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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9화 (9/109)

9화-탈옥(4)

통신탑에서 감옥섬을 내려보던 진우가 방해 전파를 내뿜는 것을 멈추며 말했다.

“슬슬 내려가야 하나...”

“아직 암부가 보이지 않는데?

“1급 죄수 중에서도 강자만이 남았어. 이제 슬슬 나타날거다.”

1급 죄수라고 전부 강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옆에 있는 송조운처럼 비전투계열 능력자도 적지만 존재하고, 가디언의 요원들도 대부분이 신입이지만 약한자만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때문에 진우가 풀어놓은 1급 죄수는 반 정도가 제압당하거나 사살당해 남아있는 것은 확실한 ‘강자’라고 할 수 있는 자들 뿐이었다.

“그럼...”

퉁! 피유우우우~ 펑!!

진우의 손끝에서 폭죽과 같은 불꽃이 하늘 높이 발사되어 터졌다.

“이건?”

“최유나와 천무진을 부른거다. 슬슬 탈출 준비를 해야하니까.”

“...아까도 생각했지만 멤버가 무슨...”

“심혈을 기울여 선정했지.”

최연소 마탑주의 자리를 노리던 극지의 마녀, 최유나.

가디언 재팬과 코리아의 정보 조작이 아니었다면 마땅히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러야 할 성기사, 천무진.

“아무리 그래도 S급 각성자만 있는건...”

“우리는 소수정예를 노려야 하니까.”

“그것도 정도가 있는거지...”

초능력자, 마법사, 무인을 통틀어 각성자라 부른다.

그리고 각성자는 최저 F급부터 Ex급으로 나눠지며 S급은 Ex급의 바로 아래.

Ex급은 전세계에 단 두명 뿐이니 소수정예라 할지라도 진우의 조직은 이질적이라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너도 S급 정도는 되지 않나?”

“나? 내가?”

“...아닌가?”

질린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하는 송조운의 질문에 진우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능력 하나하나의 출력은 높아봐야 A급. 보통은 B급이다. 조합해서 출력을 높이면 A+까지는 가겠지만...S급은 글쎄...’

진우의 능력은 고작 십수일 동안 급격한 발전을 이룩했다.

각성자의 단계로 따져 십수일 만에 한단계가 오른 것이다.

‘만능이라고 이름짓기는 했지만 너무 발전이 빨라... 하지만... 지금은 감사할 따름이지.’

잠시 고민을 마친 진우가 송조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잘 모른다.”

“...응?”

“각성한지 얼마 안되서 나도 잘 모르겠다는 거다.”

“...각성한지 얼마 안되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S급인 것 같은데...”

“음...일리있군.”

보통 각성자는 각성 초반에는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F~D급의 출력을 가진다.

때문에 송조운의 눈에 진우는 천재를 넘어선 무언가로 보이고 있었다.

송조운이 태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진우를 바라보며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거 미래의 Ex급을 모시게 생겼군.’

식은땀을 흘리며 진우의 행보가 기대되어 손까지 떨려오는 송조운이었다.

***

콰아아앙!

쿠구구구궁!!!

특수 공법으로 만들어져 웬만한 각성자에게는 꿈쩍도 하지 않는 중앙 제 1 감옥이 단 한 사람의 주먹에 의해 무너졌다.

“미! 미친!!”

“으하하하하!! 고작 이정도냐! 고작 이걸로 지난 12년동안 나를 구속한 것이냐!!!”

퍼어어엉!!!

천무진의 능력, [광휘]의 힘이 가득담긴 주먹이 공기를 찢어버리며 정면에 있는 간수들과 가디언의 요원들을 날려버렸다.

“약해! 약하다!”

천무진은 원래 무심하고 말수가 적은 타입이었지만, 12년 만의 자유, 힘, 그리고 증오로 인해 굉장히 흥분한 상태.

“크하하하하!!! 날아가버려라!”

콰아아아앙-!

지금의 천무진은 성기사라는 이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마치 파괴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크으윽! 봉인 화살! 발사!!”

그에 대항하고 있는 수십의 간수들과 수십의 가디언 요원들이 어떻게든 천무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지만.

“어딜!!”

지난 12년의 세월 때문에라도 봉인이라면 치를 떠는 천무진이 그걸 그냥 맞아 줄 리가 없었다.

“[광휘신공(光輝身功), 폭광류(暴光流)!]”

찬란히 빛나는 신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포한 빛의 흐름이 발사된 봉인 화살과 더불어 발사한 자들까지 전부 휩쓸고 지나갔다.

빛이란 막대한 열기를 품고 있는 법.

푸스스스...

간수들과 가디언 요원들이 단말마도 지르지 못하고 검게 타버려 석탄처럼 탄화(炭化)해 버렸다.

