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탈옥(1)
웨에에에에엥!!!
감옥섬이라는 명칭과는 달리 항상 조용하고 평화롭던 이곳에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다.
“움직여 움직여!”
“중앙 제 2 감옥! 극지의 마녀의 봉인이 풀렸다!”
근무 자체는 해이하고 널널하게 서던 간수들도 일단은 훈련받은 정예라는 걸까.
최유나를 감시하던 간수의 짧은 무전과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든 간수들.
“거기 너! 제 2 감옥 신입이냐!?”
“예!”
“젠장! 하필 신입이 살아서... 능력이 뭐야!”
“파이로 키네시스입니다!”
“그건 마침 잘됐군! 가서 고기방패라도 해!”
“예!”
극지의 마녀, 최유나가 있는 중앙 제 2 감옥으로 빠르게 달려가며 말하는 선임 간수의 말에 진우가 마찬가지로 전력으로 달리며 대답했다.
그렇게 잠시 달린 뒤.
“꺄하하하하!”
“으아아악!!”
“마,막아..아아악!!”
얼음 지옥이 되어버린 중앙 제 2 감옥에 도착했다.
“젠장! 완전히 봉인이 풀렸군.”
선임 간수는 빠르게 주변을 살피고는 소리쳤다.
“불 계열 마법사와 능력자는 앞으로!”
““앞으로!””
선임 간수가 자신의 능력, [의지의 바람]을 사용해 지시하자 사기를 잃었던 주변의 모든 간수들의 눈에 투지가 깃들었다.
“음?”
하지만, 이곳까지 달려오면서 보았던 신입 간수 한명이 자신의 지시에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선임 간수가 인상을 찡그렸다.
‘내 버프보다 공포가 더 강한건가? 쯧, 저런 놈이 영국에서 파견 온 능력자라니.’
짧게 혀를 찬 선임 간수가 이내 신입 간수에게서 시선을 돌려 최유나를 바라봤다.
“전원 공격!”
“파이어볼!”
“파이어 에로우!”
“플레임 스피어!”
“하아아압!”
선임 간수의 공격 명령과 함께 수많은 불 계열 공격이 최유나를 향해 발사되고.
“미적지근하네. [빙백의 숨결]”
쩌저저저적!
최유나의 숨결과 함께 수 많은 불꽃들이 그대로 공중에서 얼어붙었다.
하지만, 선임 간수는 당황하지 않고 소리쳤다.
“예상했던 바! 제 2열 공격!”
그리고 그의 투지에 전염된 것일까 전의를 잃지 않은 간수들이 공격을 이어나갔다.
“귀찮게...”
최유나가 허공에 얼음의 창을 만들어 내며 하나하나 요격하고 공중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무형의 능력을 피해내기를 한참.
“이대로 체력과 마력을 소모시켜라! 마녀는 봉인에서 풀린지 얼마 되지 않아 분명 체력과 마력이 부족...”
“아 진짜! 계속 보고만 있을거야!?”
“뭐?”
갑작스런 최유나의 외침에 눈이 커다래진 선임 간수가 최유나에게 동료가 있다 판단하고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아무도 없...’
푸욱!
그리고 그대로 무언가에 의해 등이 꿰뚫렸다.
“커억!”
“선임님!”
“네가...동료...”
촤아악!
선임 간수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진우의 [그림자 칼날]에 의해 선임 간수의 목이 떨어져나갔다.
“조금 더 시선을 끌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쟤들 말대로 난 8년동안 묶여있었거든!?”
“적응 시간도 줬잖아.”
“그건 땡큐! [아이스 불릿]!”
파바바바박!
“으아아악!”
“으으웁!”
“컥!”
버프가 사라져 휘청거리는 자들을 놓치지 않은 최유나가 흩뿌린 얼음의 탄환에 의해 간수들의 가슴에 구멍이 뚫렸다.
“휴~ 속이 다 시원하네!”
“수고했다.”
몇몇 숨이 끊어지지 않은 간수를 확인사살하며 진우가 최유나를 향해 다가갔다.
“바로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도 되겠지?”
“그야 물론! 아! 그러고 보니 성기사는 영입 성공한거야?”
“그래.”
로버트의 의태를 풀고 본 모습으로 돌아온 진우가 가볍게 목을 꺾으며 말했다.
“슬슬 그쪽 간수들도 이곳으로 모이겠지. 그럼 바로 움직일 거다.”
“헤에. 수완이 좋네.”
살아남은 간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진우가 최유나를 바라봤다.
“난 이제 외곽 감옥으로 가보지.”
“응! 난 근육맨...걔 이름이 뭐더라?”
