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개밥 공장의 천재 아들-163화 (163/200)

163화 날벼락… 아니, 불벼락!

진욱은 다급히 옷을 갈아입고 진영과 함께 차를 탔다.

몇 시간 잠도 못 자고 제대로 씻지도 못해 초췌한 상황이었는데,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미친,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진욱은 바로 인터넷 전화로 현지에 연락했다.

[대표님! 최한민 부장입니다.]

“최 부장님! 지금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 화재 현장에서 사상자들 이송해, 병원에서 수술 들어갔다고 합니다.]

“사, 사망자도 나왔습니까?”

[아직은 아닙니다! 7명 정도 부상자가 있는데, 3명은 외주 인부였고, 4명은 연구원이라고 합니다. 일산화탄소 중독하고, 화상으로 갔습니다.]

천만다행으로 화재 현장에서 사망자는 안 나왔다고 하지만, 다들 치료받는데 급박한 상황인 것 같았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다시 물었다.

“화재 원인이 뭐예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공장 내에서 폭발음이 들리면서 불길이 퍼졌다고 합니다. 바로 잡지 못하고, 하필 전원 설비실로 옮겨붙어서…….]

“지랄 났네. 진짜!”

이성의 끈이 순간적으로 떨어진 진욱이 차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옆에서 진영이 좀 침착하라고 어깨를 두들겼다.

“죄송합니다. 일단 화재 현장 때문에 회사로 가니, 다시 전화드릴게요.”

[네, 네! 대표님. 상황 바뀌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진욱은 통화를 마치고서 그대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2,300억의 대금을 투자한 건데, 잘못하면 그게 한 방에 날아갈 위기였다.

검은 세단이 청담동 아성펫푸드 사옥에 도착했고, 지하 주차장에서 튀어 나간 진욱은 바로 진영과 함께 엘리베이터 버튼을 미친 듯이 눌러 대고, 실시간으로 오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이미 몇몇은 회사로 와 있다는 이야기였고, 몇몇은 출장지에서 컴퓨터 켜 놓고 화상회의를 준비하거나, 지금 출발한다는 이야기였다.

진욱이 도착했을 때, 안에서는 수많은 임원이 그를 맞이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지금 실시간으로 화상 채팅 중입니다. 방금 큰 불길 잡았다고 합니다.”

진욱이 황급히 임원들의 안내를 받고서 노트북에서 실시간으로 보이는 공장을 확인했다.

주황색 기동복을 입은 대만 소방관들은 미친 듯이 고압 펌프로 물을 뿜어 대며, 불길을 잡았다.

새카만 연기가 공장 이곳저곳에서 피어나고, 그을음이 가득한 공장 외벽에 그려진 피드 피쉬의 잉어 로고가 타 있었다.

“하, 하하…….”

실시간으로 보니 진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진영 역시 그 모습에 엄지손톱을 짓씹다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사무실 안에서 담배를 꺼내다가 입에 물었다.

모두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실시간으로 2시간 동안 더 그 현장을 보다가 겨우 불길이 잡히고 완전 진화에 성공하기까지 침묵에 잠겼다.

[지금 막 불 다 껐다고 합니다! 이제 끝났습니다!]

최 부장의 다급한 말에 몇몇이 안도의 한숨을 쉬거나 박수를 치려다가 진욱의 얼굴을 보고서 굳어 버렸다.

하지만 진욱 역시 그 분위기를 눈치채고 한숨을 내쉬면서 작게 박수를 쳤다.

“겨우 한 고비 넘겼네요.”

[네, 네! 대표님.]

“화재 현장. 현지 경찰하고 소방관하고 쓸 서류 있으면 다 써 주세요. 그리고 내일 피해 규모에 대해서 좀 알아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추산해서… 보내겠습니다.]

잘못하면 허공에 2억 불을 쏟아 버린 엄청난 일이 될 것 같아서 속이 타들어 가는 진욱이었다.

회사 안에서 밤을 꼴딱 새운 임원들.

아성펫푸드 빌딩으로 출근하는 직원들 역시도 아침부터 나온 속보를 보고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회사 전체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였고, 몇몇이 대만 화재에 대해 언급하는 순간, 상사들이 바로 쫑코를 줘서 막았다.

