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90화 (190/200)

190화 마음을 곱게 써야지

진욱은 곧바로 성과를 보여 준 박동연 사장, 이제는 대화무역의 박 전무에게 기쁜 소식을 들었다.

“오, 성공입니까?”

[네, 그쪽에서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얼룩말 고기 사료와 동결건조 시스템에 대해 매우 만족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그동안 ‘특정재료가 안 들어가도 같은 영양분을 내는 사료’에 대해서 다양한 제품군을 내놨는데, 이게 전부 득이 되었다.

진욱은 대화무역을 통해 성공한 수출에 입이 찢어졌고, 수출도 내수도 결국은 이번에도 아성 쪽이 승기를 잡게 되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회장님!]

통화를 마친 뒤로 진욱은 1억 5천만 불 수출 이후로, 뒤이어 준비하는 수출 릴레이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번 주문받고 만들었던, 고기 없이 고구마와 호박 등으로 만든 스틱 간식과 사료도 미국에서 2억 불 수출이 준비되고, 호주, 인도, 태국 등도 계약을 마치면서 사료 시장이 호황을 이뤘다.

거기에 쿠폰팡과 바이룽이 구설수로 인해서 언론이 물어 뜯어 대자 반사 이익은 고스란히 아성이 가지게 되었다.

[아성사료. 반려동물 배달 대행으로 웃었다! 1분기 수익 2배 이상!]

[사료 배달의 대성공! 이제 음식만 배달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번에도 해냈다! 사료시장 왕좌를 굳힌 아성사료!]

언론에서는 낯간지러운 수식어도 붙이면서, 아성사료와 진욱에 대한 칭찬을 그냥 즐기게 되었다.

진욱은 다가오는 2분기를 준비하면서, 싱글벙글한 분위기 속에서 임원 회의를 진행했다.

* * *

“다큐멘터리요? 그것도 미국?”

“네, 그렇습니다. 이게 그쪽에서 나온 제안이었습니다.”

진욱은 김인규 비서실장이 내민 제안서를 천천히 읽어봤다.

영어로 된 원본과 한글로 번역된 두 개의 제안서는 다른 곳도 아니고, [월드 디스커버리]라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다큐멘터리 프로였다.

“더 월드 CEO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일반적인 제조업이나 IT업이 아닌 생소한 사업을 하여 성공한 사업가에 대한 프로라고 합니다.”

“우리가 생소한가요?”

“하하하, 그런 것이 아니라 방송국에서 선정한 테마사업이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서커스 공연, 그 이전에는 푸드트럭 프랜차이즈나 전기차 등이라고 합니다.”

“뭔 말인지 알 것 같네요.”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해외 방송에 나오는 다큐라면 나쁠 게 없다는 투였다.

“한번 해 보죠. 월드 디스커버리라면 이미지도 좋아질 겁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진욱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경쟁자들의 구설수로 인해 상대적으로 착한기업 호사를 누리고 있는 아성사료에 대해 제대로 한번 준비하기로 했다.

* * *

얼마 후 월드 디스커버리 촬영팀이 아성그룹에 방문했다.

“프로듀서를 맡은 리키 김이라고 합니다.”

“아, 네. 하진욱입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리키 김은 활짝 웃는 인상에, 프로듀서라기 보다는 촬영을 받는 MC에 가까운 인상이었다.

“먼저 촬영 컨셉을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리키 김이 내민 서류와 대략적인 방영 목록을 보자 진욱의 눈썹이 이리저리 꿈틀거리면서 눈동자가 바쁘게 돌아갔다.

“호오~ 동물왕?”

“Animal Business King! 동물 사업에 왕이라는 이름으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진욱은 동물왕이라는 이름을 듣자 뭔가 묘하면서도 그럴 듯한 별명이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먼저 컨셉 사진을 한 번 찍으려고 합니다. 이곳 매장에서 바로 찍을 수 있을까요?”

“네, 그러죠. 그러면 일단 옷차림도…….”

평범하게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이럴때는 좀 캐주얼하게 갖춰 입고서 찍기로 했다.