“흠...조금 심했나?”

그것을 보며 가볍게 머리를 긁적인 천무진이 중얼거렸다.

“아재가 성기사?”

“음?”

그때, 자신의 머리 위에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에 천무진이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자네는?”

천천히 하늘에서 내려오는 검고 푸른 드레스의 여성을 보며 천무진이 슬쩍 양 주먹에 광휘를 모으며 물었다.

“에이 같은 조직에 들어갈 사이끼리 그리 경계하지 말아요~”

“같은... 아, 자네가 극지의 마녀군?”

“최유나라고 불러주면 좋겠는데요~”

“그래, 나도 천무진이라고 부르면 된다.”

여성이 진우가 말한 극지의 마녀라는 것을 알고 경계를 푼 천무진의 앞에 최유나가 내려섰다.

“네 아재~”

“...그, 아재라는 건...”

“아재니까 아재라고 부르지지 아재가 아니면 아재라고 안 불러요~”

“...”

한순간에 아재라는 단어를 네 번이나 말한 최유나의 모습에 천무진이 멋쩍게 뺨을 긁적거렸다.

“그럴만한 나이이기는 하지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가 없군.”

“헤헤헤,”

“그래서, 최유나양은 이곳에는 무슨 일로?”

“엥? 아재 신호 못봤어요?”

“신호?”

눈앞의 전투에 흥분하여 눈이 돌아가있던 천무진이 그제서야 저 멀리 보이는 통신탑의 위를 바라봤다.

“아...”

그곳에는 방금 터졌는지 형형색색의 불꽃이 허공에서 흩어지고 있는 참이었다.

“이런, 지금 확인했네, 고맙군.”

“에이~ 이제 한솥밥 먹을 사이잖아요~”

“하하하! 이거 한솥밥이라는 단어가 낮간지럽구만!”

“자자, 아재 이제 슬슬 가요~ 진우가 기다리겠어요~”

“진우?”

“에엑? 아재 보스 이름도 못들었어요?!”

“어? 로버트 아니었나?”

“그건 위장 신분이고요~”

“이런.”

자신이 천무진보다 앞서 있다는 기분이 들었는지 최유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천무진의 등을 떠밀었다.

“자자, 가요가요~”

“아,아니 잠깐...”

그리고 그때.

“멈춰라! 빌어먹을 범죄자놈들아!”

“응?”

“음?”

진우가 기다리는 통신탑의 아래로 향하려는 찰나, 다시 수십의 간수들과 가디언의 요원들이 나타났다.

“와, 쟤네들은 어디서 이렇게 계속 나오는 거지?”

“바퀴벌레가 따로없군.”

그걸 본 최유나와 천무진이 살짝 질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왔다.

이미 둘이 합쳐 이백이 넘는 간수와 요원을 처리한 상황, 사방에 흩어져 있는 1급 죄수들까지 생각하면 삼백이 넘는 자가 죽거나 제압되었을 텐데도 어디선가 계속해서 나오는 간수와 요원의 모습이 질릴만도 했다.

“아재가 할래요?”

“빨리 가야할 것 같은데 같이 하는게 어떤가?”

“에에...”

‘고작’ 이정도 인원에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최유나가 미간을 구겼지만 천무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에휴, 알았어요. 진우가 기다리니까...”

결국 고개를 끄덕인 최유나가 왼쪽을 향해 손을 뻗고. 그런 최유나를 보며 미소를 지은 천무진 또한 오른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공격에 대비해라! 총이든 뭐든 좋으니까 견제해!”

“봉인 화살 준비!”

그에 간수들과 가디언의 요원들 또한 전투를 준비했지만.

“[극지(極地)]”

최유나의 손에서 압도적인 냉기가.

“[열광(熱光)]”

천무진의 손에서는 압도적인 열기와 빛이 내뿜어지며.

“아악!!”

“끄아아!!”

절반은 공격을 대비하던 모습 그대로 얼음 동상이 되어버리고.

“으아아악!!!”

“뜨,뜨거워!”

절반은 압도적인 열기에 전신의 액체가 끓어올라 즉사했다.

“둘이 하니까 빠르긴 하네요~ 뭐 혼자서도 빨랐겠지만!”

“그래그래.”

“아! 어린애 취급은 하지 말아줄래요?! 나 스물 아홉이거든요!?”

“미안하지만 나는 오십이 넘었다.”

“아재가 아니라 할배라고 불러줘요?”

“...”

얼음 지옥과 열의 지옥을 만들어낸 당사자들이 큰 감흥도 없이 걸음을 옮겨 자신들의 보스를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

-강해.

-우리만으로 죽일 수 있나?

-아니. 간부 정도는 와야 죽일 수 있을 거다. 그것도 열명은 와야해.

