렇네? 확실히 연해졌어.”

“그러고보니 저쪽 팀이 상대하고 있는 것도 고양이? 호랑이? 뭐 그런거라며. 불로 만들어진.”

지은이를 들고 있던 남자가 동료들의 말에 끼어들며 말했다.

“뭐든 상관없다. 시간을 너무 지체했어. 슬슬 후퇴한다.”

“에...”

아직 주황 고양이를 한 대로 치지 못했기에 실망과 짜증을 동시에 표한 남자가 목에서 뼛소리를 내며 허공에 둥둥 떠있는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어쩔 수 없지. 꼭 직접 치고 싶었는데.”

우웅...!

중얼거리는 남자의 주먹에서 응축된 바람이 일렁거리고.

“[바람 주먹]”

퍼어엉!!!

이내 간결하게 내질러진 주먹에 남자의 앞, 주황 고양이가 위치한 장소의 공기가 터져나갔고, 당연하게도 주황 고양이는 한순간에 터져 사라져버렸다.

“쯧, 찝찝하네. 결국 구현 능력자는 모습도 못본 거잖아.”

“그자는 여기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저쪽에 있겠지.”

아직도 폭음이 울리는 두 블록 정도 떨어진 장소를 바라보며 말한 남자가 오들오들 떨고 있는 지은이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목표를 확보했으니 이제 후퇴하기만 하면...”

그리고 그때.

콰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음과 함께 악마가 땅을 부수며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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