한편 상록 본사에서도 긴급회의에 들어가 바로 대형 스크린을 띄우고 화상회의에 들어갔다.

[아니, 이게 대체… 뭐, 어떻게 된 거야?!]

상록 쪽 역시도 충격이 컸고, 특히 상기된 얼굴의 상만은 밤사이 흰머리가 배 이상 늘어난 것 같았다.

진욱은 그 상황에서 대만에서 온 사건 내용을 팩스로 보내면서 실시간으로 알렸다.

“창고 확장 공사를 위해 야간까지 공사를 하다가 산소통이 터졌다고 합니다. 급한 대로 진화에 나섰지만, 초반 폭발로 인해 현장 인부 둘이 중상을 입었고, 뒤늦게 야간 경비팀이 소화기를 들고 나섰다가 일산화탄소 질식으로 현재 치료 중입니다.”

[죽은 사람은? 사망자는 없는 거야?]

“다행히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들은 의식을 찾았다고 하고, 화상자들 역시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합니다.”

[에휴휴- 사망자 없다는 걸 좋아하기도 그렇고…….]

다행이긴 했지만, 일단 7명의 사상자 문제도 처리해야 했다.

당장에 인수인계 받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일어난 일이라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가 깜깜한 상황이었다.

[하 사장, 이거 어떻게 해야겠어? 복구 방안에 대해서 방법이 있어?]

상만이 직접 물어보자 진욱은 일단 새벽 동안에 분노했던 머리를 식히고서 차분하게 논의를 했다.

“일단 현지에 있는 주재원들을 통해서 화재 현장 수습을 하고, 대만은행에 화재보험 청구 내용 증명을 써야 합니다.”

[화재보험? 어떻게 처리가 돼? 며칠 안 됐잖아?]

진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금액을 일시불로 낸 상황입니다. 아슬아슬하지만, 면책 기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게 있습니다.”

게다가 보험사 역시도 대만은행 소유였던지라, 소유권 이전 이후로도 계속 유지하는 목적의 계약이었으니 이쪽에 대해서도 할 말은 분명히 있다.

문제는 한국도 아니고, 해외에서 보험법에 대해 알고서 청구를 제대로 신청해야 하기에 국제 변호사가 필요했다.

“일단 담당 로펌에 연락해서 보내려고 하고, 사건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한 번 더 대만으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후우우- 어떻게 이런 일이 다 생기냐. 이게 대체 뭐냐고!]

들을수록 울분이 차오르는지 상만이 연신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쾅 치는 게 사무실 안에 퍼졌다.

이미 다른 이들보다 머리를 빨리 식힌 진욱은 일단 자신을 믿어 달라면서 상록 본사에 있는 아버지 회장님과 임원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출장을 앞두고 언제나 그랬듯이 임시 대표이사 대리로 누나 진영에게 부탁을 한 다음 떠날 준비를 했다.

* * *

인수 합병 끝내고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돌아온 대표이사 진욱.

그는 폐허가 된 피드 피쉬 공장에 도착하고서 한숨이 나왔다.

“하아-.”

이미 수차례 사진으로 봤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참혹했다.

얼마 전까지 관상어 사료를 만든다고 했던 연구동은 장비가 모조리 타 버리고, 양어장은 전부 말라서 물고기들은 폐사한 상태였다.

컨베이어가 돌아가는 내부는 더욱 심각했다.

내부의 소재로 인해서 빠르게 불이 붙어서 기계는 새카만 재를 뒤집어썼고, 벽이 불에 타 무너지면서 안의 가연성 소재들이 드러났다.

“대표님, 대만 경찰과 소방 당국에서 조사를 했는데, 방화는 아닌 사고로 나왔습니다.”

“뭐, 불에 그슬린 것 다 정리하고… 기계 돌려야죠.”

진욱은 일단 기존의 직원들을 재난으로 인한 휴가로 돌린 다음, 대만은행 담당자를 만나기로 했다.

* * *

“먼저 이번 일에 대해 심심한 위로를 보냅니다.”

