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70화 (170/200)

170화 정치권과 너무 거리를 좁혔나?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그날의 백분토론은 엄청난 레전드 영상들과 캡처를 남겼다.

“길고양이는 자연에서 살면서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친구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잡아다가 전자 칩을 넣어 통제한다고요?”

“저기… 그런 길고양이를 데려다가 집에 들여 키우는 것을 자연과의 공존이라 할 수 있습니까? 야생동물을 반려동물로 받아들인 이후부터 그 대우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양이는 다른 동물과 달라요! 집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길거리를 다니면서 집에 들어옵니다. 외출 냥이요!”

수십 년간 이런 토론 프로 진행을 맡아 왔던 사회자 정한용 앵커마저도 순간 표정 관리를 못 할 정도로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발언들이었다.

그 와중에 진욱이 표정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국정감사 때도 보였던 웃음을 철저하게 지우고는 상대방이 억지를 부려도 조리 있게 대답하면서 넘겼다.

“하 대표님께 질문드립니다. 저는 반려동물 등록제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그나마 이원욱이 상식적인 선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반려동물 의무 등록제 반대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우선 저는 고향이 대구 칠곡입니다. 저희 동네에서도 시골 어르신들이 많은 개를 키우시고, 대부분은 견주가 새끼를 낳을 때 동네에 나눠 주거나 5일장 등에서 데려오고는 합니다.”

“네, 시골은 아직도 그런 곳이 많은 걸로 압니다.”

“이런 분들을 대상으로 의무 등록이라면서 일일이 등록세를 걷고 키우게 할 수 있습니까? 그분들은 그런 걸 모르면서 그냥 태어나면 기르시고 반려동물로 데리고 삽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공장에 그런 식으로 키우는 개들이 있었습니다.”

진욱이 처음 이 삶을 살면서 공장에 갔을 때 만났던 시고르자브종 경비견.

지금은 노환으로 죽었지만, 그때 새로운 사료를 만들 때마다 직접 먹여 주면서 말년에 살이 피둥피둥 쪘던 녀석이었다.

“이런 상황,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 관련으로 무작정 도입만 한다면 거기에 대한 행정 낭비만 생길 겁니다.”

“처음에는 과도기적인 문제점이 있겠지만, 단계적으로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하시면, 어떤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까의 김슬아와는 다르게 제대로 된 토론을 할 수 있어 흥미를 가진 진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원욱을 응시하고, 거기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제 생각에 대표님께서는 신도시에 있는 호수 공원에서 산책을 다니는 반려동물만 생각하시면서, 실제 인프라를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축산사료와 대형견 사료 점유율 1위인 회사를 운영하는 제가요?”

진욱이 강하게 나가자 순간 토론 중 실언이라 생각하며, 아차 싶은 이원욱에게 바로 카운터를 날렸다.

“그리고 시골 이야기를 하시니, 저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저희 공장은 지자체와 협력하여 도심 외곽 쪽의 농어촌과 가까운 공단에 위치해서 지역민들과 자주 소통을 합니다.”

진욱은 이것을 잡고서 바로 쐐기를 박기 위해 열변을 토했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 소 키우고 돼지 키우시는 분들 전부 한우나 한돈이라는 브랜드로 전자 표찰 의무 등록하시는 건 아세요? 이미 그분들도 다 아는 제도입니다. 단지 집에서 키우는 개나 고양이에게도 한다는 것이 생소하실 뿐이지, 전혀 모르는 영역이 아닙니다. 거기에 대해서 법이 시행되면 몇 달간은 담당 공무원들이 와서 정보를 알리고, 농협에서도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잘못하면 시골이라는 편견으로 중앙 법령에 대해 ‘그 사람들은 모를거다.’라는 인프라 부재를 언급한 거라 표심으로 먹고 사는 정치인이라면 피해야 할 말을 한 것이다.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굳이 시골에서 키우는 동물들까지 전부 그럴 필요가 있나 싶고, 세금 문제가 겹쳐 있으니…….”

