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77화 (177/200)

177화 엔드 오브 에라

[속보: 아성사료그룹 하상만 회장, 은퇴 시사.]

[“우리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후계자들의 새 시대.]

[시가총액 12조의 대기업 신생? 그동안 흩어진 아성의 이름이 한곳으로 뭉친다!]

언론에서는 이 일로 인해 대서특필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진욱의 집무실에는 쉴 새 없이 전화가 오고 있었다.

“아, 네. 그렇게 됐습니다. 축하는요? 이제 이걸 다 제가 컨트롤하려니 고생길이 열렸는데요.”

한 통화가 끝나면, 또 다른 곳에서 전화가 온다.

“아이고, 아닙니다~ 아직 회장직 승계된 상태가 아닙니다.”

몇몇은 진욱과도 친했던 재계의 거물이었다.

“이 회장님, 네. 지난번 임원 영입 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협업 부탁드립니다.”

삼정부터 시작해서, 대화나, 제일, 로타 등의 10대 기업의 축하 인사.

그 이후로 각종 국회의원, 장관, 지자체장 모두 축하 인사를 보냈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이번 통화도 마치고, 노크 소리가 들리자 들어온 것은 진영과 진미였다.

진욱은 두 누나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차를 준비했다.

“축하해, 회장님.”

“아이고, 고생 많으시네?”

두 누나는 진욱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면서, 아버지와 큰아버지에 이은 2대 회장이 된 동생을 응원했다.

“어차피 답은 정해진 거였지.”

“나야 뭐, 딱히 신경은 안 썼지만.”

진욱은 그 상황에서 웃으며 누나들에 대한 자리도 준비했다.

“그래서 말인데, 누나들도 일 좀 해 줘.”

“응? 난 사표 냈는데?”

“이야기 들었어.”

최근 큰누나 진미는 아버지가 은퇴한다고 했을 때, 자신도 이제 경영은 못 하겠다면서 사료연구센터장 자리에 사표를 제출했다.

이제는 남편도 자리를 잡아서 대학 병원 과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아이들 자라는 것을 신경 쓰면서 내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욱은 그동안 큰누나가 연구하면서 개발한 사료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그냥 전업주부로 돌아가는 건 아깝다고 생각했다.

“누나, 아직은 떠나기 그렇지 않아?”

“글세? 요새는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 많던데? 연구직도 대폭 늘었고 말이야.”

“정 그렇다면… 차라리 후학 양성은 어때?”

“응?”

진욱은 최근 건설사와 대학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사촌형 진성과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말했다.

“이번에 명인대에서 생명과학대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하거든. 누나는 박사 학위까지 있으니까 충분하고.”

“나더러… 그쪽 교수 하라고?”

“솔직히 누나만큼 식품 공학 쪽 잘 아는 사람도 없잖아?”

“저기, 나는 바이오 에너지 쪽이지만…….”

원래 진미가 공부하던 영역은 예전엔 농대라고 불렸던 스마트팜이나 농업 종자 연구 등의 미생물이나 발효 등에 대한 것을 논하던 것이었다.

“아무튼 지금 유능한 교수들 영입하고 있다고 하는데, 누나도 한번 가 봐. 차라리 그쪽에서 후학 양성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뭐, 한번 고려해 볼게.”

진욱은 큰누나가 은퇴한다면 차라리 대학 재단 쪽으로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이건 진미에게도 나쁜 제안이 아니었다.

사촌이라는 것을 배제한다 해도, 10년 넘게 현장에서 연구원을 하면서 타 국공립대와 교류해 예산도 많이 따 냈던 커리어가 있으니 말이다.

다음으로는 큰누나 옆에 있는 작은누나였다.

“진영 누나.”

“왜? 나는 또 뭘 시키려고?”

“아성펫푸드 대표이사 누나가 맡을래?”

“뭐?!”

진영이 화들짝 놀라다가 이내 머릿속이 복잡하게 흘러갔다.

지금 진영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펫드레스는 상장 이후 역대급 매출을 올리면서, 일반 의류보다 반려동물 의류가 더 매출 대비 수익이 좋다는 찬사까지 받고 있었다.

