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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14화 (14/109)

14화-거래와 동맹(2)

언제까지나 폐공장에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이야 가진게 없기에 이곳에 있는 거지 나중을 위해서라도 거점은 꼭 필요했다.

“여기가 템페스트의 본진이라고?”

“네.”

“...의외의 장소에 있군.”

“그러니까 진...당신도 몰랐던거죠.”

“음...”

그렇기에 최건의 안내로 찾아온 한국 최대의 빌런 조직, 템페스트.

“와아아아~!”

“엄마엄마! 이번에는 저거 타자!”

“으아아앙! 사줘어어어!!”

“자기야, 아~해봐.”

“야! 저기 줄 짧다! 저거 타자!”

수많은 사람들의 즐거운 가득한 음성.

“애벌랜드는 오랜만이군...”

이곳은 꿈과 희망이 가득한 장소, 한국 최대의 놀이공원. 애벌랜드였다.

“와아아. 나 열 살 이후로는 처음와봐!”

“애들이랑 한번 와보고는 처음이군.”

천무진과 최유나 또한 거대한 놀이공원의 위용에 추억에 잠긴듯한 모습이었다.

“자자, 일단 표부터 삽시다.”

“...표까지 사야하는건가?”

“24시간 종일이용권을 사야하는데요.“

“...미치겠군.”

굉장히 자연스럽게 매표대로 향하는 최건의 모습에 진우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

“아슬아슬하게 맞네.”

“...이제 단 한푼도 안남았다.”

“뭐, 돈 쓸일은 이게 끝이니... 아무튼 갑시다.”

최건과 최유나, 천무진 그리고 진우의 모든 돈을 탈탈 털어 24시간 자유이용원 4장을 산 일행은 애벌랜드의 안으로 들어갔다.

“한장에 12만원이나 하는 표를 산 값은 해야할거다.”

“아니, 뭐 놀러 왔습니까? 보스 만나러 온거잖아요.”

“그냥 다 부수면서 들어갈까?”

“...그. 뭐냐, 들어가서 환불해줄테니까 좀 참아주쇼...”

안그래도 없는 자금을 싹싹 긁어 모았기에 자신도 모르게 뚱해지는 진우였다.

애벌랜드 안으로 들어가 한동안 걷다 보니 애벌랜드의 상징. 아시아 최대의 롤러코스터. 일명 애벌레코스터의 앞에 도착했다.

“자 줄 섭시다.”

“...?”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나긴 대기줄 쪽으로 걸어가는 최건.

“줄까지 서야한다고...?”

“와! 끝이 안보인다아~”

“대충 삼백명은 있는 것 같군.”

어이가 승천해 흔적도 없어질 지경에 이른 진우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래도 24시간 종일권을 사서 우리는 이쪽 종일권 전용줄에 서면 됩니다.”

“...하아...”

“30명 정도만 보내면 되겠네요.”

저 앞에 있는 대략 서른명 정도가 서있는 장소를 가리키며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최건의 모습에 진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보스~”

“응?”

터덜터덜 최건의 뒤에 줄을 선 진우에게 최유나가 말을 걸었다.

“템페스트 보스는 왜 만나려고 하는거야?”

“그건 나도 궁금하군.”

두 사람은 진우가 소수 정예의 조직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템페스트의 보스를 만나고자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소수 정예라고는 해도 가디언과 그냥 부딪칠 수는 없으니까. 일단은 동맹이 목적이다.”

“흐음~”

“하지만, 템페스트의 보스가 우리와 동맹을 하려고 할지는 의문이군.”

“그쪽에서 원하게 만들어야지.”

“원하게 만든다?”

“그래.”

템페스트는 명실상부 한국 최대의 빌런 조직.

아시아권으로 따져도 손에 꼽히는 전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따져도 20위 안에는 드는 조직이다.

자금, 인원, 전력. 모든 것이 부족함 없는 그야말로 거대 조직이 바로 템페스트였다.

그렇기에 진우는 자신이 있었다.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원하는게 많아지지.”

“음...마탑도 그랬으니까 이해는 돼.”

“가디언도 그래서 썩어들어갔겠지.”

“그래서 나는 템페스트가 군침을 흘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거다.”

“정보?”

“그걸 대가로 동맹을 제안하는 건가?”

진우는 지금쯤 움직이고 있을 송조운을 생각했다.

‘송조운이 제대로 일을 해냈다면 슬슬 템페스트에도 소식이 들어갈 무렵이지. 거기를 파고들어야 한다.’

“아!”

“음?”

그때, 최유나가 뭔가가 떠올랐는지 소리를 질렀다.

“보스보스! 우리 이렇게 얼굴을 내놓고 다녀도 괜찮은거야!?”

“...”

“...”

그리고 천무진과 진우가 동시에 최유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걸 이제 생각해낸 것도 신기하군.”

