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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30화 (30/109)

30화-은인(1)

“총괄님이 또 라인 하나를 끊어먹었다며?”

“전 총괄님이 구축해 놓은 라인을 하나하나 다 끊어먹고 있어. 이러다가는 예전처럼 우리 발로 뛰어다녀야겠던데.”

“내가 듣기로는 지방 정보 라인을 담당하는 골목대장을 거지 새끼라고 깔봤다는게 들켰다는데?”

“와...인덕이 없어도 이 정도로 없을 수가 있나?”

“야야 사무실까지 들릴라.”

총괄 사무실에서 머리를 부여잡은 신명하가 부하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얼굴이 시뻘게져있었다.

‘씨X! 씨X!!! 이대로 가다가는 내 자리가!’

사실 가디언 코리아의 정보부는 그 위치가 굉장히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수많은 조직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일상인 지금, 그 모든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타 부서들은 별도의 정보 라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부는 없으면 불편, 있으면 편리하지만 그다지 도움은 안되는 인식인 것이다.

“서진우, 그 빌어먹을 무능력자 새끼는 한걸 내가 못할 리가 없어. 그래. 그런거라고...!”

그런 정보부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리고 가디언 코리아의 핵심으로 만든 것은 서진우였다.

“거지 새끼들은 원래 필요없는거야...내가 잘못한게 아니라고...”

지방 곳곳에서 문제시 되고있는 부랑아를 모아 먹고 살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그 대가로 양질의 정보를 받고.

“깡패 새끼들도...그래. 그놈들도 필요없어. 반쯤은 빌런 같은 새끼들이잖아...가디언의 중추인 내가 그런 놈들과 어울릴 필요는 없지...”

빌런 조직에 의해 자리를 빼앗긴 조폭 조직에게 일 자리를 주고 사방에 퍼뜨려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은 빌런 조직의 정보를 야금야금 수집하게 만들고.

“짐승 새끼들은 먹이만 제때 주면 괜찮겠지. 우리가 아니면 짐승 우리나 다름 없는 곳이잖아? 그래. 그럴거야.”

박해받는 신체 변화계 아인을 결속시켜 있을 자리를 주고 아인 빌런의 감시를 하게 만들었다.

그로인해 양질의 정보를 지방 구석구석까지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진우가 정보 총괄의 자리에 오르기 전과 후의 가디언 코리아 정보부는 그 중요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서진우가 사라지고. 급격하게 변화해버린 지금의 정보부는.

“예전처럼 부하들을 하나하나 굴리면 되는 거잖아? 다 그정도 능력은 있잖아? 그래. 능력자를 적절하게 쓰는 것도 총괄의 일인거야. 그게 내 능력인 거라고...”

크게 망가져 버렸다.

벌컥!!

“정보 총괄님!”

“씨X! 내가 이시간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지!”

“헉! 죄,죄송합니다! 하,하지만 큰일 났습니다!!”

“뭔데?”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온 정보부 사무관이 다급하게 말했다.

“아인 연합마을이 저희 산하에서 완전히 탈퇴하겠다고...!”

“뭐!?”

쿠당탕!!

벌떡 일어난 신명하 때문에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짐승 새끼들이 왜!”

“그,그게. 자,자신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는 곳과는 함께 할 생각이 없다고, 꺼,꺼지라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신명하는 사무관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쳤다.

“씨X! 먹이! 먹이를 안 보낸거 아니야!?”

“아,아닙니다! 전부 제때 보냈지만...”

사무관이 벌벌 떨며 말끝을 흐리자 신명하는 그의 앞으로가 멱살을 잡아 올리며 소리쳤다.

“보냈지만 뭐!”

“컥! 지,질이 너무..안좋아..먹을게...못된다...고...”

사무관의 말에 신명하는 악귀와 같이 표정을 구겼다.

“씨X!! 빌어먹을 짐승새끼들이 그냥 처먹으면 되지 뭔 질을 따지고 지랄이야!!!”

“...”

정보부의 예산은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다.

전국에 있는 정보 라인에 사용하는 돈이 꽤나 많기 때문인다.

다만 지금까지는 서진우가 이곳저곳에서 끌어와 예산으로 정착시킨 양이 꽤 많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씨X...! 조금 챙기는게 뭐 문젠데! 다 이렇게 한다고!’

신명하는 가장 낮은 곳에서 사용되는 예산을 아끼고 남은 것을 자신의 주머니로 챙겼다.

