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영입 활동(2)
5개의 완전 구속형 감옥.
5인의 특급 죄수.
그 중 하나
“이야, 이자가 바로 특급 빌런 조직 [템페스트]의 행동대장인가요?”
“그렇지. 뭐 여기는 네가 관할할 부분은 아니지만 부임 초기이니 전체적으로 확인하는게 좋으니 데려온거다.”
“역시 선배 밖에 없습니다.”
로버트, 아니 서진우의 말에 콧대를 올리며 웃은 간수가 마녀, 최유나 이상으로 구속복에 쇠사슬로 칭칭 감겨있는 한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
“뭐 밖에서는 특급 빌런이라고 해도 이곳에서는 그냥 샌드백이니까 적당히 스트레스 풀면서 지내면 돼.”
“...알겠습니다.”
불시에 걷어 차였음에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남자를 보며 서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바라봤다.
‘템페스트의 행동대장이라...내 말을 따른다면 좋은 패가 되겠지만...아무래도 이자는 위험하겠지.’
전날 최우선으로 생각한 최유나를 영입하는 것을 성공한 진우였기에 지금은 급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감옥섬을 망가뜨리고 가디언 코리아의 체면을 구기게 만드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패다.’
당장의 목표는 가족의 안위를 위협하는 가디언 코리아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것이 최우선.
‘신명하, 그 빌어먹을 발정난 새끼의 모든 라인을 부수는 게 우선이겠지.’
그것을 위해서는 흉악한 범죄자라도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는 것이 좋았다.
“어디보자~ 마녀, 해골, 뚱땡이에 근육맨, 이제 방패 하나 남았네?”
“방패...입니까?”
누구를 칭하는 것인지 이미 알고 있는 진우였지만, 지금의 진우는 로버트라는 영국 지부의 파견인. 그렇기에 모르는 척을 했다.
“어, 외국에서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놈이긴 한데... 난 개인적으로는 이놈이 제일 위험한 놈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렇습니까?”
“이놈 각성 우월 주의자거든. 쯧, 시대가 어느 시댄데 이런 힘을 가지고 차별 주의자라니.”
“허어...”
‘그렇긴 하지, 그 자의 능력은 무려 S+급으로 분류되니까. 차별 주의자..인건 정보 조작에 의한 거지만.’
뚜벅뚜벅 걸어 마지막 완전 구속형 감옥에 도착한 간수와 진우가 내부의 남자를 바라봤다.
‘이 자가 바로...’
가디언 코리아와 가디언 재팬의 합동으로 각성 우월주의자의 조직을 쳤던 적이 있다.
수백의 각성 우월주의자와 수백의 가디언 요원의 격돌이 있었던 작전.
이 남자는 그 대형 작전의 승패를 갈랐던 승리의 주역이자 비운의 영웅.
‘성기사, 천무진.’
악을 처단하고 세상을 바로 세우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그야말로 영웅이었지만.
‘12년 전 당시 자신의 아들에게 전공을 몰아주기 위해 움직이던 가디언 재팬의 부총리와 대립하여 정보 조작을 당하고 각성 우월주의자의 첩자로 몰린 비운의 영웅.’
진우는 천무진을 영입하기 위해서는 가디언 재팬과의 대립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었다.
‘어차피 신명하와 가디언 코리아의 치부를 건드리다 보면 가디언 아시아 전체와 대립하게 되는 건 필연이다.’
하지만, 가족의 안위를 위해, 가디안 코리아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기로 마음 먹은 진우에게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영웅 따위가 아닌, 그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그걸 위해서라면 세계적인 빌런이든 뭐든 되주지.’
쇠사슬에 칭칭 감겨있는 천무진을 보며 진우가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
“쯧, 아무래도 관할 구역이 나눠져 있어서 천무진에게 접촉은 어렵겠군.”
천무진을 육안으로 확인하기는 했으나 간수마다 관할 구역이 나눠져 있어 얘기를 나눌 기회는 없기에 진우가 아쉬워 했다.
“그래도 소득은 나쁘지 않아.”
최우선이었던 최유나를 영입하는 것에 성공했고 특급 죄수들의 위치도 알아냈다.
“문제는 그 빌어먹게 튼튼한 쇠사슬인데...”
특급 죄수들을 구속하고 있는 물건은 크게 두가지. 구속복과 쇠사슬.
구속복은 봉인 술식이 다채롭긴 하지만 단순히 튼튼한 천으로 만들어져 있어 외부에서 망가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쇠사슬은 다르다.
“빌어먹을 텅스텐.”
