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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31화 (31/109)

31화-은인(2)

“넌 뭐하는 새끼야!!”

콰아앙!

정인태가 자주 사용하는 [염동력]에 의해 벽에 충돌하고 그대로 억눌려 바닥에 납작 붙어버린 신명하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을 흘렸다.

“정보망을 장악하라고 했더니 씨X! 정보망을 그대로 전부 없애고 앉아있네!?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어!?”

“면,면목...”

“씨X!!! 없어야지! 씨X 존나 일 잘하던 반골 새끼를 치우고 너 같은 병신이 그 자리에 앉았는데 씨X! 있던 면목도 없어져야지!!”

드드득...!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오른 정인태가 그대로 신명하를 죽일 듯이 더욱 강하게 [염동력]을 발동했다.

“끄...으으으...제,제발...용서를...”

바닥에 금이 갈 정도로 짓누르는 힘이 강해지자 신명하는 필사적으로 버티며 살려달라 빌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신명하를 죽이는 것은 좋지 못합니다.”

“뭐?”

지사장실의 한쪽 구석에 서 있던 한명의 여성이 정인태의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정인태는 그런 그녀를 살벌하게 노려보며 말했다.

“유 실장, 지금 내 앞을 막은건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지금 정보부에는 인재가 없습니다. 신명하가 죽는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될 뿐입니다.”

“...”

맑은 눈으로 자신에게 말하는 비서의 말에 정인태가 그녀의 뒤쪽에 있는 신명하를 바라봤다.

“...쯧!”

“허어억!”

그리고 크게 혀를 차며 [염동력]을 거뒀다.

“허억, 허억.”

거칠게 숨을 토해내는 신명하를 불만스럽게 쳐다보던 정인태가 다시 여성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유 실장.”

“네. 지사장님.”

유차빈 비서실장. 스물 여섯의 나이로 정인태의 오른팔의 자리까지 오른 여성.

전투능력, 사무능력 등 모든 면에서 두각을 보이며 순식간에 비서실장의 자리에 오른 지사장과 부지사장 다음의 삼인자다.

“대안은?”

“당분간 제가 직접 정보부를 손보겠습니다.”

“자네가?”

본래 자신이 나서는 일은 거의 없는 유차빈이었기에 정인태는 잠시 의문을 표했지만.

“아니. 확실히 그게 가장 효과적이겠군.”

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의문을 지웠다.

“적당히 인수인계 하고 정보부로 가봐. 임시 총괄로 발령시켜 놓지.”

“감사합니다.”

살짝 허리를 숙인 유차빈이 아직도 바닥에서 헐떡이고 있는 신명하를 건드렸다.

“일어나시죠. 할 일이 많습니다.”

“헉..헉...”

‘젠장..씨X...내가 어쩌다 이런...’

비틀거리며 일어난 신명하가 이를 악물었다.

‘그래. 전부 씨X놈에 서진우 때문이야. 전부 그 뒤져버리고도 내 앞길을 막는 버러지 때문이라고...!’

‘내 잘못이 아니야...아니라고...’

‘전부 그 무능력한 버러지가 문제인거야...’

‘버러지 새끼는 뒤졌으니...그래. 그놈의 가족이 남아있었지...’

고개를 숙이고 유차빈의 뒤를 따라가는 신명하의 눈에 광기어린 살기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

고양이, 아니 이제는 ‘루비’라는 이름을 받은 사이킥 캣이 숨을 헐떡이며 진우를 올려다봤다.

-힘들어...!

“엄살 부리지 마라.”

-이건 고양이 학대라구!

소경도에서 돌아와 이주가 지났다.

천무진, 최유나, 송조운에게는 각자 해야할 일을 정해주고 템페스트에서 준비해 줄 거점의 단장이 끝날 때까지 진우는 루비의 훈련을 돕고 있었다.

덕분에 루비의 초능력 통제는 꽤나 안정적이게 되었고, [지능 상승]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어를 알아듣게 되었다.

“욕심을 부리자면 영어에 불어, 가능하다면 중국어와 일본어 정도는 가르치고 싶었다만...”

-절대 싫어! 주인은 너무 빡빡하게 살아. 고양이처럼 살면 안되는거야?

“미안하군, 할 일이 많아서 말이다.”

이주 동안 얼마나 굴려졌는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 드는 루비였다.

“손님이군.”

그때, 진우가 폐공장의 밖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비틀거리는 루비를 안아들고 가면을 쓰며 밖으로 나갔다.

“아. 데빌. 계셨군요. 안 그래도 노크를 하려고 했는데... 어디에 노크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서요.”

“도민경.”

