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65화 (165/200)

165화 소중한 어족 자원

한국으로 돌아온 진욱은 대만에서 있었던 일을 본가에 가서 알렸다.

여자들이 부엌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남자들끼리도 거실에서 술상을 차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알고 보니 그 대만인 시장이 자기 조카 건설사를 꽂아 준 게 걸린 거야?”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딱히 저희가 엮일 건 없지만, 찝찝한 건 사실이죠.”

“허 참~ 그 동네도 콩고물 나누는 건 똑같구만.”

그 이야기를 아들을 통해서 먼저 들었던 큰아버지 상규 역시도 혀를 끌끌 찼다.

어쨌건 대만 건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남은 것은 중국 본토였다.

“이천하고 가평에 있는 양어장도 이제 써먹을 때가 됐죠. 잉어 수출입니다.”

“잉어라… 흐음, 잉어…….”

상규가 잠시 중얼거리더니 뭔가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글세, 그게 잘될지 모르겠네?”

“……!”

상규와 상만 모두 시큰둥한 얼굴이었다.

그동안 많은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그렇게 확신이 안 섰기 때문이었다.

“요새 수산업은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고.”

“첫 수출이긴 하지만 별로 큰돈은 안 될 거다, 식품이면 더더욱.”

이미 예전부터 양어장 사료 납품으로 그쪽 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만과 관상어 사업으로 프로젝트 대출을 받은 뒤로 식품에 대해서는 시큰둥한 상규.

진욱 역시 그것을 알고 있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죠. 일단은 식용 잉어로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비단잉어 등의 관상어 수출도 할 겁니다.”

“그래, 첫 사업인데 너무 악담만 한 것 같구만. 수출처 몇 개 알면 그래도 고정 수익은 나오겠지.”

그래도 마지막에는 아들을 밀어주는 상만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진욱은 넌지시 던진 세화의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다음엔 중국 가는 거예요?”

“생각 중이야.”

앞서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말한 대로 식용 잉어는 그다지 돈이 안 된다.

국내에서도 kg당 몇천 원 하지 않는 의외로 싼 식자재인 잉어.

수출한다고 해야 과연 얼마나 값을 쳐주겠냐만,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잉어 다음에는 메기, 가물치, 연어… 이거저거 다 해 봐야지.”

“바쁘겠네요. 이제는 또 식용 물고기?”

“돈 되는 건 다 해 봐야지.”

진욱은 의지를 보이면서, 앞으로도 바쁘리라는 것을 아내에게 알렸다.

“근데, 잉어 이야기 하니 잉어찜 먹고 싶네요. 중국식 잉어찜 맛나던데.”

“내일 먹으러 갈까?”

“그래요! 가요.”

진욱은 아내의 손을 잡아 주면서, 저녁 데이트 약속을 잡았다.

* * *

얼마 후 부산에 도착한 진욱은 중안무역의 박 사장에게 커피를 대접받았다.

“여기도 슬슬 사무실 옮기실 때 되지 않았나요?”

“하하, 전 여기가 편합니다.”

건실한 무역 업체지만, 아직도 수십 년 된 낡은 건물에서 지내는데, 여기저기 균열이 보였다.

“보수공사라도 어떻게 해 드릴까요?”

“전문 업체가 있습니다. 그곳에 맡기면 됩니다. 하하하-.”

진욱에게 정보는 많이 가져다주지만, 아직도 많은 것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는 박 사장.

그러면서 대만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정보를 알려 줬던 것에 대해 다음 건에도 말했다.

“이번에 중국에서 잉어 수출 건이 논의되어서 바로 대표님 회사를 추천했습니다.”

“그렇군요.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둥베이 집안에서 잉어찜이 아주 인기입니다. 그중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준비하는 ‘차이카프’라는 곳이 있습니다.”

박 사장은 태블릿으로 그에 대해 알렸다.

진욱은 앞치마를 두르고 잉어찜을 만드는 인상 좋아 보이는 중년 남성을 보고서 머릿속에 기억해 뒀다.