통짜 텅스텐으로 만들어진 쇠사슬인 만큼 육체계열 S급 각성자가 아니라면 망가뜨리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쇠사슬 자체에 새겨져 있는 봉인 술식도 복잡하기 그지없는 물건.
진우라 할지라도 그 흉악한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은 어려웠다.
“후우... 봉인 술식이라도 어떻게 할 수 있으면 텅스 쇠사슬이라도 자력으로 풀어낼 수 있을 텐데...”
그럴만한 능력이 있기에 다섯의 죄수는 특급으로 분류된다.
“잠깐만...”
그때, 진우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
그리고 눈을 감고 뭔가에 집중하던 진우의 눈이 떠지자.
“하...! 진짜 나는 무슨 능력을 각성한거지?”
진우의 눈이 찬란한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세계 제일의 마법사, 윌리엄 블로섬의 마안이라니!”
초능력, 최상위 마안 [해석안].
마법 해석에 있어서 반칙으로 불리는 마안을 개안했다.
“이거라면 가능하다. 어디보자... 특급은 일단 제외하고 1급, 2급 죄수를 해방시키면... 간수의 배치, 교대 시간, 죄수의 능력 조합도 생각해서...”
황금빛으로 물든 진우의 눈이 빛나며 세세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마법, 자연의 모든 법칙을 술식으로 정리하여 간섭하는 기술을 일컫는 말이다.
마력, 기, 마나등으로 불리는 에너지를 사용하며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날 수도, 후천적으로 단련하여 배울수도 있는 일종의 학문으로 분류된다.
“대체 뭐하는거야?”
“조용히 좀 해봐.”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쇠사슬을 살펴보고만 있는 진우가 답답했는지 최유나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려댔다.
“그 눈은 또 뭐야? 분명 밝은 갈색눈이었던 것 같은데?”
“해석안이다.”
“아, 그렇구나. 해석...안!? 해석안이라고!?!?”
“시끄럽다. 간수를 부르려고 작정했나?”
“아,아니...!”
최유나는 지금만큼 구속되어 고정되어 있는 목이 답답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대체 뭔데? 너 마법사였어? 초능력자 아니었어??”
“초능력자 맞다. 애초에 해석안도 초능력이잖나.”
“아,아니 그렇긴 한데에...!”
세계 최고의 마법사, 윌리엄 블로섬의 상징. 해석안.
마법 술식의 해석, 정확하게는 자연법칙의 모든 것을 해석하는 사기적인 초능력.
초능력자로 각성한 윌리엄 블로섬을 최고의 마법사로 만든 주역이다.
“이 술식만 비틀면 되겠군.”
“뭘 하나 했더니 봉인 술식을 살펴보고 있던 거구나...”
“그래.”
치지직!
“응?”
자신의 뒤편에서 들려오는 쇠를 지지는 소리에 최유나가 의문을 표했다.
“뭐한거야?”
“술식을 고쳐썼다.”
“에...?”
“정확히 48시간 뒤에 봉인 술식이 뒤집어져서 반대로 작동할 거다.”
“...마력을 흡수하는게 아니라 나한테 마력을 공급할거라고?”
“정확하다. 8년간 흡수된 마력이니 꽤나 방대하겠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라.”
“...”
자신의 눈앞으로 자리를 옮긴 진우를 보며 최유나의 눈이 흔들렸다.
“지금부터 작전 개요를 알려주마. 먼저...”
금발에 금안. 이국적인 이목구비. 잘생긴 얼굴.
하지만, 이건 거짓된 얼굴이란 걸 최유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진짜 5년 안에 정인태 그 새끼한테 복수를...’
가디언의 힘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이 갇혀있던 8년간 그 힘이 커졌으면 커졌지 작아질리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 사람이라면...분명...’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 받아들인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마탑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봉인 술식을 단 한순간에 뒤집어 버린 괴물.
이 괴물을 따르면 정말로 복수를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작전 개요는 이상이다. 질문은?”
“없어.”
“좋군.”
씨익 웃는 진우의 모습에 최유나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로버..아니, 당신. 진짜 이름은 뭐야?”
“음?”
“이곳에서 빠져나가면 당신의 휘하에 들어가는 거잖아. 나도 이름 정도는 알고 싶어. 아 그리고 가능하면 얼굴도.”
“갑작스럽군.”
진우가 고개를 들어 감옥 내부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를 바라봤다.
“뭐 상관없겠지.”
이미 환상계열 초능력 [거짓된 무도회]를 사용하여 화면을 교란하고 있으니 상관없다 판단한 진우가 [의태]를 풀었다.
꾸드드득.
금발이 짙은 검은색으로 변하고, 얼굴이 변하며, 골격이 변한다.
