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95화 (195/200)

195화 꼬여 버린 이슈

급히 도착한 병원에서 검진 결과가 나왔을 때, 진욱은 초조한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

드르르륵-

자동문이 열리고 의사가 나왔을 때, 진욱은 바로 일어나 물었다.

“어떻게 됐습니까?”

“회장님, 천만다행입니다. 산모와 아이 모두 무사하고, 놀란 이후로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으십니다.”

“휴우, 고생 많으셨습니다.”

“곧 일반 병실로 올라가시는데, 한 사흘 정도 입원하시면 될 겁니다.”

진욱은 머리를 부여잡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수행비서들이 황급히 수속을 밟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뒤늦게 소식을 들은 처가나 친가 쪽 모두 괜찮냐는 연락을 하면서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회장님!”

“뭘, 여기까지 오시고…….”

진욱이 병원 원무과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근처로 대형 세단들이 오더니 황급히 내리는 임원들이 그를 찾았다.

“사모님께서는 괜찮으십니까?”

“네, 안정 취하고 쉬는 중입니다.”

“하아, 천만다행입니다.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김인규 비서실장부터, 유 상무, 김 전무, 그 외 임원들이 진욱의 일을 듣고서 달려와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건넸다.

“일단 이 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진욱은 자세한 이야기는 회사에서 하기로 하고, 준비된 차로 청담동 사옥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자마자 바로 회장 집무실에서 이번 건에 대해 말했다.

“길고양이 가지고 그동안 지원 많이 해 줬는데, 이제는 선을 넘었어요.”

“…….”

“각 지자체마다 아무리 후원하고, 보호소를 만들면 뭐 하나? 당장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길고양이 급식소 하나도 못 치우는데 말입니다.”

한창 세계자연기금과 같이 자연보호와 동물 보호를 위해 캠페인 프로젝트를 하는데, 정작 집 근처에 있는 야생동물로 인해 하마터면 집안에 큰 트라우마가 생길 뻔했다.

“일단 지금까지 진행하는 캠페인은 같이한다 하더라도 대책은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길고양이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어요.”

그 말에 김 실장은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회장님, 제가 직접 서울시에 연락해서 무단으로 설치한 길고양이 먹이 그릇부터 치울 것을 요청하겠습니다.”

법적으로 어디까지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식으로 항의를 해서 급속도로 늘어난 길고양이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김 전무에게도 말했다.

“전무님 역시 세계자연기금과 캠페인 진행해 주세요. 일단 가장 먼저 하는 게 자연보호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니 ESG 경영 홍보 자료 챙기시고요.”

“네, 회장님.”

집에서 생긴 일에 대한 분노는 분노고, 그래도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끝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욱은 차분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그날의 일은 단순 해프닝으로 진행될 줄 알았지만, 또다시 언론을 통해서 불씨에 기름이 부어지는 일이 생겼다.

* * *

[충격!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기업의 이중적인 행태!]

[전국고양이보호연대: 세계적으로 동물 학대 막는다는 사람이 동네 시끄럽다고 길냥이는 잡는다?]

여기저기서 충격! 논란! 등으로 올라오는 유튜브 영상들.

거기에 맞춰 SNS에서도 무한 RT를 하고 있는 가운데, 거기에 맞춰 커뮤니티에 아성그룹과 진욱을 매도하는 글들이 막 올라왔다.

- 다들 이거 봤어? 아성그룹 하진욱 회장, 주변에 길고양이 시끄럽다고 공무원들 시켜서 전부 죽였대.

- 헐, 말로는 집사라고 하면서, 리얼?

- 저 인간도 그냥 존나 부패한 재벌이야. 보여 주기로 하는 거라고.

