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99화 (199/200)

199화 엘리펀트 월드

진욱은 장기간의 출장 이후로 인천국제공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떡밥을 뿌린 뒤로 차에 탔다.

“삼정의료원으로 갑시다.”

“네, 회장님.”

수행비서는 바로 삼정의료원으로 향했다.

“여러분들은 삼정의료원에서 내리는 대로 바로 퇴근하셔도 됩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같이 동행하겠습니다.”

“그냥 퇴근하세요. 그동안 비행기로 이리저리 다녀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몇 달에 걸쳐 한국에 몇 번 들르기는 했어도 사실상 분기 하나를 해외 근무한 수준으로 굴렸던 임직원들이었다.

진욱은 이들에 대해 훗날 두둑한 성과급과 함께 승진 대상에 포함할 것을 약속하고 삼정의료원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바로 향한 곳은 아내가 입원한 산부인과실이었다.

“나 왔어.”

“아빠~.”

“아이고, 하 서방 왔구만.”

병실에는 만삭으로 누워 있는 아내 세화와 그녀를 돌보는 장모님과 아들 은준이가 있었다.

진욱은 준비한 선물을 아내에게 건네주면서 만삭이 된 배를 어루만졌다.

“미안, 좀 늦었지?”

“치~ 알면 됐어요.”

해외 출장으로 인해 아내가 만삭이 될 때까지 제대로 신경도 못 쓰고 있었다.

진욱은 그것에 대한 미안함에, 예정일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둘째 출산 때까지 같이 있기로 약속했다.

“하 서방, 회사 일도 바쁠 텐데 여기는 내가 있을 테니 그냥 가도 되네.”

“하하, 아닙니다. 이미 출산휴가 쓴 상태입니다.”

이미 진욱이 준비하는 프로젝트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특실 병동인지라 조용히 쉬면서 숙식까지도 충분히 가능한 곳이니 머무는 것도 문제없었다.

대신 아들 은준이의 경우는 당분간 장모님이 맡아 주셔서 외할머니 댁에서 머물기로 했다.

그렇게 밤늦게 아들을 데리고 돌아간 장모님 일행을 두고 병실에 남은 진욱은 세화의 수발을 들다가 그녀가 잠들었을 때, 바로 태블릿 PC를 펼쳤다.

“참 좋은 시대야.”

간병하는데 번거롭게 임원들 부를 필요 없이 그냥 관련 자료를 본인이 만들면서 큰 그림만 지시한 상태에서 디테일은 본사에 있는 경영인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출산휴가 아닌 출산휴가로 끝까지 가족과 함께 있어 준 진욱.

얼마 후 그의 집안에서는 3.2kg의 건강한 공주님이 태어났고, 양가에서는 전부 아들인 줄 알았는데 딸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해 줬다.

그리고 산후조리원까지 가서 양가의 부모님들이 아이를 맡겠다며 등을 밀어줬고, 진욱은 이제 세계를 돌고 온 초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움직이기로 했다.

* * *

오랜만에 복귀한 진욱은 임원들의 득녀 축하를 받으며 준비한 프로젝트에 대해 운을 띄웠다.

“먼저 생태형 사파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동안 태블릿과 메일을 통해서 대략적인 큰 그림을 그려 왔던 진욱이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사파리 파크.

그것도 기존에 국내 최대 규모였던 삼정그룹의 EV랜드 사파리가 2만 3천평이고, EV랜드 전체가 45만 평 정도 된다.

하지만 진욱이 구상하는 것은 사파리 100만 평의 규모에 총 면적 200만 평으로, 성사된다면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크기의 테마파크가 될 것이다.

“물론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 부지 역시도 미리 사들일 겁니다. 이것저것 다 합치면 총 300만 평은 될 겁니다.”

그 정도면 현재 짓고 있는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두 배다.

규모에 대해 대략적으로 들은 임원들은 나름대로 준비한 부지에 대해서 하나하나 이야기를 꺼냈다.

“회장님, 말씀하신 부지들을 한 번씩 찾아봤는데, 괜찮은 곳들이 몇 곳 나왔습니다.”

유 상무가 준비한 자료를 모두가 살펴봤다.

“회장님,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 화성시에서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흐음~ 화성이요.”

“네, 원래 유니버설 영화사의 무비 테마파크를 준비하면서 250만 평 규모 부지의 용도 변경을 요청했으나 규제안에 결렬되어 빈 땅이 되었다고 합니다.”

