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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18화 (18/109)

18화-이클립스(3)

각성자끼리의 싸움은 언제나 주변의 피해를 동반한다.

콰과과광!

“꺄아아악!”

“사,살려줘!!”

지금처럼 원거리 계열 능력에 의해 생성된 눈먼 유탄에 의한 피해.

콰아앙!

“크억!”

“사,사람이 날아왔어!”

근거리 각성자의 전투에 의한 피해등. 압도적인 차이가 있어 순식간에 전투가 끝나는 것이 아닌 이상, 피해는 필연적인 부분이다.

“데빌! 얌전히 포기해라!!”

“음...”

콰과광!!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한 자루의 창을 든 여성이 빠르게 움직이며 진우를 공격했다.

“창술사 여덕희?”

“개명한지 오년이 넘었다 빌어먹을 악마놈아! 여서림이다!”

카가강!

여서림이 빠르게 찔러대는 창이 진우의 그림자에 막혀 거친 쇳소리를 냈다.

“특수 대응팀의 에이스가 올 줄은 몰랐군.”

“그만큼 네가 한짓이 있다는 거지!!”

“여덕희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가디언은 정의롭지 못해.”

“여서림이라고 씨부럴놈아!!”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며 모든 공격을 그림자로 막아내는 진우를 보며 여서림의 이마에 핏줄이 올랐다.

점점 가속해 가는 금속 창의 끝이 점점 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성광창(星光槍)]!!”

“이런.”

천무진과 같은 빛 계열의 능력. 진우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그림자 능력과 상극인 능력.

“하아압!”

파바바박!

밝게 빛나는 백색의 창이 진우의 그림자를 찢어 버리며 쇄도하고.

“흡!”

콰아아앙!!

진우가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0번 금고를 여서림을 향해 내려찍었다.

“쯧, 도망치는 것도 빠르네.”

초능력의 출력 자체만 보면 여서림은 진우에게 크게 미치지못하는 A급 정도지만. 능력의 상성이 좋지 않았다.

“흠...”

어느새 0번 금고의 위로 올라간 진우가 자신을 견제하고 있는 여서림을 무시하며 주변을 살폈다.

‘천무진에게는 철저하게 원거리 각성자, 최유나에게는 화염 계열 각성자인가...’

모습을 드러낸 특수 대응팀은 모두 다섯명.

하나하나는 고작 A급에서 A+급 정도지만, 대 각성자 전투의 스페셜 리스트들 답게 상성으로 찍어누르고 있었다.

‘아직 천무진과 최유나는 완전하지 않아. 이래서 빠르게 치고 빠지려고 했는데...’

짧게 혀를 찬 진우가 다시 여서림을 바라봤다.

“후우우우...”

자신을 노려보며 창 끝에 빛을 집중하고 있는 여서림.

창끝이 광원(光源)이라도 된 것 마냥 찬란히 빛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쩔 수 없군.’

이윽고 빛의 찬란함이 그 끝에 달하고.

“넌 뒤졌어! [성광(星光) 극점(極點)]!”

번쩍!

아무런 소리없이 그저 빛이 번쩍이는 순간 여서림의 창끝에서 시작된 찬란한 빛 한줄기가 진우의 가슴을 꿰뚫었다.

“하핫! 나한테 시간을 주면 안되...지...?”

아니, 꿰뚫린 것처럼 보였다.

진우의 가슴 앞에 모인 빛덩어리가 진우의 손길을 따라 순한 양이 된 것처럼 움직였다.

“뭐,뭐야 X발!”

이미 발사된 능력이라 해도 자신의 능력.

자신의 성광(星光)이 타인의 손길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빛과 어둠 계열의 능력은 서로에게 있어 상극이지만.”

도자기를 빚는 도공의 손길처럼 진우의 손이 빛의 덩어리를 매만지고.

“같은 계열 능력에는 서로에게 끌리는 성질이 있지.”

빛의 덩어리가 한자루의 창으로 변했다.

“네가 제어하는 빛에는 간섭할 수 없지만. 이렇게 떨어져 나온 빛은 가능하다.”

“대,대체 이게 무슨...”

“윌리엄 블로섬의 빛과 어둠 이론이다.”

“그걸 말하는게 아니잖아!!!”

본래 빛 계열 능력과 어둠 계열 능력은 공존 할 수 없다.

서로 극히 반발하는 성질 때문에 빛과 어둠의 두 가지 능력을 한몸에 담으면 소유자의 수명이 극한까지 깎여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림자, 즉, 어둠 속성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진우가 빛을 다루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글쎄...”

진우의 손이 천무진을 압박하고 있는 특수 대응팀의 각성자를 향했다.