“진화령, 조선족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면서 중견 기업급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그렇게 잉어를 많이 필요로 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진 사장은 특히 한국산 식자재를 수입해서 중국에서 선보이는데, 품질과 위생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입니다.”

중국 내에서도 값싼 재료를 구할 수 있지만, 굳이 수고스럽게도 한국에서 식자재를 수입해서 만든다는 말에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언제 온다고 합니까?”

먼저 찾아와서 상품을 본다는 말에 진욱은 박 사장이 알선한 사람에 대한 일정 조율을 준비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온 김에 추가로 해외 수출을 준비하면서 다른 지역에 대한 건도 논의했다.

* * *

그리고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진화령을 보고 진욱을 포함한 아성사료 일원들이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하하하, 나도 인사하겠소. 내가 바로 진화령이오.”

크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을 때, 손아귀 힘이 상당한 진화령이었다.

“어떻게…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니면 천천히 차라도…….”

“그럴 시간이 어디 있소? 그냥 바로 양어장으로 가는 게 좋소.”

“아, 네.”

진욱은 곧바로 물건부터 보자면서 양어장으로 안내해 달라고 요청하는 진 사장의 말에 차로 동행했다.

“조선 잉어는 정말 품질이 좋아요. 살집도 풍부하고 말이죠.”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이쪽의 피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면서 자신의 프랜차이즈 가게에 대해서도 홍보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 둥베이 일대에만 식당이 50개가 넘는데, 내년쯤에는 서울에 진출할 생각이오. 대림이나 가리봉 쪽에 말이오.”

과거 마라탕이나 훠궈 같은 중국 요리가 SNS를 타고 유행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조금 시들하지만, 중국 요리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게 늘고 있었고, 덕분에 중국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한국에 진출하거나 현지 한국인과 협업해 요리사들을 데려와 만드는 레스토랑도 많았다.

“저도 잉어 요리를 좋아합니다. 최근에 다녀온 종로의 잉어찜이 인상적이더군요.”

“종로라면… 발해식당을 말씀하시는 거요?”

“어, 아십니까?”

“그 친구 오다가다 보던 사이였소.”

의외로 국내에 있는 조선족 식당들에 대해서도 발이 넓어 보이는 진화령 사장이었다.

그를 보고 진욱은 이 사람과 친해지다 보면 다양한 업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좀 더 공을 들이기로 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이천의 양어장에 도착한 진욱은 김 사장의 환대를 받으면서, 진화령에게 양어장 내부를 보였다.

“이게 지금 공들이고 있는 우리 잉어들입니다.”

“흐으음.”

양어장에 있는 수많은 치어 무리를 보면서 수조에 담긴 잉어들 중 실한 녀석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사진을 찍어 이리저리 비교하고 있었다.

“씨알도 괜찮고, 영양 상태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군요. 맛은 어떨지 궁금하오.”

“근처에 가든이 있는데, 잉어찜을 한번 드셔 보시겠습니까? 한국식으로 맛나게 만들어 드리죠.”

진욱이 가든에 있는 요리사들에게 연락하려는 순간 진화령은 손을 까딱이며 역으로 제안했다.

“아, 그럴 필요 없소. 그냥 주방만 좀 빌려줄 수 있소?”

“네?”

“내가 만들어 팔 것이니, 직접 만들어서 맛보게 해 주리다. 진짜로 기대하셔도 되오.”

“하, 하하- 네, 기대가 되는군요.”

진욱은 양어장 직원들을 통해서 큰 놈으로 몇 마리 잡게 한 다음에, 필요한 재료에 대해서 말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잉어찜을 만들어 온 진화령은 싱글벙글한 얼굴로 자신이 만든 잉어찜을 모두에게 대접했다.

“이거이 더모리 방식으로 만든 거요.”

“잘 먹겠습니다.”

진욱은 살짝 튀긴 다음에 소스를 만들고 쪄 낸 잉어 요리를 젓가락으로 한 점 먹으면서 그 맛을 느꼈다.

대단히 부드러우면서도 민물고기 특유의 흙비린내가 전혀 없는 맛이었다.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맛이 있었고, 거래처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그 역시도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

“하 사장, 나 이거 바로 계약하렵니다.”

