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68화 (168/200)

168화 국회 방송의 스타

진욱은 관련 자료를 집까지 가져와 하나하나 읽고 있었다.

“국정감사에 직접 나가는 것, 진짜 괜찮은 거예요?”

“그냥 가서 법안에 대한 이야기하는 건데, 뭐가 문제야?”

아내 세화가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말에 진욱은 걱정할 게 전혀 없다면서 손가락을 까딱였다.

“예전에 전임 정권 게이트 때 국정조사 가셔서 뒤집어 엎었잖아요?”

“에이~ 그때는 말도 안 되는 걸 뒤집어씌우려고 했으니 그런 거지.”

생각해 보면 그것도 벌써 추억이었고, 그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 10명과 혼자서 싸웠던 것은 아직도 유튜브에 엄청난 조회 수로 남아 있었다.

진욱에게는 아성사료그룹의 이미지와 자신의 인지도를 전국구로 알려 준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암튼 걱정하지 마, 법안 문제 때문에 참고인으로 가는 거니까.”

“어느 쪽 지지하는 건데요? 큰아버지에게 얘기드려서 적당히 해 달라고 전화는 할 수 있어요.”

대화그룹 인맥으로 바로 정치권에 연락할 수 있다는 세화의 말에 진욱은 가끔씩 자기 아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가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별거 없어. 그리고 내가 정치에 그렇게 관심 있는 것도 아니고.”

예전에는 지금의 여당인 야당과 티격태격했지만, 원래 기업인과 정치인이라는 게 그 자리에 있을 때 상황 바뀌는 거야 흔히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수의대 추가 확장과 호남 복합 쇼핑몰과 광주 동물원 인수로 인해서 현 여당하고 사이가 나쁘지도 않고 말이다.

어차피 정권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미 미래를 통해 알고 있는 진욱이었다.

지금은 그저 지난번과 같이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생방송 중에 아마 수많은 영상과 자막이 담긴 캡처가 유튜브나 각종 SNS와 커뮤니티 등에 나올 테니 그것에 대해 대비해야 했다.

* * *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진욱은 그 앞에 있는 수많은 기자를 보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 번 봤다.

“대표님, 앞에서 멈추겠습니다.”

“네, 네~.”

정장 패션부터 메이크업까지 오늘을 위해서 엄청나게 준비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더욱 신경썼다.

국회의사당 입구부터 있는 수많은 시민단체와 각자의 법과 피해에 대한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언제나 이런 시위에 시달리는 경찰들.

안에서 정치인과 국정감사 증인/참고인들을 기다리며, 공항 패션 직촬을 방불케 하는 기자들.

진욱이 그 안까지 들어가서 멈추고 차 문을 열고 나간 순간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선선한 날씨에 빛과 기자들 시선만으로도 땀에 푹 젖을 것 같은 열기였다.

“대표님! 오늘 농해수위 국정감사에 참여하셔서 어떤 이야기를 하실 겁니까?”

“반려동물 의무 등록제에 대해서 찬성이십니까? 반대이십니까?”

“이번 반려동물 의무 등록제로 인한 특정 기업의 테마주가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이런저런 질문이 넘쳐 났지만, 개중에는 대충 어거지로 끼워 맞춘 질문도 있어서 쓴웃음이 나왔다.

진욱은 그 자리에 멈춰 사진 찍기 편하게 정자세로 섰고, 일단 이곳에 온 자신의 목적에 대해 말했다.

“네, 말씀하신 대로 오늘은 농해수위에서 호출하여 [반려동물 의무등록제] 법안에 대한 참고인으로 왔습니다.”

“대표님은 찬성이십니까? 반대이십니까?”

그 기자의 질문에 대해 진욱은 쿨하게 대답했다.

“동물권을 위해선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동물에게 생체 칩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신다는 말이십니까?”

“해외에서도 부작용이 있는 제도인데 무리한 도입이 아닐까요?”

“그래서 그 안건에 대해 법안을 제출하신 국회의원분들과 토론을 해 보려고 합니다.”

진욱은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 위주로 조목조목 대답했고, 국회 경비대의 경찰들이 기자들을 통제하면서 진욱이 여의도 의사당으로 들어갔다.

