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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은 만능 빌런-1화 (1/109)

[쉬운 이름] 가장은 만능 빌런

1화-나쁜 날, 좋은 날

누구보다 성실하게...라고는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진우 형님. 이만 포기하십시오.”

그 대가가 배신일 줄은 전혀 몰랐지만.

“후우...”

입 끝에서 흘러나오는 담배 연기가 생의 마지막 숨 같이 느껴진다.

“이유가 뭐냐.”

“...”

“스읍...후우... 그것도 비밀이냐?”

사방에서 조여오는 포위를 무시하며 오직 한명.

이번 일의 핵심일 것이 뻔한. 내가 믿은 유일한 부하, 김성진만을 바라봤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야 저놈이 살고, 내 가족이 산다.

모르는 척 하기도 힘들구만...

“대장은 너무 자기 뜻대로만 살았습니다. 이제 시대가 변하지 않았습니까.”

“후우... 하긴 높으신 분들을 너무 들이박긴 했지? 어쩌냐 내 성격이 그런걸.”

“...고통 없이 보내드리겠습니다.”

“고통 없이는 지랄이...”

슬슬 끝이 다가온다.

“하나만 더 물어보자.”

“...말하십시오.”

다행히 주변의 요원들도 내가 도망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가만히 있어준다.

“내 딸 지은이랑, 아내는... 어떻게 되는 거냐.”

“...”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 서지은.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 이은선. 그 둘의 안전을 위해 죽음을 받아들였으니... 적어도 확답은 받고싶다.

“그...둘은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을 겁니다.”

“믿어도 되냐?”

“...지은이랑 형수는 일반인이니까요. 저희가 썩었다고 한들, 일반인을 건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냐.”

요지경인 세상에 무능력자인 나도 일단은 일반인이지만... 따로 따지지는 않기로 했다.

그럼 확답도 받았으니...

“스읍...”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가 오늘따라 굉장히 역하게 느껴졌다.

“후우우...”

틱!

더는 타들어갈 곳이 안 남은 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인상을 구기고 있는 성진이를 바라봤다.

“뭘 그렇게 죽상이냐. 슬슬 갈시간이다.”

“...”

주변을 둘러싼 요원들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럼, 지은이랑 은선이... 잘 부탁한다.”

“...대장 덕에 살아남았습니다. 그 은혜...그 둘에게 갚겠습니다.”

“그래.”

나를 죽이려는 놈이 은혜 운운하는 것이 웃길 수도 있지만... 뭐 이해는 한다.

“편히...보내드려라.”

성진이의 말에.

콰과과광!!!

무능력자에 불과한 나에게 수많은 초능력이 쏟아져 내렸다.

***

20XX년, 세상에 변혁이 찾아왔다.

초능력. 마법, 무공.

영화, 소설, 만화 같은 가상 매체에서나 나오던 힘이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다만, ‘힘’은 나타났으나, 그 힘을 사용할만한 ‘몬스터’ 같은 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생겨난 것은 오직 힘을 가진 자들 뿐.

때문에 전세계에 돌발적으로 나타난 각성자는 그 사용처를 다른 각성자로 인식했으며 평화롭던 세상은 그 평화를 잃었다.

어디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각성자를 죽이면 자신의 힘이 강해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각성자끼리의 싸움은 더욱 격렬해 졌으며 미국, 중국, 러시아등, 강국의 정부들 또한 그들의 싸움을 막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부추겼다.

다른 각성자를 죽이면 강해진다는 소문은 헛소문이었으나, 싸우면서 획득하는 실전 경험과 고양감은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을 주었고, 자국의 각성자가 더욱 강해지면 국력이 강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소규모’적인 전란도 잠시.

각성자들 중에서 일반인, 즉. 비각성자를 차별하는 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힘’을 각성한 자신들은 선택받은 진화 인류.

‘힘’을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은 도태 인류.

갈등을 조성하고 차별을 행하는 일부 각성자의 행태는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갔으며 일반인과 각성자의 전쟁을 부추겼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각성 우월주의에 반대하는 대다수의 각성자, 일반인이 모여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다.

국제 연합. [가디언].

인류의 위험을 조성하는 각성 우월주의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그들을 막기위한 국제 조직이었다.

