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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10화 (10/109)

10화-조직(1)

여기저기 피칠갑을 하고 누더기를 입은 괴한의 모습에 최유나와 천무진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자,잠깐만! 적이 아니다!”

“응?”

그 모습을 본 피칠갑의 사내가 양손을 들어올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넌 누구지?”

그에 진우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사내를 살폈지만, 얼굴에도 붉게 피가 물들어있어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하! 보아하니 네가 주동자구만?”

“누구냐 물었다만.”

“최건이다! 최! 건!”

“아.”

최건이 이름을 밝히자 진우가 그때서야 최건을 알아봤다.

“설마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 썩어도 준치라고 템페스트 행동대장의 이름값은 하는건가.”

“이 새...!”

덤덤한 진우의 말투에 순간 열이 받은 최건이었지만.

스으으으...!

화아아아...!

“흠흠.”

냉기와 빛나는 열기를 뿜어대는 최유나와 천무진의 모습에 분노가 쏙 하고 들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는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우리를 찾아온 이유는 뭐냐.”

진우가 최유나와 천무진의 어깨에 손을 올려 그만하라는 제스쳐를 취하며 앞으로 나섰다.

최건은 진우의 말에 따라 마법과 능력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는 최유나와 천무진의 모습에 이채를 띄며 입을 열었다.

“너희, 이곳을 탈출할 계획이지?”

“그래.”

“나도 거기에 끼고 싶다.”

“...”

진우가 최건을 미끼로 삼은 이유는 간단했다.

첫째로 최건이 있던 제 5 감옥의 앞에 간수 숙소동이 있었다는 것.

둘째로 육체 계열 능력과 무공을 지닌 최건이었기에 쉽게 당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과 함께 최유나와 천무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최건이었기에 간수와 요원을 오래동안 붙잡아 둘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나만 묻지.”

“뭐냐?”

하지만 이번에는 진우의 판단이 빗나간 듯 했다.

“대다수의 간수와 가디언 요원이 너에게 향했을텐데, 그들은 어쨌지?”

“엉? 그야 다 때려눕혔지.”

“...내 생각보다 강하군.”

“아하! 너 내가 그 자식들이랑 오랫동안 쎄쎄쎄나 하고 있을 줄 알았구나?”

“그래. 그래서 너를 미끼로 삼은거다.”

“...너무 솔직한 거 아니냐...?”

숨기는 것 하나 없이 대답하는 진우의 모습에 이번에는 열조차 안 받는 최건이었다.

“음...”

그러거나 말거나 진우는 최건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져있었다.

‘템페스트의 멤버는 꽤나 동료애가 강하다고 알고 있다. 다만 보스에 대한 충성심도 남달라서 회유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자신이 미끼였음을 알고도 직접 찾아온 이상 이용 가능성은 있다.’

“최건.”

“어? 어어.”

악마 가면 속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을 부르는 진우의 모습에 최건이 투덜투덜거리다 대답했다.

“네 말대로 우리는 슬슬 감옥섬을 탈출하고자 한다. 다만.”

진우는 자신의 뒤에 있는 세사람을 가리켰다.

“저들은 내 조직 멤버다. 하지만.”

그리고 손가락을 옮겨 최건을 가리켰다.

“넌 아니지.”

“...”

“굳이 너를 도울 의리도, 이유도 없다.”

“...”

진우의 정론에 최건의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다시는 그 지옥같은 상황을 맞이 하기 싫은 최건은 절박했고.

“나도 네, 아니! 당신의 조직에 들어가겠습니다!”

그 절박함은 템페스트라는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이기기에는 충분했다.

템페스트의 정보를 파는 것도 아니고, 배신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템페스트에서는 자신을 반쯤 포기하고 있을 터.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

하지만.

“그건 곤란하군.”

“...네?”

진우는 그런 최건의 결정을 단칼에 거절했다.

“우리는 소수 정예를 추구한다. 네가 내 생각보다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 둘에 비해서는...약하지.”

“그...하,하지만 그 저놈! 저놈은 저보다 한참 약하지 않습니까!”

“엑? 나?”

진우의 말에 멀뚱히 서있는 송조운을 가리키며 소리친 최건이었지만.

“송조운은 참모역이다. 무력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지.”

“그...그런...”

비교대상이 잘못됐다.

“다만, 조건에 따라 너도 탈출 시켜주지 못할 것도 없지.”

“무슨 조건입니까!?”

이어진 진우의 말에 최건이 고개를 번쩍 들며 눈을 반짝였다.

그런 최건의 모습에 진우가 가면의 아래에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속해있던 템페스트, 그자들과 우리의 목적은 어느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목적?”

“반 정부. 그리고 반 가디언.”

“...”

