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82화 (182/200)

182화 이거 설계인가?

진욱은 이번 건에 대해서 국정감사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정식으로 이번 건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는 언론사에 대해 확실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

그 일은 당장에 정오 뉴스에서부터 보도가 나왔다.

[다음 소식입니다. 환경부에서 감사가 들어온 아성주파크의 태국 정부 임대 코끼리 양도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아성그룹의 하진욱 회장은 이번 일에 대해 정식으로 국정감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 상임위원장인 김인철 의원은…….]

아직 집권 기간이 2년 남은 현 여당은 조금의 레임덕도 없이 거대 여당의 자리를 확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번 진욱에게 물을 먹으면서도, 여당의 지역구에 확실한 투자를 하는지라 아성그룹과는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었다.

“좋아 일단 정면 돌파는 선언했고, 그다음은 뭐…….”

진욱은 그때까지 관련 자료를 모으면서 착실하게 준비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많은 전화를 받으면서 이번 건에 대해서 격려를 많이 받았다.

그렇게 자료를 모으는 동안 진욱은 최근에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카드 사업에 대해 시제품을 확인했다.

“오, 잘 나왔네요?”

“하하,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봐도 이 디자인은 먹힐 것 같습니다.”

신용카드의 한도별로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 디자인으로 만든 시츄, 웰시코기, 리트리버가 그려진 카드.

자매품으로 만든 고양이 카드 역시도 코숏, 페르시안, 러시안블루로 된 디자인이 좋았다.

“일단 이것에 대한 홍보도 하고, 특히 카드 고객 유치에 대해서 노력하셔야겠어요.”

“네, 회장님. 디자인도 괜찮고, 혜택 부분에 대해서도 삼정카드와 같이 최종 조율만 하면 됩니다.”

진욱은 그룹 내에서 벌어지는 일 중에 동물사업부는 안 좋지만, 금융사업부에서 내거는 프로젝트로 인해서 많은 기대를 걸었다.

박 전무 역시도 기존의 사업부에서 이번에 새 신용카드 디자인을 맡으면서, 고객 유치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고, 그것은 바로 결과로 나왔다.

* * *

[아성저축은행의 새 카드 상품, 아성펫카드. 반려동물 관련 상품 혜택에 선풍적인 인기!]

[1,500만 반려동물 인구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성카드, 출시 5일 만에 66만명 신청.]

[상호저축은행의 기적, 1금융권 안 부럽다! 100만 계좌 돌파를 앞둔 아성저축은행!]

뉴스에서는 연일 이어지는 대히트에 특집으로 기사까지 올렸다.

그리고 진욱이 예상한 대로 혜택도 혜택이지만, 디자인으로 인해 고객층을 늘리겠다는 것은 단순했지만, 정답이었다.

“내년 상여금 기대하세요. 직장인이 때에 맞는 승진하고, 보너스 아니면 뭘로 성취감을 이루겠습니까?”

“하하하, 감사합니다. 회장님.”

진욱은 빙긋 웃으면서 금융사업부에 폭넓은 보너스를 뿌리기로 약속했다.

그로 인해 금융사업부 쪽의 사기는 쭉쭉 올라갔고, 이제 남은 것은 아성주파크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남은 기간 동안 국정감사에 나가기 위한 자료를 준비할 때, 진욱은 저녁에 꼭 찾아오라면서 상록에서 초대를 받았다.

그래서 오늘 하루 관련 자료들을 전부 정리하고, 결재 사인을 올린 다음 퇴근 시간에 맞춰 바로 상록으로 향했다.

상록에 도착해서 진욱이 찾아간 곳은 다름 아닌 큰아버지 상규의 집이었다.

“어서 와라.”

“큰어머니, 잘 지내시죠?”

“호호호, 나야 똑같지. 회장 자리는 할 만해?”

당신의 남편이 만든 회사를 조카에게 물려줬는데도, 오히려 응원하는 쿨내 진동하는 큰어머니였다.

“진성이 형은 잘 지내시죠?”

“이번에 칠레 갔다고 하더라, 거기 플랜트 공사가 있다나?”

건설사와 대학 재단만을 운영하면서, 해외 공사를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사촌 형 이야기를 들은 진욱은 미소를 지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음~ 어서 와.”