“모든 세금은 정산 때 환급이 됩니다. 반려동물 보유세 역시도 그렇게 해서 점차 개정을 하며 발전해 나가면 인프라는 자연스럽게 따라갑니다.”

사실상 진욱과 상대 패널의 1:2였고, 찬성 측으로 나온 이윤희는 그저 미소만 지으며 간간이 토스만 할 뿐이었다.

“저 역시 안전한 동물권을 위해서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막기 위해 등록 제도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바입니다.”

지금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시청자들 모두 누가 이긴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방송 카메라가 꺼지고 자리에서 일어난 정한용 앵커가 양측 패널들에게 인사하며, 악수를 신청했다.

모두가 악수를 하면서 아까까지 날 선 반응으로 대립하던 패널들 역시도 서로 웃으며 인사했다.

“오늘 토론 인상적이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원욱이 특히 진욱에게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김슬아는 형식적으로 손만 닿고는 벌레 보듯이 노려보고는 바로 떠났다.

그렇게 전부 정리하고서 떠나려고 했을 때, 이원욱이 갑자기 진욱을 불렀다.

“하 대표님,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네?”

“따로 차라도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해서요.”

생방송 토론에서 상대 패널로 대립했던 사람이 방송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자신을 부른다?

그것도 다른 직업도 아닌 거대 정당 청년 위원이라는 사람이라는 것에 진욱은 잠시 생각했다.

“그저 가벼운 티타임입니다.”

능글거리는 얼굴로 말하는 이원욱을 보고서 진욱은 ‘나 할 말 많아요.’라는 뜻을 읽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시계를 봤다.

“술은 됐지만, 커피 정도라면… 뭐, 그럽시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대표님.”

넉살 좋은 얼굴로 자신이 잘 아는 카페가 있다면서 안내하는 이원욱을 따라 진욱은 차를 같이 탔다.

* * *

상암동에서 나와 노원까지 가서 커피숍에 온 진욱은 특이한 디자인에 SNS에 올릴 핫 플레이스로 괜찮아 보이는 분위기에 미소를 지었다.

“커피 한 잔에 상암에서 상계동까지 왔군요.”

“죄송합니다. 진짜 좋은 곳이라 꼭 알려 드리고 싶었습니다.”

“뭐, 커피 맛도 괜찮네요.”

그래 봤자 아메리카노였지만 말이다.

이원욱은 진욱과 이름도 비슷하고 나이대도 비슷했다.

실제 나이는 진욱보다 2살 많은 서른여섯.

당 내에서 청년 위원으로 각종 토론이나 예능 프로그램 등에 얼굴을 자주 보이고, SNS 활동도 정력적으로 하는지라 야당 내에서 키워 주는 차세대 정치인 중 하나였다.

‘먼 훗날 진짜 거물이 되는 것도 맞고 말이지.’

진욱은 그런 인물이 아직 하꼬인 시절에 자신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 보기로 했다.

“하 대표님은 어린 나이에 회사를 운영하시면서 지금까지 성장시킨 신화적인 경영인 아닙니까?”

“신화까지는 아니지만… 뭐, 공장 잘 운영은 했죠.”

“하하하, 아직 30대 초반 아니십니까? 그런데 시가총액 5조의 기업집단을 운영하시는 분이니 충분히 엄청난 업적 맞죠.”

아닌 게 아니라 과장하기 좋아하는 메이저 언론사 월간지나 칼럼 등에서는 진욱을 두고서 현기그룹이나 삼정그룹의 창업주들과 비교를 하면서 ‘21세기의 왕회장의 자질’이라는 낯간지러운 비교를 하곤 했다.

“사실 국정감사 때부터 느끼긴 했습니다. 정말 20년 뒤에는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인이 되실 거라는 걸요.”

“하하하, 너무 띄워 주시는 것 아니에요?”

“그럴 자격과 위상이 충분하신 분이니까요.”

진욱은 갑자기 차 한잔 마시자면서, 입이 마르게 칭찬 릴레이만 하니 뭔가 부담스러웠다.

