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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72화 (172/200)

172화 넝쿨째 굴러온 돈! 돈! 돈!!!

“네?”

“이놈아,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물려준다는 것도 싫어?”

너무 뜻밖의 이야기라 입이 쩍 벌어진 진욱이었다.

반면, 옆에 있는 사촌형 진성은 큰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는데도 무척이나 담담했다.

원래였다면 모든 것을 다 받을 수 있는 대권 후보인 유일한 아들인데, 사촌이랑 재산을 나눠 받는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큰아버지,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허허, 이놈 참~. 상만아, 이놈이 회사랑 돈 물려준대도 싫은가 보다?”

“아니, 형님! 이건 저도 놀랐습니다.”

자신의 생일 때 부른 큰집 일가인데, 진짜 생각지도 못한 폭탄 발언에 모두가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규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나도 벌써 칠순이지. 돈 굴리는 재미도 슬슬 질릴 때야.”

젊은 시절부터 할아버지의 유산을 받아 부동산과 주식, 채권 등으로 막대한 부를 축척하고, 사업은 재미 삼아 한다는 평가까지 들었던 큰아버지다.

게다가 지난번 명인대 재단을 인수한 이후로는 사실상 기업을 밑의 경영인들에게 맡기고, 회사 출근보다는 높으신 분들과 골프나 치러 다니면서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원래는 대학교 이사장 노릇이나 하면서 남은 인생 지내려고 했다. 골프도 치고, 낚시도 가고 말이야.”

“형님이 원래 그런 걸 좋아하시긴 했죠.”

“근데 말이야, 내가 말년에 정치 한번 해 보면 그거보다 더 재밌을 것 같구나?”

“형님, 그런 건 신경 안 쓰셨잖습니까?”

“그래서 더 재밌는 것 아니겠냐? 칠십 넘은 노인네가 이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말이야.”

도전 정신은 높게 사겠지만, 진심으로 그걸 해 보겠다는 말에 진욱은 미묘했다.

그사이 노크와 함께 어머니가 뭘 먹지도 않고 그렇게 따로 이야기를 하냐면서 술상을 따로 차려 가져왔다.

모두가 새로 온 술상의 술과 음식을 즐기면서 큰아버지의 늦깍이 정치 입문에 대해 놀라면서도 어느새 모두가 응원하게 됐다.

“이원욱이가 진욱이 너한테 그런 제안을 했다지? 한번 말해 봐라, 만약 승낙하면 내가 진짜 입당하고 공천받아서 재보궐에서 당선되는 순간 내 재산은 이제 니들 거다.”

진욱은 그 말을 듣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현재 시가총액 6조에 육박하는 아성금융그룹.

그리고 현재 자신이 여기까지 키운 5조원에 가까운 시가총액의 아성사료그룹.

만약 둘이 합치면, 10조 규모의 대기업이 탄생하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권한는 진욱이 가지게 되는 것이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제안을 다른 사람에게 토스하는 순간, 엄청난 조건이 되었으니 진욱은 어떻게서든 이것을 성사시킬 것이다.

* * *

“그렇게 된 이야기입니다.”

“흠흠, 일이 그렇게 되었군요.”

“그래서 안 됩니까?”

진욱은 노원구에 위치한 호텔에서 이원욱을 다시 만났다.

처음에는 진욱이 직접 입당하는 줄 알고 싱글벙글한 얼굴이었지만, 자세한 내막을 듣고는 약간 실망한 얼굴이었다.

“그래도 하상규 회장님 역시 상록시에서의 인기는 절대적이시고, 방송에도 많이 나오셨으면서, 우리 당 의원님들과도 친분이 있으시군요. 흐으음…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그럼 입당 시 공천을 해 주실 수 있는 겁니까?”

“일단 대표님께 이야기는 드려 보겠습니다만, 일단은 그분의 연세와 경기도당의 의사가 중요할 겁니다.”

이원욱의 말을 들은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러면서 그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말했다.