스 이사의 소개로 만나게 된 타이완 손해보험의 담당자 린준펑 팀장은 진욱을 위로한 다음 보상 매뉴얼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저희가 조사해 본 결과 재산 피해액 고지를 미화 달러로 요청하셨고, 총 피해액이 5천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2,300억 주고 산 공장인데, 그중에서 500억이 눈뜨고 사라졌다.

“재산 피해에 대해서 보상팀을 만들었습니다만, 으음…….”

“뭐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저희는 보험료도 일시납으로 처리했고, 기존 계약 연장이라 면책 기간도 딱히 없는 걸로 아는데요?”

“아, 아닙니다. 보상은 되지만, 일부에 한해서만 처리가 될 것 같습니다.”

“일부라면…….”

“매뉴얼상 화재에 대한 분실이나 도난에 대한 부분에는 보상이 없습니다. 또한 전기 위험에 관련된 추가 화재의 경우 특약이 필요한데… 이걸 일반 약관으로 대입하면.”

진욱은 순간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일단 불에 탄 상태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비와 소방 작업에서 생긴 손해부터 청구하겠습니다.”

“아, 아! 네!”

그들은 모르겠지만, 진욱은 엄연히 보험업계 쪽에서도 활약했던 인물이었다.

대화손해보험 파견 근무를 다녀오면서 손해보험에 대해서는 확실히 꿰고 있었고, 이미 오기 전에 대만의 보험법에 대해서도 전부 완독한 상황이었다.

기업 거래 간에 그런 일이 생기겠냐만, 외국인 기업이 인수한 공장이라고 호구 잡으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진욱이 먼저 선빵을 쳤다.

“그리고 이 매뉴얼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네, 어떤 게 말입니까?”

“보장 내역에서 화재로 인한 분실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했죠? 근데 공장 안의 대부분은 건조 식품인지라 전부 타 버려서 재가 남은 건 분실이 아닌 화재 손실 아닙니까? 왜 사료에 대해서 분실로 처리되어 있죠?”

“아, 그거는… 네. 원래 그곳에 있었다는 서류가 있다면 바로 확인 후 보상하겠습니다. 정확한 수량과 당시 창고에 있던 물건에 대해서도 청구하시려면 추가 보완 서류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우선순위로 바로 피해가 예측 가능한 기계부터 바로 보상 처리 해 주시죠.”

“바로 확인 후 단계적으로 청구에 따라 보상하겠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사인을 받으려고 했지만, 설명을 듣다가 바로 하나하나 지적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해 완전 꿰고 있는 진욱을 향해 담당자 린준펑은 만만치 않은 상대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거 전액 보상은 리스크가 너무 큰데… 아무리 오랜 기간 가입한 고객이라 해도…….’

내심 어디서부터 깎아야 할지 머리를 싸매면서 완전 전소로 손실된 창고 물품은 스무스하게 넘어가려고 했지만, 상대가 너무 고단수였다.

“자, 제가 무리한 걸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엄연히 손해 받은 것에 대해 약관에 나온 대로만 보상을 받으면 앞으로도 계속 주거래 보험사로 타이완과 함께할 겁니다.”

“네, 네! 대표님. 저희도 최대한 공장 손실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담당자와의 대화를 마친 뒤로 진욱은 바로 현지 주재원들을 불러 회의에 들어갔다.

“이번에 휴가 간 직원들 중 건설이나 엔지니어 쪽 사람들은 추가로 불러 주세요.”

“네? 아, 기계 문제로 그러십니까?”

최 팀장이 바로 눈치채자 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만의 근로법을 보니 천재지변이나 화재, 전염병 등의 큰 사건에 한해서는 60일까지 직무 전환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런 법안이 있습니다. 다만 근로자와 협의를 통해서라는 조건이 있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우선순위로 연락해 달라는 겁니다. 일단 보험금 선입금되는 대로 기계부터 수리하고, 못 살리는 건 새로 도입해서 재설치를 해야 하니 보조로 쓰려고 합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시간은 걸리겠지만 보험금으로 어느 정도 복구는 가능하다.

진욱은 일단 재난으로 생긴 이번 공장에 대해 분기 매출은 조졌지만, 차라리 이걸 밑거름 삼아서 대만 공장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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