수적, 질적우위를 가진 가디언은 순식간에 각성 우월주의자들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나 적어도 겉으로는 각성 우월주의자들을 완벽하게 정리해냈다.

그 이후, 가디언은 각국에 지부를 만들어 소속 인원을 배치해 각성 우월주의자를 비롯한 빌런의 감시를 계속했고, 적어도 겉으로는 세상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가디언의 정보 총괄이었던, 내가. 왜 이렇게 버려졌느냐...

뭐 그야 당연히 내가 아는게 너무 많아서 그렇겠지.

***

“...”

성진은 새까맣게 타버리고 부서진 시체를 보며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조금만 굽히지 그러셨습니까...”

그리고 이내 휘하 가디언들과 자리를 떠났다.

시간이 지나 아침이 되고, 다시 밤이 찾아왔다.

저벅저벅.

진우를 미워한 자의 지시일까. 정리조차 되어있지 않아 그을리고 타버린 대지와, 그 위의 시체를 향해 누군가가 찾아왔다.

“대 가디언의 정보 총괄 서진우님이 이렇게 가실줄이야.”

슬퍼하지도, 기뻐하지도 않는 그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던 남자가 품속에서 검은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들었다.

“한번 죽었으니. 이번에는 잘 살아보길.”

그리고, 진우의 새까맣게 타버린 시체에 검은 액체를 부었다.

“어떻게 살든. 저희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그 직후, 정체불명의 사내가 사라졌다.

***

“...”

대체 이게 무슨일일까.

“왜 내가 살아있을까...”

시골 구석에 위치한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폐가.

가디언에서 나를 버리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 무덤으로 선택한. 그저 작은 폐가.

“...”

그 곳에 알몸으로 앉아 있는 나는 왜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 걸까...

꾸우욱.

주먹을 쥐니 손바닥의 감각이 느껴진다.

뚜둑.

목을 푸니 목의 감각이 느껴진다.

“진짜 살아있네...”

죽어 영혼의 상태라면 절대로 느껴질리 없는 감각의 향연에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이건 곤란한데...”

나는 이미 죽음을 받아들였다.

내가 죽을 곳을 준비하고, 죽은 이후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내가 살아있음이 알려진다면 가디언의 상부와 정부가 나를, 더 나아가 내 가족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상황으로 봐서 성진이가 뭘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내가 앉아있는 주변은 갖가지 각성 능력으로 인해 그을리고 파괴되어 있었다.

확인 사살 때문인지 참격의 흔적도 보였다.

애초에 성진와 함께 온 각성자들은 가디언 상부에서 파견한 놈들이라 성진이 놈이 나를 살리기 위해 뭔가를 했을 가능성은 배제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럼 대체 누가 날 살린거지?’

‘죽은 자를 살릴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던가?’

‘애초에 왜 살린거지?’

가디언 정보 총괄이라는 직함을 가졌던 나라도 이렇게 정보가 부족해서야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후우... 자살이라도 해야하나...”

<불가.>

“으억!? 뉘슈!?”

갑자기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가여서 그런가 귀신이 들러붙은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먼저 든다.

“...뭘 잘못들었나?”

하지만,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폐가의 내부는 고요하기만 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요지경의 세상이다. 초능력도 있고 마법도 있는데 귀신이라고 없을 리가 없지.

애초에 나부터가 죽었다 살아나지 않았는가.

“잠깐만. 자살할까라고...”

<불가.>

“...자살...”

<불가.>

“...”

아무래도 이 목소리는 내가 자살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 같다.

“내가 자살하는 걸 막고 싶으면 네가 누군지 밝혀.”

허공에 대고 말을 하는 모습이 꽤나 웃기겠지만, 애초에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대답이 없네. 그럼 자살을...”

<불가.>

“불가. 라는 말밖에 못하냐?”

나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몸이라 엉덩이 밑에 거슬거리는 바닥이 불편하던 참이었고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만 있는 건 더욱 불편하니 말이다.

“어라?”

일어나던 도중에 내 몸을 바라본 나는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이건.”

완벽한 식스팩에 보기좋은 잔근육이 잔뜩 박혀있는 육체.

나름 운동은 해왔기에 근육이 없던 몸은 아니었으나, 절대로 이런 완벽한 몸은 아니었다.