그 문제가 고작 두 달이 지난 지금 터진 것이다.

“씨X, 씨X....”

아인 연합마을에 지원하는 각종 식량의 질을 낮추고

지방 부랑아 조직과 전국 비각성자(건달) 조직의 자존심을 배려하지 않은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하지? 씨X. 지사장님께 어떻게 말해야...”

서진우가 구축한 가디언 코리아의 견고한 정보망.

그 방대한 정보 라인을 장악하고 원활하게 돌리기에는 신명하의 그릇이 너무 작고, 욕심이 너무 많았다.

***

“움하하하! 안 그래도 참 고민이 많았는데 덕분에 살았네!”

“하하하! 뭘요. 저는 그저 저희 보스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 뿐입니다.”

머리에 한 쪽이 부러진 물소의 뿔이 달려있는 한 사내가 호탕하게 웃으며 송조운의 어깨를 두드렸다.

쾅!쾅!쾅!

꽤나 굉음이 울리도록 말이다.

‘어깨 빠지겠네...!’

송조운 또한 전투력으로는 B급 중위는 되기에 어찌어찌 버틸만 했지만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천우(天牛) 이민광. 아인 연합마을의 족장. 역시 대단한 힘이야.’

신체를 바꾸는 초능력 중에는 스스로의 의지로 신체를 변형시키는 변형계와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태가 고정되는 변화계가 존재한다.

이민광처럼 물소의 뿔을 달고 꼬리가 생기기도 하고 전신에 짐승의 털이 나거나, 코끼리처럼 코가 길어지는 등, 강제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초능력자를 통틀어 ‘아인’이라 부른다.

“안 그래도 요즘 가디언에서 주는 식량의 질이 엄청나게 떨어져서 전부 버렸지. 쯧! 우리를 진짜 동물이나 괴물로 생각하는 거지. 불쾌하기 짝이 없어.”

“하하하...”

나름대로 순화하여 욕설도 하지 않고 말하는 이민광이었으나 약간씩 흘러나오는 살기와 마력에 의해 욕설보다 더하게 들리는 송조운이었다.

“끅...”

그때 자신의 옆에서 부들부들 떨며 신음을 흘리는 천예성을 발견한 송조운이 살짝 앞으로 나서며 그를 말렸다.

“비각성자도 있으니 살기를...”

“아! 이거 미안하군!”

그제서야 이민광이 살기를 가라앉히고 천예성을 보며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진우씨가 죽고 신...뭐시기가 정보부 총괄에 오른 이후로 가디언은 우리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어. 그래서 최근 화가 많아져서...”

“저,전 괜찮습니다. 조금 놀랐을 뿐입니다.”

고개까지 숙이며 말하는 이민광의 모습에 천예성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다시한번 미안하군.”

“저는 정말로 괜찮습니다.”

천예성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이래봬도 산전수전 다겪은 남자입니다. 정말로 괜찮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움하하하! 그래! 어려도 사내라는 거지! 이 이상 사과하면 오히려 민폐겠군!”

천예성은 어릴때부터 타인의 눈치를 받고 살아야했기에 타인의 성정을 파악하는 것이 빨랐다.

천예성이 본 이민성은 그야말로 남자. 의리를 중시하고 배신을 혐오하며 시원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내.

천예성은 자신 또한 비슷한 흉내라도 내는 것이 호감을 사기에 좋을 것이라 판단했고. 그것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아무튼 자네들 이클립스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하지! 최소한 나는 그대들이 나를 배신하기 전에는 그대들을 배신하지 않는다! 믿어라! 움하하하!”

이전 서진우의 지시로 인해 아인 연합마을을 찾았을 때 송조운은 이 마을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식량 문제를 한 눈에 알아봤지만 당시에는 자금이 없어 나중을 기약하고 물러났었다.

하지만, 이클립스가 회색 마탑과 템페스트의 협력을 얻어낸 지금 ‘고작’ 식량 정도를 공급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기에 이렇게 대량의 식량을 가지고 다시 찾아와 아인 마을에 동맹을 요청했고, 최근의 가디언 코리아에 반감을 느끼고 있던 아인 마을은 기꺼이 동맹을 수락했다.

‘동맹이라고는 해도 겉으로 티가나서는 안되지만. 아인 마을은 이중 스파이로서 가디언 코리아의 정보를 계속...’

“움하하하! G.K놈들과 결별한게 계속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야 후련하군! 움하하하!”

‘얻어...?’