“머리 스타일… 바꾸셨네요?”

예전에는 희끗희끗한 머리가 많았고 풍성한 머릿결을 대충 빗어서 다녔지만, 깔끔하게 이마를 드러낸 올백에 운동으로 살도 빼고, 슈트 핏을 신경 썼다.

“이번에 재보궐 출마하는데 포스터 이거 어떠냐?”

“사진 잘 나왔네요?”

“하하, 그렇지? 입당 신청 하고서 바로 상록구 갑으로 공천이 됐어. 이제 몇 달 안 남았지.”

곧 있을 재보궐 선거에 국회의원 후보로 나가는 큰아버지.

당선 이후 백지신탁에 대해서 미리 조카인 진욱과 아들 진성에게 물려준 뒤라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너 요새 동남아에서 코끼리 몇 마리 거래한 걸로 밀수 이야기 듣는다며?”

“그거… 아닙니다. 시립 동물원 시절 맺은 계약을 가지고 그런 말이 나왔는데, 태국 정부를 통해서 내용증명도 받았고요.”

“쯧, 그거 안에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할 말이 없구나.”

“네? 그게 무슨…….”

상규는 혀를 끌끌 차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면서 이번 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 너 코끼리 밀수 보도 한 것, 여당에서 퍼트린 거라고 하더라.”

“…네?”

“그거 공작이라고. 내가 출마한다고 하니까 견제하는 목적으로.”

진욱이 잘못 들었나 싶어서 되물었을 때, 상규는 그간의 이야기를 말했다.

“그… 지금 한국미래당이 이름 바뀌었잖아, 국민자유당으로? 그러면서 신임 대표인 조호준이한테 들었는데, 다함께민주당에서 내가 야당 쪽으로 가니까 네가 통수 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진욱은 그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만약 그게 진짜라면, 언제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당을 지지했던 것에 대해서 회의감이 느껴질 것 같았다.

물론 아직도 진욱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좋은 기회가 생긴 것도 큰아버지에게 공천 기회를 넘기고서 순수 경영만 하는 상태였다.

“진짜 어이가 없네요.”

“그렇게 된 것 같더라고, 환노위를 지금 여당이 꽉 잡고 있잖냐?”

제2 야당인 정의국민당과 다함께민주당이 주류인 환경노동위원회.

특히 환경보호, 양성평등, 인권 향상을 슬로건으로 잡은 현 여당에게 있어서 거긴 정말로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어떻게 환노위에 있는 국민자유당 의원들은 넘어가겠다고, 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뭐, 이제라도 이야기를 들었으니 됐네요. 국정감사 잘 준비하시고, 큰아버지도 선거 준비 잘하세요.”

“그, 그래. 다음 주면 후보 사무실 들어가고, 재산 신고도 하려고 한다.”

“당선되실 겁니다. 적어도 상록에서는 큰아버지가 삼정 이 회장보다도 더 지지받잖아요?”

“그러게나 말이야.”

진욱은 그 외에 큰아버지와 현재 금융그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남미로 출장 간 진성에 대한 아성산업개발 융자에 대해서도 처리해 달라는 말도 들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진욱은 국정감사를 위해서 자료를 모아 놓고 마지막으로 복기했다.

“뭐, 특별할 것도 없지.”

그동안 진욱이 국정감사에 나갈 때마다, 노잼으로 유명한 국회방송의 시청률이 2~3%씩 오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내막을 알았으니, 대충 할 생각은 없었고, 전력으로 상대할 셈이었다.

“사람 잘못 건드렸어. 겨우 이런 식으로 견제를 해?”

이제 진욱은 예전 중소~중견 시절의 넘버 2가 아닌 12조 원에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오너였다.

저쪽에서 권력을 가지고 덤빈다면, 이쪽은 권위를 가지고 상대해 줄 셈이었다.

* * *

얼마 후.

진욱은 승부에 쓰이는 정장을 갖춰 입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직접 집에 불러서 외형에 힘을 줬다.

아마 여기서 나가는 순간 국회로 향하고, 거기엔 수많은 기자가 가득할 것이다.

