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습격(1)
“루비야~ 맘마 먹자!”
“냐앙!”
이곳은 천국이다.
시간이 되면 밥이 나온다. 그것도 무려 세 번!
“아침밥은~ 참치 섞은 사료!”
그것도 오독오독한 것만이 아니라 미칠 듯이 맛있는 참치라는 것이 섞여서 나온다.
“챱챱챱챱챱.”
“맛있어?”
“냐아압.챱챱.”
그렇게 잠에서 깬 직후 한번 밥을 먹은 다음, 월요일이라는 날에는 주인의 마누라도 주인의 새끼도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지은아. 치카치카하고 어린이집 가자.”
“네에에~”
그 모습을 자신은 물끄러미 지켜본다.
주인은 이 둘을 지키라고는 했지만, 자유를 억압하면 안된다고 했으니까.
그러니 그저 지켜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루비야! 집 잘지키고 있어! 오늘은 밖에서 기다리면 안돼!”
“루비. 점심 저녁은 미리 놔뒀으니까 알아서 먹어.”
주인의 새끼와 주인의 마누라가 집을 나선다.
그들의 기척이 멀어지고. 루비는 몸을 늘리며 기지개를 폈다.
“냐아암...”
-졸려.
고양이는 잠이 많다. 그렇기에 하루 20시간은 자줘야 하지만.
“냐앙.”
-일해야지.
자신은 보통 고양이가 아닌, 루비다. 주인이 믿고 맡긴 일을 해야한다.
“냥냥냥~”
굳게 잠겨있는 현관을 여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다.
이은선의 행동을 관찰해 여는 법, 그리고 닫는 법을 배웠다.
“냥!”
달칵.
손잡이를 내려 간단히 열리는 문.
그리고 밖으로 나가.
“냥!”
쿵! 띠리리.
이렇게 발로 차면 문이 닫히고 알아서 잠긴다.
“냐냐냥...”
-아직 밖에서 여는 법은 모르지만...
어차피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저녁에 돌아오는 주인의 마누라와 새끼가 문을 열어주니 상관없다.
“냐아앙...”
-냄새가...
루비는 코를 킁킁 거리며 주인의 마누라와 새끼의 냄새를 찾았다.
“냥.”
-이쪽이네.
매번 같은 방향으로 향하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야한다.
‘나는 똑똑한 고양이니까.’
“냥~냥~냥~”
루비는 곧바로 발걸음을 옮겨 냄새가 향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리 머지 않아.
“냐앙.”
-찾았다.
손을 잡고 함께 걷고 있는 이은선와 서지은을 발견했다.
“냥.”
-오늘도 어린이..집? 으로 가는건가?
루비가 이은선과 서지은의 집으로 온지 이제 약 열흘.
인간의 날짜는 월,화,수,목,금,토,일. 이라는 요일로 나눠져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주인의 새끼인 지은이는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개의 날에는 항상 어린이집이라는 곳으로 간다.
반대로 이은선은 주물주물 식당? 이라는 곳으로 간다. 평일조라서 주말에는 안나간다는 모양이다.
즉 월요일인 지금 두 사람은 각자 어린이집과 주물주물 식당으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
“냐아앙...!”
-그럼 오늘도 힘내 볼까...!
루비는 짧게 화이팅을 하며 오늘도 은밀하게 두 사람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
한편, 이클립스 지하 거점.
“으아아아!”
얼음의 송곳, 칼날, 망치 등등. 수많은 얼음의 무구들이 한순간에 천무진의 전신을 난자했다.
아니, 한 것처럼 보였다.
“으하하하! 좀 더 힘내봐라!”
“으이씨이잉! 짜증나!! [정지하는 세계]!”
최유나의 오리지널 마법 중 [정지하는 세계]라는 마법은 일정 이상의 열을 추적하여 얼려버리는 마법이다.
듣기만 한다면 상성을 무시하는 어마어마한 마법으로 들리지만.
“으적! 으허허! 시원하구만!”
“아아악!! 먹지마!!”
마력을 세밀한 조작을 통해 파훼하거나.
“흐읍!”
파아앙!
더 큰 마력을 방사하여 파훼할 수도 있다.
“하악하악. 괴물같은 아재...”
최유나가 완전히 파훼된 자신의 마법을 바라보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지 몸에 낀 서리를 왜 먹어...”
“하하하! 목이 말랐거든!”
“그거 반쯤은 아재 땀이거든!?”
“어쩐지 좀 짭짤하더군.”