“거 누구 건지 실하... 아니 이게 아니지.”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보니 겉모습뿐만이 아니라 육체에 걸맞는 힘도 있는 것 같다.

아주 그냥 힘이 넘쳐서 당장이라도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같네.

스으윽.

“헐...”

아니 그렇다고 진짜로 하늘을 날 필요는 없지 않나?

바닥에서 수 센치 정도 띄워져 허공에 둥둥 떠버린 내 몸에 헛웃음 밖에 안나온다.

“나 각성한거냐? 이제와서?”

이런 이적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각성자뿐이었기에 나는 내가 각성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각성하면 죽어도 살아날 수 있는건가...?”

죽어서 각성한건가 각성해서 죽지 않은건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네.

“비행능력이라...뭐 전투 능력은 아니어도 나름 쓸만한 능력이지만...”

조금 아쉽기는 하다. 비행은 비전투 능력군으로 분류되어 보통 중요한 물건을 옮기거나 하는 운반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쁘게 말하면 뭐, 잡일꾼이지.

이왕 각성할 거 전투능력군으로 각성하면 좋았을 것 같은데... 예를 들면...그래.

“불이라던가.”

화르르륵!

“...? 어...전기라던가...?”

파지지직!

“...바람...”

휘이이잉!

“염동력...?”

우지지직!

“...”

오른손에 불, 왼손에 전기. 바람은 온몸을 휘감고 있고. 폐가의 나무 잔해들이 뜯겨 주변을 둥둥 떠다닌다.

“뭔 일이고...”

진짜, 뭔일인지 모르겠네...

***

하루동안 별에 별짓을 다해봤다.

바람을 다루고, 불을 다루고, 땅, 물, 전기, 얼음 같은 속성 능력은 물론.

염동력, 방어막, 분신에, 순간이동까지.

“출력은 비교적 낮지만...이건 뭐...”

내가 알고 있는 초능력으로 분류된 모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진짜 어이가 없어져 승천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법도 사용할 수 있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해서 대충이나마 알고 있는 마법도 실험해 봤지만.

“...놀랍게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한다.”

다행? 이랄까, 마법이나 무공은 사용 불가인 것 같았다.

애초에 배운 적도 없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하아, 이렇게 되면 가만히 있기도 뭐하게 됐는데...”

내가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인 건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

초 거대 조직인 [가디언]. 거기에 가디언과 연결된 정부와 길드. 그 모든 곳에서 나를 죽이고자 하니, 가족을. 친우를, 부하를 지킬 힘이 없던 나는 그저 얌전히 무덤을 준비해서 죽음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킬 유일한 수단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힘이 생겨버렸네...”

서른이 되고, 심지어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 힘이 생겨버렸다.

“복수라...”

나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모르겠다. 일단 은선이랑 지은이...”

혼자 중얼거리던 나는 말을 멈췄다.

“...아니지, 만나러 갔다가 내가 살아있는게 알려지면 큰일이니까. 만나지는 못하겠네.”

급격히 울적해진 나는 여전히 알몸인 몸을 끌고 폐가의 밖으로 나와 하늘을 바라봤다.

“아따, 시골이니 별은 참 잘보이네.”

반 강제이기는 하지만 가디언 정보 총괄의 짐도 내려놨고, 이제 나는 죽은 사람이라 그런가, 감성이 넘쳐나는 것 같다.

“...그래도 무사한지 확인은 해봐야겠지.”

무수한 별을 바라보던 나는 자연스럽게 얼굴을 바꿨다.

꾸드드득.

“으으 느낌 이상해.”

초능력, [의태] 였다.

“음...보이진 않지만 뭐 이정도면 되겠지.”

아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저씨의 얼굴일거다.

참고로 언젠가 길을 가다 본 이름모를 아저씨의 얼굴이다.

“아, 옷...”

스으으.

그림자가 저절로 움직이며 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는 검은 정장으로 변화했다.

초능력, [그림자 조작] + [성질 변화] 다.

“그냥 생각하는 건 대부분 가능하다고 보면 되려나...”

그리고, 나는 허공으로 몸을 띄우며 몸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비행]과 [투명화]였다.

“아, 투명화 할거면 얼굴은 바꿀 필요가 없었나?”

허공에 뜬 진우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방향을 가늠했다.

“어디보자...서울은 이쪽인가?”

후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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