- 아성사료 불매운동 해야겠다. 우리 애들 키우는데 잘쓰는데, 죽은 스트릿 아이들 불쌍해서 눈물이 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커뮤니티의 반응을 보면서 아성그룹 홍보팀 역시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물론 진욱의 집안에 생긴 그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는 함구한 상태라 반쪽짜리 싸움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짜 뉴스를 막는 데는 법적 소송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아성사료에 대한 유언비어가 퍼지는 가운데 그룹 차원에서 법적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서울시청과 강남구청 쪽에서 길고양이 급식소에 대한 처리 민원은 있었으나, 살처분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정의진보당 소속의 이민아 의원은 세계에서 동물권 보호를 부르짖는 기업이 안에서는 길고양이도 용납하지 못한다는 논평을 냈다가 2시간 뒤에 삭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이름도 모르는 시민 단체가 여기저기 나서면서, 난리를 쳐 대니, 원…….”

“보이는 족족 신고 처리 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옥 앞에서 하는 시위 역시도 경찰을 통해 통제하고 있습니다.”

“더 역효과가 날 것 같은데요?”

“하지만, 지금은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전부 막아 내야 합니다. 기업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저런 비영리 단체에게 회사 이미지를 생각해서 저자세로 나섰다가 코가 꿰이는 방식입니다.”

김 실장은 이미 삼정 시절부터 겪어 왔던 것이 많은지 이런 건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했고, 진욱 역시도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때 진욱을 향해 온 전화가 있었다.

“지부장님, 오해입니다. 집안에 길고양이로 인해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주변에 꼬이지 않게 물그릇과 밥그릇 치워 달라는 민원을 했지, 제가 직접 살처분 같은 것을 왜 하겠습니까?”

[네~ 네~ 잘 압니다. 회장님이 절대 그런 분이 아니라는 것은 저희 모두가 믿지요. 하지만, 그걸로 인해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기껏 착한 기업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진욱으로 인해 생긴 이번 사건에 대해서 여기저기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진욱은 적극적으로 거기에 대해 해명하면서 인터넷상에서 퍼진 이미지에 대해서 복구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철저한 법적 대응과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확실하게 그룹 차원에서 움직였을 때, 고양이 건에 대해서는 어찌어찌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거기에 맞춰 진욱이 전국을 다니면서 WWF 세계자연기금의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고, 멸종 위기의 희귀 동물들에 대한 환경보호와 아성이 직접 부지를 매입해서 보호 숲을 만드는 등의 노력으로 인해 그저그런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겨우 숨을 돌리면서 이렇게 끝나려나 했을 때, 고양이 건보다 더 큰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다음 소식입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개 물림 사고에 대해 이번에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개가 이웃집 노인을 습격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지난 6일. 강원 원주시 미래동에서 목줄이 풀린 개가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합니다. 급기야는 근처에서 밭을 매고 있는 76세 김모 씨를 향해 습격했고, 김 씨는 급히 이송되었으나 응급 수술 끝에 인근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한편 경찰은 견주인 이모 씨를 과실치상죄로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문제가 된 개는 현재 보호소로 다시 돌아간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 보호소에서 데려온 녀석이 맞아요?”

[네, 그, 그렇습니다. 5세 시바견으로 파양됐던 녀석인데… 민간 분양 프로젝트로 진행할 때 보낸 개입니다.]

진욱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을 머릿속을 되뇌며, 속으로 참을 인 자를 여러 번 썼다.

[파양 이유도 너무 사납다는 이유였는데, 2년간 행동 교정으로 분양자의 의지에 의해서 데려온 견종이었습니다. 회장님, 이거는 저희가 공식 논평을 내서…….]

우물쭈물하는 강원 유기견 보호소 소장의 말에 진욱은 더 볼 것도 없이 말했다.

“일단 안락사 처리하세요.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연락드리고, 도의적 보상 논의 준비하세요. 또 당분간은 민간 분양에 대해서도 잠정 중단하세요.”

‘안락사’를 바로 요청한 진욱의 말에 멈칫한 보호소장이었지만, 일단 회장의 명이니 바로 따르기로 했다.