“더러워!”
최유나는 세리나 블로섬과 함께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던 얼음 마법사다.
하지만 세리나 블로섬과는 다르게 무려 8년 동안 감옥섬에 갇혀있어야 했고 그 경지는 8년 전에 비해 오히려 퇴화된 상태다.
“그래도 슬슬 감이 잡히는 것 같아.”
“그러냐?”
“응. 좀만 더 쉬고 한 판 더하자.”
“좋지!”
그리고 그것은 천무진도 마찬가지.
12년이라는 세월을 꼼짝도 못하고 구속되어 갇혀있어야 했던 천무진 또한 전성기에 비해 꽤나 약해진 상태였다.
급수로만 따지만 S+급에서 S급으로 떨어진 것에 불과했지만 전성기의 천무진에 비하면 두배는 약해진 기분이었다.
때문에 시간이 난 지금 진우가 판단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두 사람의 전력을 최대한 빨리 전성기의 시절로 끌어올리는 것.
최유나는 S급. 천무진은 S+급의 힘을 되찾을 필요가 있었다.
“후우우우...”
그리고 진우는 그런 그들과는 달리 그저 자리에 앉아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스으으...후우우...”
단전에 마력을 축적해 코어를 만들어야 하는 무공.
심장에 마력을 축적해 서클을 만들어야 하는 마법.
공통점은 어느정도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
“후우우...미치겠군.”
계속해서 내부를 관조하며 집중하고 있던 진우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렸다.
“벌써 거의 이주인가...”
일주일 전까지는 마법. 그 다음부터는 무공을 수련하고 있다.
본래 마법과 무공은 동시에 배울 수 없기에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었지만, 자신에게 마법에도, 무공에도 재능이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진우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
능력을 각성하기 이전, 마법이나 무공을 배워보려 한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자신에게는 재능이 ‘아예’ 없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했었다.
하지만, 초능력 [만능]을 각성한 지금. 마법이나 무공을 배우지 않고 정신력으로만 초능력을 사용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지 오래다.
때문에 어떻게든 마법, 혹은 무공을 익히기 위해 노력 중이었지만.
“젠장. 감도 안잡혀.”
이미 만능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마력이 모이는 속도는 상당하다.
하지만.
“심장이든 단전이든 뭉칠 기미가 안보이는데...”
모인 마력을 축적시켜 코어, 혹은 서클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다음 단계지만 그것이 안된다.
머리를 긁적이며 초조한 기색을 보이던 진우가 이내 숨을 가다듬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천천히... 후우... 천천히...”
마법이던 무공이던 급해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최유나와 천무진에게 들었기에 억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스으으...후우우...스으으...후우우...”
하지만.
-주인!!
“헉!?...루비?”
-습격이야!
“뭐!?”
-캬오오!! 수가 너무 많아! 도와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진우에게서 끔찍할 정도의 살기가 폭사되었다.
“뭐,뭐야! 보스 왜 그래!?”
“어마어마한 살기...”
그에 최유나와 천무진 또한 대련을 멈추고 진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한동안 루비와 염화를 나누던 진우가 루비에게 일단 이은선을 지키라 지시하고는 최유나와 천무진을 바라봤다.
“지금 당장 서울로 향한다.”
“보스.”
“보스 일단 진정하고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줘.”
“진정?...후우...그래. 진정해야지...”
빠드득...!
진우의 꽉 움켜쥔 주먹에서 뼈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는지 피가 흘러나왔다.
“내 아내와 딸이 습격 받고 있다.”
“...”
“열 받을만 하군.”
천무진이 거점 가장 안전한 곳에 놓여진 천지인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왜 굳이 보스의 가족을?”
“어떤 놈인지 대충은 예상이 간다. 아마 화풀이겠지.”
진우는 장례식에서 봤던 신명하의 뱀 같은 눈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아인 연합마을. 그리고 다른 정보 라인을 하나씩 잃으니 자신의 위치가 위협받는 느낌. 아니. 실제로 위험해졌겠지. 그 화풀이로 지은이와 은선이를 습격했을 가능성이 높아. 아마도 목적은 납치. 수가 많다고 했고, 주변에 무작위로 테러를 벌이고 있다고 했지..그럼 겸사겸사인가...’
‘젠장! 루비 이외에도 다른 호위를 붙혀놨어야 했는데!’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루비를 제외한 다른 호위를 붙일 생각을 못했다.
