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79화 (179/200)

179화 사회적 가치와 교양? 맘껏 보여 주지

강원도를 순방하고 제2 유기 동물 보호소 확장과 동물원 사업에 대한 발표를 한 순간, 아성그룹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이번 이사회에 안건은 방송 홍보를 통한, 사회적 가치 프로젝트입니다.”

국민연금공단 이 본부장의 이야기를 들은 뒤로 진욱은 회장에 취임한 이후 ESG 경영에 대해서 스퍼트를 올렸다.

“이번에 제가 제안할 것은 애견 사육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전한 반려동물 키우기 캠페인입니다.”

진욱의 말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먼저 프레젠테이션부터 보시겠습니다. 김 팀장님은 준비해 주세요.”

홍보사업부 김영주 팀장이 임원들 앞에서 인사하고, 스크린을 내리면서 조명을 낮추고 빔 프로젝터를 가동했다.

[그럼 지금부터, 아성그룹의 사회적 가치를 위한 반려동물 프로그램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진욱이 구상하고, 홍보팀에 맡겨서 만들어 낸 결과였다.

이제는 사료와 펫케어 임원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금융과 유통망 쪽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하나하나 설명해야 했다.

스크린에 나온 것은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유명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대세 예능으로 SBC의 동물의 농장, KBC의 해피클럽, MBS의 반려동물 라이프! 등의 많은 동물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방송국에 예능 트랜드는 빠르게 바뀐다.

인터넷과 연계한 실시간 개인 방송, 쿡방이라 불리는 요리를 만드는 방송, 가수들끼리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는 음악 방송 그리고 다음은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반려동물 방송이었다.

[그중에서도 동물 예능의 75%가 모두 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기르는 반려동물이고, 그로 인한 많은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미디어에 나오는 작고 깜찍한 강아지부터, 늠름하고 산책 가기 좋은 순둥순둥한 대형견까지 종별로 인기를 누리는 개들.

하지만, 무턱대고 데려온 뒤로 제대로 된 훈육 없이 1인 가구에서 홀로 고립된 개들의 스트레스로 개 물림 사고부터 시작해, 정형 행동이나, 지랄 견이라 불리는 난동 등으로 한 해에 파양되는 견종 이야기가 뉴스에 심심치 않게 나왔다.

[우리는 그것을 두고, 반려동물 사업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 개선 차원에서 올바른 반려견 육성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 지원 할 것입니다.]

즉, 공익적 목적을 포함해 PPL까지 해서 아성의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마케팅 예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임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군거렸고 나쁜 안건이 아니어서 이사회 통과에 대해서는 문제없을 것 같았다.

[이상입니다.]

김영주 팀장의 발표 종료에 모두가 박수를 쳐 줬고, 이제 질문 타임이 되었다.

“근데, 저거 시작한다면 언제부터 가능하려나?”

“이번 2분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와 관련된 거면, 전문가 초빙이다 뭐다 우리가 다 해야 하는 건가?”

“네, 방송국에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예능국과 함께 캐스팅할 겁니다.”

질문이라고 해야 형식적인 것이엇고, 거기에 대해서 넘어갈 때 진욱이 손을 들었다.

“여기서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네, 회장님.”

“지금 여기 있는 분들 중에서 실제로 집에서 반려동물 키우시는 분은 얼마나 됩니까?”

그때 임원들이 서로를 바라봤고, 그룹의 기반이 반려동물 사료와 애완 용품 사업이었지만, 의외로 정작 키우는 사람은 적었다.

“회장님, 저는 시골집에서 진돗개 두 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호, 그렇군요.”

“회장님, 저는 딸아이가 어디서 고양이를 주워 와서 집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저도 아들 녀석이 데려온 강아지 키웁니다.”

대부분 본인이 직접 데려온 게 아니라, 가족들이 어디서 데려온 걸 떠맡거나, 지금 사는 곳이 아닌 고향에서 키우는 시골 개 같은 이미지였다.

“산책들은 자주 시키시고요?”

“하하, 그거는… 와이프가 장 보러 갈 때 가끔 데려가기는 한다지만.”

“그래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게 이겁니다. 당장에 반려동물 관련 사업인 우리 회사에서도 육성법에 대해서 아는 분들은 적어요.”

진욱도 데려온 강아지 요키를 키우고, 얼마 전 노환으로 하늘나라에 가기까지 상록 본가에서 자신이 산책시키거나, 이사 간 뒤로는 매일같이 어머니가 데리고 다녔다.

“데리고 나갈 때 입마개도 없거나, 방 안에서 키우고 왜 이리 사납냐고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관련 제품을 만들고 홍보를 할 겁니다.”

진욱의 발언에 임원들은 수긍하면서, 몇몇은 스마트폰으로 급하게 ‘강아지 키우는 법’, ‘무는 개’ 등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됐고, 이제 관련 팀을 만드는 것이 시작됐다.

* * *

“안녕하십니까? 강선욱이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성의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진욱은 짧은 스포츠 커트에 콧수염을 기르는 웃는 상의 사육사를 보고는 싱글벙글했다.

그는 과거의 삶에서도 반려견 행동 교정의 1인자이자, 2020년대 예능 대세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한 스타 사육사였다.

그리고 진욱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다시 보니 정말로 반갑습니다, 소장님.”

“네? 저를… 말입니까?”

“아, 기억 못 하시나보군요.”

진욱은 지갑을 꺼내서 명함 중 하나를 꺼냈다.

[삼정화재안내견재단]

“기억 안 나십니까? 과거 제가 아성사료라는 회사 간부로 삼정재단에서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육성 프로그램에서 사료를 기부할 때 행동 교정사로 계셨지 않습니까?”

“아, 아아… 그건… 벌써 11년 전 일이군요.”