국회에는 수많은 상임위원회가 있는데, 진욱이 갈 곳은 앞서 말한 [농림축산해양수산위], 이름도 엄청 길어 약칭 농해수위에 도착했을 때, 진욱은 자신을 기다리는 정치인들을 만났다.

“어이구, 하 대표님이 오셨구먼?”

“……!”

고개를 돌리자 나이 지긋한 국회의원 한 명이 보좌관들과 같이 다가와 진욱에게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다함께우리당의 김원배 의원입니다.”

“아, 아성사료의 하진욱입니다.”

연합 위성 정당제를 쓰는 여당은 원래 쓰는 집권당 이름 [다함께민주당]과, 비례대표 정당으로 쓰는 [다함께우리당]이 혼합된 집단이었다.

‘우리당의 김원배, 나화(나주/화천) 지역구 3선에, 이번에 처음 비례대표로 나온 4선 의원이었지?’

정치 입문 이후 꾸준히 농해수위에 있으면서 국내 농업과 어업에 대한 각종 제도를 위해 일한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하 대표, 오셨어요?”

“아, 천 의원님.”

또다시 진욱을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다함께민주당의 천만웅 의원.

진욱과는 구면이면서 지난번 광주 시립 동물원 인수와 복합 쇼핑몰 건으로 이야기하면서 호남 한정식에 대해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그 사람이었다.

‘어찌어찌 지역구에서 만나던 사람을 이렇게 보니 이미지가 또 다르구만.’

확실히 정치인은 표심과 위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거대 집권 여당의 상황에서 얼굴이 완전 펴 있었다.

여당 사람들과 인사를 했을 때, 다음으로 온 것은 인상 깐깐해 보이는 초로의 국회의원이었다.

“한국미래당의 이만용 국회의원입니다.”

옆에서 보좌관이 설명해 주자 진욱은 역시 인사하면서 악수를 했다.

“하 대표, 요새 여기저기서 많은 이야기가 들려요?”

“하하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좋은 이야기도 있고, 안 그런 이야기도 있고요. 뭐, 여튼 이따 보면 알겠지.”

그 말만 하고 농해수위 국정감사장으로 들어가는 인물을 보고 미리 알아 둔 저 사람에 대해 떠올렸다.

‘이만용, 영천/청도 지역구의 2선의원, 고향 전원주택에 개를 다섯 마리나 키우는 국회 내의 애견인으로 유명하다지?’

그것도 작은 강아지가 아니라 용맹한 진돗개나 풍산개 등을 특히 좋아하면서, 언제나 산책을 할 때 지역구 주민들과 사진을 찍은 모습을 SNS에 많이 올리는 인물이었다.

진욱은 농해수위의 의원들을 보면서 한 가지를 빠르게 캐치했었다.

여기 소속된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구가 시골, 그중에서도 축산업과 항만 공사, 양식, 어업 등의 일차산업에 관련된 사람들이 많았다.

진욱 역시 그걸 알아서 어찌 보면 소프트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반려동물 산업 법안에 대해서 이것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찾았다.

‘농협 간부 출신의 여당 의원 최영욱, 이번에 반려동물세 등록 법안 추가하면서 이 건을 내놓은 거였지?’

진욱은 미리 숙지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확인하고는 정장 넥타이를 고쳐 매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상임위원장의 개시로 인해 드디어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는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아마, 아까의 인사 이후로는 생방송 중에 눈이 돌아가는 정치인들이 있겠지. 그중에서도…….’

[먼저 오늘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와 주신 아성사료그룹의 하진욱 대표이사에게 질문하겠습니다.]

딱딱한 목소리로 말하는 야당 이만용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증인은 아성사료그룹이라는 국내 제일의 반려동물 사료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의 CEO입니다.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동안 동물과 관련된 수많은 사업을 하셨는데, 그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일단 우리 회사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서 언제나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공존을 생각합니다.”

[공존이라고 하시지만, 실제로는 신기술을 도입해서 언제나 독점을 생각하시는 게 아닙니까?]

예상대로 여당이 내건 법이다 보니 야당 의원들이 나서서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그리고 첫 만남부터 굉장히 까칠하고, ‘아성에 대해 이야기가 많다.’라고 운을 띄운 이만용 의원은 보좌관들이 준비한 자료 패널을 올렸다.