덕분에 전국적으로 강아지나 고양이 옷이 SNS를 타고 인기를 누렸고, 지난번에는 공연용 코끼리 옷을 만드는 외주까지 받아 태국에 수출했다.

하지만, 애견 옷만 만들던 진영이 강남 사옥의 아성펫푸드 전체를 총괄한다는 말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었다.

“앞으로는 아성그룹으로 만든 다음에 사료사업부, 펫케어사업부, 금융사업부로 나눌 거야.”

“무슨 삼두정치냐?”

“회장 혼자서 다 하는 건 별로라며? 그래서 한 축은 누나가 사장을 맡아 달라는 거지.”

“흐으음, 왜 그냥 내부 승진이나 새로 영입하지?”

그것 또한 생각했으나, 진욱이 생각을 접었다.

“이정열 부사장도 은퇴한대. 이번 아쿠아팜 프로젝트 끝나는 대로 사표 내겠다고 하더라고.”

“하나둘씩 다 떠나네.”

과거 진욱이 이 삶을 살게 된 것이 2008년.

그때 자그마한 공장에서 20여 명의 직원 중 사장이고, 이사고, 상무고 하나씩 타이틀을 가졌던 사람들과 코스닥 첫 상장을 하면서 영입된 사람들은 이제 하나둘씩 물러났다.

이전에 고졸 특채나, 청년 취업 패키지로 온 인재들도 지금은 아성의 위상이 올라 명문 4년제 대학에 대기업 출신들의 간부 영입으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었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시가총액 10조가 넘는 대규모 기업을 통솔하려면 일단 교통정리부터 확실히 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일단 은퇴한다는 사람 사직서는 전부 받을 거고, 필요에 따라서 인사도 엄청 개편할 거야.”

“일단 생각해 볼게.”

진욱의 단호한 말에 진영과 진미 모두 그가 생각하는 인사이동에 대해서 일단 수긍은 했다.

두 누나가 떠난 뒤로 진욱은 각 계열사에 있는 주요 임직원 리스트를 보면서 펜을 꺼냈다.

“자, 그럼 이걸 교통정리 하려면…….”

* * *

그렇게 교통정리를 하는 와중에 상만의 은퇴식 역시도 수월하게 준비되고 있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상만은 자녀들에게 양도할 주식에 대해서 전문 세무사들과 논의를 하고 있었다.

“부동산은 어떻게 분류하시겠습니까?”

“아, 이게 농지만 남겨 놓고 나머지 상가나 그런 건 전부 지분을 나누면 되지 않을까?”

“단독 양도가 아니라 모든 건물을 그렇게 말입니까?”

“흐음, 어느 쪽이 더 나으려나?”

세무사들과 이야기하면서 하나하나 쌓아 놓고 보니 의외로 큰아버지인 상규만큼이나, 아버지 상만에 대해서도 굉장히 많은 양의 재산이 나왔다.

“진짜 어마어마하네요.”

“이제는 다 네 것이야.”

상규는 아들의 등을 토닥이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맡긴다면서 모든 기대를 걸었다.

그렇게 교통정리가 끝나고 또다시 새해를 앞두고 있을 때, 상규는 연말 망년회를 두고서 퇴임식을 같이 치렀다.

처음 코스닥 상장을 했을 때만 해도, 술이나 몇 잔 마시던 지역지 기자 한두 명 왔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의 아성사료그룹 하상만 회장의 퇴임식에는 메이저 10대 언론사는 물론이고 지상파 3사와 종편까지 모두 등장했다.

수많은 직원이 모인 상록시 레포츠타운 대강당에서 성대한 퇴임식을 이뤘다.

[그동안 경영인으로 활동한 지가 햇수로는 벌써 40년에 가깝습니다. 옛날 생각이 나는군요. 과거 아버지께서 수출 증대 사업으로 만들어진 공기업 아시아합성사료를 인수하시고, 제가 이 손으로 기계를 돌려, 첫 사료를 받아 냈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감회가 새로운지 눈가가 촉촉해져 있을 때, 진욱을 포함해 진영이나 진미는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조용히 박수를 쳤다.

[이제 저는 길었던 경영인 생활을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곳에서 저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합니다.]

한 시대의 끝.

