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81화 (181/200)

181화 잘나가다 왜?

진욱은 염 지사와 악수를 나누면서 뭔가 생각난 게 있어서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말입니다.”

“네? 저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이 자리 계시기 전에 도지사님이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하시지 않으셨나요?”

“하하하, 맞습니다. 아내의 고향인 마포가 제 지역구였습니다.”

“요새도 서울 쪽 인맥이 많으시고요?”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만… 혹시 무슨 일이십니까?”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묻는 염 지사의 반응에 진욱은 그냥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아니, 뭐 별거는 아니고… 상공회의소 회장 투표가 얼마 안 남은 상황이어서 말이죠.”

“……!”

* * *

[다음 소식입니다. 전경련에 이어 실질적인 경제인들을 이끄는 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투표에서 대화그룹의 김승열 회장이 당선되었습니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 늘어나는 실업률 해소와 청년 취업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으며…….]

처백부 어른이 당선이 되자 진욱은 바로 축하 전화부터 보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규완 등의 대화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전화를 연신 받았다.

“고맙기는요. 저는 그냥 아는 인맥 통해서 회장님, 상공회의소 대표로 나가신다고 이야기한 것밖에는 없는데요.”

규모도 더 크고, 인지도도 더 넘치는 사람이었지만, 대한상공회의소와 서울상공회의소 모두 간선제를 통해 김승열 회장을 선택했다.

당장에 국회의원들도 여/야 할 것 없이 축하 전화를 보내고, 장관급 인사들이 먼저 연락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진욱은 이 건에 대해서는 쉽게 해결됐으니 뿌듯한 마음으로 발을 뻗었다.

“축하할 일이긴 한데, 저게 저렇게 대단한 자리예요?”

막상 자기 큰아버지가 오른 자리인데, 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아내 세화의 물음에 진욱은 웃으면서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상공회의소잖아? 말 그대로 상업과 공업인들이 모이는 거라고.”

“이름은 그렇죠. 근데 그게 왜…….”

“저곳은 상공회의소 법으로 권한이 꽤 많아.”

진욱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여러 개인 그 권한에 대해 말했다.

“일단 국내외 수출/수입 건으로 해외 업체와 조정과 중재를 직접 할 수 있어. 소송 가기 전에 먼저 한 번 거칠 수 있지.”

“흐음, 수출하고 수입 건으로요?”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간에 조정 역시 가능해, 납품 단가라던가 협력업체 금액 배분이라던가 말이지.”

그 외에도 국가 자격증 관할이라거나, 회원 간에 나온 정책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장 간에 직접적으로 건의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조율도 가능했다.

즉, 예전 전경련과 위상은 비슷하면서도 법적으로는 더 권한이 많아서, 지금 재벌들이 모두 그곳에 몰린 상황이었다.

진욱은 이제 이런 건에 대해서는 끝났으니, 앞으로 사업만 열심히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위기가 생겼다.

* * *

“그게 무슨 소리예요?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오라니?”

진욱은 국정감사라는 말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국정농단 게이트 때는 이미 알고 있던 일이라서 참여했었다.

반려동물 의무등록제에 대해서는 참고인으로 온 것이고, 그걸로 인해서 확실하게 각인을 시키고, 의지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정말로 뜬금없었다.

“환노위에서 정식으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회장님을 초대했습니다.”

“이유가 참… 이건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아니, 어떻게 아성이 밀수라니!”

출장 간 진영 대신 펫케어 사업부를 담당하는 최대철 부사장, 그리고 미래전략실장 김현석 전무는 이번 일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밀수라고 보도된 그 코끼리는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것이… 이번에 수입한 코끼리 문제였습니다.”

진욱 역시 뉴스 보도를 통해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무리 그 기사를 봐도 이해가 안 될 일이었다.

“우리가 원래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들여온 게, 삼정물산이 구입한 코끼리 4마리를 원주 드림월드 시절에 들여오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죠. 아성주파크 원주점의 트레이드 마크고요.”