기 싸움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기 위해 단단히 무장한 진욱은 마지막으로 태블릿 PC에 담아 놓은 자료와 혹시 몰라 준비한 종이 서류들을 가방에 한가득 챙기고는 아내와 아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차에 올라탔다.

“아침 뉴스나 듣죠.”

“아, 네. 회장님.”

진욱의 말을 들은 수행비서는 바로 라디오를 틀었고, 때마침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네, 오늘 오전 10시에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아성주파크에 대한 국정감사가 벌어질 예정입니다.]

[오늘 있을 환노위 국정감사에서는 아성그룹의 하진욱 회장과 더불어 구) 부산상곡동물원에 전임 소장 이천우 그리고 강원도원주환경청 담당자 김상한 과장 등도 참여하게 됩니다.]

이번 태국 코끼리 임대 건으로 대놓고 관련자들을 국감에서 쪽을 주고, 어떻게 해서든지 진욱을 밀수 범죄자로 몰아붙이려는 여당 의원이 많을 것이다.

진욱은 이번 건에 대해서 작정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겐 안 되지, 절대 안 되고말고…….”

* * *

국감장에 온 진욱은 전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국회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구) 한국미래당, 지금은 국민자유당 소속의 보수 야당 의원들이 진욱을 향해 반갑게 다가오며 악수를 청했다.

반면 그렇게 진욱에게 인사를 청하고, 친절하게 대했던 다함께민주당 소속의 여당 국회의원들은 떨떠름한 얼굴로 인사는 하되, 거리를 벌리는 모습이 보였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환경법안심사소위원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진행 의사봉을 세 번 치면서 시작되는 국정감사.

그 상황에서 다함께민주당 의원들의 전략은 직접적으로 진욱을 노리는 것이 아닌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였다.

[먼저 이천우 소장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아, 네.”

[증인께서는 부산 시립 동물원 시절의 상곡동물원에서 근무를 하셨습니다.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당시에 대형 동물을 들여오신다고, 중국 정부와 태국 정부들과 협상을 하셨습니다. 판다와 코끼리를 들여오시기 위해서 말이죠?]

다함께민주당 환노위 소속의 양금미 의원은 하나하나 팩트 체크를 하면서 물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 대답하는 이 소장을 향해 바로 직구를 날렸다.

[이번 밀수 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실 분이, 당시에 태국 정부에 임대된 코끼리를 다른 동물원에 유상 양도를 하신 것에 대한 이유가 뭡니까?]

“아, 그… 유상 양도라고 하지만, 그 금액은 어디까지나 인수 이후 아성주파크에 대한 것으로…….”

[아성에서도 그것을 결재했고요? 여기 계신 하진욱 회장이 말입니까?]

진욱은 순간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자신에 대한 질의응답의 시간은 오지 않았다.

그러고는 다음 의원인 정의국민당의 신하연 의원 역시도 진욱을 패싱 하고, 다른 인물에게 질문을 했다.

[김상한 과장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해외에 있는 동물원의 동물을 데려올 때는 그 지역의 환경청에서 심사를 받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강원도에 있는 아성주파크 드림월드점에 대해서 코끼리가 들어왔을 때, 거기에 대해 심사를 하시지 않았습니까?]

“네, 맞습니다.”

[0원으로 임대해 온 코끼리인데, 거기에 금액까지 청구해서 거래로 승낙이 되었고요. 맞죠?]

그것 역시도 반박할 것이 많았지만, 이들은 진욱을 향해 절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의도적인 패싱.

진욱이랑 직접적으로 맞닿지 않고 주변 인물만 몰아붙이면서 계속해서 그를 압박해 갔다.

실제로 붙으면 바로 반박할 수 있는 내용들인데, 답변 기회조차 주지 않으니 진욱의 속이 타들어 갔다.

그들 역시 알고 있는지 더욱 노골적으로 패싱을 했고, 진욱은 그 상황에서 바로 승부수를 띄웠다.

스윽-

생방송의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양옆에 있는 증인들이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진욱은 일부러 팔짱을 끼고는 자신의 명품 시계를 카메라에 보이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태도 논란’이란 단어가 붙어도 상관없다.

지금은 일부러 어그로를 끌면서 자신에게 시선이 오게 만들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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