“템페스트의 행동대장, ‘최건’ 이다.”
“아! 맞아맞아, 아무튼 나는 근육맨 쪽으로 가면 되지?”
“...그래.”
왜 이름을 물어봤는지 잠시 의문이 든 진우였지만, 이내 고개를 젖고는 뚜벅뚜벅 걸어 감옥 밖으로 향했다.
“잠깐만!”
“음?”
그때, 밖으로 향하던 진우를 최유나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불러세웠다.
“뭐냐.”
“그...옷 좀 있어?”
“옷?”
최유나가 자신의 차림새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무 멋이 안 살잖아.”
“...”
봉인 술식이 찟어지며 너덜너덜해진 구속복.
여기저기 속살이 보이면서 묘한 매력을 풍기는 최유나의 옷차림에 진우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옜다.”
스르르륵.
“오오!”
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최유나의 그림자가 저절로 움직이며 그녀의 몸을 감싸고, 이내 검은색과 흰색, 그리고 푸른색이 적절하게 조합된 드레스가 되었다.
“와아...이게 뭔 능력이래?”
그냥 남는 옷이 있는지를 물어본 것 뿐인데 자신의 취향에 딱맞는 드레스가 나타나자 최유나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그림자 조작], [성질 변환], [형태 고정].”
“...아니 그니까 대체 뭔 능력이냐고...”
“나도 몰라.”
최유나가 확인한 진우의 초능력만 해도 [의태]와 [해석안], 감시 카메라를 무력화 시킨 [거짓된 무도회], 로버트의 본래 능력인 [파이로 키네시스]가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3개를 더한다?
트리플 복합 능력자는 귀하긴 해도 적진 않다.
쿼드라? 극히 드물지만 있긴 하다.
펜타? 세계에 단 3명 뿐이지만 있긴 있다.
“내가 본 능력만 일곱 개잖아? 말이 돼?”
“일곱이라...딱히 그렇진 않은데.”
“뭐가 더 있어?”
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참에 자신의 힘을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 하나하나에 불, 얼음, 물, 바람, 전류의 원소 능력을 띄웠다.
“헐...”
그것도 모자라 진우의 주변 땅이 꿀렁거리며 움직였고, 천천히 진우의 몸이 [비행]으로 인해 떠올랐으며 진우의 신체 일부가 짐승의 그것으로 변화했다.
“대박...”
그 압도적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최유나를 보며 진우가 입을 열었다.
“나도 내 능력이 뭔지는 정확하게 모른다. 다만, 현존하는 대부분의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있지.”
“그게 가능해...요?”
어색하게 존대를 붙이는 최유나의 모습에 피식 웃은 진우가 능력을 거두며 말을 이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만능(萬能)]이겠지.”
“와아... 평범한 능력자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 대장이네...요?”
“...편하게 말해도 괜찮다.”
“진짜...요?”
“그래.”
휴우,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 최유나가 눈을 빛냈다.
조직의 장이 될 사람이 강해서 나쁠 것은 단 한 개도 없으니 자신의 복수를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에 기쁜 것이다.
콰아아아앙-!!!
그때, 감옥의 외부에서 거대한 폭발소리가 들려왔다.
“성기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나 보군.”
모종의 임무를 맡긴 최유나와는 다르게 성기사, 천무진에게는 감옥섬의 모든 시선이 끌리도록 마음것 날뛰어도 좋다는 말을 해둔 상태라 이렇게 화려하게 시작한 것이리라.
“그럼 우리도 움직이지.”
“오케이~!”
***
시간을 조금 돌려 약 30분 전.
“극지의 마녀 봉인이 풀렸다고?”
“어, 대기하던 간수 전부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는데?”
“뭐 간수장님도 있고, 여차하면 상주하고 있는 가디언 요원들도 있으니까 문제 없겠지.”
이곳은 중앙 제 1 감옥. 성기사, 천무진을 구속하고 있는 장소.
‘극지의 마녀라... 역시 들어본 적 없군.’
최유나와 마찬가지로 먼저 청각의 봉인이 풀린 천무진이 내심 실소를 지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나보군.’
무려 12년 동안 갇혀있던 신세라 딸과 아들을 만나면 말이 통하기는 할까... 라는 고민이 생길 정도였다.
“우리 쪽에서도 대기 인원 전부 가는거야?”
“아마도.”
“...만약 방패놈 봉인이 풀리면 어떻게하지?”
‘감이 좋군.’
한 간수의 말에 다른 동료가 피식하며 웃음을 지었다.
“마녀년의 봉인이 뭔가 잘못된 거였겠지. 방패놈 봉인은 마녀년 보다 4배는 단단하게 되있으니까 걱정할 것 없어.”