들려서는 안 되는 내용의 말이 들린 것 같은 기분에 송조운이 자신의 귀를 후비적거리며 다시 되물었다.

“실례지만 지금 뭐라고...?”

“움? 아아. 어제 참다참다 못해서 G.K놈들에게 꺼지라고 한 참이거든.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렸지 뭔가.”

“...예?”

이민성은 자신의 뒤쪽에 있던 아인들에게 하나의 상자를 가져오라 시켜 송조운에게 내용물을 보여줬다.

“...이건?”

“어제 G.K에서 보내온 ‘식량’이지.”

“...미쳤군요.”

종이 상자에 담긴 것은 반쯤 썩어가고 있는 감자, 고구마 등의 구황작물.

곰팡이가 피어있는 쌀 등의 곡물.

짓물러 먹을 만한 것이 못되어 보이는 육류.

그야말로 음식물 쓰레기들이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식량을 보내주기로 협약을 맺었다만, 두 달 전부터 이렇게 쓰레기를 섞어서 보내오기 시작하더니 어제는 진짜 쓰레기만 보냈더군.”

“...”

“그래서 어제 온 놈들을 흠씬 두들겨패고 꺼지라고 한 참이지.”

지원받는 식량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리는 아까도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송조운이 이를 악물며 표정을 구겼다.

‘편의상 아인이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이들 또한 사람이다. 이렇게 취급하면 당연히 반발할 것을 생각하지도 못 한건가?’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빠진 송조운의 옆에서 천예성 또한 표정을 구기며 상자 속을 바라봤다.

“민성님.”

“움?”

“그래도 가디언인데 위험하지는 않겠습니까?”

“훔...”

천예성의 말은 안그래도 박해받는 아인에게 가디언이라는 그늘이 없어도 괜찮겠냐는 의미와 가디언이 아인 연합 마을을 가만히 두겠냐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움하하하! 내가 이래봬도 왕년에는 하늘소! 천우라고 불리며 전장의 한복판에 서있던 사람이지!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런 두가지 의미를 알아들었음에도 이민성은 호탕하게 웃으며 천예성의 등을 최대한 힘을 빼고 퍽퍽 두드렸다.

“윽.”

“이런! 근육 좀 더 키워야겠어? 움하하하!”

크게 웃던 이민성은 계속해서 걱정스레 바라보는 천예성의 표정에 웃음을 멈추고 따스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그렇게 약하지 않아.”

“하지만...”

이민성은 자신보다 머리 두 개는 작은 천예성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는... 아인은 변화한 신체 때문에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지. 때문에 고작 백 오십명의 인원에도 이런 대량의 식량이 필요해.”

“네. 그래서 ‘고작’ 식량 때문에 묶여있었다고...”

“묶여있었다라... 적어도 두달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만...”

“네?”

하늘을 바라보며 그립다는 눈빛을 하며 말하는 이민성의 모습에 천예성이 의문을 표했다.

“서진우.”

상념에서 벗어난 송조운이 갑자기 진우의 이름이 나와 순간 움찔했지만 이민성은 신경쓰지 않고 말을 이었다.

“뿔이 달리고, 꼬리가 달리고. 어떤 자는 인간의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는 자도 있다. 우리는 몬스터라고까지 불리며 초능력자의 적은 아인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까지 나왔다. 그 누구도 우리를 인간으로 대하지 않았지. 하지만...”

이민성은 고개를 내려 천예성과 송조운을 바라봤다.

“서진우. 그분은 달랐다. 우리를 인간으로 대해주었지.”

“...”

“...”

“내가 생각보다 동맹을 쉽게 받아들인 것은, 너희 이클립스에서 그분의 느낌이 나서였다.”

아인 특유의 감, 본능 같은 것일까. 보스의 정체를 때려맞추는 이민성의 말에 송조운은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해야했다.

“그리고. 자네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이야.”

“부탁..입니까?”

송조운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민성의 말에 침을 삼키며 그를 바라봤다.

“그래. 서진우. 그분을 해한 빌런 조직에 대해 조사해다오.”

“...네?”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중견 규모의 조직이 할 일은 아닌 것 같거든.”

“...”

“우리 마을의 모든 이들이 흑막을 찾아 찢어 죽여버리고 싶어한다. 물론 나도 포함해서 말이지.”

이번에는 천예성을 배려하는 것인지 살기를 터뜨리고 있지는 않지만, 눈빛에 만큼은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이고자 하는 의지가 깃들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있는 송조운은.

‘보스...살아있는데...’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일단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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