마침 인근에 처가의 가게인 갤럭시아 백화점도 있으니 바로 가서 몇 벌 살 생각이었다.

잠시 후 청바지에 가벼운 자켓을 입은 진욱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아성그룹 본사인 아성펫케어 1호점에는 많은 동물이 같이 있었다.

벽에 전시한 어항, 한때 드라마의 붐으로 인해서 잔뜩 분양했다가 버려진 왕관 앵무가 있는 새장.

인근에서 돌아다니는 녀석이었는데, 당당하게 들러서 간식을 얻어먹던 치즈태비의 길고양이.

그리고 여기 직원이 키우는 요크셔테리어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의자 하나를 놓고서 강아지를 앉고 사진 포즈를 잡자 바깥에서는 임직원들이 웅성거리면서 젊은 회장님이 찍는 컨셉샷에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찍습니다.”

다큐멘터리 전문 카메라맨들이 연신 셔터를 눌렀고, 진욱은 다양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사 경제지의 표지로도 쓰일 것을 만들었다.

진욱은 사진 촬영을 마치고서 강아지를 쓰다듬은 채, 제품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이게 수제 간식이에요. 말 그래도 핸드메이드 방식이고, 현재 우리 제품의 프리미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수억 불짜리를 전부 손으로 만드는 건가요?”

“아, 같은 식의 건조 제품으로는 자매품으로 기계를 통해 대량 생산하는 제품이 있습니다.”

진욱은 작은 육포 스틱부터, 습식사료, 뼈 간식 등을 하나하나 설명하면서 이 안에 있는 사업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층씩 올라갔을 때, 오늘 촬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한껏 차려입은 둘째 누나 진영이 있었다.

정말 예술가의 공방이 뭔지를 보여 주는 작업실이었고, 다양한 원단으로 만든 강아지, 고양이 옷들이 컨셉으로 출시를 앞두고서 널려 있었다.

“원래부터 패션업에 종사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공부했거든요. 호호호-.”

미국에서 온 다큐 촬영팀에게 미국 유학파라는 것을 어필하면서, 자신이 이곳에 입문하게 된 이야기를 인터뷰했다.

“처음에는 화려한 패션쇼에서 제 드레스가 나오는 것을 꿈꿨는데, 지금은 반려동물 패션쇼에 대해서도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제 창작물이 모두에게 인정받는 것은 좋은 일이죠.”

그러면서 배경에는 서울 펫 패션쇼, 도쿄 펫 패션쇼 등의 각종 대회에서 받은 트로피가 진열장에 널려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것도 아니고, 트로피 자랑까지 어필을 하는 진영을 보고서 진욱은 진짜 연예인을 했어야 하는 누나라면서 피식 웃었다.

그렇게 촬영이 계속됐을 때, 오늘의 촬영분이 끝난 뒤로 리키 김 프로듀서가 다른 것을 제안했다.

“내일부터는 회장님의 공장에 대해서도 취재를 할 생각입니다.”

“네, 그러죠.”

진욱은 얼마든지 보이겠다면서 자신만만했다.

이미 전 계열사에서 알고 있기에 딱히 진욱이 귀띔하지 않아도 아성사료 상록 공장은 알아서 맡기면 됐다.

그리고 퇴근을 앞두면서 혹시 가족 촬영도 가능하냐고 물었지만, 그것은 둘째 임신한 와이프 때문에 힘들겠다며 너스레도 떨었다.

* * *

며칠에 걸친 촬영이 끝나면서, 이후로 선공개분이 유튜브로 나왔을 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러면서 아성그룹도 그룹이지만, 진욱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올라왔다.

[동물왕이라 불린 한 기업가 이야기.]

제목부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거기에 따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진욱을 칭찬하는 선플들이 가득했다.

- 디스커버리 방송 보셨나요? 하진욱 회장이라는 사람 진짜 대단하더군요.

- 그냥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벌2세인줄 알았는데, 진짜 작은 중소기업 공장 하나로 여기까지 올라온거더라고요.

- 진짜 모든거 다 가진 사람인 듯. 얼굴도 잘생기고, 스펙도 좋고, 대화그룹 사위라서 그쪽 경영도 다 맡았대요.