“그건 나도 알고 싶은 부분이군.”

“아,안돼!!”

눈이 커다래진 여서림이 동료를 지키기 위해 바로 움직여봤지만.

콰아악!

“커어억!”

발사와 거의 동시에 착탄한 빛의 창을 결국 막지 못했고, 특수 대응팀의 동료가 여서림의 [성광]에 의해 복부가 꿰뚫려 쓰려졌다.

“이 X발!! 죽여버린다!!”

눈이 붉어진 여서림이 0번 금고 위에서 오연하게 자신을 내려보는 진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만 하지.”

스으으.

진우의 그림자가 어느새 여서림의 그림자와 연결되어 그녀의 발을 붙잡았다.

“이까짓거!”

그에, 여서림이 자신의 창에 성광을 모아 진우의 그림자를 잘라냈지만.

슈슈슉!

“이익!”

그 잠시 멈칫한 순간에 달려드는 수십가닥의 그림자를 전부 잘라낼 수는 없었고. 결국 지칠대로 지친 여서림은 움직임이 완전히 구속되어 정지했다.

“으아아아아!!”

“소용없어.”

여서림이 기합을 내지르며 어떻게든 그림자를 떨쳐내고자 발버둥쳤지만 진우의 그림자는 계속해서 움직이며 그녀의 전신을 더욱 강하게 구속했다.

땅!따당!

결국 여서림의 손에서 창이 떨어지고, 그녀의 전신이 그림자로 휘감겨 검은 인형으로 변해버렸다.

“빛 계열 능력자는 조종이 안되는군.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어.”

진우는 검은 인형으로 변해버린 여서림을 두고 고개를 돌려 천무진과 최유나를 바라봤다.

퍼어억!

마침 천무진은 상대하던 특수 대응팀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넣고 마무리를 짓고 있었고.

“꺄아아악! 짜증나!!”

“[화염 파도]!”

“[불의 장벽]!”

최유나는 자신을 제압하는 것보다 얼음을 녹여 발을 묶는 것이 목적인 특수 대응팀의 공격에 엄청난 짜증을 내고 있었다.

“천무진.”

“알고 있다!”

진우의 부름에 천무진이 짧게 숨을 고르고는 바로 최유나의 상대를 향해 쇄도했다.

“...나는 조금 쉬어야겠네.”

그걸 본 진우가 정신력의 회복을 위해 0번 금고 위에 주저앉았다.

***

“씨익. 씨익. 얘들 짜증나!”

“철저하게 상성을 노린 인선이니... 나도 보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한참 고생했을 거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 모든 특수 대응팀을 제압한 최유나와 천무진이 진우가 올라있는 0번 금고의 위로 올라왔다.

“죽이진 않았지?”

“죽이고 싶었어!”

“하아... 적당한 선에서 말렸으니 죽진 않았을거다.”

계속 씩씩대는 최유나를 진정시키며 천무진이 말한 내용에 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최유나가 진우를 보며 말했다.

“근데 왜 죽이면 안된다는 거야? 쟤들은 가디언의 개잖아.”

“저놈들은 썩지 않았으니까.”

“응?”

약간의 두통에 머리를 매만진 진우가 말을 이었다.

“특수 대응팀은 오로지 빌런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기본적으로 가디언의 명령을 듣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스스로의 정의를 위해 움직이지.”

진우가 미약하게 꿈틀거리는 검은 인형, 여서림을 바라봤다.

“한마디로 정의 덕후들의 모임이라는 거다. 지금 죽일 이유가 없어.”

“에에...귀찮아 보여.”

“그리고, 쓸데도 있고.”

자리에서 일어난 진우가 여서림을 향해 손을 뻗고, 주먹을 쥐었다.

우두두둑!

그러자 여서림의 양다리가 깔끔하게 부러지고.

“끄으으...”

그림자를 거둔 진우에 의해 그대로 쓰러졌다.

“여덕희.”

“개명했다고 빌어먹을...”

부러진 양 다리에서 올라오는 고통에 의해 신음하는 여서림이 이를 악물며 진우의 일행, 이클립스를 바라봤다.

“특수 대응팀의 대장, 윤무길에게 전해라.”

“...이젠 놀랍지도 않아. 대체 대장의 이름은 어떻게 아는거야.”

특수 대응팀의 팀원은 꽤나 유명하기에 잘 알려져있지만, 그 대장은 다르다.

철저하게 극비사항으로 분류되어 가디언 내부에서도 특수 대응팀의 대장을 알고 있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곧 찾아가겠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장소에서 기다려라.”

“뭐?”

쿠구궁!