“감옥섬에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건가...? 아니, 나는 저렇지 않은데...?”

“뭐? 바보? 아재 죽을래??”

천무진의 멱살을 잡고 말하는 최유나의 어깨를 잡은 진우가 말을 이었다.

“우리 얼굴에 환상 계열 능력을 써놨다. 이질감이 들텐데?”

“엉?”

그제서야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만져본 최유나가 아하! 하며 감탄했다.

“오늘따라 얼굴이 땡긴다고 생각했더니 보스의 능력이었구나?”

“...마력 이질감을 그냥 땡기는 걸로 생각하는게 더 신기하군.”

“동감이네.”

고개를 저어대는 두사람을 보며 최유나가 볼을 부풀렸다.

“그냥 화장이 잘 안먹혔다고 생각한 것 뿐이야!”

“화장? 화장품은 어디서 난거냐?”

“꼬맹이 짐에 있던데? 걔 누나껀가봐.”

“허? 지인이 화장품을 자네가 왜 쓰나!?”

“에이~ 이제 다 한가족인데 뭐 어때~”

뻔뻔하고 명량하게 말하는 최유나의 모습에 천무진이 할 말을 잃고 입을 벌렸다.

“하아...”

티격대격대는 천무진과 최유나를 보던 진우가 이제 4명이 들어가 26명이 남은 앞줄을 바라봤다.

“피곤하네...”

***

-꿈과 희망의 세계로 떠나는 애벌레코스터~ 안전 여행을 위해 모두 안전바를 내려주세요~

“...”

“헤헤 이거 되게 오랜만에 탄다.”

“나중에 애들을 데리고 오면 좋아하려나...?”

묵묵히 안전바를 내리는 진우와는 다르게 싱글벙글 웃고 있는 최유나와 심각하게 애들을 데리고 와야하는지 고민하는 천무진.

그리고.

“어디보자...이거랑...이거...그리고 또 이거...”

진우의 옆자리에서 애벌레코스터에 그려진 무늬를 따라 열심히 손가락을 놀려대는 최건이 있었다.

“이제 된거냐?”

“넵! 이제 타고 내려가면 끝입니다.”

“...?”

줄을 서고 탄 것이라 일행의 자리는 끝자리.

앞자리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 드는 진우였다.

그때.

-그럼 애벌레코스터~ 출발합니다~!

덜컹, 덜컹, 덩컹.

롤러코스터 특유의 소리와 함께 꿈과 희망의 세계로 떠나는 애벌레코스터가 출발했다.

“와아아아~”

“옛날보다 높아졌군.”

“아재 대체 몇 년전에 온거에요?”

“글쎄... 아마 15년 전? 이런! 예성이는 애벌레랜드에 온적이 없었지!”

뒷자리에서 들리는 최유나와 천무진의 대화와 함께.

덜컹! 덜컹!

애벌레코스터는 어느새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고.

“떨~어~진~다~아~”

콰과과과과과-!

압도적인 스피드로 하강했다.

“...비행이 차라리 재밌군.”

“보스 감성 뭐야아~!”

순식간에 지하로 내려가는 지점까지 떨어지고.

철컥!

“응?”

이상한 소리와 함께 진우의 일행이 있는 뒷자리 두칸을 빼고 나머지 칸이 그대로 앞으로 튀어나갔다.

“엉?”

어디선가 나타난 애벌레코스터 네 칸이 엄청난 스피드로 달리고 있는 앞부분과 결합하고.

콰과과과과!!

그대로 진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게 무슨...”

쿠구구궁!

그때, 지하 한쪽이 열리며 동굴이 생겨나고, 철로가 움직여 노선을 바꾸었다.

덜컹, 덜컹.

그리고 지하에 남겨진 두칸의 애벌레코스터가 천천히 철로를 따라 동굴 속으로 움직였다.

“왜 굳이 이런 식으로...그냥 어딘가에 비밀 통로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글쎄요...우리 본부 설계한 사람만 알고 있는 부분이라서...”

대체 이 장치에 얼마의 돈이 들어갔는지, 왜 굳이 이렇게 만들었는지 의문이 잔뜩 들었지만. 일단은 생각하기를 포기한 진우였다.

“에잉...끝까지 타고 싶었는데.”

“허허허, 새로운 경험이군.”

“힝.”

투덜거리는 최유나와 신기한지 주변을 둘러보는 천무진이 슬슬 시끄러워지려는 찰나.

화악!

빛이 들어오며 거대한 지하 공간이 눈에 들어오고.

“꿈과 희망의 세계에 어서오세요~!”

철컥! 철컥!

꿈과 희망이 가득 담긴 총기와 날붙이가 진우와 일행을 반겨주고 있었다.

***

특급 빌런 조직. 템페스트.

