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94화 (194/200)

194화 사회적 운동을 하다 생긴 일

그렇게 일부 수뇌부들만 알고 있던 WWF와 관련된 계약은 비서실에서 PPT를 만들었을 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왔다.

진욱이 먼저 아침 회의에서 WWF에 대해서 물꼬를 텄다.

“얼마 전 WWF에서 우리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몇몇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대다수의 상무 이하 임원들은 잘못 들었나 싶어서 진욱을 바라봤다.

“WWF라고 더 락 나오는 월드 레슬링 단체 말고, 세계자연기금이요.”

진욱이 부연 설명을 해 주자, 유 상무나 김 전무 등이 가볍게 웃고, 거기에 따라 나이 많은 임원들이 따라 웃는다는 반응에 속으로 같이 웃었다.

‘세계자연기금이 국제적인 NGO라고 해도 딱 이 정도의 인지도인 게 정상이지.’

일단 유머로 첫 물꼬를 튼 다음에 바로 이야기를 했다.

“그룹 비서실을 통해 한 번 그리고 스위스 제네바에서 저한테 직접 왔습니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수많은 국제기구 중 세계자연기금 역시도 그곳에 있었다.

“그럼 이 건에 대해서 회의 한번 해 볼까요?”

국제기구에서 연락이 왔다는 건, 큰 건이긴 해도 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이쪽에서 굉장히 많은 금액을 낼 수 있었고, 거기에 대한 이미지는 사회적 가치를 가진 기업이라는 칭찬 릴레이 정도일 거다.

하지만 그것을 또 어떻게 잘 포장해서, 그 사회적 가치 이미지로 돈을 만들어 내는 게 또 경영인들의 일이었다.

김인규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 건에 맞춰 준비한 비서실 직원들이 움직였고, 그것에 대한 설명은 김인규 비서실장이 하기로 했다.

진욱 역시도 흥미를 보이면서 한번 지켜봤고, 최근 IT 회사 CEO들의 유행보다는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알릴 수 있는 주요 사업에 대해 말했다.

[먼저 세계자연기금 WWF는 각 국의 동물권 보호와 자연보호를 위해서 많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지부 역시도 서울에 있었고 제네바 본부를 통해 관련 이야기가 오갔다.

[그동안 저희 회장님께서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사업을 뚝심 있게 추진하셨습니다.]

중간중간마다 낯간지럽게 진욱을 칭찬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김인규 실장.

쭉 지켜볼 때, 이번 WWF와의 협업 이후로 많은 구상을 했다.

[먼저, 향후 WWF의 기증과 그에 따른 미디어 홍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입니다. 또한 다가오는 서울 국제 펫 박람회부터, 야생동물 보존협회까지 아성의 이름으로 스폰서를 맡으면서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착한 일을 마음껏 해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바이럴 마케팅을 잔뜩 하고, 거기에 대한 수익 창출을 위해 할인전을 해서 판매고를 올린다.

전형적인 착한 기업 마케팅이었다.

다만, 그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었다.

[이상입니다. 혹시 질문 있으십니까?]

그때 손을 들어 올리는 임원이 한 명 있었다.

유 상무였다.

[네, 유 상무님.]

“결국 이 사업에 대해서는 재단을 통한 후원이 되야 할 텐데, 아성재단을 쓰는 겁니까?”

[고려하고 있습니다.]

김 실장 역시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아성이 모든 계열사를 합쳐 그룹이 되었지만, 학교와 건설사를 가진 재단은 큰집 소유이기 때문이었다.

범아성가라는 이름으로 뭉치긴 했지만, 돈은 진욱이 쓰고 거기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건 큰집 일가라는 것에 대한 질문.

진욱 역시도 그걸 생각하고서 손을 들었다.

[회장님,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이 기회에 그냥 우리도 재단 하나 따로 만드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네?]

진욱의 그 한마디에 웅성거리는 임원이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과거 아성이 상록의 작은 공장부터 시작해 이미 큰집의 존재를 잘 알았고, 몇몇은 파견까지 다녀왔다가 돌아온 이들도 있었다.