유서림의 의문에 답해줄 이유가 없는 진우가 0번 금고를 들어올렸다.

“넌 그렇게만 전하면 된다.”

“이 씨...”

웨에에에엥!!!

멀리서 들려오는 수많은 사이렌 소리와 함께 진우와 천무진, 최유나가 올라서 있는 0번 금고가 허공에 떠오르고.

“이 x발! 어딜 도망가려고!!”

그 모습을 보며 다리가 부러졌음에도 진우의 일행을 공격하려 하는 여서림의 모습에 진우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특수 대응팀원을 가리켰다.

“저놈,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거다. 치유능력도 있지 않나 여덕희.”

“이익!!”

빛의 창에 의해 복부를 꿰뚫린 동료를 바라본 여서림이.

“씨바아아!!”

결국 창을 놓고 동료를 향해 기어갔다.

“여서림이라고 씨X놈아!!”

그 사이, 허공에서 점점 투명해진 0번 금고와 진우 일행이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이클립스의 대뷔전은 GK은행 경비원 40인, 경찰 67인, 경찰 특공대 50인, 중하위 길드 3개, 가디언 특수 대응팀 5인을 부수며 끝이 났다.

사망자는 단 한명도 없이.

***

다시 돌아온 폐공장. 0번 금고 속에 있을 지도 모를 위치 추적기를 교란하기 위해 전기장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진우를 보며 최유나가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꺄하하하! 보스 머리 봐!”

전기장에 의해 진우의 머리카락은 사방을 날뛰고 있었고, 최유나는 그걸 보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손을 대면... 꺄하하하! 따라온다! 꺄하핳!”

“...”

“아! 배아파!....풉! 아하하핳!”

결국 진우가 이마에 핏줄을 세웠다.

“천무진 아직이냐?”

“거의 다 되긴 했다.”

“끄응...”

“요리! 조리! 아하하핳!”

천무진의 [광휘]는 일반적인 빛 계열 능력과는 다르게 압도적인 열기를 동반하는 능력이다.

때문에 지금 천무진은 손가락에 [광휘]를 모아 0번 금고의 뚜껑을 녹이며 따고 있고 말이다.

“그나저나 엄청나게 두껍군.”

“가디언 코리아가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모아온 약점들이 담겨있으니까.”

네트워크 상에 저장하기에는 해킹의 위험이 있고 조작하기도 쉬워지기에 이렇게 물리적인 보관을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정보들.

가디언 코리아에서 한국 정부를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수집하고, 필요하다면 최면과 같은 정신계 능력을 이용해 ‘만든’ 정치인들의 수많은 약점이 0번 금고에 담겨있다.

“여기까지만 녹이면...”

쿠구궁!

천무진의 말과 함께 0번 금고의 한쪽이 굉음을 내며 쓰러졌다.

“내용물이 상하지 않도록 녹이는 것도 힘들구만.”

“수고했다.”

내부에 있는 것이 전부 종이나 USB와 같은 물건이라 수시간을 들여 천천히 금고의 벽의 녹인 천무진이 흐른 땀을 닦었다.

“그럼...”

“아...”

안타까운 소리를 내는 최유나를 무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진우가 전기장을 유지하며 금고의 내부로 들어갔다.

“음...여깄군.”

먼저 금고의 중앙에 위치한 위치 추적기를 손에 들고 전격을 흘려 박살낸 진우가 능력을 거뒀다.

“아아! 재밌었는데...”

“...”

저걸 때릴 수도 없고 어째야하나. 라고 생각한 진우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0번 금고 내부의 각종 서류를 챙기기 시작했다.

“김진형 3선 의원, 정유성 국정원장, 이형환 비서실장에, 공민백 국선당 대표... 죄다 거물들뿐이군.”

“아재는 아는 사람 있어?”

“글쎄...”

“우리가 아는 정치인이 없네...”

“이게 세대차이인가...?”

최유나와 천무진의 말을 애써 무시하고 계속 서류를 챙기던 중 하나의 서류를 손에 든 진우가 씨익하며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진우의 손에 들린 서류 겉면에 적힌 이름은 본 천무진이 말했다.

“오, 저 이름은 들어본 적 있다.”

“엥? 그럼 12년 전에도 정치인이었던 사람인데?”

“그럴거다. 당시에는 무슨 당의 의원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진우는 뭔가 아는게 있어 다행이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천무진을 향해 말했다.

“우석훈. 이제 2년 차인, 대한민국의 현 대통령이다. 그리고...”

말을 이어가며 서류를 꺼내든 진우가 내용을 읽으며 말했다.

“가디언 코리아에 의해 ‘만들어진’ 약점을 가진 사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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