“이곳에서 탈출한 후, 우리를 템페스트의 보스에게 안내해라. 그게 조건이다.”

“...”

소름 끼치도록 찬란한 황금빛 눈의 악마의 제안에 최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보스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너에게 선택권은 긍정, 그리고 부정뿐이다.”

“...”

결국 최건이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 뿐이었다.

***

-미치겠군. 늦었다.

-조금 더 빨리 움직여야 했어.

통신탑 아래에 모여있는 진우의 일행을 멀리서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암부들의 안색이 어두웠다.

-앞으로 15분이면 간부들이 도착한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해.

-각개격파가 불가능해진 이상 기습을 거는 수 밖에는...

-5분 버티면 잘한 걸겁니다.

-최건은 우리 중 한 명이면 된다 해도 최유나와 천무진 그리고 불명의 악마 가면은...

조장조차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일반 암부들이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다들 조용.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던 17조장이 부하들을 진정시키고는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을 끄는 것은 포기한다.

-조장?

-대신 주모자인 악마 가면의 정체를 밝히고 상부에 알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움직인다.

-가면을 벗겨 얼굴을 알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까?

-베스트는 그렇지. 하지만 능력의 종류를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예.

17조장이 멀리 보이는 진우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었다.

-3번부터 6번은 원거리 공격으로 최유나와 천무진, 최건의 시선을 가리고 기습해라. 그리고 1번과 2번은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 악마 가면을 기습한다. 나는 상황을 보며 움직이겠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서 5번은 나와 함께 대기한다.

=예.

-전투 개시!

=예!

콰과과과광!!

통신탑 근처 그림자 속에서 쏘아진 마법과 초능력이 막 이동하려는 최유나와 천무진을 강타했다.

***

“아 깜짝이야.”

순간적으로 일행 전체를 투명한 얼음의 막으로 감싼 최유나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생각보다 느리게 움직이는군.”

“암부인가?”

“그래. 아마 7명일거다.”

시야를 가리기 위한 공격인지 위력은 별거 없지만 연기와 흙먼지를 크게 피우는 공격에 진우가 흙먼지 속을 노려보며 말했다.

“최유나, 방어막을 거둬라.”

“응? 그래도 괜찮아?”

“상관없다.”

“알았어~”

스으으.

진우의 말에 최유나가 펼친 얼음의 방어막이 사라지고 폭발의 연기와 흙먼지가 일행을 덮쳤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진우가 일행에게 말했다.

“딱 하나 빼고 전부 죽여.”

“오케이~”

“그러지.”

“최건은 송조운을 지켜라.”

“엉? 난 안 싸워도 돼?”

“송조운이 죽으면 너도 죽는다 생각해라.”

“...지키는 건 익숙하지 않은데...”

진우가 빠르게 일행에게 지시를 내리고 각자가 자세를 잡자마자.

슈아아악!

카가가각!!!

일행의 중심에 있던 진우를 향해 복면을 쓴 가디언의 암부가 날아와 공격을 날렸다.

“지...!”

“내 이름을 말하지 마라!”

“아!”

공격 자체는 그림자를 이용해 막았지만 몸을 날리는 공격에 진우가 밀려나 일행과 살짝 떨어졌다.

“역시 나를 먼저 노리나.”

“...”

샤아악!!

진우의 말에도 아무런 말도 없이 단검을 휘둘러 진우의 가면을 노리는 암부의 공격에 진우가 고개를 움직여 단검을 피해냈다.

“가면을 노려?”

“...”

“하, 그렇군. 간부가 올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내 정체를 밝히는 것을 먼저하기로 한건가.”

“...!”

자신들의 목적을 순식간에 알아챈 진우의 말에 순간적으로 뒤로 물러난 암부가 눈을 좁히며 진우를 노려봤다.

“당황하는 척 하며.”

슈아아악!

그때, 진우의 등 뒤에서 다른 암부 한명이 흙먼지를 뚫으며 쇄도했다.

“뒤에서 오는군.”

카아아앙!!

하지만, 진우의 그림자가 움직이며 목을 노리며 쇄도한 암부의 단검을 막아냈다.

-[그림자 조종]?

-[그림자 조작]일 수도.

-일단 좀 더 끌어내서...

그에 암부 1번과 2번은 텔레파시로 의견을 나누고 다시 공격하려 했으나.

“둘 다다. 암부.”

“?!”

“!?”

샤아아악!

진우의 그림자 칼날에 기겁하며 회피하는 1번과 2번의 전신에 상처가 새겨졌다.

“텔레파시를!”

“[모든 것을 듣는 귀]!?”

하지만, 자신들의 상처보다는 진우가 텔레파시를 들었다는 것에 더욱 놀란 1번과 2번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진우의 [모든 것을 듣는 귀]는 반경 5미터 내의 텔레파시 계열의 능력을 들을 수 있는 능력.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미친! 그 능력은 유일 복합 능력일텐데!”