“그런가...?”
하지만, 다른 간수의 확언과는 다르게.
‘하아아...’
천무진의 봉인은 이미 풀려가고 있었다.
‘오랜만의 마력이군.’
아니, 풀리는 것을 넘어 12년간 전혀 움직이지 않아 퇴화되가던 천무진의 육체를 활성화시키고 있었다.
꾸드드득.
근육 한올 한올.
까드드득.
뼈 한마디 한마디.
스으으으.
세포 하나하나.
육체가 활성화 되는 감각에 초인적인 인내심을 가진 천무진조차 쾌락을 느낄 정도였다.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뚝!
“어?”
“무슨 소리가...”
봉인의 사슬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흐아아아아압!!!”
콰아아아아아앙-!!!
중앙 제 1 감옥 전체가 폭발하며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
웨에에에엥!
“에이씨 시끄러워서 원.”
끊이지 않는 사이렌 소리에 철창 속에 있는 한 남자가 자신의 귀를 막았다.
“제 2! 아니! 제 1 감옥이 먼저다! 달려!”
“거기 너! 넌 당장 외곽 숙소로 가서 가디언 요원을 불러!”
허겁지겁 어디론가 달려가는 간수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프리즌 메이트도 있었지만 귀를 막은 남자는 그저 자신의 수면을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쁠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
“커억!”
“누,누구냐!”
“침입자! 컥!”
“와씨 저게 뭐야...”
“응?”
사방으로 바쁘게 움직이던 간수들의 비명이 울리고, 철창 밖을 구경하던 프리즌 메이트가 경악하며 중얼거리는 모습에 남자가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촤악!
“으으...아..악마...”
“...악마?”
악마와 비슷한 두 개의 뿔이 달린 검은 가면을 쓰고 마지막 간수의 가슴에 구멍을 뚫어버린 사내가 외곽 1급 교도소의 중앙에 서있었다.
“와씨...”
“지금 순식간에 10명을 넘게 죽였는데?”
“쟤네들 다 B급은 되지 않나?”
어느새 1급 교도소 철창 안에 있는 모든 죄수들이 철창에 붙어 악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죄수들이 조용히 상황을 살피기도 잠시.
“휘이이익!!”
“어이 형씨! 대단하잖아!”
“아주 반해버리겠어!”
“멋져! 조오온나게! 멋져부러!”
어찌됐건 간수를 처리한 악마였기에 죄수들은 일제히 휘파람을 불고 환호를 지르며 난리를 쳤다.
“1급 죄수. 대충 50명인가. 네놈들에게 의뢰할 것이 있다.”
“뭔데! 말만하라고!”
“휘이이익! 뭐든 들어줄게!”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변조된 목소리에 겁을 먹을 법도 했지만, 여기 있는 모든 죄수가 산전수전을 다 겪은 흉악한 빌런이었기에 겁을 먹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단 한명.
‘[천상의 목소리]?’
방금 전까지 침대에 누워 귀를 막고 있던 사내. ‘송조운’을 제외하고 말이다.
‘미친! 그건 복합 능력이잖아!?’
[음성 변조], [미약한 세뇌], [인식장애]의 세가지 초능력이 합쳐진 세계에서 단 한명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복합 초능력. [천상의 목소리].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천상의 목소리의 사용자는 가디언이 죽였을텐데!? 그냥 비슷한 다른 능력인가!?’
하지만, 송조운이 천상의 목소리를 아무리 부정해도 의미없는 일이었다.
“의뢰의 내용은 감옥섬의 파괴. 네놈들 마음대로 파괴하고 유린하면 된다. 단, 감옥섬 밖으로 나가는 것은 금지하겠다.”
찌릿찌릿.
‘윽. 미친. 진짜 천상의 목소리잖아!’
[정신 보호] 능력을 가진 송조운이었기에 지금의 목소리가 [천상의 목소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대가는 네놈들의 해방이다. 하겠나?”
““......””
송조운이 진우의 [천상의 목소리]에 저항하며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그 잠시 동안 모든 죄수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우오오오오-!!!””
쿵! 쿵! 쿵! 쿵!
눈이 풀린 1급 죄수들이 일제히 환호를 지르며 발을 굴렀다.
“좋은 대답이다.”
철컥! 철컥! 철컥!
진우의 손짓과 함께 움직이는 그림자에 의해 죄수들의 목에 걸린 봉인구가 해제되었다.
“마음 것 날뛰어라.”
““우오오오오오-!!!””
콰과과과광!!
갖가지 능력이 펼쳐지며 철창을 부수고 나오는 죄수들의 기세가 흉흉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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