“그 이후로 추가로 보호소에서 태국 정부와 협상을 해서 들여오려고 한 것이 잘 안 됐습니다. 이유는 홀수 개체에 대한 구매는 불허한다는 태국 정부의 방침 때문에 말입니다.”

“네, 거기까지는 들었어요. 근데 이게 왜 밀수가 됐냐고요?”

“그것이 동남아에서 코끼리를 들여오는 것에 대한 법안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코끼리는 멸종 위기로 인한 보호동물로 지정됐다.

특히 그중에서도 스리랑카, 태국, 라오스 등의 동남아 국가들은 정부가 직접 통제를 하면서, 세계의 여러 동물원에서 코끼를 데려올 때는 각국 정부의 허락을 받고 임대 방식으로 들여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번에 아성에서 광주와 부산에 있는 시립동물원들을 전적으로 인수하고, 각각의 동물들에 대한 번식을 위해서 각각 교환을 하곤 했다.

거기에 도립동물원인 경남동물원까지 합쳐서 4개의 동물원에서 아프리카 사자, 벵갈 호랑이, 일본원숭이, 재규어, 코끼리 등의 동물을 서로 교환했었다.

문제는 거기에 대한 걸 언론에 보도한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걸고넘어진 것이었다.

“회장님, 광주와 부산의 주파크가 시립 시절의 계약이었습니다. 거기에 대해 저희가 인수대금을 내고 계약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왜 문제가 된 거냐고요?”

“장부에는 0원으로 표기됐는데, 각기 다른 동물원으로 가고, 그 소관인 지방환경청에서 등록을 하는데, 내부 거래가 아니냐는 의혹이…….”

“…환장하겠네, 진짜!”

결국 예전 계약에 대해서 전부 인수한 것은 아성그룹, 그런데 그것을 승계한 아성주파크가 개체 번식을 위해 타 동물원으로 옮긴 것을 두고, 내부 거래에 동남아 국가 정부의 허가 없이 불법으로 양도한 것라면서 들고 일어난 것이었다.

정말 귀에 걸면 귀걸이에, 코에 걸면 코걸이인 상황에서 언론에서부터 먼저 이렇게 나오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일단 첫 보도를 한 MBS에 정정 보도를 정식으로 신청하겠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인터넷에 있는 기사들도 전부 요청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도 않아서 국정감사가 이제 진행되는 사건인데, 대놓고 범죄라고 낙인을 찍은 일이니 전부 다 연락을 할 셈이었다.

하지만, 한번 퍼진 의혹에 대해서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 * *

[…하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아성주파크에 있는 대형 동물들이 구매한 것이 아닌 각국의 정부와 임대한 것라는게 문제라고 들었는데요?]

[네, 그렇습니다. 과거 중국의 판다와 더불어서 코끼리, 오랑우탄, 로랜드 고릴라 등의 동물들은 그 국가에 있는 국립공원에서 머무는 것을 임대한 것으로 외교부 간의 정식 절차를 밟고 데려온 것입니다.]

최초 보도를 한 MBS는 아예 이번 일에 대해서 대놓고 ‘아성이 잘못한 거다.’라는 전제를 깔아 놓고서 보도하고 있었다.

물론 그 기사를 보고서 다른 임원들 역시도 바로 연락을 하고 있었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9시 뉴스 보도를 막지 못했습니다.’

‘정정 보도를 요청했으나, 국정감사에 참여하는 것 이후로 보겠다고 합니다.’

‘일단 다음 분기 아성저축은행에 대한 광고를 취소시켰습니다.’

이 상황에서 대기업이 할 수 있는 건, 언론사 광고를 끊어 버리는 것.