이쯤되면 이 사람이 무슨 이유로 자신을 묶어 놓는지에 대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나보고 정치 자금이라도 달라는 건가? 아니면, 이번 법안에 대해 물밑 협상으로 규제안 딜?’

제1 야당의 네임드 정치인이 자신을 부르고서 제안한다면 그런 것일 거다.

“저기 이 위원님, 혹시 말이죠.”

“네?”

“저희가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중간에 누가 또 온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으흐흐, 아닙니다. 제가 알선 같은 걸 할 사람은 아니지요.”

뭘 생각하는지 안다는 듯이 말하는 이원욱의 반응.

그리고 진욱이 계속 궁금해하니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대표님, 정치하실 생각 있으십니까?”

“네?”

“정치요. 우리 당에 와 주시는 겁니다.”

“잘못 말하신 건 아니죠?”

“진심입니다.”

“제가 지금 한국미래당으로요?”

“네, 맞습니다.”

“저를요?”

“그렇다니까요?”

“왜요?”

진욱에게 있어 지금 이건 진짜 예상 못 했던 황당한 제안이었다.

기업 경영 하는 사람에 대해서 별안간 정치를 할 생각이 있냐? 무슨 뜻인지 이해 못 할 사람이 태반일 거다.

“대표님께서는 21세기의 왕 회장이라 불릴 정도로 전설적인 업적을 많이 이루셨습니다.”

“그 왕 회장도 말년에 정치한다고 대선 나갔다가 낙선하지 않았습니까?”

“말년에 급히 시작하셔서 그러신 거지요. 그분께서 당을 만드셨을 때는 그 이름값만으로 국회의원 30석 이상은 마련하셨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도 그렇게 몰아올 힘이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십니까?”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뭔 이야기인가 했더니 각 정당의 전형적인 인재 영입에 대한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정치를 한다고 하면 크게 세 가지였다.

시민 단체 출신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진보 정당 쪽에 영입되어 공천을 받거나, 행시나 사시를 통해서 관료직에 오른 다음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다음 당에 가입해 일선에 나가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름난 명사들 인재 영입이라고 정당 가입시켜서 하는 건 아는데…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이 아니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꼭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의 대표님이라면 아성의 본사가 있는 상록이나, 지금 계신 강남구 갑에는 충분히 당선되실 겁니다.”

그쪽이야 원체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라 이해는 되는데, 그렇다고 그런 핵심 자리를 날름 줄 리도 없을 거다.

“원하신다면 내년 있을 재보궐 선거구가 상록 을인데, 그곳에 추천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진욱은 그 순간 그 의도를 알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했더니만, 그쪽에 공백이 생기니 의석을 위해서 준비한 거군.’

상록시에서 아성사료그룹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나름 희귀한 수도권 지역의 향토 기업이면서, 그 경제를 활성화하는지라 시장은 물론이고, 지역구 의원과 도지사까지도 신경을 쓰는 곳 중 하나였다.

그런 곳에 아성 일가 출신의 인물을 두고서 정계에 입문시키려는 것 같은데, 이원욱은 진욱 자신을 생각한 것 같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만, 저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번 생각은 해 주시길 바랍니다.”

“정말로 저는 정치에 관심이 없습니다. 기업 하는 사람이라 정권 바뀔 때마다 여당 쪽과 대화를 하는 사람이거든요.”

“성향과 상관없이 말이죠?”

진욱이 단호하게 말하자 아쉬워하면서도 완전 포기는 못하겠다는 듯,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는 이원욱이었다.

“알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지요. 그러면 이번 반려동물 등록제에 대해서 저희 농해수위 의원님들과 토론을 하려고 하는데, 저에게 좀 가르쳐 주시겠습니까?”

화제를 돌리면서, 이번에는 지금의 떡밥인 입당 이야기 대신 법안에 대한 토론을 시작하자는 이원욱.

진욱은 거기에 맞춰서 그런 토론이라면 얼마든지 하겠다면서 조용히 손을 모으고 심야 토론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이야기 이후 원욱과는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인사 정도는 하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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