폐공장의 밖에는 도민경을 비롯한 그녀의 친위대가 진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점의 준비가 끝난건가?”

“네. 아버, 아니 보스가 꽤 열심히 준비한거라고 전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진우가 도민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소는?”

“음...어디라고 특정해서 말할 수가 없네요. 주문하신 대로 지하 깊숙한 곳에 있거든요.”

“그런가.”

이번에도 짧게 대답하는 진우의 모습에 도민경이 살짝 볼을 부풀렸다.

“그나저나 귀여운 아이를 안고 계시네요?”

“음? 아. 루비말인가?”

“루비...이름도 귀엽네요. 어울리고요.”

화염 계열 능력을 각성한 탓일까 불처럼, 루비처럼 붉은 눈을 가지고 있는 루비였기에 도민경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한번 만져봐도 될까요?”

“마음대로.”

진우의 허락에 도민경이 진우가 안고 있는 루비에게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

“코렛인가? 루비야~ 너 너무 귀엽다~”

“냥!?”

팍!

하지만 루비는 도민경의 손을 빠르게 쳐내고 하악질을 하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손 안치워!?

진우가 염화는 자신 이외의 사람에게는 웬만하면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해 뒀기에 도민경이 루비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만지지 말라는 뜻 자체를 알리기에는 하악질로 충분한 듯 보였다.

살짝 시무룩해진 도민경이 루비가 쳐낸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파...?”

고작 고양이의 냥냥펀치에 아파할 자신이 아니었것만 손에서 느껴지는 것은 미약하지만 그럼에도 명백한 고통.

이내 도민경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해지며 진우를 바라봤다.

“설마 사이킥 애니멀이에요!?”

“맞다. 소경도에서 주웠지.”

“아니, 냥줍하는 것도 상식이 있는거지. 무슨 사이킥 애니멀을...”

동물도 초능력을 각성할 수 있다는 사실은 꽤 잘 알려져있다.

다만 각성 초기 자신의 능력에 죽는 경우가 태반이기에 살아남는 것이 거의 없을 뿐.

이외의 살상능력이 없는 초능력을 각성한다 해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슨 능력을 가진...”

“타인에게 보유 능력을 물어보는 것은 실례다. 도민경.”

“...아니 그건 사람이고...얘는 일단 타'인'이 아니잖아...”

단호하게 말하는 진우의 모습에 더욱 시무룩해진 도민경이 미련이 남은 눈으로 진우의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루비를 바라봤다.

“에휴. 뭐 됐어요. 슬슬 출발하죠.”

“그래.”

이내 루비를 만지는 것을 포기한 도경민이 낮게 한숨을 쉬고는 준비가 끝난 이클립스의 거점으로 가자 말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진우는 잠시 자신들의 임시거점이었던 폐공장을 바라봤다.

“왜요? 정이라도 들었어요?”

“정이라...”

고작 석달 가량의 시간동안 지낸 장소. 정 따위가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마침 잘됐군.”

“네?”

“루비.”

“냥?”

뜬금없이 루비를 부르는 진우의 모습에 도민경이 의문을 감추지 못할때쯤.

“그동안 꽤나 억눌러서 훈련했지. 한번 부숴볼테냐?”

“냥? 냐냐냥!?”

“그래. 마음대로 부숴도 된다. 단. 폐공장만 부숴.”

“냐냐냐냐! 냐냥?”

“딱히 상관없다. 있는거라고는 네 사료 정도니까.”

“냐냐냐!? 냐냥! 냐냐냥!”

“나중에 또 사줄테니 그냥 해라.”

도민경은 진우가 고양이와 대화하는 초 현실적인 모습보다는.

“귀,귀여워.”

루비의 신난 모습에 눈에 먼저 들어왔다.

그리고. 진우의 품에서 휙하고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한 루비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폐공장으로 향했다.

“저...데빌? 뭘 한거에요? 루비는 왜 다시 공장으로...”

“루비에게 스트레스 해소를 할 기회를 준 것 뿐이야.”

“...? 스트레스?”

진우의 말에 자신들과 폐공장 사이쯤에서 멈춘 루비를 바라본 도민경은 이내 경악하며 소리쳤다.

“뭐,뭐야!?!?”

***

자신을 아프게 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던 불.

“냐아아...”

하지만 지금의 주인을 만나 이 불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닌 지키는 힘이라는 것을 배웠다.

‘주인이 이걸 어떻게 불렀더라?’

그렇기에 자신의 뒷다리를 태워버렸던 능력이 더이상 무섭지 않다.

‘아 맞아.’

그렇기에 굶어죽을 뻔한 그때가 더 이상 무섭지 않다.

화르르르륵!!!

루비의 전신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화염의 괴묘(怪猫)가 나타났다.