기존 업체가 손을 털어서 생긴, 큰 규모인 데다가 위치도 수도권인 새삥의 땅.

진욱이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지만, 나름대로 접근성도 괜찮고 나쁘지 않은 규모였다.

일단 첫 번째 후보지가 나왔고 다른 부지에 대해서도 나오는 게 있었다.

“회장님, 다음으로는 제주도가 괜찮은 부지입니다.”

“제주도요. 흐음~.”

“제주도의 코끼리 테마파크 [엘리펀트 파크]가 현재 무기한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

진욱은 제주도 갈 때마다 들었지만, 그곳이 결국 문을 닫는다는 말에 눈썹이 움직였다.

“제주도에서 지원을 받아 관광단지로써의 매출은 좋은 곳 아니던가요?”

“매출과 상관없는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문제로 구속 수사가 되어 법정 관리에 들어간 상태라고 합니다.”

“흐음, 딱 적절한 상황이 되었네요?”

화성과 제주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아성그룹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꽃놀이패가 되었다.

어느 쪽이 되든 나쁘지 않은 규모에서 임원들의 회의는 화성보다는 제주 쪽에 약간 더 기울었다.

“일반적인 테마파크라면 화성이 좋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동물원 중심의 사파리 테마파크이니 제주가 나을 것 같습니다.”

양측의 주장을 들으면서 회장인 진욱도 제주도 쪽에 손을 들어 주자 임원들은 바로 움직일 준비를 했다.

그렇게 최대 300만 평 규모의 대규모 사파리 월드와 아쿠아리움, 국내 희귀 자생식물과 천연기념물들을 보호하는 복합 테마파크에 대한 그림이 점점 그려져 나갔다.

* * *

“그래서 이런 걸 하고 있거든요?”

“키야~ 역시 동물왕이란 칭호가 괜히 나온 게 아니구만?”

오랜만에 처가 사람들과 술을 먹는 자리에서 규완은 진욱의 큰 그림에 대해서 진심으로 박수 쳐 줬다.

“처음에는 300만 평짜리 코끼리 동물원 만든다고 하길래 이놈이 드디어 미쳤나 싶었다.”

“상징적인 랜드마크가 될 겁니다. 제주도를 넘어 한국에서요.”

아성 엘리펀트 주파크.

진욱이 세계를 돌면서 준비했던 초대형 프로젝트 중의 핵심 사업이었다.

동남아부터 중동, 아프리카 남미를 돌면서 세계자연기금을 통해 수많은 동물과 식물 그리고 환경오염에 대한 캠페인을 해 왔다.

그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상징이 되면서, 인지도를 확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이 코끼리였다.

당장에 자연 다큐멘터리만 봐도 지상 최대 크기의 동물이나, 상아 밀렵과 서식지의 파괴, 서커스 공연을 위한 학대 등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이기도 했다.

“이미 이야기가 거의 끝난 상황이었어요. 인도네시아, 태국, 라오스, 스리랑카 4개 국에서 아시아코끼리, 탄자니아, 보츠와나, 남아공에서 아프리카코끼리를 받아 오기로 했습니다.”

“감당 가능하겠어?”

“거기에 맞춘 현지 사육사들 한국어 공부 시키고 있어요, 그리고 세계자연기금에서도 전문가들을 파견해 주기로 했고요.”

그때 같이 식사를 하던 박 전무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아프리카 코끼리는 세계적인 동물원에서도 구하기 힘든데, 이거 국내의 엄청난 볼거리가 되겠군요.”

“사파리 규모에 맞게 적절한 수를 데려올 겁니다.”

박동연 전무는 다년간 봐 왔던 진욱과의 인연을 생각하면서 이번에 하는 사업은 확실히 뜰 거라고 박수 쳤다.

“그렇게 해서 아시아코끼리, 아프리카코끼리의 사파리 체험관. 보호가 필요한 동물들의 조류/포유류/파충류에 대한 동물원. 그리고 아쿠아리움도 국내에 없는 어종을 도입할 생각입니다.”

“거래가 돼? 저번에 국정감사 가서 그거 문제로 말 많았잖아?”

“세계자연기금에서 구조해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이 올 겁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치료하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니 순환 구조도 될 거고요.”

“크으~ 하여튼간…….”

규완은 배를 잡고 키득거리면서 진욱을 보고는 말했다.

“우리 처남은 마지막까지 관료와 단체를 이용해서 꿀을 빠시는구만. 정부를 넘어서 이제는 국제기구까지?”