강선욱 소장은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서 크게 웃었다.

“이제 보니 제가 회장님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군요. 기억 못 했던 것 죄송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서로간의 인사는 이쯤으로 하고, 진욱은 본격적으로 강 소장과 작품 콘셉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저희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료와 수제간식, 전문 용품을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특히 목줄이 아닌 저자극 하네스나, 산책용 신발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장사를 위해서 편성을 한 거지만, 그러면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올바른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유기견 수를 줄이기 위해 작년에 등록칩 의무제에 대해서 찬성한 것이고요.”

“좋은 마인드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해야 할 것은 어떤 걸까요?”

진욱은 그 당시의 기획은 PD가 했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회사가 직접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됐으니 그때의 예능을 떠올리며 말했다.

“소장님이 전문가로, 각 가정에 있는 문제 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행동 교정을 해 주십시오. 개를 좋아하는 연예인 MC분들을 섭외하고, 거기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구상하려고 합니다.”

“흐음, 네. 감은 잡히는군요. 그럼 천천히 조율을 한번 해 봐야겠습니다.”

진욱과 강 소장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서 논의를 했고, 프로그램 제목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때 순간 ‘나쁜 개는 없…’이라는 말을 할 뻔했다가 그건 그냥 다른 시대의 작품으로 남기기로 했다.

그렇게 가제까지 짓고는 프로그램 편성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프로그램 편성을 위해서 노력하자며 서로 악수를 나눴다.

“혹시라도 제가 나갈 일 있으면 기꺼이 참여할 겁니다.”

“하하하, 화제성은 확실히 있겠네요.”

진욱은 프로그램 편성을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대형 스폰서를 문 방송국 KBC는 싱글벙글하면서 마음껏 예산을 쓰는 프로그램 편성을 준비했다.

* * *

이후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만들어지고 있을 때, 진욱은 구아성사료 그룹에 관련된 프로젝트는 준비하고 있으니 다른 쪽도 신경 쓰기로 했다.

“새로운 카드 디자인을 만들까 합니다.”

“회장님, 체크카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융자사업부 정준모 상무의 물음에 진욱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예시로 가져온 것은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카카오의 체크카드였다.

“카카오뱅크의 이 카드는 모두 아시죠?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를 디자인해서 주문을 받는 제품입니다.”

“네, 확실히 디자인의 승리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기존의 메이저 은행이나, 대기업 카드사의 디자인에 비하면 어린아이 장난감 수준이라고 할 정도로 심플했지만, 엄청난 인기를 누린 것은 단 하나였다.

[캐릭터가 귀엽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정말 그걸로 너 나 할 것 없이 카드를 신청했고, 그러면서 어떤 캐릭터의 카드가 제일 많이 출시되는지에 대한 경쟁까지 붙어서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진욱 역시도 그것을 두고서 아성저축은행의 체크카드를 보여 주면서 심플한 단색의 그 디자인을 보고 혀를 찼다.

“체크카드는 자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신용카드의 경우 삼정카드와 같이 연동한 제품이지만, 둘 다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못 줍니다.”

회장이 직접 자사 제품을 디스할 정도로 아성저축은행의 카드는 디자인이 구렸다.

“그래서 한번 예시로 준비한 게 있습니다.”

진욱이 내민 사진을 두고 임원들이 한 번씩 돌려봤다.

그것은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양이, 강아지들이 종류별로 있는 사진이었다.

웰시코기, 치즈태비, 스피츠, 러시안블루, 페르시안, 샴, 비글, 불독 등등.

종류별로 있는 동물 사진들은 보다 보면 귀엽긴 하지만, 그것을 두고서 뭔가 싶어 바라보는 임원들이었다.

“이건 아성펫케어 쪽에서 홍보용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걸 그대로 스캔하는 겁니까?”

“물론 아니죠. 단, 2D식으로 리터칭을 해서 디자인으로 쓰는 게 어떨까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흐으음.”

임원들은 그것을 보고서 골똘히 생각했다.

보통 금융사에서 다양한 혜택의 카드를 출시하는 것은 흔했지만, 디자인 한번 하는 데 드는 비용은 상당했다.

일반인들이 그냥 별 의미 없는 문양이라 생각하는 것도 알고 보면 유명 디자이너에게 의뢰해서 만든 제품이었고, 아성저축은행의 기존 카드도 단색에 칙칙하다고 하지만, 나름 당시에 디자이너에게 컬러풀한 이미지를 요구해 제작하고 채택한 것이었다.

“동물 그림 카드라… 그럼 이걸 가지고 자사 혜택을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임원 중 한 명이 손을 들어 말하자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었다.

“예를 들면요?”

“아성저축은행으로 이 카드를 출시하면 반려동물 등록한 고객에 한해서 동물의료보험 가입시 일정 비율 이상 할인, 동물 제품에 대한 할인 포인트와 자사의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 애견 카페에 대해서 테마 시설 할인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진욱은 그 말을 듣고서 바로 박수를 치면서 그를 가리켰다.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가,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이번 프로젝트는 박 전무님이 해 주세요.”

“…네?”

“제가 아이디어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이 새 디자인의 카드와 혜택 상품에 대해서는 박 전무님께 맡기겠습니다.”

“아니, 저…….”

“TF팀 인원 선별은 전권을 드리겠습니다.”

진욱은 즉석에서 내건 조건으로 바로 임원 한 명에게 프로젝트를 몰아줬다.

구매 총괄을 맡고 있었던 박 전무는 졸지에 새 프로젝트를 맡은 경영자가 되었고, 회장의 푸시로 인해 얼떨결에 그걸 맞게 됐다.

물론 당사자는 황당하겠지만, 다른 임원들의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저걸 내가 말했으면 바로 픽받는 건데!’라는 속 쓰림이 대다수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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