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특별한 경호원(1)
“성진씨?”
남편, 서진우와 함께 자주 집에 놀러왔던 남자.
가장 믿고 있는 부하라며 몇 번이나 음식을 해주고 자고 가기도 했던 사람이라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잘...지내셨습니까?”
김성진이 어색하게 서서 이은선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언니랑 아는 사람이에요?”
“으응...”
이은선 또한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옥윤아에게 말했다.
“나는 잠깐 얘기 좀 하고 올테니까. 사장님한테 내 몫은 안하셔도 된다고 말 좀 해줄래?”
“...알았어요. 하지만...”
옥윤아는 잠시 멀뚱히 서있는 김성진을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저도 같이가요.”
“응?”
“아니면 여기서 얘기하던지요”
“어...왜?”
뜬금없이 자신도 함께 있겠다는 옥윤아의 말에 이은선이 의문을 표했다.
“글쎄요...? 그냥 감이에요.”
“감?”
“저 사람 분위기가 뭔가...”
옥윤아가 의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김성진을 바라봤다.
“위험해보이거든요.”
“...”
김성진은 일부러 자신이 다 들리도록 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얘기이긴 하지만, 원래 주변 인물분들 중 한 명 정도에게는 알리려고 했으니까요.”
김성진은 옥윤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는 별개입니다만...”
“어머? 제가 입이 얼마나 무거운데요! 별명이 에잇톤 마우스라고요!”
옥윤아는 그런 김성진의 말에 이은선의 팔을 끌어앉으며 소리쳤고. 그런 옥윤아의 제스쳐에 김성진은 피식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입이 무거운 것은 잘 모르겠지만, 믿을만해 보이긴 하는군요.”
김성진은 어딘가 죄책감이 느껴지는, 그리고 안도가 섞인 눈으로 이은선을 바라보며 말했다.
“잠시 자리를 옮기죠. 미리 예약해 놓은 곳이 있습니다.”
“아...”
그런 김성진의 모습에 이은선은 잠시 망설이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방으로 향해 사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약간을 걸어 도착한 한 카페.
“와...우리 가게 근처에 이런 카페가 있었다고?”
굉장히 높은 사람들만 올 것만 같은 고급스러운 카페의 모습에 옥윤아가 감탄을 터뜨렸다.
“대박. 여기 사진찍어도....”
“안됩니다. 그럼 다시는 이곳에 출입이 불가능하죠.”
“아...”
슬쩍 꺼내들었던 폰을 다시 집어넣은 옥윤아가 흠흠 거리며 이은선과 함께 카페로 들어갔다.
‘...어라?’
그리고 이은선을 바라본 옥윤아가 살짝 놀랐다.
‘은선 언니, 뭔가 익숙해 보이네...?’
절대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고급스러운 카페.
누가봐도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듯한 공간은 일반인을 거부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음에도 이은선은 익숙해보이기도 하고,
‘뭔가 어울리는 것 같은...’
장소와 부합하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곳입니다.”
그때. 김성진이 자신이 예약한 방의 문을 열며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와아...”
카페의 겉,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기는 내부. 은은한 아로마 향과 함께 화려하지만 과하지는 않은 그저 고급스럽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 방의 내부에 옥윤아가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
스윽.
“아!”
이내 자신을 제외한 김성진과 이은선, 두 사람이 자리에 앉는 것을 본 옥윤아가 정신을 차리고 이은선의 옆자리에 앉았다.
“마실 건 항상 주문하던 걸로 하십니까?”
“네. 윤아는 어떻게 할래?”
“네?”
‘항상!? 항상이 뭐야?’
안그래도 어딘가 익숙한 것처럼 보이던 이은선이 항상 주문하던 단골 메뉴도 있다는 것에 놀랐다.
“저,저는 카페모카...따뜻하게...”
자신만만하게 동행을 요구했던 것과는 달리 굉장히 위축된 모습으로 말하는 옥윤아의 모습에 이은선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옥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아.”
“언니...!”
살짝은 안심하는 옥윤아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이은선이 이내 김성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네요.”