“회장님, 아성재단과 독립적으로 나간다는 겁니까?”

아성 공장 출신 중 한 명이었던 한 이사의 말에 진욱은 손가락을 까딱였다.

“아니요. 일단 이야기를 통해서 논의할 겁니다.”

그 외에도 몇몇 질문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형식적인 것이었다.

이사회 역시도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그렇게 해서 WWF와의 후원 계약을 앞두면서 진욱은 직접 진성을 찾아갔다.

* * *

“재단을 새로 만든다고?”

“WWF에서 후원 계약하고, 캠페인 논의가 들어왔는데 거기에 필요한 용도로.”

“WWF? 그거 분명…….”

“세계자연기금이야.”

“아!”

역시나 똑같은 말을 하는 걸 보고 진짜 이름 인지도라는 건 사람 생각하는 게 다 똑같다며 웃는 진욱이었다.

“일단 환경 운동과 동물 보호 이런 것을 전담할 재단을 만들 거야. 그리고 운영에 대해서는 우리가 하지만, 아성재단 산하로 들어갈 거고.”

“흐음, 그렇다면야 상관은 없겠네?”

“최근에 반려동물 제약 공장 증설 문제로 삼정하고도 한 번 만나기로 했는데, 그때 이야기 좀 해 보려고.”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정식으로 육성하고, 후원을 하는 사회적 동물권 재단을 만든 것이 삼정이니 노하우를 좀 얻을 생각이었다.

“근데 나쁜 프로젝트는 아닌데, 그거만큼 수익이 나와야 좋은 것 아닌가?”

“그렇지. 그래서 마케팅 빡세게 하려고.”

진욱의 말에 진성은 그게 어떻게 도움이 되겠냐만 잘해 보라면서 박수는 쳐 줬다.

* * *

“총리님,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이제는 세계자연기금 한국 지부장입니다.”

전직 국무총리이자 정치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이관영 지부장.

이 사람의 정계 입문이 공장에서 나온 중금속으로 인해 수많은 지역민이 병에 시달리고, 그것을 폭로하며 본격적인 인권 변호사 사회운동으로 시작한 게 그 계기였다는 말은 들었었다.

“좋은 일을 하는 데는 어디나 환영입니다. 그래서 이번 캠페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관영은 바로 직원들을 통해 자료를 준비하고, 진욱은 그것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회장님께서 최근 동물 공연을 두고서 그대로 사 버리셔서, 자연주의 형식의 동물원을 만드신 것. 그것을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면요?”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학대되는 공연 동물들을 데려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를 주는 겁니다.”

“거기에 따른 관광 상품 개발은 가능합니까?”

“동물원 전시에 입장료를 받는 선이라면… 어떻게 될 겁니다.”

진욱이 아무리 동물왕이라는 타이틀로 유명해도 어디까지나 사업가였다.

막연히 돈만 주면서 자연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역시도 부정적이었고, 거기에 따른 수익도 생각했다.

“네, 거기에 대해서는 저희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회장님께 제네바 본부에서 열리는 세계 동물권 보호에 대한 연설 요청도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진욱은 그거는 확실히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일이니 흔쾌히 승낙했다.

그러고는 또 하나의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공익 방송이었다.

“한국 방송이나 교육 방송을 통해서 이런 동물들을 구조하는 과정을 예능으로 찍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흐으으음, 좋은 생각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세계자연기금의 스폰서라는 것을 아성그룹이 알리는 방식도 괜찮을 겁니다.”

진욱과 이관영은 결국 이 역시도 사업이라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조율했다.

그리고 진욱이 그렇게 하는 행동에 대해서 모두가 동의했고, 그로 인해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됐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동물 공연에서 벌어지는 학대에 아성그룹이 동물권 보호를 위한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세계자연기금과 함께하는 아성자연재단의 프로젝트는 오는 10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발족식을 주최하기로 확정되었으며…….]

언론에서는 진욱이 세계자연기금과 손을 잡아서 하는 막연히 좋은 일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인터넷 반응 역시도 다를 바가 없어서 진욱이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모두가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휘유-.”