템페스트만으로 가디언이나 국가를 상대하기에는 애매하지만 단순 일개 조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단체.

직접 건드리지 않는다면 가디언 코리아에서도 정면으로 싸움을 걸지는 않는 한국 유일의 조직이다.

“환영이 거칠군.”

“꿈과 희망이 넘치는 환영법이지.”

그런 거대 조직이 진우에게 적대감을 보이고 있었다.

“워워워!! 지배인님! 저 최건입니다! 잊어버리신건 아니죠!?”

아직 안전바가 올라가지 않아 진우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최건이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며 소리쳤지만.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쏠꺼다!!”

“...어라?”

최건을 반기는 것은 수십개의 총구였다.

“보스 어떻게 할까?”

“글쎄...”

최건을 통해 접선하면 최소한 적대하지는 않을 거라는 진우의 생각과는 다른 상황에 진우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진우가 뭘 생각하기도 전에 최건이 지배인이라 불렀던 중년의 사내가 진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근육덩어리는 그렇다 치고. 자네들은 뭐지?”

“글쎄...일단은 손님이지.”

“허허, 손님은 얼어죽을. 얼굴도 가린 놈들이 말은 잘하는군.”

한눈에 진우가 사용한 환상가면을 간파한 중년의 사내가 사납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진우가 천천히 품속으로 손을 넣자, 주변의 조직원들이 일제히 진우를 향해 무기를 조준했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

“거참. 위협용 총기로 협박은.”

하지만, 진우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품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자유이용권?”

“무려 12만원 짜리 24시간 종일권이지.”

“...?”

“이제 손님이 맞나?”

뻔뻔한 진우의 말에 조직원들이 눈을 껌뻑이며 명령을 기다릴 때쯤.

“...푸하하하하! 그럼! 종일권이 있으면 손님이지 암!”

지배인이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며 박수를 쳐댔다.

“얘들아! 무기 내려라! 손님이시다!”

““예! 지배인님!””

껄껄 웃으며 심지어 눈물도 찔끔 흘렸는지 눈가를 훔치던 지배인이 어딘가로 손짓을 하자.

덜컥!

진우와 일행의 몸을 구속하던 안전바가 올라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진우를 향해 지배인이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군. 애벌랜드 지배인, 류중현이라고 하네.”

“류중현?”

진우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른 류중현의 이명을 중얼거렸다.

“환상 광대?”

“오? 나를 아나?”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특급 빌런은 이름이라도 알아놔야 하니까.”

“하하하! 이거 영광이군!”

15년 전 환상 광대라는 이름으로 한국 정부의 특수 부대를 엿먹인 자가 있었다.

기괴한 광대 분장으로 인해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스로 류중현이라는 이름을 밝힌 희대의 싸이코.

‘그런 환상 광대가 템페스트에 있었다라...’

물론 거짓말일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환상 가면을 별도의 능력 사용 없이 알아차린 점. 그리고.

‘거짓은 보이지 않아.’

어느정도 진실과 거짓을 알아보는 해석안으로 봤을 때. 이자는 확실한 환상 광대였다.

진우는 류중현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설마 당신이 템페스트에 있을 줄은 몰랐군.”

“하하하하! 이건 비밀이지만 사실 나는 놀이공원을 좋아한다네!”

“...?”

“그래서 이렇게!”

류중현은 과장된 동작으로 빙글 돌았다.

“이곳에서 지배인을 하고 있지 않나. 으하하하!”

“...그게 템페스트에 있는 이유라고?”

“뭐 반 정부 세력 중에 놀이공원을 가지고 있는 곳은 또 없으니까 말이야.”

실로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들은 진우가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나는 템페스트의 보스를 만나러 왔다. 안내해줬으면 좋겠군.”

“음...”

진우의 말에 순식간에 웃음을 지운 류중현이 진우를 바라봤다.

“소문 속의 악마가 사실이라면 보스께 데려가는 건 위험하지만...”

‘...이미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나.’

살짝 눈을 좁힌 진우가 다시 표정을 폈다.

“우리 가족을 데려왔으니 말 정도는 꺼낼 수 있지.”

그 사이,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서 있던 최건의 어깨를 잡은 류중현이 미소를 지었다.

“잠시 전화 좀 하지.”

“그래.”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류중현의 모습에 진우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고, 류중현은 템페스트의 보스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보스. 네.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네. 적은 아니었습니다. 근육 덩어리도 진짜였고요. 네. 그 악마 맞는 것 같습니다. 네. 마녀와 성기사를 데리고 있는걸 보면... 네 그렇습니다. 그가 보스를 뵙고 싶다고 하는군요. 네? 아아. 잠시 물어보겠습니다.”

자신의 보스와 대화를 나누던 류중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진우를 바라봤고.

“그 자네 조직 이름이 뭔가?”

“...이름?”

진우는 아직 조직명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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