“후우.”
“헤에...”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찬란히 빛나고 있는 황금의 눈동자뿐.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인 진우가 최유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서진우다.”
“서진우...응, 좋은 이름이네.”
“그거 고맙군.”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잘생겼다면 잘생긴 진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최유나가 피식하며 미소를 지었다.
“여러모로 물어보고 싶은 건 많지만... 남은 건 이곳을 나간 다음에 물어볼게. 시간은 많으니까.”
“마음대로 해라.”
꾸드드득.
다시금 의태를 사용해 로버트의 모습으로 돌아간 진우가 최유나의 안대와 재갈, 귀마개를 들었다.
“그럼 48시간 후, 다시보지.”
“그때는 반할지도 몰라.”
“난 결혼한 몸이다.”
“...”
급격하게 우울해진 최유나의 모습에 피식 웃은 진우가 안대와 재갈, 귀마개를 씌웠다.
***
“자 그럼 성기사는 어쩐다...”
만들어지면서부터 아무런 사건 사고도 없었던 감옥섬이었기에 간수들이 해이해진 것도 있고, 자신의 관할이라 최유나는 쉬웠지만. 성기사, 천무진은 다르다.
간수가 해이한 것은 똑같지만, 로버트의 관할이 아니라 조금 곤란한 부분이 있다.
“투명화...는 열감지 때문에 안되겠지. 순간이동도 대책이 있을테고...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진우가 문뜩 간수장을 떠올렸다.
“간수장이 대지 계열 A급 마도사였던가?”
간수 숙소 침대에 누워 간수장과의 승산을 계산하던 진우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충분하겠군.”
***
똑똑.
“들어오게.”
“실례하겠습니다.”
하루를 기다려 간수장과의 면담을 허락받은 진우가 정중히 간수장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오, 로버트. 어떻게 감옥섬에서는 지낼만 하나?”
“신경써주신 덕분에 지내기 편합니다. 감사합니다.”
“하하하. 그런가!”
전신의 근육을 꿈틀거리며 말하는 간수장의 모습에 진우가 살짝 식은땀을 흘렸다.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마도사라고는 해도 저게 마법사에게 가능한 근육인가? 몸만 보면 무인이라 해도 믿겠군.’
술식 개발과 개량,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자들은 마법사.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전투 마법사를 마도사라 부른다.
하지만, 마도사라 할지라도 마법을 이용해 싸우기에 간수장 같은 근육을 가진 자들은 없는 것이 정상이었다.
“음? 아, 이 근육 말인가? 하하하 이곳에서는 운동밖에 할게 없더군. 수년이 지나니 이런 멋진 근육을 가지게 되었지!”
“그,그렇군요. 대단하십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나? 혹시 누가 괴롭히나?”
“아, 아닙니다. 선배분들은 정말 잘해주십니다.”
로버트는 가디언 영국 지부에서 파견 온 것으로 되어있는 터라 간수장의 관심이 남달랐다.
‘진짜 로버트는 아직도 어딘가의 폐공장 구석에서 구속되어 있겠지만 말이야.’
암시장에서 구한 간단한 봉인구까지 달아놨으니 그리 간단히 빠져나오지는 못하리라.
“그럼 왜?”
“아, 저를 파견하신 본부장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요.”
“음? 그걸 이제와서?”
“죄송합니다. 적응에 정신이 팔려 그만 잊고 있었습니다.”
“음...하하하! 그럴 수 있지! 그래서? 내용은 뭔가?”
“그게...”
뭔가 심각한 내용을 말하듯이 진지한 얼굴로 목소리를 낮추는 진우의 모습에 덩달이 심각해진 간수장의 몸이 진우쪽으로 기울었다.
“영국 지부에서 대지 계열 마도사의 인력 확충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계십니까?”
“음 알다마다. 나도 얼마 뒤면 임기가 끝나니 그쪽에 지원하려고 하는 중일세.”
그래서 커넥션을 만들기 위해 굳이 영국 지부에서 파견인을 받았던 것이고 말이다.
“본부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간수장님과 같은 이미 확인된 마도사라면 특례로...”
그때, 황금빛으로 물든 진우의 눈을 발견한 간수장의 표정에 의문이 생겼다.
‘로버트의 눈이 원래 금색이었나...?’
“본론으로 본부장님께서...”
“...?”
더욱 작아지는 진우의 목소리에 의문은 잠시 거두고 몸을 기울이는 순간.
“읍!?”
진우의 손이 순식간에 간수장의 입을 막음과 동시에.
파지지직!!!
“끄으으으읍!!!”
한줄기 전격이 간수장의 뇌를 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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