“...죄송합니다. 더 일찍 찾아뵀어야 하는데...”
장례식이라는 말에 옥윤아가 잠시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은선은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오늘은 왜 찾아오신거죠?”
“...한가지 제안과 더불어 당부를 하려고 왔습니다.”
“당부?”
여전히 죄책감이 느껴지는 김성진의 눈빛에 이은선은 뭔가를 말하려다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볼게요.”
“예.”
본격적으로 말을 시작하기에 앞서 주문했던 음료가 도착하고 종업원이 방을 나갔다.
“...!?”
‘이게 카페모카!? 그동안 내가 마신 카페모카는 구정물이었나!?’
자신이 주문한 카페모카의 향과 맛에 놀란 옥윤아는 제쳐두고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갔다.
“먼저 현재 가디언 코리아의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풉!?”
갑작스럽게 가디언 코리아, G.K가 튀어나오자 마시던 카페모카를 살짝 뿜은 옥윤아가 놀란 눈으로 김성진과 이은선을 번갈아 바라봤다.
“괜찮니?”
“네..네...”
이은선이 크게 당황한 옥윤아의 입을 닦아주고는 다시 김성진을 바라봤다.
“그래서요?”
“형님이 돌아가신 후, 내부는 혼란스럽고 정리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요?”
형님이라는 단어에 살짝 인상을 찡그린 이은선을 보며 김성진의 눈에 더욱 큰 죄책감이 서렸다.
“...최근까지 유지되던 경호인원이 사라진 건 아십니까?”
“...그분들이 경호원분들이었군요.”
집히는 것이 있는지 고개를 끄덕인 이은선이 계속하라는 듯이 손짓했다.
“어떻게든 인원을 다시 배정하려고 노력중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원한적도 없어요. 오빠의, 남편의 희생으로 저만 안전하게 지내고 싶지 않고요.”
“...지은이가 있지 않습니까.”
“...”
지은이를 말하는 김성진의 말에 이은선의 표정에 그늘이 생겼다.
“형님에게 원한을 가진 자들은 많습니다. 그 동안은 G.K에서 막았지만. 이제는...”
“...”
김성진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알기에 이은선의 얼굴에 생긴 그늘에 더욱 짙어졌다.
“...그래서 제안은 뭐죠?”
이내 다시 고개를 든 이은선이 묻자, 김성진이 마른 침을 한번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길드를...고용하시지 않겠습니까?”
“...길드 전체를요?”
“네. 제가 잘 아는 길드가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정예만 모여있는 곳입니다.”
빌런에게 노려질 가능성이 높은 재력가들이 개인적인 호위를 위해 유명 길드의 각성자를 고용하기도 한다.
보통은 의뢰 형식으로 몇 명만을 고용하기에 전체를 전부 고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각성자를 고용하는 것에는 꽤나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은선은 김성진이 자신을 놀리는 것인가 하고 잠시 당황하며 그를 쳐다봤지만.
‘...진심이구나.’
진지하기만한 그의 눈을 보고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은선은 살짝 눈을 감았다가 낮은 한숨을 쉬며 눈을 떴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그럴 돈이 없어요.”
“제가 부탁하면 생각보다 많이는...”
“아뇨. 정말로 돈이 없어요.”
“...네?”
김성진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이은선을 바라봤다.
그에 이은선은 다시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제가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게 왜일 것 같나요?”
“...형님이 생각나지 않도록 일하고 계시는게...”
“물론 그것도 있지만,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서에요.”
이은선의 말에 눈을 크게 뜬 김성진이 방금전보다 휠씬 빠르게 말했다.
“하지만 형님께서 저금해 놓으신 것도 있을거고!..이런말 하면 뭐하지만 G.K에서 보상금이 나왔을텐데요?”
김성진의 말에 이은선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상금이요?”
“네. 형님은 가디언 코리아의 정보 총괄이었습니다. 사고사도 아니고 빌런...에게 살해당하셨으니 당연...히...”