“네? 정말이십니까?”

“내가 만들었지만, 그건 역시 재료가 중요해요. 근데 이걸 보니까 확실히 알겠어. 양식을 아주 잘했어요?”

이렇게 쿨하게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말에 진욱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바로 계약서를 팩스로 준비할까요?”

“에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좀 깎아 주셔야지.”

“얼마나 말입니까?”

“10%!”

“사장님, 저희 남는 것도 없습니다.”

“대신 2년이 아닌 3년 납품. 상황에 따라 6개월 안에 이야기가 없으면 자동 갱신으로 합시다.”

중국의 유망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50개 지점에 동시 납품.

게다가 계약 기간도 괜찮으니, 첫 거래치고는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사실 진짜 10%를 깎아 줘도 이득인 상황이었지만, 일부러 너스레를 떠는 진욱의 반응이었고, 최종적으로는 6% 할인으로 계약을 하게 됐다.

“중국에 돌아가는 대로 바로 팩스 확인하고 본사로 초청하겠소. 앞으로도 조율할 게 많을 거요.”

“천천히 머물면서 같이 이야기를 해 보시죠.”

“좋소, 잉어 요리는 내 원 없이 드시게 해 드리지!”

시원시원하게 거래를 끝낸 진 사장을 두고, 진욱은 부산에 있는 박 사장에게 한 번 더 감사를 표하고 선물을 보내야 할 것 같았다.

* * *

이후 진욱은 양어장 관련 사업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이게 잔잔바리 같지만, 은근히 수요가 된단 말이지.”

“붕어가 값은 싸도 확실히 여기저기서 많이 이용하는 편이긴 하죠.”

김 사장 역시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준비했다.

진욱이 노린 것은 다름 아닌 ‘실내 낚시터’였다.

최근 들어 목욕탕이나 수영장 사이즈의 대형 수조를 설치하고, 그 안에서 낚시를 즐기는 실내 낚시터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었다.

“낚시 카페라고 해서 이름은 바뀌었는데, 이게 젊은 층에도 어필이 된단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요새 그런 곳에서 연락이 많이 오긴 했지.”

“조만간 그룹 내의 영업부 사람들을 보내겠습니다. 사장님은 하시던 대로 계속 물고기들 잘 키워 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그 중국인 사장 수출 건 보니 알겠더군요. 남은 인생 이렇게 물고기나 키우면서 살아야겠습니다.”

김 사장은 노후를 준비하면서 진욱의 큰 그림에 맞춰 양어장을 활성화했다.

덕분에 기존의 이천 양어장을 넘어 추가로 가평에 구매한 양어장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1만 평에 육박했다.

“그리고 그건 잘되고 있죠? 품종 비단잉어요.”

“아직은 시행착오가 많습니다. 그리고 번식은 시키지만, 색상 만들어 내는 게 원체 까다로워서 말입니다. 허허…….”

“일단은 식용부터 스타트를 끊었으니, 좀 더 시간이 있습니다. 투자는 아끼지 않을 테니 천천히 해 주세요.”

“네, 대표님.”

나이야 훨씬 윗사람이었지만, 자신의 양어장을 인수하고 그룹 대표이사인 진욱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김 사장이었다.

거래 몇 건 마치고서 서울로 돌아가던 중, 진욱은 뺨을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역시 그럴듯한 이름이 필요해.”

단순 아성양어장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없어 보였고, 물비린내 넘치는 이름보다는 확실하게 21세기 미래 사업으로 각광받을 만한 이름이 필요했다.

그것을 생각하면서 생각에 잠겼을 때, 진욱이 틀어 놓으라고 했던 라디오에서 색다른 기사가 나왔다.

[더 이상 농업은 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최근 청년 세대의 아이디어로 만든 스마트팜이 대세가 되었는데요?]

“……!”

진욱은 그 순간 ‘스마트팜’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양어장, 스마트, 팜… 그 단어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던 중 진욱의 입에서 새 계열사의 이름이 나왔다.

“아쿠아팜…….”

“네?”

수행비서가 순간 무슨 말인가 멈칫했지만, 진욱은 조용히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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