진욱은 통화를 마친 다음 휴대폰을 벽에 집어 던지려는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진짜 짐승들이라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가.”

길고양이 보호나, 유기견 구제 센터 모두 보호자를 구하지 못하고 대량으로 살처분되는 개와 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한 진욱의 사회적 후원이었다.

지역 정치권의 높으신 분들까지 모여서 캠페인으로 분양을 한 자들도 있었다.

진욱의 집안 역시도 유기견 출신이었다가 천수를 누리고 간 요키 이후로 부모님이 제주도로 내려가는 길에 집 지키는 용도로 몇 마리 데려가서 사진을 보내시곤 하셨다.

하지만, 그동안 사건 사고 없이 잘 진행되던 상황에서 그때 분양되어 민가로 다시 돌아간 개 한 마리가 개 물림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그 욕은 아성이 다 먹게 된다.

정말 선의로 진행하면서 그 녀석들을 살아가게 만들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았다.

이후 아성그룹에서는 이번의 일로 다시 한번 언론에서 난리가 났다.

[아성그룹: 문제가 된 견종은 이미 안락사 처리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개 물림 사고에 대해 단호히 대처한 아성, 유기견 분양도 잠정 중단.]

[동물행동권 보호단체 K독! 개 물림 이후 안락사 반대. 동물권을 수호하자!]

[연신 구설수에 휘말리는 아성사료. 엇나간 동물 보호 프로젝트였나?]

길고양이 사건은 어떻게 넘어갔다 쳐도 개 물림에 대해서 안락사로 보인 대처는 오히려 애견 카페와 동물 단체들이 더욱 들들 볶았다.

집에 오는 길까지도 듣도 보도 못한 무슨 동물 단체들이 몰려들어서 진욱의 차 주변으로 피켓을 들이밀고, 꿱꿱거리는 소리에 스트레스가 끝까지 차오른 진욱이었다.

“아빠, 화 났어?”

“화 안 났어.”

아들이 다가와서 물어보는 말에 진욱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겨우 분노를 삭였지만, 그 분위기가 굉장히 싸늘했다.

“고생이 많네요, 힘들게.”

퇴원한 아내 세화는 조용히 진욱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붙잡았다.

“미안해.”

진욱이 그래도 아내 앞에서 사과하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겠어요? 요새는 인터넷 여론이 엄청 무섭다고 하잖아요? 시위 단체도 많고요.”

“이번 일에 대해서 그냥 생각 같아선… 에휴~.”

“그럼 해요.”

“뭐?”

세화는 담담하게 자기 배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둘째도 괜찮다고 하고요. 당분간 처가에서 태교 준비하면서 좀 쉬고 있을게요. 우리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당신이 사업하는 데 그냥 다 털어놓고 가는 게 나아요.”

“아니, 저기… 여보?”

“그냥 말해요. 배 속에 아이가 있는 와이프가 길고양이 때문에 큰일 날 뻔했다. 보호센터 유지하면서 살처분되려는 유기견 막으려고 하다가 이런 일이 생겼다. 저 때문에 못 말하는 거잖아요?”

“…….”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 차마 할 말이 없었다.

사연 팔이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진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그거였고, 그러면 스포트라이트가 전부 아내에게 쏠리겠지만, 처가인 대화그룹에서 쉴 것이니 괜찮다고 말하는 세화였다.

“알았죠? 그냥 해 버려요.”

“미안해.”

“미안한 일 아니라니까.”

진욱은 아내와 첫째 아들을 두 팔로 꼭 끌어안아 줬고, 다음 날 아이는 걱정하지 말라는 장모님의 연락과 함께 산 좋고 물 좋은 계열사의 리조트로 태교 여행을 떠난 아내와 아들이었다.

그리고 진욱은 조용히 회사에 출근해 임원 앞에서 그것을 꺼냈다.

“생방송으로 기자회견 할 겁니다.”

“……!?”

“……!!”

“제가 직접이요.”

진욱은 그냥 들이받아 버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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