“이 위원님의 제안은 감사했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제가 그걸 받아들이고 들어갈 수는 없어서 협의 끝에 내놓은 제 결론입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압니다. 기업을 운영하시는 현역 경영자가 여당하고도 지원책이 많을 텐데, 그걸 잊고 바로 정계에 입문하기는 힘드시겠죠.”

“위원님이 저를 두고 청년 인재 영입이라고 하셨을 때, 그 자리에 저희 큰아버지를 추천한다는 게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저는 나이보다 인물론으로 나은 분을 추천드린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원욱은 이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내심 진욱이 아니어도 떠오르는 신흥 재벌 아성가의 가장 큰 어른을 영입하게 되었으니 확실한 당선 카드는 하나 정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일단 그렇게 된 것은 맞고, 공식적으로 제가 일가 친척이라 하더라도 전면적으로 서포트 못 하는 건 아시죠?”

“아, 네. 그렇게 되겠죠.”

“그래서 말입니다만…….”

진욱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에 대해서만 살짝 귀띔을 해 줬다.

그 순간 그게 진짜냐면서 화들짝 놀라는 이원욱의 반응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 소식입니다. 아성저축은행으로 유명한 아성금융그룹과 아성산업개발의 하상규 회장이 전격 사임을 선언했습니다.]

[하 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서 기존의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일설에는 새로운 사업 진출 혹은 같은 일가인 아성사료그룹과 아성금융그룹, 아성산업개발의 대대적인 합병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관련 주가가…….]

당하고 확실히 딜을 본 건지, 바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큰아버지였다.

그리고 진욱의 집으로 수많은 세무사와 로펌의 변호사들이 각각 007가방에 한 뭉치의 서류를 가지고 찾아왔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광성에서 나왔습니다.”

“저희는 세무법인 다름에서 왔습니다.”

“양도 전문 변호사 조현범이라고 합니다.”

명함받은 걸 일일이 확인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그들이 모여서 하나하나 해결하는 데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표님, 우선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세율이 이 정도입니다만, 다른 쪽으로 줄이는 걸 생각하자면…….”

“일단 한 번에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이건 단계적으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재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전문 변호사와 세무사가 달라붙어서 조 단위에 육박하는 재산을 분배하는 일이었다.

큰아버지 상규가 미리 이야기를 해 뒀는데도 이 정도이니 생각 이상으로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다.

그날 하루 종일 집 안에서 관련 법안과 양도 문제로 이야기를 끝낸 뒤로, 진욱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누웠다.

“후우, 힘들었다.”

“진짜 백부님이 재산을 분배해 주시는 거예요?”

“그렇게 됐어. 그것도…….”

상규의 장남이자, 사촌 형인 진성보다 진욱의 몫이 훨씬 더 많았다.

이전에도 진성을 언급하면서 ‘그놈은 회장감이 안 될 놈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그냥 우스갯소리인 줄 알았는데 정말이었다.

“여러모로 참 대단하신 분이야.”

“백부님이요?”

“그분뿐만 아니라 큰어머니나 진성이 형이나 전부…….”

자신들의 지분까지 양보하는 저세상의 쿨함이었고, 사실상 집안에서 앞으로를 이어 나갈 경영인으로 진욱이 결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전화가 왔다.

진성이었다.

2시간 뒤에 이리로 온다는 이야기였고, 진욱은 세화에게 술상 좀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 * *

“이게 잘 맞을지 모르겠네요. 일단 평균적인 나이대라고 하던데.”

“어머나, 예쁘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동복을 잔뜩 사 온 진성은 진욱의 아들 은준을 보면서 빙긋 웃어 보이며 볼을 당겨 줬다.

붙임성 있게 달려들어 삼촌의 다리를 부여잡은 아기를 보고 진욱이 안아서 같이 들어갔다.

“이번에 큰아버지 양도 건 정말로 오래 걸릴 것 같더라.”

“양도는 양도고, 바로 아성금융그룹부터 맡아 줄 수 있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진성의 말에 진욱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야지. 잘 운영해야 하니까.”

“등기이사 겸직은 처리될 거야. 어차피 한 번 해 본 입장이잖아?”

아성펫푸드 대표이사이면서, 대화손해보험 본부장 자리를 겸직했던 과거도 있었다.