아니, 생각은 했지만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지켜야 할 사람은 둘. 지키는 사람. 아니 고양이, 루비는 하나.
이후 다른 보험을 만들어놓을 생각이었지만. 신명하가 이렇게도 빠르게 움직일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속이 좁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 상황은 알았어.”
“나도 이해했다.”
진우가 화를 삼키는 사이, 최유나와 천무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잖아. 바로 가자. 서울이라고 했지?”
“가면, 가면은 챙겨야지.”
“어차피 우리 둘 얼굴은 다 알려졌는데 뭐. 아재나 챙겨.”
“가면은 우리 이클립스의 상징이다. 챙기기나 해.”
“네에에.”
“...”
이견없이 바로 서울로 떠날 준비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진우가 감사를 느낄 찰나.
“뭐해 보스! 빨리 가자!”
“보스. 시간이 없다. 가디언이 움직이기 전에 움직여야 해.”
오히려 자신을 재촉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진우가 고개를 숙이고 악마의 가면을 만들어 얼굴을 덮었다.
“가자.”
***
시간을 조금 돌려 30분 전.
“냐아아암...”
-슬슬 배고프다...
슬슬 배가 고파오는 시간이 되었기에 루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냐아아. 냐아앙.”
-좌측 이상 무. 우측 이상 무!
루비가 앉아 있는 곳은 지은이가 있는 어린이집과 이은선이 있는 식당의 중간에 위치한 가장 높은 빌딩.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 식당과 어린이집을 동시에 확인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냐냐냥~”
-그럼 도시락을 먹어볼까...?
이 장소에만 벌서 며칠째 왔다 갔다 했기에 나중을 위해 참치캔 몇 개 정도를 가져다 놓은 루비였기에 싱글벙글하며 건물 옥상 구석에 숨겨져 있는 참치캔을 꺼냈다.
“냥냥냥~”
발톱 하나를 꺼내 [화신]을 사용하여 일종의 초고열 절단기로 만들고, 참치캔을 따는 루비의 모습이 어딘가 굉장히 익숙해 보였다.
만약 이 모습을 [화신]의 또 다른 보유자 염제가 봤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졌을 지도 모르겠다.
“냥냥~”
-잘먹겠습니다~
깔끔하게 따진 참치캔을 두고 이은선과 지은이가 했던 것처럼 잘먹겠습니다. 라는 인사를 하고. 루비가 입을 가져다 대려는 찰나.
콰아앙-!!
“냐악!?”
이은선이 있는 식당의 근처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냐아앙!?”
-뭐,뭐야!?
자신의 앞발에 참지캔이 엎어 질 정도로 놀란 루비가 허겁지겁 빌딩 옥상의 끝으로 달려 주물주물 식당 방향을 바라봤다.
“꺄아아악!”
“빌런이다!!”
검은 연기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
그리고.
“으하하하! 전부 죽어! 죽어버려!!”
“우리가 바로 포이즌 스네이크의 정예다!!”
“돈이 될만한 걸 싹 쓸어! 인질을 잡아! 축제다!!”
각자의 능력, 무공, 마법을 사용하며 날뛰고 있는 수 십의 빌런.
-저것들이 감히!
그런 소란의 머지 않은 곳에 진우의 아내, 이은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루비로서는 분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냐아아아!”
그렇기에 루비는 망설이지 않고 그 분노를 표출했다.
-[화신] 염왕묘.
화르르르륵!
루비의 전신에서 시작된 강렬한 화염이 거대한 짐승을 만들어내기 시작하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 두 개의 뿔이 달린 화염의 짐승이 옥상 바닥을 부수며 폭발이 일어난 장소를 향해 쏘아졌다.
***
폭발이 일어난 순간 수많은 생각이 들었다.
‘오빠가 걱정한 상황이 이런건가?’
‘이래서 루비를 보낸건가?’
‘지은이는 어떻지?’
‘빌런은 몇 명?’
‘왜 나에게 직접 오지 않는거지?’
그렇게 수많은 생각과 걱정에 숨이 막히기도 잠시.
“와...대박...!”
“어어...”
자신에게 걱정하는 눈빛을 보내던 옥윤아가 감탄을 하는 것처럼. 이은선 또한 감탄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캬오오오!!”
“으아아악!! 괴물! 괴물이다!!”
“씨,씨X!! 넌 뭐하는 새끼야!!”
어디선가 나타난, 웬만한 호랑이보다 커다란 화염의 짐승이 거리에서 난동을 피우는 빌런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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