“크르르르르...”

-염왕묘(炎王猫).

호랑이, 아니 그보다 큰 화염의 괴묘가.

스으으으-

어미에게 배운 사냥의 자세를 취하고.

퍼엉!

땅을 박차듯 날아가.

콰아아아아앙-!!!

앞다리 후려치기의 일격에 폐공장의 3분의 1을 날려버렸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염왕. 불의 왕이었다.

***

“쓸만하군.”

“어..어버..어버버버...”

통째로 날아가 버린 폐공장의 모습에 도민경이 입을 벌리고 어버버거리며 루비와 진우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이이이이...”

“음?”

“이게 뭐야!?!??”

이내 도민경은 반쯤 정신을 놓고 진우의 팔을 잡아 흔들며 소리쳤다.

“파괴력만 보면 나보다 강하잖아요!”

“루비의 [화신]은 S급이니 이것도 약한 거다만.”

“[화신]!?!? 염제의!?”

“맞다.”

“세상에...”

이 주 동안의 훈련을 통해 진우는 루비의 초능력을 확정했다.

S급 초능력 [화신].

염제 혹은 플레임 로드라고 불리는 미국의 최정상급 각성자의 유일 능력이기도 한 [화신].

그런 [화신]을 극동의 고양이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도민경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고작 고양이한테...”

“뭐, 기분은 이해한다.”

천무진의 [광휘]와 마찬가지로 [화신]은 유명하긴 하지만 초능력 관리 기관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능력이라 진우에게도 없는 능력이었다.

“고양이한테도 있는 [화신]이 없다니... [만능]이라는 이름을 바꿔야할지도...”

신나게 폐공자을 짓밟고 있는 루비를 바라보며 중얼거린 진우는 이내 염화를 사용해 루비를 불러들였다.

-재밌었는데.

“나중에 기회는 또 있을거다. 참아.”

-힝. 알았어.

“냐앙.”

[화신]을 풀고 진우의 다리에 몸을 비비는 루비의 모습에 도민경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전소(全燒)된 폐공장과 루비를 번갈아 바라봤다.

밝은 회색의 윤기 있는 짧은 털, 영롱한 붉은 눈동자.

아무리 봐도 그냥 코숏, 회색 턱시도의 귀여운 모습임은 확실하지만.

“귀엽지 않네...”

도민경의 눈에는 화염에 둘러싸인 거대한 괴물 고양이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슬슬 출발하지.”

“..아? 아...그렇네요...가요 가...”

진이 빠져버린 도민경은 여유롭게 걷는 진우와 루비의 뒤를 따라가며 중얼거렸다.

“이클립스 보다는 몬스터즈 아닌가...?”

그런 도민경의 뒤에서 그녀의 친위대 또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죠!”

동맹을 맺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도민경이 진우와 루비의 뒤를 따라갔다.

***

“은선 언니! 3번 테이블에 주물럭하나요!”

“네! 갑니다!”

서울 외각에 위치한 한 돼지 주물럭 전문점.

서진우의 아내 이은선이 취직한 식당이었다.

“휴우. 드디어 점심시간이 지났네. 사장님~ 이제 브레이크 잡아도 되죠?”

“그려~ 문 닫고 잠만 기다려! 새참 해줄테니까.”

“아싸~ 감사합니다!”

이은선과 함께 일하는 알바, 대학 새내기 정도로 보이는 나이의 여대생 옥윤아가 열심히 탁자를 닦고 있는 이은선의 곁으로 다가섰다.

“언니~ 브레이크 잡아도 된데요~ 우리 쉬어요~”

“그래. 이것만 닦고 나도 쉴려그랬어.”

만났을 때부터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다가왔던 옥윤아였기에 취직한지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은 상당히 친해진 두사람이었다.

“근데 언니 딸이 있다면서요?”

“응? 있지. 내가 말 안했던가?”

“안해줬거든요? 근데 언니 이제 스물여덟 아니에요?”

“맞아. 내가 결혼을 좀 빨리했거든. 벌써 아이가 다섯 살이야. 아 이제 조금 있으면 여섯 살.”

12월인 지금 조금 있으면 신년이었기에 아~하며 옥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사진 있어요?”

“있지~”

이은선은 앞치마에 적당히 손을 닦고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딸, 서지은의 사진을 열었다.

“와아아 귀여워~!”

“그치?”

그렇게 두 사람이 지은이를 주제로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딸랑~.

“아! 브레이크판 안달았다!”

식당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저 죄송한데 지금 저희가 브레이크 타임...”

옥윤아가 남자에게 다가가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하기 위해  말을 걸었지만.

“...저기요?”

남자는 이은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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