사회적인 가치를 위한 재단 운영에 대해서 진욱은 이게 몇천억~몇조짜리 프로젝트 계약을 하는 것보다 더 빡세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아빠~.”

집에서 아들 은준이가 그림책을 가지고 달려왔을 때, 진욱은 웃으면서 무릎 위에 앉히고는 하나하나 가르쳐 줬다.

“자, 이게 코끼리. 이건 사자, 호랑이.”

“어흥!”

동물 그림책을 보여 주고 하나하나 알려 주자, 거기에 맞춰서 동물 울음소리를 내는 영특한 아들.

그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세화가 한숨을 쉬면서 들어왔다.

“하아~ 진짜 누군지 모르겠네.”

“응? 뭐가?”

세화는 손을 씻고 나와서는 진욱 옆에 앉고는 둘째가 들어 있는 배를 만지다가 그에게 말했다.

“아니, 태교로 화단 가꾸는 것 있잖아요. 그거 또 헤집어 놨어.”

“뭐? CCTV 설치했잖아? 돌려 보면 되지 않아?”

“그게…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었어요.”

“우리 치즈?”

자기 이야기를 말하자 소파에 누워 있다가 바로 귀를 쫑긋하는 고양이 치즈.

세화는 고개를 돌리면서 지금 상황을 진욱에게 알려 줬다.

“최근에 이 동네에 고양이가 엄청 꼬여요. 밤마다 우는 소리도 시끄럽고요.”

“아니, 왜?”

“누가 자꾸 골목마다 고양이 캔하고, 사료를 깔아 놓는다고요. 더 웃긴 건 뭔지 알아요? 그게 우리 회사 제품이라는 거야.”

“…큭.”

아무래도 캣 맘인가 보다.

최근에 인터넷을 통해서 마구잡이로 주변에 보이는 길고양이들이 불쌍하다고 물그릇이나 사료를 놓고서 인증하는 릴레이가 SNS에 많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주변 환경이 더러워지고, 고양이들이 수없이 늘어나면서 소음부터 위생까지 뭐 하나 좋아지는 게 없어 도시 미관에 대해 진지하게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 동네 역시도 어디서 계속 고양이 밥 주는 게 문제가 생기니, 그냥 놔뒀다간 주변에 길고양이가 깔릴 것 같았다.

“저번에는 겨우 꽃 틔운 걸 고양이가 죄 뜯었어요. 먹는 것도 아니고 그냥 보이는 대로 입질해서 파헤친다니까?”

“연락해서 주변 좀 치우라고 할게.”

그건 가만 놔둘 수가 없으니 진욱이 직접 말할 셈이었다.

이 동네가 원래 부촌이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진욱의 이름이 가장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결국 사고가 터졌다.

“꺄아악! 꺄아아아악!”

“사모님, 무슨 일입니까?”

“아이고, 사모님!”

가정부들과 수행비서가 후다닥 달려가고 아침에 출근 준비하려고 옷을 챙겨 입던 진욱도 임신한 와이프의 비명에 바로 뛰쳐나갔다.

“세상에! 사모님, 정신 차리세요.”

“바로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세, 세화야!”

배를 움켜잡으며 기절한 세화.

그리고 수행비서가 바로 차를 준비하고, 가정부들은 세화의 손발을 주무르면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되게 했다.

“회장님, 저기…….”

“아, 저런 씨…….”

진욱은 세화가 놀라 기절한 것을 보고서 순간 쌍욕이 나왔다.

아내가 그렇게 정성 들여 가꾸던 화단.

그 화분 위에 죽은 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냥 죽인 것도 아니고 이빨로 머리가 뜯어 놓고, 마치 자기가 이렇게 죽였다고 전시를 하듯이 사람이 보이는 곳에 널어 놓은 것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아침에 물 주려고 나갔다가 기겁하며 기절한 아내.

진욱은 이 선 넘은 행동에 수행비서들에게 말했다.

“오늘 아침 출근 없어요. 비서실에 연락하고, 병원 갑시다.”

일단 아내 상태부터 확인하고 주변 일대를 갈아엎을 분노는 잠시 삭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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