[자, 모두 이걸 봐 주시지요. 최근 3년간 아성사료그룹 일가가 신기술을 도입하며 추진한 사업들입니다.]

이 의원의 패널에는 그동안 있었던 아성사료그룹의 사업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 여기를 보시면 환경 오염에 대한 배합사료 규제에 대해서, 아성의 사업 진출 이후로 그 규제가 모두 풀렸습니다. 또한, 그 다음으로 반려동물 책임보험 법안 이야기가 나올 때, 증인께서는 어디에 계셨죠?]

“경영인 파견으로 대화손해보험에 있었습니다.”

[평생 사료 사업을 하시던 분이 갑자기 금융업에 가셔서 바로 동물 보험 관련 사업 아이템을 만드셨고요?]

진욱은 지금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알아서 피식 웃었다.

하지만, 생방송 중에 국정감사에서 웃음을 보이는 게 다른 의원들의 표적이 되었다.

“증인! 지금 국정감사에서 웃음을 보이는 겁니까?”

“의원 질문이 우습니까? 태도 똑바로 하세요!”

여기저기서 고성이 오가는 와중에 진욱은 어떤 정치인이든 꼭 이렇게 생방송 중에 핏대 세우고 갈겨 대는 건 똑같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이 의원이 다시 질문했다.

[증인은 하상규 회장에 대해 아시죠?]

“제 큰아버지이십니다.”

[이번에 하상규 회장의 명인대 재단 인수 이후, 수의대 추가 유치 과정 중의 로비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역 중 경기도에서는 수의대가 없는 것에 대해 정식으로 유치하기 위해 교육부에 진정서를 쓴 것뿐입니다.”

[그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삼정바이오의 투자를 받아 동물의약품 공장까지 지었습니다. 이게 상식적으로 모종의 거래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네,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너무 당당하게 대답을 하니까 순간 벙찐 이 의원의 얼굴이었다.

그 뒤로 주도권 토론 시간이 끝나고 다음에 나오는 것은 여당의 김원배 의원이었다.

[다함께우리당의 김원배 의원입니다. 먼저, 하진욱 대표에게 질문하겠습니다.]

여당이야 세수 추가를 위한 반려동물세와 의무 등록제에 대해 먼저 꺼낸 쪽이니 좀 편할 거라 생각한 진욱.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의무 등록제를 추가한다면, 반려동물 중 강아지와 고양이는 필수로 전자 칩을 달게 됩니다.]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강제적으로 전자 칩을 몸 안에 넣는 것이 동물 학대라고 생각하십니까?]

실제로 해외 동물권 보호 시민 단체들이 가장 주장하는 것이었다.

미국의 3류 음모론인 생체 베리칩으로 인간을 통제한다는 이야기는 접더라도, 생물의 몸 안에 전자 칩을 넣는다는 것이 학대라며 거부하는 존재가 많기 때문이다.

‘이걸 여당에서?’

진욱은 뜻밖이라는 반응이었지만, 오히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야당이 할 줄 알고, 대비해 둔 내용이어서 바로 답하기로 했다.

[증인, 말씀해 주세요.]

“네, 일단 그것에 대해 말하자면, 그래도 반려동물 전자 칩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것이 학대가 될 수 있는 상황인데 말이죠?]

“학대라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어느 반응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진욱은 잠시 심호흡을 한 다음 막힘없이 다음 이야기를 내뱉었다.

“이미 지금도 농축산법에 의해서 축산물 이력제로 소와 돼지에 한해서 귀에 전자 표를 붙이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그것을 학대라고 말하거나, 위법이라 평가된 적이 있습니까?”

[증인, 지금 반려동물과 축산동물을 동일시합니까?]

“같은 동물입니다! 그리고 전자 표식을 사용해 서유럽의 선진국 등에서는 유기견/유기묘를 막을 수 있었으며, 또한 전자 칩을 사용하면 검진 시에 질병에 대해 확인하는 데 용이합니다.”

축산동물에 대한 등록 그리고 이미 시행되는 서구권에 대한 예시.

어지간해선 반박하기 힘든 이야기로 진욱이 말했을 때, 일순 여당과 야당이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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