“이제는 유일이 아닐 뿐이지.”

뒤로 물러나는 암부를 굳이 쫓지 않으며 팔짱을 낀 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내 능력을 알아내는 것이 두 번째 목적인가.”

“...”

“...”

“이제와서 입을 다물어 봤자...”

진우의 발밑에서 그림자가 스멀스멀 움직이고.

“의미없는 일이다.”

쐐에에엑!!

그림자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1번과 2번을 향해 쇄도했다.

“크윽!”

“흐읍!”

카가가각!

1번과 2번은 양손에 들린 단검을 그림같이 사용하여 그림자 가시를 쳐내고 회피했지만.

콱!

하나의 그림자 가시가 1번의 그림자에 박히는 것은 막지 못했다.

우뚝!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에 진우의 그림자 가시가 박혔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1번의 움직임이 그대로 정지했다.

“모,몸이...”

“1번!?”

그림자 가시를 쳐내던 동작 그대로 멈춰버린 1번의 모습에 2번이 빠르게 움직여 1번의 그림자에 박힌 검은 가시를 잘라내려 시도했지만.

우두둑!! 카가강!!

“끄으윽!”

“무슨!?”

그 순간 1번이 기괴하게 움직이며 2번의 단검을 쳐냈다.

“뼈...뼈가...”

억지로 움직여진 1번의 몸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이런 능력은 본적이 없는...”

“뭐 이름 정도는 알려져도 괜찮겠지. 내 ‘주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복합 능력. [악마의 그림자]다.”

“악마의 그림자...”

[그림자 조작], [그림자 조종], [형태 변환], [강도 강화]의 4개 능력. 거기에 [꼭두각시의 실]이라는 트리플 복합 능력을 조합하여 만든 진우의 오리지널 능력.

단순 초능력만 따져도 7개의 능력이 조합되어 만들어진 괴물 같은 복합 능력이었다.

“너무 이것저것 넣어서 연비는 극악이지만. 뭐 쓸만은 한 능력이다. 썩어버린 가디언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었다.”

“대체 몇 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거냐...”

“글쎄... 나는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만.”

“헛소리하지 마라!!!”

“믿기 싫으면 믿지 않으면 되는 거지.”

콰드드득!

진우의 손짓에 다시 1번이 움직이며 전신의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끄아아악!!!”

“1번!! 악마같은 새끼가!!”

1번의 단검을 막아내며 소리치는 2번 암부의 모습에 진우가 피식하고 비웃었다.

“인체실험을 통해 초능력을 억지로 뽑아내는 너희보다는 내가 낫다.”

“그걸 어떻게!?!?”

“글쎄. 알려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콰드드득...

진우의 빈정거림과 거의 동시에 1번의 몸에서 나던 끔찍한 소리가 멈췄다.

“1번!?”

“이런 죽어버렸군.”

진우가 1번을 멈춰서가 아니라 그저 전신의 뼈가 전부 조각조각나서 더 이상 소리가 날 만한 뼈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악마새끼가!!!”

그에 2번이 분노하며 진우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푸욱!

“어?”

그런 2번의 등을 모든 뼈가 완전히 박살나 흐물흐물해진 1번의 단검이 꿰뚫었다.

“죽어도 멈춘다고는 한적 없다.”

“끄으으... 악...마...!”

그 자체로 상당한 공격력도 가지고 있으면서 산 자도, 죽은 자도 조종하는 그야말로 [악마의 그림자].

진우가 뒤집어쓴 악마 가면의 탓일까.

2번의 눈에 진우는 진정한 악마처럼 보이고 있었다.

“네놈들에게는 얼마든지 악마가 되어주마. 그게 이 가면을 쓰고 있는 이유다.”

푸욱!

진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나의 그림자 가시가 2번의 그림자를 꿰뚫었다.

“자, 그럼...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거냐.”

“...”

죽어버린 1번의 시체와 죽어가는 2번의 육체를 움직여 자신의 앞을 막은 진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흙먼지 속을 바라보며 말했다.

“볼만큼 보지 않았나. 덤비지 않을 거면 꺼져라.”

“...”

그리고, 때마침 흙먼지가 가라앉았고.

“휘유~ 생각보다 강한데?”

“간수나 일반 요원보다는 몸이 좀 풀리는군.”

“어우씨 죽을 뻔했네.”

각자에게 덤벼든 암부를 제거한 최유나와 천무진이 진우와 합류하고, 꽤나 많은 상처가 난 최건이 기절한 암부 하나의 머리를 밟아 터뜨렸다.

“네가 조장인가.”

그리고 그러는 사이. 조금 떨어진 곳에 암부 17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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