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87화 (187/200)

187화 그냥 합시다, 전쟁

진욱은 스티브 김의 제안을 받고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백번 생각해 봐야 답은 똑같았다.

“제 의견을 말해도 됩니까?”

“하하하, 얼마든지요.”

“그런 소리는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셔서 하는 게 더 나았을 겁니다.”

“…하하하.”

진욱의 단호한 거절 의사에 스티브 김은 약간 실망한 기색이었다.

“아무래도 현재 오너인 미스터 하와 협상을 마치면,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흐음.”

“정식으로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쿠폰팡의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진욱은 상장가가 대략 어느 정도로 잡혀 있는지, 아니 단기간에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거라는 걸 지감했다.

“거기에 안성에 지으시는 물류 터미널 비용 역시도 지원하고, 양 사의 지분 거래 역시도 추진하겠습니다.”

“엄청나게 퍼 주시는군요?”

“순간의 오해로 인해 대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진욱은 이 상황에 대해서 생각이 복잡했다.

처음에는 일방적인 갑질로 거래를 끊었고, 제주도에서 지자체 지원을 받는 바이룽을 인천까지 올라오게 해서 연합 전선을 구축했던 양반들이 갑자기 와서 화해하자고 한다고?

게다가 선빵에 대한 보답으로 장외 주식 투자와 양 기업 간 지분 거래, 물류 센터 건설 지원까지 해 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굉장히 매력적인 제안이었지만, 진욱은 결심했다.

“상당히 좋은 제안이지만, 조금 생각을 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칼에 거절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상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는 진욱의 의지였다.

결국 스티브 김은 떨떠름한 얼굴로 자신이 가져온 와인을 잔에 채웠다.

“뭐, 더 이상은 어쩔 수 없군요. 그저 회장님께서 생각해 보신다는 말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네,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지요.”

“하하하, 그러면 이제 와인이나 한 잔 더 드시겠습니까?”

가정부들이 가져온 와인 안주의 술상에서 두 기업인은 경영 이야기보다는 웃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이를 테면 결혼이나 육아 그리고 취미에 관련된 것들을 논했다.

물론 그렇게 서로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었다.

* * *

다음 날, 진욱은 출근해서 임원 회의를 통해 어제 일에 대해 말했다.

“쿠폰팡하고 바이룽의 조합, 제대로 싸울 겁니다.”

회장의 의지로 직접 전쟁을 언급하자 임원들이 웅성거렸다.

“일단 상장 때까지 기다리면서, 그쪽 지분을 매수할 겁니다.”

“회장님, 하지만 쿠폰팡의 상장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네, 그러니까 외화를 잔뜩 준비해야겠죠.”

그 뒤로 진욱은 본격적인 전쟁을 위해서 많은 것을 준비했다.

“김 전무님은 추가 물류 센터에 대해 준비해주시고, 타 배달 앱 시스템에 대해서 준비해 주세요.”

“네? 아, 네! 회장님.”

김형식 전무에게 오더를 내린 뒤로 다음은 유승인 상무도 불렀다.

“유 상무님.”

“네, 회장님.”

“앞으로 배달 서비스를 하면서, 품질 관리가 매우 중요할 겁니다. 수수료나 단가 상관없이 우리는 언제나 최고의 퀄리티를 채워 주셔야 합니다.”

“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품질 관리 부서를 좀 더 엄격히 다룰 셈입니다. 인력과 예산도 충원할 것이니 유통에 이어, 품질도 신경 써 주십시오.”

“……!”

그동안 품질 관리 부서는 평이사 출신이 맡았는데, 유 상무가 이제는 그것까지 겸임하게 된 것이었다.

얼떨결에 두 개 사업부를 맡게 되었으나, 그것은 즉, 회장이 자신을 믿어 준다는 것이니 바로 따르기로 한 유 상무였다.

“네,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진욱은 그 외에도 각종 사업에 대해서 논의를 한 다음, 임원 회의를 마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 나온 김에 한번 가 봐야겠어요.”

“회장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상록 공장.”

“……!”