그 한마디가 진욱에게는 굉장히 와닿았다.

새 삶을 살게 된 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 그 뒤로 벌어지는 일은 앞으로 자신이 개척해 나가야 한다.

‘슬슬 내가 살았던 시기하고 딱 골든 크로스가 될 때고 말이야.’

그때부터는 진짜 자신의 판단력만으로 모든 것을 이뤄야 할 시기.

진욱은 그래서 더욱더 정신 차리고 경영해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길었던 퇴임사가 끝났을 때, 앞자리에 앉아 있던 어머니 원숙은 핸드백에서 손수건을 꺼내더니 눈물을 훔쳤다.

“흑, 흐흑…….”

“아, 엄마. 왜 또 울고 그래?”

뒤에 있던 둘째 누나 진영이 엄마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했지만, 그분에게 있어서는 가장의 은퇴에 대해 담담했지만, 결국 억눌러 왔던게 터진 것 같았다.

“고생했어. 너네 아버지 정말 고생하셨다고.”

“알지~ 알아~ 나도 아빠랑 옛날에 엄청 싸웠었잖아?”

“그러면서 유학비는 꼬박꼬박 받았고.”

옆에 있는 큰누나의 말에 진영이 고개를 돌렸지만, 맞는 말이라 뭔가 반박을 못했다.

[마침 이 자리에 있군요. 이제 새 시대를 위한 후임 경영자인 하진욱 대표이사를 이 자리에 부르겠습니다.]

“으, 으응?!”

진욱은 아버지가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상황에 살짝 당황했다.

취임식은 새해에 따로 준비하려고 했는데, 이 자리에서 나오라는 반응.

진욱은 헛기침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갔고, 우레와 같은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넘겨주는 마이크를 받고는 수천 명이 넘는 직원을 보면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아,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회장님의 은퇴 이후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하진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경영 방침 발표에 대해 많은 임직원들이 기대하고, 기자들 역시도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들이댈 때, 진욱은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부담감이 많은 자리지만, 잘 하겠습니다. 그리고…….]

진욱은 기자들과 앉아 있는 임직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명언 같은 명언은 내년 취임식 때 남기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순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아버지와 악수하고는 만세를 하면서 내려갈 때, 카메라 셔터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 * *

퇴임식이 끝나고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회식을 했다.

오늘의 장소는 상록시에 위치한 한 고깃집이었다.

“기어이 여기서 끝을 내네…….”

앞에서 아들딸이 고기를 굽고 있을 때, 상만은 감회에 찬 얼굴로 술잔을 집었다.

진욱 역시도 은퇴 이후 회식 장소를 이곳에 잡은 것을 두고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전생의 하진욱이 굉장히 좋아했던 음식이 소고기. 그리고 언제나 사업을 할 때 힘든 일이 생기거나 결단을 할 일이 있을 때마다 찾던 곳이었다.

“여기서 진짜 많이도 먹었지?”

“교회 다녀오시고 저녁 외식 코스로도 가고요.”

“농협사료 입찰하고, 서울대공원 동물원 입찰 계획도 여기에서 밥 먹다 한 거였지?”

“조달청 등록해서 공기업 납품 성공했죠.”

“제일사료하고 거래 트고, 기자들 불러서 기사 잘 좀 써 달라고 부른곳도 여기인데 말이야.”

“코스닥 상장 기념 회식도 있죠?”

상만과 진욱이 티키타카로 그간 이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하자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가족들은 10년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다면서 흐뭇한 얼굴로 바라봤다.

“앞으로도 잘해라.”

“네, 감사합니다.”

두 부자가 악수를 했을 때, 더 못봐 주겠다면서 고개를 돌리는 진영이나, 아예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스마트폰을 든 진미.

박수를 치면서 아예 가족 사진을 찍자고 한 어머니 원숙의 제안에 모두가 모여 직원에게 부탁해 다 같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날 모두가 상록 본가에 모여 묵고 간 다음 날.

진욱은 기다리고 있는 수행비서의 차에 타면서 눈을 감았다.

“이제 진짜 시작이네…….”

이제는 그 위에 아무도 없는 회장 직함.

그리고 할 일은 매우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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