관과 단체를 이용해서 지원받으며 꿀을 빨면서 여기까지 성장시킨 자.

비꼬는 것도 아니고 정말 순수하게 내뱉는 찬사였다.

“그래서 형님도 부른 겁니다.”

“내가 뭘 하면 되는데?”

“당연한 것 아닙니까? 대화건설하고, 대화리조트가 이럴 때 제주도에 큰 걸로 하나 지어야죠?”

“오~ 그거라면 오케이!”

이미 화학과 군수업으로 성장한 대화그룹이 규완의 대에서는 리조트, 아쿠아리움, 테마파크의 관광과 건설의 커다란 규모로 재편된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또 제대로 된 규모의 복합 리조트를 짓게 되니 스케일은 점점 커지고 거기에 따른 투자금도 늘어나게 된다.

“자금 사정은 충분하지?”

“제주도에서 적극 지원해 주기로 했고, 문광부에서도 추가 지원 예산안이 있대요. 그리고 다른 기업에 대한 출자도 있죠.”

“출자라면 어디?”

“삼정 이현재 회장.”

“오케이! 게임 끝났다.”

삼정전자가 움직인다고 하니 이건 이미 끝난 사업이라고 확신하는 규완이었다.

그렇게 잔을 채운 셋은 축배를 나누면서 동물왕의 큰 프로젝트를 적극 지지했고, 진욱의 그림은 점점 더 윤곽을 드러냈다.

* * *

[자, 그럼 지금부터 아성 월드주파크에 대한 착공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제주도에서 삽을 든 진욱과 그 옆의 제주도지사 염희성, 대화그룹 부회장 김규완과, 지역구의 국회의원들, 문광부 장관까지 합친 멤버들었다.

펑- 퍼펑- 펑!

그리고 그들이 삽을 땅에 푼 순간, 대화그룹에서 준비한 축포가 터지면서 현수막이 크게 올라왔다.

기자들이 연신 그것을 찍으면서 활짝 웃고 있는 인물들을 담았다.

그리고 이것에 대해서는 그동안 진욱에 대해 갈겨 댔던 언론사들이 친정부건 반정부건 할 것 없이 연일 보도를 올렸다.

[다음 소식입니다. 세계자연기금과 아성그룹이 함께하는 지상 최대의 환경 동물원 아성월드 주파크가 오늘 착공식을 시작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규모 300만 평으로, 세계자연기금에서 지정한 국제 희귀종들과 각국에서 기증한 코끼리들이 모이는 사파리 파크가 조성될 예정입니다.]

[한편 여당에서는 김현욱 대변인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일이며, 이제는 선진국에 오른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자연과 동물 보호를 위해 힘쓴다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야당 역시도 긍정적인 일이라며 논평했지만, 이것이 자칫 정부의 치적 쌓기로 이용되면 곤란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 * *

“포인트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아, 계열사를 이용한 카드 말씀이십니까?”

“물론이죠.”

펫케어와 사료 사업부에 대해서는 관련 테마주로 승승장구했지만, 금융사업부가 따로 노는 것에 대해서 진욱은 따로 그들을 부른 것이었다.

“정 부사장님, 보험사 인수 이후로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신용카드 만드는 것에 대해서 자유로워졌습니다.”

“네, 맞습니다. 회장님.”

“그럼 이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야죠? 카드 한 장으로 계열사의 포인트 전부 모을 수 있는 걸로 한번 만들어 봅시다.”

동물원, 사료, 펫푸드 배달, 반려동물 병원비, 리조트 할인 등등 전 계열사의 할인 상품이 한곳에 담겨 있는 금융 상품에 대해 내놓자 정준모 부사장은 바로 수긍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번에 말한 ‘강아지 저축’은 어떻게 됐습니까?”

강아지 저축이라는 말에 그 프로젝트명에 여러 번 뿜었던 정준모는 이번에도 웃음을 참으면서 말했다.

“네,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훌~륭해요. 그러면 됐습니다.”

진욱은 박수를 치면서 금융사업부에 대한 프로젝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밭을 갈아 씨를 심었으니 싹을 틔울 때까지 가꾸면 모든 것이 완벽해질 것이다.

그렇게 아성사료는 진욱의 주도 아래 끝없는 우상향을 그리면서 꾸준히 성장했고, 이제는 10대 그룹도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공룡 재벌이 되어 그 위상을 끝까지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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