진욱은 이번에도 금융업 일을 하게 돼서 자신이 있는 상태였다.

“형은 앞으로 어떻게 운영할 거야?”

“아성산업개발의 운영은 당분간 내가 맡을 거야. 해결해야 할 공사 건도 있고 말이지.”

아성사료 베트남 공장 확장, 상하이 아쿠아리움 공사 마무리, 아부다비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공사 등등. 그동안 대화건설이나 삼정물산 같은, 진욱과 인연이 있는 대기업들의 알선으로 해외 수주가 가득한 상황이었다.

“이 건 해결하는 데 3년은 걸릴 거다.”

“형은 그럼 계속 건설 쪽으로 하려고?”

“음, 일단은 그렇게 하고서, 전부 정리되면…….”

“정리가 되면?”

“아성산업개발도 넘길 테니 아성사료그룹하고 아예 합병해.”

“……!?”

“사료그룹이 아니라 아예 아성그룹 이름 그대로 가라고.”

“그러면… 큰아버지랑 형은?”

“우리는 지분만 가지고, 그냥 경영은 네가 맡아.”

“허어…….”

물욕이 없어도 이렇게까지 없을 수가 있나 싶었지만, 진성은 그 뒤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했다.

“나는 아버지 정치 활동 성공하시도록 도운 다음에 재단을 맡을 거야. 아성복지재단하고 명인대학교 재단 합병해서 아버지와 같이 운영할 거다.”

“…아.”

경영은 모두 진욱에게 맡기고, 재단과 대학교를 맡겠다는 말에 진욱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일가의 지분은 지분대로 가지면서, 진욱을 전문 경영인처럼 쓰고 직접적으로 전방에 나서지는 않은 채 서포트 역할로 빠지겠다는 말이었다.

결국 큰아버지에 이어 사촌 형 진성 역시도 통합 아성그룹에서 초대 대표이사 회장으로는 진욱을 생각하고 있다.

진욱은 그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술잔을 채웠다.

“부담 엄청 되네. 10조짜리 거대 기업집단을 통솔해야 한다니.”

“그때쯤 되면 너도 슬슬 마흔 살쯤 아니냐? 최연소 대기업 총수겠네?”

진성의 말에 진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핀테크 사업을 좀 키워 보려고 해.”

“음? 핀테크?”

“기존의 아성저축은행은 2금융권으로 상당한 성공을 거뒀어. 하지만 그 한계도 있었지.”

2금융권에서 아무리 커져도 결국은 1금융권 가장 말석에 있는 은행보다도 못하다.

그 넘사벽의 차이로 인해 아성저축은행은 기존 지점을 계속 늘린다 하더라도 우상향의 곡선을 만들기에는 이제 한계가 보였다.

거기에서 진욱이 생각한 것은 핀테크였다.

“요새 금융 당국이 규제도 많이 풀고 있고, 스마트폰으로 송금하는 시스템이 대세잖아?”

“근데 그거… 지금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아? 이미 카카오나 아토스 같은 기업이 많잖아?”

기존의 인터넷 금융은 공인 인증서를 발급받고, 수많은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서 겨우겨우 진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 상황에서 해외 금융과 국내의 보안 규제로 인해서 정부는 수시로 금융 관련 규제를 풀어 주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신조어 핀테크(Fintech),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을 합쳐 만들어진 단어로 현재 가장 큰 대세였다.

특히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로 자연스러운 금융거래, 모바일 은행, 크라우드 펀딩, 심지어는 스마트폰 내에 대출 전문 은행들도 생겼다.

전부 아성저축은행이 오프라인에서 실행하던 사업이었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건 역시 송금프로그램일 거야. 전문 앱을 만들고 수수료 면제로 시작해서 1금융권들하고 연동할 수 있게 말이야.”

“경쟁자들이 너무 많은데…….”

“자신 있어.”

진욱은 이왕 자신을 밀어줬으니, 거기에 대해서 확실하게 보답하기로 했다.

어차피 사료그룹은 부사장에게 일임한 뒤로 잘 돌아가고 있으니 이참에 다른 업무도 오랜만에 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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