맘카페부터 반려동물 커뮤니티, 그리고 남초와 여초 할 것 없이 진욱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국내 언론도 바로 물었다.

“뉴퀴즈면 그거 맞죠? 유재식이 하는 거요.”

“네, 맞습니다. 회장님이 직접 나오시는 것에 대해 어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하겠습니다. 저 원래 그런 곳 많이 나왔어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김인규 비서실장은 두 번째 방송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촬영 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그 뉴퀴즈라는 프로는 제일그룹의 미디어사업부에서 제작하는 것이니 용철을 통해서 연락할 수도 있었다.

진욱은 국민MC라고 불리는 유재식을 만날 기대에 미소를 지었고, 그렇게 두 번째 방송 역시도 능숙한 진행에 맡기면서 자신의 이미지와 위상을 아낌없이 보여 줬다.

언제나 승승장구하는 진욱의 삶.

그리고 이로 인해서 진욱 역시도 적극적으로 이 착한 경영인 마케팅을 이용하기로 했다.

* * *

“요새 왜 그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이번에 칠레 플랜트 공사 이후로, 브라질 신도시 사업 건도 따냈어.”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 형 진성은 금융보다도 오히려 건설업 쪽에서 상당히 우수한 수주 능력을 보였다.

처음 큰아버지가 회사를 물려준다고 했을 때, 진성은 아버지에게 그룹내 일정 지분 정도와 아성산업개발과 재단, 그리고 명인대학교 정도만 운영하게 되었지만, 그 남은 것 만으로도 충분한 경영 능력을 보였고, 아성산업개발 역시도 준대기업까지 상승을 준비했다.

“이번에 새 건설사 하나 인수할거야.”

“오, 어딘데?”

“쌍륜건설. 3천억 정도 제안했는데, 2500억 선에서 인수할 거야.”

한때 국내 10대 재벌이었던 자동차와 건설, 무역, 제지업으로 유명했던 쌍륜그룹.

하지만 IMF 이후로 그룹은 공중분해됐고, 현재는 중동에 있는 두바이 국제펀드를 통해 해외 기업이 된 지 7년째였다.

하지만, 최근 중동의 건설경기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매각 의사를 밝혔고, 덕분에 돌고 돌아 다시 국내기업의 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그게 아성이었다.

“잘될 거야. 우리도 적극적으로 도울게.”

“고맙네. 근데 그냥 인사차 온 것은 아닌 것 같고, 뭐 나한테 말할 거라도 있어?”

“재단 출연금을 좀 늘리려고.”

“호오, 얼마나?”

“기존의 그룹에 대한 것은 유지하고, 내 이름으로 해서 600억.”

“……!?”

큰돈이라면 큰돈이었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600억이라는 숫자였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내 예금통장에서 인출해도 그정도는 바로 나와.”

“아니, 600억이 뭔 뜻인지 알잖아?”

진성의 말에 진욱은 미소를 지었다.

보통 재벌 대기업에서 교육이나 복지에 관련된 재단을 만들어서 그룹의 금액을 재단 출연금으로 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각 계열사에서 각출해서 내는 돈은 작년의 국내 제1의 대기업 삼정전자가 낸 587억이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그 외에 다른 삼정그룹의 계열사라고 해도 대부분은 50억 안팎에서 끝이 났다.

그런 상황에서 진욱이 내건 600억은 여러 계열사도 아니고, 아성사료라는 단일기업이 국내 제1의 삼정전자를 뛰어넘는 금액을 출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금액은 지금은 고인이 된 삼정의 선대 회장이 내건 공익재단 출연 금액과 같은 값이기도 했다.

“개인 출연으로 할게.”

“그,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요새 언론에서 시끌시끌하잖아? 이럴 때 한 번 보여 주는 거지.”

“…….”

진욱의 의지에 진성은 일단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이니 바로 승낙했다.

그리고 재단 출연금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30대 그룹에 대한 공익재단 출연에서 아성은 하진욱의 이름이 떡하니 1위로 찍혔고, 그 밑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 법인 출연과 비교될 정도의 엄청난 임팩트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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