진욱의 말에 비서실은 바로 차를 준비했다.

점심 이전에 회장이 바로 아성그룹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아성사료 상록 공장에 도착했다.

과거 아성사료그룹의 본사이기도 했으나, 지금은 제2사료사업부로 강남 본사에 비해 어정쩡한 위치로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진욱은 그것에 대해서 크게 차등을 두지 않았다.

상록 쪽이건, 서울 쪽이건 잘한 쪽의 손을 들어 준다. 이게 그의 마인드였다.

“회장님! 어서 오십시오!”

“사업부장님도 잘 지내셨습니까?”

현재 상록 1, 2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제2사료사업부장 강한식 전무였다.

그 역시도 코스닥 상장 이후, 아성사료가 중소에서 중견, 중견에서 준대기업까지 올라가는 와중에 아버지가 영입한 인재 중 하나였고, 기계 같은 생산관리로 현장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었다.

진욱이 직접 왔다는 말에 그는 공장 내부를 있는 그대로 보여 줬다.

“최근에 새로운 비말 마스크를 도입했습니다. 단 1g의 세균도 있을 수 없는 자리입니다.”

“옛날 생각 나는군요.”

“네?”

진욱은 철저한 작업복에 비말 마스크를 쓴 것을 보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처음 수제간식을 만들 때 말이죠. 레시피가 전부 해외에 있어서 그걸 보고서 어설프게 따라 하면서 만들었죠. 핏물 하나 안 흐르게 엄청 깨끗하게 쓰면서요.”

“하하하, 네. 저도 그때의 그 수제간식 공방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공장 한곳에 작업실을 만들고 위생도 인근의 김치 공장에서 쓰는 작업복하고 똑같은 것을 사면서 신경 썼죠.”

“회장님은 입사 이후 처음부터 끝까지 위생과 정리 정돈에 대한 것을 중시하셨다고 했습니다.”

“먹는 것에 대해서는 뭐든지 위생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 먹는 것도 말이죠.”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였고, 진욱이 솔선수범해서 그 모습을 보여서인지 아성사료는 타 사료 회사의 대장균 파동이나, 쓰레기 사료, 원자재 오염 등의 사건은 단 1건도 없었다.

진욱은 그 뒤로 공장을 살펴보면서 번쩍거리는 스테인레스 광이 나는 공장 컨베이어 기계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식사는 여기서 하고 가죠. 구내식당 품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뇨. 식사는 직원들이 먼저 하고, 저는 나중에.”

괜히 먼저 갔다가 좋을 게 없으니 생산직 직원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천천히 먹을 생각이었다.

과거 함바집에서 대충 시켜다가 양념장이 밴 플라스틱 그릇이나, 비탈길을 오다가 청국장 국물이 밑에 새던 시절에 비교하면 정말 상전벽해였다.

그렇게 공장을 쭉 돌고 주요 간부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진욱은 단순한 시찰이 아닌 진짜 목표를 강한식 전무에게 알렸다.

“강 전무님.”

“네, 회장님. 말씀하시죠?”

“당분간 좀 바빠질 겁니다. 물량도 크게 늘 것이고요.”

“생산량을 얼마나 늘리는 것입니까?”

공장 생산관리 짬밥이 있는지라 바로 물어본 강 전무의 말에 진욱은 바로 목표를 말했다.

“다음 달부터 모든 제품 일제히 2배로 늘립니다.”

“네, 넷?!”

“물론 거기에 따른 물류 트럭도 늘어나고, 특근 수당이나 추가 직원 고용에 대한 것에 대해 전권을 드리겠습니다.”

“하, 하하. 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상록뿐만이 아니에요. 부산, 홍성, 광주, 양산, 원주에 있는 공장들 모두 풀 가동을 할 겁니다. 기존에 있던 양을 아득히 넘을 정도로요.”