폐허가 되어가고 있는 감옥섬의 내부 곳곳의 그림자 속에서 가디언의 암부가 텔레파시를 이용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간부가 올 때까지 시간을 끌거나. 그냥 보내야겠지.

-일을 벌인 그 악마 가면은?

-...글쎄.

감옥섬에 숨어있는 암부는 모두 7명.

모두가 극한까지 단련된 더블의 능력자이자 무공, 혹은 마법까지 배운 복합 각성자.

그리고 이들의 조장은 트리플 능력자이자 암살계열 무공을 대성한 A+급 복합 각성자였다.

무너진 담벼락의 그늘 속에 모습을 숨기고 있던 암부 17조의 조장이 입을 열었다.

-세명씩 나눠 최유나와 천무진의 발을 묶는다.

-조장?

-간부들이 올 때까지만 시간을 끌어라. 30분이면 도착할 거다.

-30분...

-조장은 뭘 하시려고요?

-나는...

암부 17조의 조장이 무너진 담벼락의 그늘에서 하늘을, 정확하게는 통신탑의 꼭대기에 서 있는 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모자를 친다.

***

“드디어 움직이나.”

“뭐?”

진우가 통신탑의 꼭대기에 오른 이유는 전파 방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암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걸 어떻게 아는데?”

“이리저리 움직이던 텔레파시의 전파가 멈췄어.”

“...그게 원래 보이는 건가?”

해석안은 만물의 모든 것을 해석한다. 부가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능력도 포함되어 있다.

아직 익숙하지 않기에 텔레파시에 담긴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텔레파시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진우는 그것을 한눈에 알아보기 위해 굳이 통신탑 꼭대기에 오른 것이다.

“헐...해석안까지 쓴다고? 대체 능력이 뭐야?”

“만능(萬能)이라고 알아둬라.”

“만능이라...”

너무 잘 어울리는 능력인데, 라고 생각한 송조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내려갈거야?”

“그래야지. 나를 노리면 이곳에서는 상대하기 힘들테니.”

“...너보다는 내가 문제일 것 같은데.”

“적당히 숨어있어라. 굳이 피라미를 노리지는 않겠지.”

“그건 그거대로 기분 나쁜데...”

“그럼 내려가지.”

스으으.

검은 그림자로 송조운을 감싼 진우가 그대로 통신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후우우우우~!

“우오오오오!?!?”

예상은 했지만 자신을 데리고 그냥 그대로 뛰어내리자 송조운이 비명을 질렀고.

투둑.

“어억...”

“겁먹기는.”

가볍게 착지하고는 피식 웃는 진우의 모습에 얼굴을 붉혔다.

“마,말 좀 하고 뛰어내리던가!”

“내려간다고 말했는데.”

“번지한다고는 말 안했거든!”

바닥에 주저앉아 투덜거리는 송조운을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진우가 고개를 돌렸다.

“보스~!”

“로버트. 아. 진우라는 이름이던가.”

그곳에는 빠르게 날아오는 최유나와 느긋하게 걸어오는 천무진이 있었다.

덥썩.

“아아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최유나의 머리를 잡아 멈춰세운 진우가 천무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내 이름이긴 하다. 말해주는걸 깜빡했군.”

“뭐, 이름은 딱히 상관 없다만...”

“다만 내 이름이 알려지면 곤란하니 그냥 보스라고 불러라.”

“그러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인 천무진이 다가와 최유나의 뒷덜미를 잡아당겼다.

“엑?”

“적당히 해라, 아직 적지 한복판이다.”

“아재 놓지?”

“어린애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알았으니까 놔.”

“그러지.”

입술을 삐죽이며 자신의 발로 선 최유나가 천무진을 흘겨보고는 진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제 뭐할거야?”

“그전에. 지금 둘의 상태는 어떻지?”

뜬금없는 진우의 말에 천무진과 최유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나도!”

“쿼드라의 무인, 혹은 마법사와 싸운다 한다면?”

“음...숫자는?”

진우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천무진이 숫자를 물었고.

“각자 최소 둘.”

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엑? 쿼드라 각성자가 둘 이상?”

“흠...둘이면 필승, 셋이면 승부를 장담할 수 없고, 그 이상이면 필패다.”

“에에...나도 대충 그런 느낌?”

“그런가. 역시 바로 탈출 하는게 나으려나...”

암부는 앞으로 계속해서 방해가 될것이 분명했기에 이번 기회에 핵심 전력인 간부를 제거하는 것도 염두해 뒀었지만. 아무래도 위험성이 컸기에 고민이 되는 진우였다.

잠시 고민하던 진우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좋아. 이곳에 있는 암부만 정리하고 바로 탈출...”

그때. 진우를 향해 누군가가 처절하게 소리를 질렀다.

“잠까아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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