말을 이어가던 김성진이 말끝을 흐리고는 뭔가를 생각하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그 개자식이!?”
“...아무튼 저는 G.K에 받은건 없어요. 그리고...”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난 이은선이 어리버리하게 있는 옥윤아에게 일어나라는 듯이 손짓하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받을 생각은 없어요.”
“하,하지만... 아니. 차라리 제가 그들을 고용하겠습니다!”
“걱정해주시는 건 감사해요. 하지만...”
어느새 이은선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저도 바보는 아니에요. 오빠의 죽음이 G.K에 있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게 아니에요. 지은이 때문에... 참고 있는거죠. 오빠라면...그렇게 하라고 했을테니까.”
“...”
“후우...이만 가볼게요. 오후에도 일이 있어서. 윤아야 가자.”
“응!? 으,응...”
뒤로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가는 이은선을 김성진은 차마 붙잡을 수 없었다.
“...형님도 가끔 형수님께 조언을 구할 정도로 현명한 분이라는 걸 잊고 있었네...하,하하...”
가슴을 쑤셔오는 죄책감에 심장이 타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하아... 형님... 차라리 나도 같이 갈 걸 그랬습니다...”
그리고 죄책감에 허덕이는 김성진이 언제나처럼 가디언 신약 연구소에서 나오는 약에 의해 연명하고 계시는 어머니가 떠올랐다.
“형님... 또 그렇게 말할겁니까...? 힘내면서 살라고...?”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김성진에게 단 한 모금도 건드리지 않은 자신의 잔과 이은선의 잔이 눈에 들어왔다.
“로부스타를 사용한 플랫 화이트...”
차갑게 식어가는 커피의 향에 더욱 가슴이 아파오는 김성진이었다.
“커피 한 잔도 제대로 대접을 못해 드렸구나...”
그리고, 진우의 사망 보상금이 떠올른 김성진의 눈이 식어버린 커피보다 차갑게 변했다.
“신명하. 그 개자식이 감히...!”
이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난 김성진이 거칠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비어버린 방 안에는 식어버린 커피 두 잔과 완전히 빈 커피잔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기분이 가라앉아버린 자신을 배려한 것인지 평소와 같은 텐션의 옥윤아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오후의 일이 끝났다.
“지은이...데리러 가야지...”
그리고 이은선은 완전이 져물어버린 저녁길을 걸어 딸, 서지은이 있는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후우...”
하얀 입김이 시야를 가리고, 차가운 공기에 몸이 살짝 떨려오는 추위에 발걸음이 무거운 기분이었다.
“추워..서는 아닌가...”
아니. 남편, 서진우가 떠오르기에 발걸음이 무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경호원이라...”
그동안은 김성진이 신경 써줬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경호원이 사라진 이상 따로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유능한 만큼 적이 많았으니까...”
지은이를 생각하면 더더욱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G.K의 도움은...받고싶지 않아...”
김성진도 결국은 G.K 소속의 각성자. 따로 요청하여 도움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오빠... 내가 미련한 걸까...?”
잠시 걸음을 멈춰 차갑게 느껴지는 겨울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이은선이 이내 고개를 내리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때.
“냐아아.”
“응?”
어디선가 나타난 회색의 고양이가 이은선의 다리에 몸을 비볐다.
“어머?”
이런 경우는 듣기만 했지 처음이었기에 살짝 당황한 이은선이었지만.
“냐냐냐냐.”
기분 좋다는 듯이 자신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 고양이의 모습에 결국 무릎을 굽혔다.
“안녕? 어디서 왔니?”
“냐아앙.”
“많이 추워지긴 했지? 그래도 나쁜 사람도 있으니까 이렇게 함부로 다가오면 안돼.”
“냐아아~”
쓰다듬는 것 반. 조금씩 밀어내는 것 반으로 고양이를 만지기도 잠시.
“미안, 딸을 데리러 가야해.”
도무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고양이의 모습에 결국 이은선은 다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냐...”
그리고, 그런 이은선의 뒷모습을 회색의 고양이가 붉은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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