물론 그걸 가지고 여론 탄압이네, 재벌이 언론을 길들이려고 하네. 같은 말이 나오겠지만, 이건 확실히 자신들의 잘못이 아닌데 멋대로 긁어 대는 것이니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해 아성주파크 쪽은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고 했으며, 하진욱 회장은 이번 일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침묵은 무슨!”

진욱이 순간 홧김에 컵을 TV에 집어던지려고 하다가 멀리서 아장아장 달려오는 아들 은준을 보고 조용히 집은 것을 내려놨다.

“아빠, 화났어?”

“아빠, 화 안 났어!”

쓰린 속을 아들을 안으면서 달래고 있는 가운데, 진욱은 내일 아침 기자회견 발표 이전에 바로 연락을 했다.

“설마 이거… 주변에서 누가 작정하고 뿌린 거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이상하다 생각하는 진욱이었다.

* * *

다음 날.

진욱은 강남 청담사옥 본사에 몰린 기자들을 보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진짜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었구만.”

“회장님, 차를 돌릴까요?”

“아니, 됐습니다. 그건 죄 지은 사람이나 하는 짓이죠.”

진욱은 그냥 수행비서에게 정면으로 돌파할 것을 지시했고, 정문에서 차가 멈출 때, 차 문이 열리기도 전에 카메라 셔터 세례가 이어졌다.

그리고 진욱이 나와 정장 단추를 잠그고 있을 때, 플래시 셔터 마사지와 수많은 붐마이크가 오갔다.

“대표님, 이번 주파크 사태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태국 정부에 임대된 코끼리를 사적으로 내부 거래에 쓰신 게 사실입니까?”

“이번 일에 대해서 책임자는 누구입니까?”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 진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딱 한마디를 했다.

“여기저기서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데요, 저희가 불법적인 일을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금 내용증명 자료 준비하고 있고요.”

“국정감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오라면 나가죠!”

진욱은 그 말을 끝으로 경호팀의 보호를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이사회실에 들어왔을 때, 모두들 굳은 얼굴로 진욱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장님 오셨습니다.”

비서실 임원들에 말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진욱은 오히려 그런 모습에 질색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됐어요. 다들 앉아 계세요! 여기서 제가 제일 젊습니다.”

아버지나 삼촌뻘 임원들이 그러는 것을 보고 진욱은 바로 제지한 다음에 상석에 앉아서는 가장 먼저 지금 일에 대해 논했다.

“국정감사 참여할 겁니다. 내용증명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바로 메일을 보냈고, 태국 외교부에서 팩스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아직 팩스가 오진 않았다는 거네요?”

“…죄송합니다.”

그때 그 임원의 반대쪽에 있던 최대철 부사장이 준비한 자료를 서류 봉투에 담아 진욱에게 건네 줬다.

“회장님, 이건 이번 주파크 동물 교환에 관한 내용이고, 시립동물원 시절 시예산으로 들여온 코끼리 임대 내역서입니다.”

진욱은 그것을 보고는 하나하나 확인했다.

이건 부산 성곡동물원 시절 때의 계약서인데, 이 당시 이곳에 있던 아시아코끼리는 태국 정부에서 2014년에 임대한 것이 드러났다.

“이게 수치상으로는 0원이지만, 사료와 건강검진, 거기에 태국인 사육사까지 부산광역시에서 모두 제공하는 계약이군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내가 분명 이때 이걸 확인했었고, 그 당시에 태국 정부에게… 응?”

“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이거 뭔가가 좀 다른데?”

진욱은 그것을 보고는 다급히 휴대폰을 뽑아서 아성주파크 부산에 연락을 했다.

그곳에 동물원 원장에게 바로 연락하고, 지금 자신이 보내라고 하는 자료 리스트를 전부 불렀다.

그리고는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이 불안해하는 임원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했다.

“다들 잘 알아 두세요. 이 건에 대해서 국정감사가 있다면 참여할 거고, 조사가 들어온다면 모두 임하겠습니다.”

정면돌파.

진욱은 피할 것이 없다고 선언하고, 바로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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