자칫하면, 공급 과잉으로 인해 큰 혼란이 올 수 있었지만, 진욱은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이제 원자재 몇 원 차이나, 수출량 몇 톤 차이 가지고 쩔쩔매거나 할 시간은 지났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배달 시장이 점점 성장하는 가운데, 이제는 반려동물에 대한 용품 배달까지도 대행으로 서비스가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오는 10일부터, 지자체 공공 배달 앱인 S-딜리버리를 통한 반려동물 사료 배달에 대한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한편 경기도 역시도 15일부터 공공 배달 앱을 통한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언론에서 하나둘씩 나오고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 이젠 하다 하다 개밥도 배달ㅋㅋㅋㅋ

- 거기 다녀오는 게 그렇게 힘드냐? 운동을 해라, 운동을.

- 여기 있는 애들 태반이 방구석 백수네? 회사 있을 때, 미리 시켜 놓을 수 있는 것 모르나?

- RE: 택배 쓰면 되지, 굳이 배달?

- 그럼 택배가 10분 만에 오나?

이런저런 반응 속에서 기존의 음식 배달 대행도 점점 수수료가 오르는데, 반려동물 용품은 또 얼마나 뜯어먹을 거냐며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진욱은 그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곧바로 마케팅 팀을 총동원했다.

[아성사료 오픈 기념! 배달료 없이 즉시 주문!]

[이벤트 기간을 놓치지 마세요! 앱을 켜고,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아성펫푸드 매장을 클릭하고, 바로 주문!]

SNS를 통해 이어지는 아성사료와 아성펫푸드의 광고, 거기에 맞춰 TV와 포털 사이트 AD 할 것 없이 눈만 돌리면 보이는 광고 행렬에 빠른 속도로 애견용품 배달 대행 시스템이 퍼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맞춰 진욱은 과거에 운영했던 시스템을 다시금 부활시켰다.

“아성펫케어, 이번에 다시 업데이트 준비하려고 합니다.”

진욱이 언급한 아성펫케어라는 말에, 이전부터 있었던 임원들 사이에서 작은 탄식이 울려 퍼졌다.

“회장님, 지금 그때의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것은 여러모로 힘들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차라리 지금부터 새 앱을 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과거 진욱이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서 의욕 있게 추진했던 스마트 앱 ‘아성펫케어’.

GPS 시스템을 이용해서 주변에 있는 아성사료와 아성펫푸드, 펫드레스 대리점을 확인할 수 있으며, 광고를 통해서 근처에 있는 가장 가까운 동물 병원과, 특정 동물에 대한 전문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모든 것을 케어했던 앱이었다.

하지만, 급히 개발한 뒤에 생각 이상으로 고객이 모이지 않았고, 지금은 많은 시스템 앱 중에서 그냥 의무적으로 SNS 계정으로 통해 가입하면 혜택 조금 있는 그런저런 기업의 앱에 불과했다.

“지금이라면 그때 잘나가다가 고꾸라졌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건에 대해서는 한번 이사회 회의를 통해 결정하는 게 좋겠군요.”

“……!”

“……!”

“물론 지금은 아닙니다. 그 시절 개발에 대해 모르시는 임원 여러분도 알아야 하니 일주일 뒤에 투표를 하겠습니다. 그 외에 다른 안건이 올라온다면 그것 역시 같이 올릴 겁니다.”

사실상 ‘지금이면 가능하니까 따라라.’라는 말이지만, 안 된다면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진욱의 태도였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과거의 홍보 시스템까지 쓸 정도로 최대한 홍보와 판매 실적을 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첫 물꼬를 물량전으로 시작했으니까요.”

진욱의 말대로 생산량을 최대한 늘리고서, 포문을 열었을 때 상대방 역시도 거기에 맞받아쳤다.

[배달 대행 쿠폰팡 딜리버리! 한국바이룽과 애견사료 배달 사업 시작!]

[이제는 반려동물 사료도 문 앞에 신속 배달! 1인 가구에 최적화된 시스템!]

[사람 음식 배달을 넘어, 동물 사료 배달 사업! 두 연합 중 승자는?]

언론에서 적절하게 불을 지피고, 그 상황에서 지자체 공공 앱과 아성사료 그리고 바이룽과 쿠폰팡이 직접적으로 붙게 되었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쿠폰팡과 아성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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